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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사이어티: 카톡과 페이스타임으로 다시 뭉친 우리 가족

태어난 나라를 떠나 타지인 일본에서 생활한 지 10년. 그리고 이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3년. 외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나의 생활 기반은 대부분 현재 생활하는 일본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비즈니스, 사적인 인간관계가 모두 이제는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지난 10년 동안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을 잇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1. 네이버폰 

네이버폰 한국의 부모님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가장 처음 사용한 수단은 당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네이버폰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IP전화가 큰 이슈였고, 포털 사업자는 모두 IP 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네이버폰은 포털 1위인 네이버가 의욕적으로 전개했던 사업이었던 만큼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발신 지역이 어디이건 수신 지역이 한국일 경우에는 국내 전화 요금이 부과되었고,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전용 고정 전화번호도 받을 수 있었다.

다소 불편한 점도 많았다. 쾌적하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USB 방식의 수화기가 있어야 했고, 전화를 받으려면 반드시 PC를 켜고 네이버폰 프로그램을 띄워 놓아야 했다. 통화 품질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내 전화 요금으로 국제 전화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하지만 네이버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대폭으로 축소하다가 2009년에 서비스를 종료해버렸다. 지금은 위키백과에도 네이버폰에 대한 정보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서비스가 되었다.

기억에서 사라진 '네이버폰', 서비스 종료 안내 페이지 (출처: 네이버) http://phone.naver.com/

기억에서 사라진 ‘네이버폰’, 서비스 종료 안내 페이지 (출처: 네이버)

2. 070 전화기 

네이버폰이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이후에 찾아낸 대체 수단은 070 전화기였다. 원래 국내 서비스를 위한 IP 전화였지만, 해외에서 사용하는데 특별한 제약은 없었다. 휴가로 한국에 들어가 있을 때 070 전화에 가입한 뒤 전화기를 일본에 가져와 세팅했다. 일반 전화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네이버폰보다는 더 쾌적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070 와이파이폰

하지만 와이파이(Wi-Fi)가 연결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도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유기에서 별도로 설정해야만 했다. 매우 귀찮았고, 결국 집에서만 쓰게 됐다. 그래도 저렴한 통화비로 한국과 연락을 취할 수 있고, 걸려오는 전화도 받을 수 있어서 나에게는 매우 많은 도움을 주었다.

3. 스카이프( + 아이맥)  

070 전화기 다음으로 사용한 수단은 스카이프였다.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스카이프의 영상 통화 기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달린 PC가 필요했고, 그래서 부모님께 아이맥(iMAC)을 사드렸다.

스카이프로 소통하기 위해 카메라가 달린 아이맥을 사드렸다.

스카이프로 소통하기 위해 카메라가 달린 아이맥을 사드렸다.

하지만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려면 PC를 부팅해야 하고, 먼저 연락을 해 PC에 전원을 넣어야 했다. 물론 스마트폰용 스카이프도 있지만, 만족할만한 화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스카이프 덕분에 주말마다 한국과 일본을 영상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4. 간단한 소통과 전화는 카카오톡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간단한 연락은 카카오톡 그룹 채팅으로 취하게 되었다. 본가 식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단톡방과 처가 식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단톡방을 통해 메시지도 나누고, 아이들 사진도 공유하면서 가족들 간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었다. 전화 연락도 보이스톡을 주로 이용했다.

카카오톡

5. 아이패드 + 페이스타임 

우리 가족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수단은 아이패드다. 아이패드 미니 2대를 사서 양쪽 부모님 집에 놓아두었다. 나도 와이프도 아이폰을 쓰고, 집에 아이패드 미니가 있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도 전부 맥(MAC)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페이스타임으로 서로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미니

10년 전 네이버폰으로 어렵게 전화 통화를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페이스타임으로 간단하게 고화질로 영상 통화가 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변화다. 물론 10년 전에도 영상 통화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도 MSN이나 스카이프를 이용하면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아주 복잡한 방법을 써야만 했다. 컴퓨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부모님 세대가 학습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방식이었다.

아이패드로 페이스타임하는 화면. (출처: 애플)

아이패드로 페이스타임 하는 화면. (출처: 애플)

하지만 지금은 단말기 역할을 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 있으면 버튼 한 번에 서로를 영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물론 화질도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외국 살지만, ‘시차’ 느낄 수 없는 가족 소통 

요즘 우리 가족은 외국에 나와 살고 있다는 것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다.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매일 대화를 하고 있으니,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시차는 더는 없다. 마치 분가해 지방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는 부모님과 연락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일이 바빠서 한국도 자주 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부모님과의 관계도 다소 소원해졌었다. 하지만 요즘은 서로 연락이 안 돼서 안부를 걱정하는 일은 없어졌고, 사소한 일상에 대해서도 매일 이야기하니까 부모님과의 관계가 예전과는 매우 달라진 것을 느낀다. 물론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은 영향도 있겠지만, 편리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들 덕분에 거리감이 좁혀진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족

VR 기술이 요즘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 서로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지금의 평면적인 영상에서 더욱 입체적인 형태로 바뀔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 우리 아이들은 어떤 형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야기하게 될까? 10년 뒤 ‘그때는 화면에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통화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썼지.’라고 이야기하며 추억하는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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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맘초무
초대 필자, 웹매거진 운영자

서브컬쳐・언더그라운드 정보 전문 웹매거진 「데카르챠」의 운영자.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한국형 오타쿠 1.5세대 게임매거진 기자, PC게임매거진 기자, 아하!PC 기자, HOWPC기자 등을 거쳐서 2005년부터 게임 개발자로 변신. 2006년부터 일본에서 게임 개발 및 현지 서비스 등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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