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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 14(하): 미소녀 오타쿠! 미소녀와 오덕을 말하다! (모아 편)

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이번 회에선 일본 미소녀 서브컬처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글루스의 파워블로거 절대덕력 모아님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일찍부터 야겜으로 사랑을 알고, 현실의 무의미함을 깨달은 쉬크한 뉴요커. 아직까지 동급생 미사쨔응과의 양호실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가끔 담배를 꼬나무는 로맨틱 가이.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모아 : 멀쩡한 가장이자 능력 있는 직장인… 으로 위장한 채 10년 넘어 일반인 코스프레를 펼치고 있는 미소녀 덕후. 일러스트, 에로게(エロゲー ; 야겜),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 등 미소녀가 등장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 하늘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고, 태산처럼 굳건한 덕력을 자랑한다. 덕력 가득한 블로그 entertainment log(under construction)을 운영 중

응답하라 1997의 시절, 남자들은 여자들을 빠순이라고 졸라 까댔지. 하지만 야동이 비디오로 돌고 도는 아날로그의 시절, 그 남자들은 모두 동급생, 유작, 노노무라 병원 사람들, 애자매 등 야겜으로 디지털 딸생활을 즐겼다. 우리 모두는 마이쨔응의 첫사랑이었고, 레이코의 불륜남이었다.

처음 인터뷰를 기획할 때부터 모아 님을 뵙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덕력의 실드가 두려워 일단 트위터에서 씹덕 좀 소개해달라고 외쳐댔다. 하지만 추천 대상들은 대개 겉핥기나 하며 스스로 씹덕이라 외치는 덕력(德力)이 부족한이들이거나, 덕을 논하기에 너무 어린, 덕력(德歷)이 짧은 이들이었다.

돌아돌아 결국 모아 님께 간청했다. 모아 님은 조심스러웠다. 이거 한 번 잘못 나갔다가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황폐화되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였으리라. 하지만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는 심정으로 삼고초려를 행했고 인터뷰가 시작됐다. 자, 빠순이를 씹어대며 우리의 추억을 이야기조차 못하던 남자들이여. 응답하라, 1997.

어른의 사정으로 하편부터 포스팅합니다.
리수령 인터뷰 14(상): 한 평범한 오덕의 20년 덕질의 역사 (모아 편)
리수령 인터뷰 14(하): 미소녀 오타쿠! 미소녀와 오덕을 말하다! (모아 편)

1. 일본 미소녀 서브컬처 산업의 태동

리 : 이제 본격적으로 미소녀와 캐릭터 등 오덕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당신은 어쩌다 게임, 만화를 넘어 미소녀와 캐릭터에 관심을 갖게 됐나?
모 : 가장 큰 이유는 미술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림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게임도 그림 있는 걸 찾게 됐다. 액션과 슈팅 게임은 움직임을 강조하다보니, 캐릭터가 작아서 볼 게 없었다. 이에 반해 어드벤처 게임은 그림이 크고 예뻐서, 자연스럽게 이게 누가 그린 것인지, 작화가는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도 미술관에 가는 게 소소한 취미이다.

리 : 하지만 일본의 미소녀 캐릭터 일러스트를 ‘예술’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모 : 일본에 이런 특이한 문화가 자리잡은 데는 나름 역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15~16세기의 일본 에도 시대는 전쟁도 없고, 먹고 살만한 굉장히 평화로운 시기였다. 등 따시고 배 따시면 자연히 예술에 관심이 생긴다. 일반인도 풍속화, 풍경화를 집에 걸어놨다. 이를 우키요에(浮世絵)라고 한다. 색감이 굉장히 좋고 매우 화려하다. 그런 게 굉장히 유행해서 사무라이(侍 ; 무사)들은 그걸 가슴에 품고 다니면 싸움을 안 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가지고 다닐만큼 비급문화로 유행했다. 이런 그림들은 고흐와 모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자작나무님 관련글)

카츠시가 호쿠사이(葛飾 北齊) <가나자와의 해일(神奈川沖浪裏)>, 1829-1832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86

