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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 제공.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설명하는 단어가 있다. 가령, 한국은 ‘단일민족’(동의 하지 않고 사실도 아님), 미국은 ‘용광로’(melting pot), 캐나다는 ‘모자이크 문화’(Cultural Mosaic).

한국은 단일민족? 사실이 아닙니다


단일민족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얼마나 제한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용어인지 모른다. 사실도 아니다. 고대인 게놈(genome·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한 최근(2020) 연구를 참고하면, 한국인 주류는 남중국과 동남아인의 복잡한 혼혈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형성된 유전적 과정. 2020년 6월. 박종화 UNIST 교수팀 제공.

미국은 용광로란 표현으로 그들의 문화를 설명한다. 각종 음식 재료를 냄비에 넣고 푹 끓여 녹이면, 그 원래 형체가 없어지고, 그 대신 새로운 수프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가진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오지만, 미국이라는 용광로에 들어오면 다 녹아서 미국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 그렇게 각자의 문화를 혼합시켜 새로운 아메리칸 그러나 기존 미국인, 미국 문화에 융합하려는 것을 방향성으로 삼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도 자신의 문화를 샐러드 볼(Salad bowl)로 설명하려고 한다. 용광로가 방향성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각각 다른 채소들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하나의 샐러드가 되는 것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픽사베이. CC0.

캐나다 모자이크 문화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미국 바로 위에 있어서 늘 미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둘은 비슷한 듯하지만 ‘매우’ 다르다. 캐나다는 ‘모자이크 문화’로 자신을 설명한다. 한명 한명 개성을 가진 개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개인을 거대한 하나의 문화에 스며들게 하는 게 아니라, 멀리서 보면 하나인데 가까이 당겨보면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개성과 문화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처럼. 그 모자이크 문화를 가리키는 단어가 바로, 멀티컬추럴리즘(Multiculturalism)이다!

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가 캐나다의 모자이크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명 한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명 한명이 모여 사회가 이뤄진 것이며, 사회를 위해 내 개성이나 정체성을 바꿀 필요 없이, 그저 서로의 자기다움을 존중하면서 모자이크처럼 어울려 살아가면 된다.

“캐나다 다문화주의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모든 시민이 자기 정체성을 지키며 조상에 자부심을 가지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캐나다 다문화주의에 관해 알아보세요.” 캐나다정부 홈페이지 페이지 중 캡처.

신경다양성, 개성과 존중과 평화의 문화로


이를 장애인 인권에 대입해 보면, 그중에서도 발달 장애인의 경우를 얘기해 보자면, 각각의 개인은 그 개인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과 개성이 있는데 그게 ‘발달 장애’라는 틀을 강조 함으로써 발달 장애의 진단만 도드라지게 보게 하고, 결과적으로 개인은 보이지 않고 장애만 보이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한다.

그렇게 하는 대신, 발달장애를 하나의 문화로 본다면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 말인즉슨, 다양한 개개인을 사회가 정해 놓은 단 하나의 틀에 구겨 넣으려 들면 안 되듯, 그 사람의 개성과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포용적이며(Inclusive) 통합적인(Integrative) 형태의 문화 속에서 모두 어울려 살아가는 모자이크 문화로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은 뇌신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름(예: 자폐특성, 지적스펙트럼, 성도착,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ADHD, LD, SCD, 조현스펙트럼, 성격장애 등)을 다양성으로 포함시키고자 노력하는 인식이다. 사회학자 주디 싱어와 하비 블룸이 이러한 개념을 구체화했고, 묘사를 위해 1998년 신경다양성이라는 신조어를 창조했다. 이는 신경인지적 변이를 가진 개인들을 생물학적 다양성과 정치적 소수자의 집합으로 묶이도록 도왔으며, 이러한 관점 하에 자폐 권리 운동이 시작되었고, 여태까지 선천적 질병으로 분류되던 신경발달장애를 다른 측면에서 보도록 했다.

위키백과, 신경다양성 중에서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시작된 자폐 권리 운동. 사진은 게티이미지.

느릴 수도 있다. 빠를 수도 있고. 예민할 수 있다. 둔할 수도 있고. 소통 방식은 음성을 통한 방식일 수도 있고, 수어일 수도 있으며, 점자인 점어(braille)일 수도 있고, 또는 눈짓 & 몸짓 행동일 수도 있다. 그걸 사회나 교육 현장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방법이나 틀 또는 규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정상’이란 단어로 한 개인의 개성을 포함한 존엄을 폄훼하고, 다수 문화가 정한 ‘정상성’의 범주에 벗어났다고 ‘한 가지 방법’으로만 소통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 자체가 폭력이다.

장애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별에서 생겨난 개념이 아니다. 장애인과 다름을 부각할 때 쓰는 ‘일반인’이라는 표현도 ‘먼지 차별’(micro-aggression)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장애인도 일반인이다. 사회적 지원을 위한 병리학적 정신분석학적 이유가 아니라면 장애라는 라벨(label; 레이블)을 달 필요도 ‘전혀’ 없다.

다름은 죄가 아니다. 개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양성은 하나로 녹여서 타인과 비슷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타인도 같은 방식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모자이크 문화고, 신경다양성 문화가 이야기하는 핵심이다.

평화의 시작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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