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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성

기타리스트 A에게 들은 이야기다.

지방에 살면서 혼자 매일매일 클래식 기타를 연습하던 아저씨가 있었다고 한다. 지역 아마추어 대회 같은 것도 나가서 작은 상도 타오곤 했고, 유튜브에도 자신의 연주를 올려서 사람들의 칭찬도 꽤 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그는 꽤 큰 콩쿠르의 예선을 운 좋게 통과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타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며 젊은 경쟁자들의 연주를 듣는다. 한 명, 한 명 더. 그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결국은…

“엉엉 울었어요. 정말 서서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우시더라고요. 한참 울다가 결국은 돌아서서 나가셨어요.”

우리는 동시대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왜죠?”

“자기가 ‘컨템포러리’1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신 것 같아요.”

“납득이 안 가는데요? 공연도 많이 봤을 거고, 음반도 많이 들었을 거잖아요. 컨템포러리라는 게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아니에요. 컨템포러리는 실제로 그걸 눈앞에서 보지 않으면 두려움을 몰라요. 열심히 연습하는 자신을 놔두고 동시대가 휙 지나 가버렸다는 걸 갑자기 깨달은 거예요.”

노인 고독 외로움 슬픔 눈물 회상 과거 기억

“철학자 장 아메리2오스카 코코슈카3의 말년에 대해서 쓴 글이 있어요. 한때는 가장 실험적인 예술가였던 코코슈카가 환갑이 넘어서 새로 등장한 젊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봐버린 거예요. 그의 행동이 사뭇 흥미로운데…”

“질투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상이죠. 장 아메리는 코코슈카가 ‘격분’했다고 쓰고 있어요. 맹렬하게 공격하고 저주해요.”

“그 마음 알 거 같아요. 저도 그럴 것 같은데요.”

“결국, 그것도 노화의 한 양상이라고, 아메리는 써요. 인간은 단지 몸과 마음만 늙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늙어간다는 거죠.”

“다행히 그렇지 않게 나이를 먹은 선배들이 제겐 좀 있네요.”

“저도요. 많지는 않지만.”

“저도 두 명 정도.”


  1. contemporary; 동시대의

  2. Jean Amery, 1912년 ~ 1978년

  3. Oskar Kokoschka, 1886년 ~19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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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현호
초대필자. 사진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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