리 : 미안하지만 벗는 장면이 전혀 없다(…)
모 : 우키요에 중 마쿠라에(枕絵)는 침실에 누워서 보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대부분 남녀 성기를 과장되게 그린 것이다. 흔히들 춘화(春画)라고 이야기하는 그것으로 딸에게 성 지침서로 주기도 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에로틱하기는 하지만 예술적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미소녀 일러스트를 우키요에, 마쿠라에와 1:1로 등치시킬 수는 없지만, 이러한 흐름에서 볼 수 있으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나는 현대의 미소녀 2D 일러스트를 현대판 춘화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여기는 건전 매체이니까 춘화 보려면 여기로(…) (c)김성모

리 : 일본의 일러스트를 처음 어떻게 접하게 됐나?
모 : 동호회 생활을 오래 했지만 직장 생활 전까지 일본을 가 본 적은 없다. 그런데 90년대 중후반에 들어와서는 애니메이션 쪽으로 유명한 일러스터나 작화 감독이 게임 작품도 내놓는 등 매체간 벽도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재미있고 신기해서 책을 구입하는 등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리 : 20년 전만 해도 화보집, 비주얼 팬북 등 미소녀 일러스트 관련 상품이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았을텐데?
모 : 90년대 초반만 해도 정말 유명한 일부 작품이 아니면 화보집이 없었다. 90년대 초반을 돌아보면 개별 일러스트북이 아니라 LD에 일러스트 부록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조차도 오렌지로드(きまぐれオレンジ☆ロード), 페트레이버(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처럼 인기 작품에 한정됐다. 퀄리티는 상당해서 오렌지로드 CD박스를 구입했을 때는, 양면으로 50장 수준의 일러스트가 수록된 부록이 끼어 있었다..

리 : 그렇다면 본격적인 캐릭터 상품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모 : 90년대 중반 들어서 상품화가 시작됐고, 봇물처럼 나온 건 90년대 후반부터다. 특히 94년 발매된 도키메키 메모리얼(ときめきメモリアル)이 큰 분기점이 됐다. 이 게임은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상업적으로 성공한 기념비적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성우가 노래도 부르고 앨범도 내고 이런 개념이 퍼졌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 개념이었다.

이런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모니터와 사귀면 됩니다(…) (c) KONAMI

리 : 그 전에도 에로게를 통해 수많은 미소녀 게임이 나오지 않았나?
모 : 물론 예쁜 미소녀 캐릭터 자체는 일본의 PC-9801의 에로게(야겜)에서부터 번창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한 상품화는 매우 미미했다. 그 전에는 어디까지나 캐릭터 상품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좀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그 때는 미소녀 게임 개념도 없다. 그림이 주인 어드벤처에 성(性)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보니 미소녀가 나온 거지, 그런 장르로 따로 나온 게 아니다.

리 : 90년대 중반 한국에 동급생을 비롯해서 에로게 열풍이 분 적이 있는데, 당시 게임동호회에서 이 쪽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는가?
모 :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애초에 별로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급생, 유작 등 엘프 게임이 한국에널리 퍼지고 기억에 남는 건 도스브이(DOS/V) 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에로게는 대부분 일본에서만 사용하던 PC-9801로만 발매됐다. 어차피 당시 일본 시장은 PC-9801이 주류였고, 웬만큼 장사가 됐으니 게임 메이커들이 굳이 DOS/V로 컨버팅할 이유가 없었다. 엘프나 실키즈 게임 외에 국내에 들어온 에로게는 양키들이 PC-9801 게임을 컨버팅한 게임들이었다. 코브라 미션(Cobra Mission), 메탈 앤 레이스(Metal&Lace)가 그 대표적 예다.

리 : 9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하면 어떤가? 
모 : 90년대 중후반 즈음부터 게임 잡지의 별책 단행본 일러스트 부록이 딸려 나왔다. 이러면서 일러스트레이터 관련 기사도 자연히 늘어났고, 게임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화됐다. 지금은 게임이 나오기만 하면 3~4개월 안에 화보집이 나온다. 예전에는 원작이 떠서 팔릴만하면 나온 데 반해 지금은 이게 나올까 싶은 것도 화보집은 무조건 나올 정도로 캐릭터 상품화가 당연시되고 있다.

