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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안철수, 물뚝심송·미디어오늘에 "법적 조치 검토 중"

정치의 본질은 평화롭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다. 피해가 불가피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정치는 제시해야 한다. 부조리와 부당함에 저항해야 하고, 올바름과 정의를 추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과 ‘소수’가 아닌 ‘공동체’를 우선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정치인 개인의 권리와 인격은, 모든 국민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정치인은 때로 비공인인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덜 보호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의 영역이다.

정치인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물이라도 하더라도 그 표현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사회의 공적 가치를 위한 것이고, 그런 표현을 하게 된 동기와 과정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명예훼손 행위는 법적으로(달리 말하면, 사회적으로) 용서된다(달리 말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안철수, 물뚝심송 미디어오늘에 ‘법적 조치 검토 중’ 

국민일보는 오늘 자(2015년 12월 16일) 기사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죠’ 안철수 과거 발언 사실인가…페북지기 초이스”를 통해 안철수 의원실이 “물뚝심송(박성호)와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민일보 안철수

우선 안철수 의원실에 국민일보의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현재는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로 까지만 말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실은 슬로우뉴스의 재확인 질문에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한 번 더 확인해줬다. 나는 “(이 문제는) 말과 말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고 질문했고, 안철수 의원실은 물뚝심송의 글이 안철수 의원실에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공식적으로는 법적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물뚝심송의 입장 

당사자인 물뚝심송에게 이번 ‘사건’에 관해 물었다. 이하 물뚝심송과의 일문일답.

– 일단 소감.

화가 나지는 않는다. 대신 언론계 언저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안철수 의원실의 언론 대응이 미숙하다고 느꼈다.

– 어떤 점이 미숙하다고 판단하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봤을 때 대선 후보급 정치인이 온라인 저널리스트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안철수 쪽에서는 글이 올라갔을 시점(2014년 3월)에 안철수 의원실에 문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확히 14년 3월 25일, 당시 물뚝심송 블로그에 “안철수의 미래”라는 글을 발행했다. 그 글의 취지는 글 본문에서도 밝혔듯, 안철수 의원의 노동관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바뀌었다면, 분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안철수 의원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취하는 글이라서 따로 의원실에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승로그

– “과거의 노동관”이라 했는데.

제보자가 밝힌 내용은 이미 오래전에 안철수가 회사 내부에서 했던 발언이다(- 노조가 생기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회사 접어야죠.”). 안철수 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에 일이었다. 당연히 안철수 의원의 생각은 당연히 바뀌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노동관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 취재원에 대한 신뢰가 기술적인 쟁점이다. 얼마나 신뢰하나.

제보해 온 취재원에 대해선 내가 의심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안랩에서 10년 이상 근무해 온 분이었고, 안철수 의원과 전혀 이해관계가 없었다. 제보자의 신분은 비공개를 약속했기 때문에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는 밝힐 생각이 없다.

– 개인적으로 ‘법적 조치 검토’는 과하다고 본다. 더군다나 1년 반이 더 지난 시점이다.

과하거나 부족하다기보다는 안철수 의원실의 언론 대응이 미숙한 것으로 보인다. 악의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리스크 관리가 안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 이번 ‘법적 조치 검토’는 최근 새정연 탈당과 관련이 있다고 보나.

관련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탈당으로 인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그 와중에 안철수 의원실에서 제대로 된 언론대응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물뚝심송 혹은 박성호

물뚝심송(박성호)

– 발행한 글은 사회적인 공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가(위법성 조각 문제). 

당연히 그렇다고 본다. 안철수는 대선 후보급 정치인이고, 그의 노동관은 유권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의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청하는 글이었다.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그럴 이유도 없다.

안철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동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말을 안하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대목에서 나는 안랩의 CEO로서의 안철수가 안랩의 직원들에게 했던 말 한마디를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안랩의 꽤 오래된 직원들이라면 많이들 기억하고 있을만한 이야기이며, 현장에서 그 얘기를 직접 들은 안랩의 당시 직원의 얘기를 인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혀 둔다.

