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소박한 인생 로망 프로젝트. 라즈베리파이(RaspberryPi3)를 이용해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오락실 게임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필자)
- → 준비물
- 케이스 제작
- 소프트웨어와 배선 그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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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했던 학생 시절, 모두 ‘어른이 되면 꼭 해보리라’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로망(?)들이 한두 가지쯤 있을 겁니다.
사회적인 부와 명예를 얻거나 특정 모델의 자동차를 사고, 이성을 만나는 등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에의 사소한 소유와 동경들이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당시에 소박한 로망을 꿈꿨었습니다.
- 만화책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에이스 정우성처럼 아버지와 농구를 하고 싶다.
-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오락실의 게임기를 사서 집에 두고 원 없이 즐기고 싶다.
- 나이가 들어서라도 내 이름이 들어간 내가 직접 쓴 책을 출간하고 싶다.
그러나 학교를 나와 사회인으로서 수년간 생활을 하다 보면, 장래희망은커녕 나의 취미는 무엇인지, 내가 어렸을 때 아끼고 동경하던 것들은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게 됩니다. 어린 시절 꿈꿨던 ‘로망’들 역시 막상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피식거리게 하는 소박한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그래서 잊히는 ‘신기루’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저의 로망 역시 얼마 전까지는 ‘바람’으로 그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소년이 상상을 멈추면 아저씨가 된다
그런데 몇 달 전, 게임기를 직접 만들어 자신의 방을 꾸민 버즈피드 기사와 ‘오락기가 없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라는 클리앙 게시물을 접했습니다.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관련 키워드(Arcade, Cabinet, Bartop)로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게임기를 직접 만들어 즐기고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뜻밖에 많이 계시더군요.
20년 전 당시 오락실 게임기를 구매하려 알아봤을 때는 기깃값이 천만 원을 훌쩍 넘기는 바람에 오락기의 꿈을 접었던 기억이 있는데, 직접 만들 수 있다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게임기 제작에 관한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 자작 게임기는 대부분 MAME 에뮬레이터를 저사양 컴퓨터(혹은 노트북)에 설치하여 구동시키는 방식으로 제작.
- MAME 등의 에뮬레이터에서 구동하는 고전 게임 300~500여 개와 함께 하드웨어로 판매하는 ‘월광보합’이라는 제품도 있으며, 제작된 케이스에 설치하여 완제품으로 제작되어 판매(35만 원 전후. 참고: 사용기 링크)
- 게임기 부품의 메카로 불리는 대림상가에서 게임기 케이스와 게임기판, 브라운관을 깨끗이 조립하여 완제품으로 판매. 실제 모습을 보니 순간 무척 끌림(약 30~50만 원 사이로 예전에는 5만 원대로 거래 되었는데, 최근에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올랐다고 함)
-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나 엑스박스(Xbox) 등의 콘솔 게임기가 함께 구동되도록 제작하는 경우도 있음.
- 화려한 그래픽과 UI 환경을 제공하는 게임 라이브러리·런처 프로그램인 ‘하이퍼스핀’ 을 이용하여 콘솔 게임기를 넘어서는 화려한 메뉴 UI를 꾸밀 수 있음(링크). 단, 고해상도의 사진과 영상을 사용하는 만큼 PC사양이 필요)
- 라즈베리파이(RaspberryPi)를 이용하여 저사양의 고전 게임을 구동하는 방법이 있었음.
‘추억’은 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정보를 찾아보니 정말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로망’을 실현하는 거라면 만드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케이스제작부터 모든 부분을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없어서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 정신이죠.
‘월광보합’이나, 완제품 게임기를 사는 것은 제외하였습니다. 특히 월광보합의 UI는 정말 맘에 들지 않더군요. 내가 원하지도 않는 삭제를 하지도 못하는 게임들이 수백 개 설치되어 있는 것도 싫고요.
여러 가지 자작 방식 중 라즈베리파이를 이용한 방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즈베리파이는 교육목적으로 개발된 미니컴퓨터로 명함 정도의 작은 크기에 CPU와 그래픽, 사운드는 물론, USB, HDMI, 블루투스, 무선인터넷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습니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활용해 보려 했습니다. 또한, 저사양 임에도 불구하고, 아케이드 게임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과 트림캐스트(Dreamcast)까지 구동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무소음/저전력에 가격도 저렴합니다!($35~)
제작에 필요한 정보 수집과 계획, 재료 준비까지 모두 마친 후 본격적인 게임기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한 달간, 퇴근 이후와 주말 시간을 할애하여 오락실 게임기를 완성하였습니다.
정보 수집을 시작으로 재료를 구하고, 도면을 그려 케이스를 제작하여 시트지를 붙이고, 조이스틱과 전기배선을 연결하고, 라즈베리파이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어떻게 만들어질지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제작 기간 내내 뭔지 모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게임기를 완성하고 나니 스스로 뿌듯해지더군요.
혹시나 우연히 이 글을 읽고,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게임기 제작에 대한 과정과 정보를 정리해봅니다. 저도 다른 웹상의 글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계획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두어 과정과 정보를 모두 정리하였었습니다. 제작 과정이 좀 길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을 겁니다. :)
자, 그럼 오락실 게임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을 살펴보겠습니다.
-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3) + 케이스 + micro SD 32GB
- 소프트웨어: RecalBoxOS, 스트리트파이이터2 및 기타 게임 롬 파일
- 아날로그 조이스틱 2세트: 레버(2개) + 버튼(16개)
- zero delay USB(아날로그 조이스틱 입력 신호를 USB로 전환)
- 게임기 본체 : MDF T12 CNC작업
- 17인치 모니터 + HDMI2VGA 젠더
- 미니 앰프 1개, 스피커 유닛 4인치 2개
- 멀티콘센트, LED전원 스위치
- 코인기
- LED 조명 : LED T5
- 아크릴판(T2, T3)
- 시트지
- 마키(Marquee)
- 디자인 이미지 인쇄 등
모든 준비물이 준비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 봅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