리 : 제작위원회 방식 미디어믹스의 가속화도 이와 함께 일어나고 있는가?
모 : 제작위원회 방식의 미디어믹스가 최근의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제작위원회를 두고 미디어믹스를 전개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 서브컬처 컨텐츠가 많이 나오는 데 반해 당시는 서브컬처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예전의 제작 위원회는 만화에 애니, 소설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 계획을 세우고 처음부터 움직였다. 그래서 그 때는 뭔가 대작이 나온다 싶으면 제작위원회를 두고 처음부터 미디어믹스를 고려하고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리 : 지금은?
모 : 이에 반해 요즘은 만화나 게임 같은 원작을 애니 같은 다른 매체로 옮길 때도 사용한다. 즉, 의미가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예전에는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애니화’에 한정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시장에 무언가를 내놓고 장사 되는지를 보고 하나하나 내놓는다. 원작이 히트치고 상품성이 답보되면, 애니로 만드는 등 추가로 상품화를 진행한다. 예전은 그냥 대작을 노리고 들어갔지만, 요즘은 대박과 쪽박의 양극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안전하게 인기작을 조금씩 끌어안는 쪽이다.

리 : 캐릭터 상품화가 일상화된 건 미디어 믹스의 영향 때문인가?
모 : 캐릭터 상품이 일상화된 것은 미디어믹스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작품 내에서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다 보니 관련상품이 많이 나오는 쪽에 가깝다. 요즘은 내용이 좋은가를 따지기보다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지가 작품 성공의 관건이 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 일본 미소녀 게임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의 질적 하락과 그 원인

리 : 어쩌다 이런 변화가 생긴 건가?
모 : 개발 환경의 원인에서 시작된다. 일반 게임이 많이 블록버스터화되면서 군소 게임 시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에로게 시장은 일반 게임보다 소규모 팀만 있으면 돈 없어도 성공시킬 수 있다. 동인에서부터 시작해 월희(月)를 대히트시킨 타입문이 그 예다. 너도나도 게임 만들고 싶어하지만 RPG나 액션은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니, 일단 에로게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업체가 많아지고 자연히 게임도 늘어났다. 통판 사이트의 발매 라인업을 보면 한 달에 수십 개의 에로게가 나온다.

별 생각 없이 코미케에 낸 게임인데, 타입문을 최대의 야겜회사로 크게 만들었다(…) (c)type-moon

리 : 양이 많아지는 건 좋은 것 아닌가? 양이 있어야 질이 창출될 수 있을테니…
모 :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짠 팀에서 좋은 게임이 나오기는 힘들다. 어차피 완성도로 승부하기 힘들기에, 소비자 지갑을 노리려면 눈에 많이 띄는 특이한 설정, 캐릭터, 스토리로 나온다. 그래서 특정 캐릭터만 잔뜩 등장하는 게임이 득세한다. 심한 경우에는 안경 쓴 위원장 좋아하는 애들 노려서, 다들 안경 쓴 위원장 캐릭터만 나오는 게임도 있다. 이런 설정으로 가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으니까.

리 : 뭔가 정상적인 소비행태 같지 않다. 벌써부터 덕내가 풀풀 풍기는…
모 : 오타쿠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개성이 강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충성심이 높다. 그래서 어느 게임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회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으면 흔히 말하는 충성파가 생긴다. 성인용 게임 관련 사고가 나거나, 성인용 게임 팬끼리 싸우기도 하는 게 개성이 강해서 그렇다. 한국은 사지도 않고 싸우지만(…) 일본은 소비가 충성심의 척도라서, 그런 팬들만 노리는 게임이 나온다. 기본 판매량이 일단은 보장되니까 소수의 성향을 맞추는 것이다. 나만 해도 좋아하는 일러스터가 참여한 게임이라면, 스토리가 어떻든 무조건 산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패키지가 아닌 2000엔 대의 저가형 다운로드 게임 시장이 열리면서 더욱 신규고객을 창출하기 힘들게 됐다. 그냥 자기 좋아하는 게임 하다가, 종종 싼 맛에 속는 셈 치고 사는 식이다.

리 : 결국 이에 따라 게임의 질적 하락이 동반됐다고 생각하는가?
모 : 에로게 역사로 따지면, 90년대를 평정한 빅3 제작사가 있었다. 엘프, 아리스, F&C가 그들이다. 90년대에는 이들이 거의 성인게임 시장을 평정했다. 그 때는 나름 작품성도 있고, 잘 팔리는 게임은 몇 만장을 넘겼다.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끈 리프, Key, 타입문의 게임들도 나름의 테이스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야말로 특이한 컨셉, 세부적인 모듈화로 밀어붙인다. 나는 안경파, 나는 긴 생머리파, 나는 검도소녀파… 이런 층이 딱딱 나눠지기 시작한다. 이런 니치 마켓 중 니치 마켓을 노리는 게임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캐릭터 이전에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많이 약해졌다.

