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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

디지털타임즈, `한숨짓는 애플`…이런 역풍 맞을줄은…
아시아경제, “고맙다 애플”…미국서 삼성 호감도 급상승

관련 기사의 주장 요약 :

10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미국인 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으며 이에 대해 한화 약 1조 2천억원을 배상하라는 미국 법원에서의 평결 이후 오히려 삼성의 호감도가 애플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결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갤럭시 SIII와 아이폰 5
삼성과 애플의 주력 모델, 갤럭시 SIII와 아이폰 5.

슬로우뉴스의 평가 :

풀이는 비약적이고,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분석 :

두 기사는 미국의 IT 전문지 시넷(CNet)의 기사 “여론조사 결과, 삼성의 이미지 애플 평결 이후에도 괜찮아(Samsung’s image doing just fine after Apple verdict, poll finds)” 와 그 구성이 매우 유사하지만, 내용이 현저히 부실하다.

우선, 유고브의 조사 방식은 사실 디지털타임즈처럼 ‘여론조사’라고 단순화해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면이 있다. 유고브는 조사 대상자들에게 “근 2주 동안 광고, 뉴스, 입소문 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해 들은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내용은 긍정적이었는가, 부정적이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응답자들은 100점(가장 긍정적)부터 -100점(가장 부정적)까지 점수를 매기게 된다. 그 결과는 소비자 전체, 본인이 얼리 아답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18~34세로 나뉘어 집계되며, 이를 유고브는 ‘버즈 스코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여론조사라기보다, 최근 브랜드에 대해 어떤 이슈가 주로 퍼졌는지를 측정하는 조사인 셈이다.

평결 이후 애플이 역풍을 맞았으며 삼성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는 두 언론의 풀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조사에 따르면, 8월 25일 이후 삼성의 ‘버즈 스코어’는 급격히 떨어져 8월 말에서 9월 초 경에는 바닥을 치기에 이르렀다. 한화로 1조 2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평결이 내려진 것이 24일. ‘버즈 스코어’의 개념을 생각하면 이는 무척 당연한 이야기다. 이 평결이 삼성에게 있어 대단히 부정적인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떨어졌던 삼성의 ‘버즈 스코어’는 9월 초가 지난 이후 다시 크게 올라, 다시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아시아경제는 평결 이후 삼성의 ‘버즈 스코어’가 크게 떨어진 사실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디지털타임즈도 다만 “부정적으로 집계되었다”고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두 신문만 보면, 최근 삼성의 ‘버즈 스코어’가 급상승한 것이 평결 직후 급격히 떨어진 것에 대한 반동에 가깝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또한 평결이 내려지고 그에 대한 주요 뉴스가 전해진 것이 8월 24일이므로, 그로부터 2주가 지난 9월 초 점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버즈 스코어’ 자체가 가장 최근, 정확히 근 2주간 소비자들이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이 역풍을 맞았다는 디지털타임즈의 풀이도 수긍하기 어렵다. 평결 이후 삼성의 ‘버즈 스코어’가 극적으로 변한 것과 달리, 애플의 ‘버즈 스코어’는 평결 이후 다소 높아졌다가 제자리를 찾은 것을 제외하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또한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버즈 스코어’에서는 애플이 계속해서 삼성보다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두 기사는 사소한 사실 관계에서도 문제를 많이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타임즈는 유고브가 영국의 여론조사기관이라고만 보도하고 실제 여론조사가 어디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마치 조사가 영국에서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한편 아시아경제는 여론조사가 미국에서 이뤄진 것임은 제대로 보도했지만, 조사 대상이 “미국인 5000명(18~34세)”이라고 잘못 보도했다. 유고브는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하며, 다만 얼리 아답터나 18~34세 성인 등 일부 계층을 따로 집계할 뿐이다.

오독하기 쉬운 문장도 많이 보인다. 디지털타임즈의 기사는 애플이 25점, 삼성이 45점이라는 점수만 알려줄 뿐, 그 점수 범위가 -100점(가장 부정적)에서 100점(가장 긍정적) 까지라는 것은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두 기사 모두, 18세 이상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집계할 경우 애플의 ‘버즈 스코어’가 삼성의 그것보다 줄곧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누락으로 인해 기사는 더욱 빛이 바랜다.

버즈 스코어
18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과 애플의 버즈 스코어. 회색 선은 애플, 붉은 색 선이 삼성. (c) YouGov

애플과 삼성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그리고 최근 소송전이 격화되며 한국 언론의 보도는 점점 더 균형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울어진 균형추는 사람들에게 거짓된 정보와 왜곡된 시선을 제공하고, 이는 더욱 균형추를 기울어지게끔 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이대로 균형추가 더 기울어진다면, 우리는 기업 사이의 소송전과 신제품 출시에 대한 소식 대신, 정의의 우리편과 사악한 대제국의 황제가 싸우는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신문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box type=”info” head=”‘미국 평결 이후, 애플 역풍 맞았다’
위 주장에 대한 평가 결과”]

[   ] 아주 믿을만함

[   ] 믿을만함

[✔] 과연 그럴까

[   ] 믿을 수 없음

[   ] 전혀 믿을 수 없음[/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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