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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영 관세사 뭐길래

앞선 이야기에서 음반 CD의 관세율은 8%라고 밝힌 바 있다. CD는 음악이나 데이터 등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광디스크를 말한다. 그런데 같은 CD라도 음악을 재생하는 CD는 관세율이 8%고,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CD는 관세율이 0%다. 왜 그럴까?

같은 CD 다른 관세율? 음악 8% vs. 컴퓨터 S/W 0%

수입물품의 관세율은 기본적으로 관세에 관한 국제협약(일명 HS 협약)에서 만든 HS코드(HS Code)라는 코드값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대외 무역거래 상품을 숫자코드로 분류하여 관세율 적용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관세나 무역통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HS Code는 총 10자리로 앞 6자리까지는 국제 공통으로 사용하는 코드이고, 뒤 4자리는 각 나라에서 자국 실정에 맞게 세분화해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음악 CD의 HS코드는 ‘8523.49-1020’다.

  • 일명 ‘HS 협약’의 정식 명칭은 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에 관한 국제협약(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

여담으로 관세사 2차 시험에는 ‘관세율표 및 상품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나도 수험생 시절엔 이 수많은 숫자를 외우느라고 참 멍때린 적이 많았다. 심지어 길가에서 자동차 번호판만 봐도 연상작용이 일어나곤 했다. 다른 전문 자격시험에서는 보기 힘든 단순무식하지만 독특한 방식의 고충이었다.

뭐가 이렇게 외울 게 많아! https://flic.kr/p/iiuCYF Marco, sorrow, CC BY
HS코드… 뭐가 이렇게 외울 게 많아! (출처: Marco, sorrow, CC BY)

다시 돌아오자.

‘관세율표’란 간단히 말하면 관세법에서 특정 수입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하여 세율을 정한 것이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우리니라 헌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율표는 엄격한 조세법률주의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관세법에 관세율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물품을 1개의 HS코드로 분류하기 위한 통칙 규정을 둔다. HS 해석에 관한 통칙으로 1개의 물품은 오로지 1개의 물품에 분류되어야 한다는 ‘일물일처’의 원칙을 위한 총 6가지의 순차적 분류 적용 방식을 규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HS코드 분류를 놓고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에 상반된 의견이 발생하기도 한다. 당연히 돈 문제다.

Rober Couse-Baker, CC BY + Tax Credits,  CC BY
당연히 문제는 ‘돈’이다. (합성, 원본 출처: Rober Couse-Baker, CC BY + Tax Credits, CC BY)

백라이트 – 발광다이오드냐 TV 부품이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관세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일반상식으로 판단해보기 바란다.

삼성과 LG가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LCD 패널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패널의 배면에는 조명용 LED 백라이트가 결합한다. 백라이트는 그 품명상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이면서 LCD TV의 부분품이기도 하다. 이를 HS코드 분류관점으로 접근하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할 수 있다.

  1. 발광다이오드인 8541호(이하 생략) = 관세율 0%
  2. LCD TV의 부분품인 8529호 = 관세율 8%

어느 HS코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은 0%와 8%로 달라진다. 어느 것이 맞을까?

오랫동안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관련 수출입업체의 백라이트에 대한 HS코드 의견은 8541호(관세율 0%)였으나 2014년 과세관청은 8529호(관세율 8%)로 적용해 HS코드를 변경하도록 결정했다(기술적·이론적으로 봤을 때 나는 과세관청의 결정이 옳다고 본다).

Geoffrey Fairchild, CC BY https://flic.kr/p/8t4zk9
Geoffrey Fairchild, CC BY

하나의 물품, 하나의 HS코드, 다양한 의견 

중요한 것은 하나의 물품이 하나의 HS코드로 분류되지만,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다양한 분류 의견이 나올 수 있고, 납세와 절세의 측면에서는 서로 대립각이 설 수 여지가 다분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관세 제도가 납세자 자율에 의한 신고납부 방식을 택하고 있어 HS코드의 일차적인 결정 주체가 물품을 수입하는 납세자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물품을 수입함에 있어 HS코드 분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세관청에서는 HS코드 분류 오류로 인한 납세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품목분류사전심사, 과세전 적부심사 등의 제도장치를 통해 최대한의 합리적 과세를 진행한다. 또한, 납세자의 기존 수입신고 실적에 대해 변경된 HS코드로 결정할 경우, 특히 추징세액이 발생하게 될 때에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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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목분류 사전심사: 수출입자가 스스로 HS코드 분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신청에 따라 관세평가분류원에 법적 효력을 갖춘 품목번호를 결정하도록 한 민원회신제도.
  • 과세전 적부심사: 납세고지 전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해 납세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불복사유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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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속도 못 따라가는 HS 품목분류표 

반면에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HS 품목분류표가 기술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가 즐겨보는 TV도 브라운관을 거쳐 PDP, LCD TV로 진화했고 지금은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체발광형 OLED TV가 상용화된 지 오래다. OLED 패널도 TV, 휴대폰, 모니터 뿐만 아니라 네비게이션(Navigation), 광고판 등 여러 가지 제품의 부분품 용도로 활용되고 있고, 접거나 둘둘 마는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윈도우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규 개발품을 멋지게 만들었는데 막상 수출입 하려고 하면? HS 품목분류표에 해당 물품이 안 보일 것이다.

Jordiet., CC BY SA https://flic.kr/p/27kysx
항상 제도는 기술이 온 뒤에야 뒤늦게 도착한다. (출처: Jordiet., CC BY SA

“이 물품 관세율 얼마에요?”

수출입통관 관련 상담을 하면서 많은 질문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0%로 일괄적이지만, 관세율은 물품에 따라 제각각이다. 아는 것처럼 관세율이 0%인 물품도 많지만, 국내 농민 피해가 우려되는 쌀 농작물에 대해서는 513%까지도 적용된다.

연말정산 때마다 계산기 두들겨보고, 급여명세서 보면서 공제세액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처럼 내가 사고 싶은 해외품목이 구매할 때 관세가 얼마나 붙을지, 해외 거래처에서 신규로 계약 체결한 물품의 부대비용이 얼마나 될지 습관처럼 관세율을 따져본다면 생활 속 관세 상식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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