2001년 출시된 렌즈의 저편(レンズの向こう側)은 안경 갈아입히기 시스템을 탑재한 선진형 게임이었다. (c)MINA

리 : 미소녀 게임 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모 : 예로 라이트 노벨(light novel, 일본의 서브컬처 소설 장르의 하나. 약어로 ‘라노베 ラノベ’)을 들어보자. 은하영웅전설(銀河英雄伝説)을 라이트 노벨로 볼 수 있을까? 은하영웅전설은 라이트 노벨로 보기도 하지만, 스페이스오페라, SF판타지, 라이트 노벨 등 현지에서도 분류하는 사람 마음대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라이트 노벨로 보기는 좀 힘들다. 라이트 노벨의 특징 중 하나가 단권성이 강하다는 거다. 한 권에 이야기가 끝나서 굳이 다음 권을 안 봐도 되고, 심지어 1권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은하영웅전설은 그렇지 않다.
비단 은하영웅전설뿐 아니라 예전 판타지는 앞 부분 안 보면 내용 연결이 잘 안된다.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세계관도 숙지해야 한다. 로도스도 전기(ロードス島戦記)는 소드월드라는 방대한 TRPG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요즘 라이트노벨은 스토리나 세계관이 많이 빈약하다. 캐릭터로 커버해야 하다보니 매력적인 캐릭터에 집착하거나, 예쁜 삽화에 신경 쓴다.

리 : 대놓고 수준 낮다고 까는 것 같다.
모 : 사실 요즘 라이트 노벨 작가가 많이 어리다. 80년대 이후생이 많다. 입상하는 사람들 중에 87년 생도 있고 그렇다. 어리다고 놀리자는 건 아닌데(…) 스토리 유연함, 개연성, 문체에 세련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캐릭터, 황당한 설정으로 커버하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단권성으로 내놓다보니 더욱 캐릭터 소설이 되어 버린다.

리 : 이것도 에로게와 마찬가지로 안전빵 정신이 깃들어 있는 건가?
모 : 언제나 업계는 소비자를 주시한다. 인기 라이트 노벨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의 작가 하시모토 츠무구(橋本紡)는 일반 소설가로 전향한 사람인데, 요즘 라이트 노벨 욕한다고 일본 서브컬처에서 까이고 있다. 그가 한 말은 대충 ‘13권이 나오면 10권은 표지에 팬티가 노출된다, 민망해서 딸을 데리고 라이트 노벨 서가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인데, 씁쓸하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수위도 성애묘사가 없을 뿐이지, 은근 야시시한 부분이 많고 딱히 개연성이 없을 때도 많다.

리 : 이들로부터 소재를 제공받는 애니메이션은 말할 것도 없겠다(…)
모 : 건담이 잘 보여준다. 보통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機動戦士ガンダム:逆襲のシャア ; 통칭 뉴건담)를 기준으로 우주세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예전 오타쿠 층에서는 우주세기 이후 건담을 애들이 보는, 시류에 편승한 건담으로 좀 폄하하는 건 사실이다. 반대로 우주세기 이전은 인류의 미래와 인간의 고뇌가 담긴 작품으로 높게 평가하고… 건담은 심취해서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현상이 건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예로 신기동전기 건담 W(新機動戦記ガンダムW ; 통칭 윙건담)같은 경우는 꽃미남 때문에 동인지도 많이 나오고 온갖 캐릭터 상품이 판을 친다.
여기에 대해 기동전사 건담( 機動戦士ガンダム ; 통칭 퍼스트 건담), 기동전사 Z 건담(機動戦士Zガンダム ; 통칭 제타 건담) 팬들은 땅을 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주세기 건담을 본 층들은 나이가 들어서 이탈하니까, 우주세기 건담이 계속 나온다고 예전만큼 잘나가기는 힘들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나이에 맞춰서 주인공의 고뇌나 세계관은 이전보다 많이 가벼워지고, 로봇 활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윙건담의 꽃미남 5인조, 꽃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주세기 건담 팬들은 분노했다. 그러니까 미소녀를 달라고(…) #틀려! (c)BANDAI