사내에 구성된 소규모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안랩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던 시점에 나온 질문이다. 몇몇 직원들이 안철수에게 “만약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때 안철수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회사 접어야죠.”

그리고 이 질문을 한 직원들은 말문이 막혔고,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저 대답이 상당히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또 한 편으로는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대기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답변이라서 익숙할 수도 있겠다.

노조가 생기게 되면 회사를 접겠다는 말, 그 정도로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노동운동 자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 자체를 부정하는 저 답변이 지금도 안철수 의원 본인의 입장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 물뚝심송, 안철수의 미래 중에서 (2014년 3월 25일)

그리고 지금이라도 안철수 의원 본인이 본인의 노동관을 밝힌다면, 내가 제기했던 의혹과 질문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겠나. 오히려 내가 안철수 의원의 입장이었다면, 이런 의혹 제기는 고마웠을 것이다.

– 어떤 측면에서 고맙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기회를 주는 거니까.

최근(2015년 12월 10일) 방통심의위 심의규정 개정도 그렇고, 박 대통령의 복면 금지 발언도 그렇고, 사회 전반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사건을 논평한다면.

실제로 박근혜 정부 이후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안철수 의원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아쉬움이 있다.

66675675(1)– 요즘 근황은.

책을 하나 써서 팔아먹으려고 고심 중이다. [어쩌다 한국은: 우리의 절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라는 책이다. 

– 책 제목이 현재 상황과 결합해서 묘하게 울림이 있다. 

(…)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주류 매체에 속해 있지 않은 독립 저널리스트로서 나름으로 저널리즘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제보자의 제보를 단순히 인용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절차를 거쳐 충실히 체크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글이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표한 글이었다. 독자들께서는 부디 이 점만은 알아주시길 바란다.

미디어오늘의 입장 

이하 미디어오늘의 입장은 (아직) 미디어오늘이 고소대상이 아님을 전제로 전해 온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만약 명예훼손) 고소가 진행된다면, 입장을 더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안철수 의원이 블로거의 글과 이를 인용한 언론 보도에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당연히 언론은 진실을 말해야 하고 그건 블로거도 마찬가지다. 공론의 장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때 그 글이 만들어낼 피해는 글을 쓴 사람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 글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허위의 사실을 담고 있을 경우 이를 입증하고 논박하는 것과 이를 법적으로 처벌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공인의 경우는 또 다른 층위의 문제다.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 고소를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걸 안철수 의원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공인의 명예를 국가와 사법기관이 보호한다는 게 형사권 남용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공인의 공적 활동은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허위 사실이나 부당한 음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을 경우 필요하다면 민사 소송으로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비판이 공론의 장에서 이뤄졌다면 공론의 장에서 해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게 맞다.

특히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의 경우는 현실적 악의가 있느냐의 여부가 유죄 판단의 기준이 될 텐데 물뚝심송 님의 글에 악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 같은 공인은 얼마든지 대중에게 본인의 입장과 의사를 전달할 경로가 많고 물뚝심송 님보다 더 큰 여론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왜 공론의 장에서 제기된 비판을 검찰과 법원의 힘을 빌려 반박하려고 하는가.

싸워야 할 때와 희생해야 할 때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싸울 수 없고,
스스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희생할 수 없다.

김현 (문학평론가)

나는 정치인 안철수에 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여기에는 정치인과 비정치인이 따로 없다. 정치인은 세상의 모든 부조리에 저항해 싸워야 하고, 그것은 정치인의 의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싸우는 것은 오히려 쉽다. 더 큰 정치의 이상은 ‘희생’에 있다. 더 높은 가치, 더 많은 희망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고, 스스로 잘못을 돌아보는 것. 안철수에게 부족한 것은 혹시 그런 것은 아닐까.

제공=포커스뉴스

제공=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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