리 :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모든 문화가 다 가벼워진 것 같은데…
모 : 예전에는 라이트 노벨 뿐 아니라 성인 소설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었고, 게임도 마찬가지다. 실제 성행위, 시추에이션이 넘치는 게임은 예전에도 막장 엄청 많았다. 지금 보면 90년대에 어떻게 이런 게임 나왔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아예 속살밖에 안 보인다. 예전 게임은 야시시한 부분이 많고, 속살이 많이 드러나도 그 배경에 스토리가 있었고, 개연성도 있었다. 최소한의 기승전결은 갖추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냥 대놓고 벗긴다. 스토리가 증발하면 그림 보는 재미만 남고, 게임에 대한 평가도 그림체와 캐릭터로 갈려 버린다.

리 : 아즈마 히로키(東浩紀)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사회(動物化するポストモダン オタクから見た日本社會)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다.
모 : 그 책 내용이 꽤 적절하다. 지금은 고심해서 세계관와 캐릭터를 짜지 않는다. 그냥 라이브러리에서 뽑아온다. 적당히 하렘물에 주인공은 우유부단한 스타일 넣고, 소꿉친구 등 필요한 모에 속성 캐릭터 몇 넣고 하면, 작품이 하나 만들어진다. 네티즌들이 장난으로 ‘러브코미디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일’과 같은 리스트를 만드는데, 이 안에 웬만한 거 다 있다. 이렇게 특정 취향만 만족시키다보니 작품 고유의 색깔이 많이 없어졌다. 게임을 하건, 소설을 보건 어떤 캐릭터가 어땠다만 기억 남고 어떤 작품인지 기억 안 난다. 작품이 이야기하는 건 사라지고, 이 캐릭터가 왜 매력적인지만 생각에 남는 경우가 많다.

리 : 이래저래 까도 일본의 소비시장 하나는 정말 부러워할만 한 것 같다.
모 : 일본은 기복이 있지만 시장이 크고 소비가 습관이 되어 있다.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어디에 편중되건 기본적으로 구매층이 탄탄하다. 가면 갈수록 장르가 살색으로 뒤덮이고, 벗기는 쪽으로 너무 가기는 하지만 구매력은 어디 안 간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브컬처가 가벼운 방향으로 획일화되는 건 곤란하다고 본다. 지금 대만과 한국을 제외하면 이 문화가 통하지 않는다.

리 : 남의 나라 걱정까지 하다니(…) 가뜩이나 독도 가지고 난리인데(…)
모 : 아무튼(…) 예전 일본의 콘솔 게임은 글로벌 스탠다드였다. 미국 버전, 영문 버전으로 컨버팅되어서 바로 수출됐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해외 시장 타겟으로 만들지 않는 한 나가지 못한다. 캐릭터, 스토리도 모두 북미, 유럽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덤으로 일본이 들어간다. 일본 시장만으로 못 먹고 사니까. 서브컬처도 일본 안에 갇혀서는 발전이 힘들다고 본다.

리 : 뭔가 FTA를 주장하는 세력의 이야기 같다. 만화는 어떤가? 만화는 서브컬처인가?
모 : 좀 애매하다. 관련이 없지는 않은데, 만화시장 자체가 서브컬처 대변할 메이저 시장은 아니다. 슬램덩크라거나 드래곤볼 같은 메이저 히트작은 일반인도 다 안다. 만화는 시간 때우려고 만화잡지 사는 등 라노베(라이트 노벨)보다 소비성이 훨씬 짙다. 한 번 보고 버리고, 그거 주워서 파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소비가 활성화되어서 저변이 미소녀보다 훨씬 확대된 것은 맞는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은 대개 유명 작품들 정도다. 또 메이저라고 하기에 사회적 시각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본도 소비층은 물론 두텁겠으나 한국과 엄청 다르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전히 애들이 보는 문화라는 시각이 꽤 크다.

리 : 이미 글로벌 작품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모 :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만화는 나루토원피스다. 이 두 만화를 내놓은 곳이 점프 코믹스인데, 사실 이 곳은 시작부터 좀 글로벌하다. 점프 코믹스가 내세우는 사랑, 용기, 우정… 이런 건 어디서든 먹힌다. 이러한 가치를 큰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로 구현해내니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거다. 원피스는 애초에 무국적이고, 나루토의 닌자도 이미 글로벌한 캐릭터다. (미국 거주자이자 만화연구가 capcold님 주 : 대중적 판매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건 나루토고, 나머지 둘은 좀 쳐진다고 함)

세계 시장을 씹어먹다시피하는 세 만화 (c)shueisha

리 : 만화시장에는 앞서 말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인가?
모 : 만화도 요즘 위기라면 위기이다. 점프나 챔프도 글로벌 컨텐츠가 그리 많지 않다. 요즘은 취향이 다양화됐다고 했는데, 고객의 니즈 자체가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혔다. 이제는 훨씬 다양한 컨텐츠를 필요로 하게 됐다. 그래서 안에 실린 만화도 소품종 다변화의 성격을 띠게 되고, 단행본도 아마존 재팬의 예약 페이지를 보면 한정 소량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려다보니 10개 중 8개 정도는 니치 마켓을 노리게 되고 글로벌화, 시장 확대에는 되려 장벽이 되어 버렸다.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대형 히트작을 걸고, 나머지는 좋아하는 캐릭터 보고 사라는 식이다.

3. 위기의 미소녀 캐릭터 서브컬처와 양산형 오타쿠

리 : 그런데 이런 현상이 오타쿠의 세대 분화를 낳은 것 같다. 요즘 오타쿠들은 예전 오타쿠와 달리 집착하고 연구하기보다, 소비에만 매달리는 양산형 오타쿠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모 : 오타쿠에 대해 연구를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오래 해보면… 자기가 더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도 그냥 웃고 즐기고 끝났으면 취미였을 거다. 그런데 이 만화를 누가 그렸을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작품이 어떨까? 이렇게 한 번 더 생각하고 자료를 찾게 되다 보면 개똥철학이지만 나름의 그 작품 보는 방법론이 생긴다.
이런 것을 가져야만 오타쿠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예전 세대와 현 세대간에 언급한 차이가 드러나는 건 사실이다. 그냥 즐기는 건 오타쿠가 아니라 소비에 불과하다면 현세대 오타쿠는 예전 의미의 오타쿠로 보기 힘들다.

리 :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모 : 잘 알려진 예로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 エヴァンゲリオン)을 보자. 단순히 액션신이 멋지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오타쿠로 불리지 않는다. 이런 정도를 넘어서 사도의 넘버링은 어디서 오는지 소스를 찾아보기도 하고, 각 장면과 이벤트는 무슨 의미가 있을지 나름의 분석을 하면 오타쿠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요즘 인기를 끄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魔法少女まどか☆マギカ) 같은 경우, 마도카가 추구한 엔딩의 의미가 무엇이고, 캐릭터나 유머의 복선을 치밀하게 연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리 : 마마마를 까다니… 길에서 테러당할 듯(…) 여하튼 어쩌다가 이런 차이가 생기게 됐다고 생각하나?
모 : 지금은 작품이 너무 많이 나온다. 예전 경우는 향유할 컨텐츠 수가 많지 않았고, 자연히 이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봐야할 게 너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한 작품을 보고, 다른 자료 보고 생각할 시간보다 연결된 다른 컨텐츠를 소비하기 급급하다. 관련 작품도 한둘이 아니고 따라가다 보니 한도 끝도 없이 소비가 소비를 낳는 현상이 일어난다.

리 : 오오… 평생 덕질만 하다 죽는 알찬 인생! 훌륭한 시스템이다!
모 : 이제는 감상하고 머리에 담는 속도보다 소비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콜렉터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게임뿐 아니라 라이트 노벨도 마찬가지다. 라이트 노벨도 2~3개월만에 다음 권이 나온다. 고만고만한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 셀렉션도 힘들고, 예전처럼 소수의 작품을 심도 있게 파기보다는 그냥 특정 부류 컨텐츠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리 :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작품 질이 낮아졌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모 : 나이 든 오타쿠가 이런 이야기하니 좀 꼰대같기도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걱정을 하기는 한다. 90년대에는 조금이라도 생각이 깃들어 있는 희망적인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왔다. 로보트 카니발(ロボットカーニバル)처럼 작가주의 성향이 물씬 담긴 애니메이션도 있었고,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가이낙스(GAINAX)의 초중기 작품들처럼 내용이 괜찮은 애니메이션도 많았다.
요즘은 그런 게 별로 안 나오고, 원작과 캐릭터성을 토대로 성공하는 게 대다수다. 애니메이션이 시즌제로 3개월에 한 번씩 물갈이가 되는데, 오리지날은 거의 없고 인기 많은 라이트노벨이나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다. 오리지날은 분기당 다섯 편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안전빵’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관련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손쉽게 손익분기를 맞출 수는 있지만 다양성이나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보트 카니발의 Presence 중 한 컷, 작품의 내용은 물론이고 서정적인 작화와 영상도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c)Studio APPP

리 : 소비만이 아닌 창작이 동시에 일어나는, 적극적 오타쿠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동인지(同人誌) 시장은 어떤가?
모 : 요즘은 동인지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시장 동향을 보면 분기별로 대세인 애니메이션과 캐릭터가 있다. 그런데 얘네들이 전부 벗고 시작한다.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 성격도 드러나지 않고, 한 페이지 넘기면 교태 부리며, 벗고, 살을 섞는 에로 동인지가 완전 주류로 자리잡았다.

리 : 그렇다면 예전 동인지는 에로가 주류가 아니었다?
모 : 예전 동인지의 묘미는 원작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일본식 RPG(롤플레잉게임)는 플레이 시간이 길고 멀티 엔딩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주인공과 히로인이 맺어진다. 이 과정에서 서브 캐릭터는 배재된다. 하지만 서브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부터 창작 의욕이 발동해서, If 루트, If 스토리가 동인지에 다수 등장했다. 주인공보다 서브캐릭터를 부각시킨 스토리 만들고, 히로인 아닌 다른 애랑 맺어지게 하는 등 원작에서 볼 수 없는 동인물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요즘은 싹 죽었다.

리 : 왜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모 : 벗기지 않으니 안 팔리니까. 전연령 동인지도 거의 없어졌다. 예전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담긴, 짧은 단편이 있었지만 그 시장 자체가 없어졌다. 똑같이 If 스토리를 만들어도 일단 벗어야 하다보니 한계가 뚜렷하다.

리 : 팬픽과 유사한 소설류는 어떤가?
모 : 글만 들어가 있는 건 별로 없었고, 그림과 스토리가 혼재된 짧은 라이트 노벨 형식은 지금도 좀 나온다. 보통 일반인보다는 프로 중심으로 나온다. 요즘 같은 경우 코미케(코믹 마켓, Comic Market: 동인지 판매 행사)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일반 부스와 회사가 참여하는 기업 부스가 따로 있다. 기업 부스에서 게임 회사는 팬디스크를 팔고, 출판사는 작가가 유명 작품의 이후 단편 스토리를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소설을 내놓는다. 일반인 작가가 쓰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이 그림 있는 것만 찾아서 그림 잘 그리는 일러스터와 조인해서 내놓는 정도다.

리 : 이렇게 되면 오타쿠는 더 욕먹는 시나리오로 갈 것 같다. 예전처럼 레벨이 높아 보이지도 않으니.
모 : 이제는 아예 대놓고 키모오타(キモオタ ; 기분 나쁜 오타쿠)라고 부른다. 또 귀여운 것만 찾는 오타쿠는 모에부타(萌え豚 ; 모에돼지)라고 한다. 우리 말로 하면 ‘씹덕’정도 되는데, 희화화된 느낌보다는 경멸의 어감이 세다.

리 : 모든 오덕의 희망 전차남(電車男)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모 : 전차남 드라마 1화에 이런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아키하바라에서 지하철 올라가고 있는데, 여자랑 부딪힌다. 여자가 물건을 떨어뜨리고 남자가 주워주는데, 여자가 병균 보듯 ‘고맙습니다’라고 내뱉고는 받은 물건을 몰래 버리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니까 과장됐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과장된 것도 아니다.
사람이 뭔가에 심취하면 외모도 바꾸려 하지 않고, 사회성도 부족하게 된다. 주고 받고 주고 받고 하며 같은 관심사 주고 받아야 하는데, 자기 좋아하는 이야기만 잔뜩 하고 이상한 용어 꺼내다보니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경우가 많다. 원래 사람이 좀 언유주얼하면 까고 그러는 게 일반적인지라… 그렇게 소외되다 보니까 자기 세계에 더 빠져든다.

현실에 이런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야겜하세요. 일본어도 늘고 모니터 안 여자친구도 생깁니다. 야겜하세요. (c)Toho

리 : 이건 그야말로 사회 최하층의 불가촉천민 같다(…)
모 : 특히 에로게 오타쿠, 성인용 미소녀 게임을 즐기는 오타쿠는 오타쿠 중에서도 최하층 오타쿠라 볼 수 있다. 2ch같은 거대 게시판에서도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취향이 다른 것뿐, 틀린 게 아닌데 틀렸다는 쪽으로 가니까 이 계열 오타쿠들은 자기 혐오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당장 덕페라거나(…)

리 : 다들 그렇게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거다?
모 : 이쪽 서브컬처에 심취해 대인관계나 학업, 직업 등을 등한시하는 문제가 가끔 생기고, 일반인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타쿠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러다보니 미소녀 서브컬처 취미를 가진 오타쿠들은 자기 혐오로 나아가는 경우까지 있다. 덕스러운 취미와 일상 생활의 조화를 꾀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오덕스럽지 않게 오덕 생활을 유지하려면이라는 나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리 : 서로 상처를 핥을 수 있는 오덕 모임을 활성화해야겠다.
모 :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다. 내가 원화가 이야기를 정리해서 올리는데, 여기에도 악플 잘 달린다. 뭐가 틀렸고, 뭐가 틀렸고 하며 흥분하는 애들 많다. 나야 뭐 별로 반응은 안 한다. 막말로 내가 결혼 빨리 했으면 아들 뻘인 애들이랑(…) 키배해서 뭐하겠나? 그런데 오덕질 중에서도 특정 분야로만 계속 빠지다보면 심기 건드릴만한 글도 아닌데 과민반응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예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에 대해 라푼젤 – 디즈니표 모에 캐릭터 탄생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굉장히 발랄한 미국 10대 소녀처럼 귀엽게 나오는데, 일본의 아양떠는 모에가 아니라 미국식 당당한 모에로 보였기 때문이다. 딱히 욕하는 글도 아닌데 엄청 악플이 달렸다. 가서 야겜이나 더해라는 식이다. 한 쪽으로 치우친 글을 안 쓰는 나도 그런데, 시비 걸만한 글을 쓰면 얼마나 많은 싸움이 나겠는가?

리 : 따지고 보면 오타쿠가 대차게 까이는 이유가 이상한 자부심이다.
모 : 지금 세대 입장에서는 늙은 오타쿠가 선민의식 발휘한다고는 하지만, 폐쇄성은 정말 버려야 한다. 내가 덕질을 해봐서 아는데(…) 서브컬처에서 선민의식이나 독점욕은 정말 신기루 같은 거다. 뭔가를 되게 좋아할 때, 그거 씹히면 욱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캐릭터는 공공재다. 싫어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는 거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캐릭터가 완전히 분화된 세상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다.

리 : 마지막으로 구세대 오타쿠로서 신세대 오타쿠를 까는 신선한 꼰대 정신을 발휘해 달라.
모 : 예전에는 서브컬처가 그만큼 많이 퍼지지도 않아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했고… 또 같은 매체라 해도 간간히 실험적 작품도 많이 나왔고, 애니메이션 명작 취급받는 작품들을 만든 사람들이 1세대 오타쿠이고 그 질도 높았다. 애니메이션이 매체일 뿐이지, 영화나 대하 역사 장편에서 보일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가이낙스의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조차 자기가 스스로를 오타쿠라 칭한 1세대 오타쿠인데, 요즘은 오타쿠를 비판한다. 자기가 있었던 세대의 오타쿠가 좋았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세대는 좀 변질되고 문제가 있다는 거다. 예전에는 서브컬처를 두고 호응하고 분석하고 그 내용을 많이 쓰기도 하면서 소화를 했는데 지금은 소비만 하는 쪽이다 보니 외연 확대는 안 되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안노 히데아키가 말합니다. “이왕 오덕이 되려면 승리한 오덕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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