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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 레위기 19장 9절, 10절

성경에 등장하는 이 대목은 마을 공동체의 관습 중 하나를 나타낸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사짓는 마을 공동체에는 역사적으로 독특한 관습이 있었다. 논밭의 곡식을 추수할 때, 모퉁이까지 모두 철저하게 긁어 들이지 말 것. 떨어진 곡식 이삭은 줍지 말 것.

그 이삭은 자기 전답이 없거나 가난한 이들에게 가도록 하는 암묵적인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삭을 누가 주워가긴 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게 누군지 잘 몰랐다. 그냥 으레 누가 들고가나 보다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어느 날 사람 A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청소기를 공짜로 나눠주겠다. 대신 이삭을 모아 우리 상회 웹사이트에서 곡식을 팔지 않겠는가? 수수료는 10%로 하자.”

그래서 사람들은 청소기를 얻어 이삭을 모았다. 그리고 마을 바깥의 도시에 상회를 통해 떨어져 있던 이삭을 모아서 마저 팔았다. 그래서 먹고살 만했던 사람들의 소득은 더 늘었고, 도시 사람들은 쌀 걱정을 좀 덜 하게 되었다. A의 상회는 번창했다. 누군가가 이삭을 못 먹게 된 것 같은데, 사실 중요하진 않은 일이다. 이것이 농업으로 비유한 ‘최초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퍼블릭 도메인 돈 공유 경제 유로

이삭과 유휴자원

앞서 이삭으로 비유한 것들은 현대 경제로 치면 다양한 자원을 모두 포함한다. 공간, 시간, 차량과 같은 재화, 기술, 서비스, 지식. 모든 것들. 그런 것들을 한 경제의 유휴자원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것들이 언제나 사용 중인 건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많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이다. 차량을 자주 타는 것은 아니나 없으면 안 되어서 차량을 가진 사람은 자가용을 놀리기 쉽다.

그런 환경에서 차량을 공유하면 나는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경제와 비즈니스를 각각 공유경제, 공유경제 비즈니스라고 부르면 된다. 즉 실제로 공유(sharing)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rent) 계약을 실시간으로 맺었다 풀었다 하는 것으로 마치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공유경제 기업들의 사업모델은 역시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이런 것이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은다. 그리고 알아서들 계약을 맺고, 대신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공유경제 비즈니스다. 이렇게 말하면 대체 임대업과 뭐가 다르냐고 물어볼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두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공유경제 하에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은 직접 아무것도 거래하거나 고용하지 않는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임대업에 비해서 훨씬 적은 단위를 이용자들이 거래한다는 점. 렌트카와 달리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는 정확히 이용한 거리만큼 비용을 지불한다.

우버 vs. 모범택시 (출처: 우버) http://blog.uber.com/ubervsmobum
우버 vs. 모범택시 (출처: 우버)

유명한 공유경제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의 가치평가는 엄청난 수준으로, 우버는 무려 45조 원, 에어비앤비도 10조 원이 넘는 가치평가를 받았다. 이런 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1. 우선 IT와 모바일 기술이 성숙하면서, 사람들이 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수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삭’이 있다는 사실과 그게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마주쳤으며,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2. 또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세계적인 불황과 양극화로 인해 사람들은 뭔가를 사서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합리적 소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3.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로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자처를 찾아 나섰다.

그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공유경제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룩했다.

이런 공유경제의 순기능은 아주 확고하다. 개인의 입장에서 비용을 아끼기 편해졌고, 공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더 넓은 시장과 만나게 된 것이다. 즉 수요와 공급 모두 효율성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서 양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파괴적 혁신 혹은 그냥 파괴

서두에 언급한 비유로 돌아가 보자. 사람 A는 처음에는 마을 하나와 도시 하나에서 그런 비즈니스를 생각해 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의 유래는 세 명의 공동 창업자가 자기들 방에 매트리스 세 개를 깔고 시작한 것이다. 거기까지는 파괴적 혁신이다.

에어비앤비 창립자들  https://www.airbnb.co.kr/about/founders
에어비앤비 창립자들

그런데 A가 하다 보니 욕심이 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가. 이삭이 떨어져 있는 양은 원래 제한되어 있다. ‘남는’ 자원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그러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확실히 해야 한다.

  1. 더 많은 마을과 더 많은 도시를 끌어들인다
  2. ‘이삭’에 만족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유경제 기업들은 둘 모두를 노리고 있다.

우선 1번 경우, 작년 논란이 된 바 있고 지금도 가시지 않은 우버 논란에서 볼 수 있듯, 많은 공유경제 기업이 전 세계로 진출하는 중이다.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규모는 ‘이삭’의 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휴자원의 공급이 없으면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유지될 수 없지만, 공유경제라는 형태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가져갈 수 있다. 공유경제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막대한 금액을 투자받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그것이다. 잘만 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결국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삭줍기에 만족해야 하는가? 세상의 곡식을 우리 상회를 통해서 거래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1857년 작 (Millet, Des glaneuses , 1857)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1857년 작 (Millet, Des glaneuses , 1857)

더 많은 마을과 도시를 끌어들이는 것이 유휴자원의 ‘양’을 늘리려는 생각이었다면, 이삭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유휴자원이라는 개념을 바꾸려는 생각이다. 즉, 남는 것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아예 빌려주고 빌려쓰는 것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자. 그 부분에서부터 공유경제의 ‘공유’는 본격적으로 다른 것과 충돌하기 시작한다. 파괴적 혁신이 파괴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버는 아예 리무진을 대여하고, 기사를 모아 직접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포인트는 그럼에도 우버가 어떠한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점). 에어비앤비는 원래 남는 방을 숙박용으로 내주는 것이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로 수익을 내기 위해 부동산을 사거나 집을 새로 짓는다. 앞서 언급한 태스크래빗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급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공급하는 사람들이 ‘전업으로’ 그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유휴자원이 고갈될수록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이전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리무진을 빌리고 기사를 모아 서비스를 하면 그건 유사 운송업일 뿐이다. 에어비앤비를 위해 방을 사서 민박 장사를 하면, 그건 그냥 숙박업이다. 태스크래빗에서 생계를 유지한다면 태스크래빗은 그저 아웃소싱 기업과 미국판 알바천국의 중간쯤이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공유하는 ‘형식’과 공유경제 기업들로 인한 경제 자체의 변화다.

공유라는 ‘형식’

공유경제가 소비자들에게 매력이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실제로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싼가 하는 부분이 문제다. 이삭이 실제로 많이 떨어져 있었다면 그건 원가가 공짜에 가까우니 실제로 싸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위해 집을 짓는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비용이 내려가는 것은 실제로 비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숙소의 좋고 나쁨을 기업의 보장 및 손해배상 책임이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의 ‘별점’으로 판단해야 하거나, 소송을 걸어도 주체가 기업이 아니라 이역만리의 외국인이 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바뀌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공유는 자발적이어야 하지 않는가. 태스크래빗이 ‘최저임금’을 인정하게 된 것은 2014년이었다. 즉, 공유라는 형식은 유휴자원이 실제로 있을 때는 가치를 창출하지만, 유휴자원이 아니라 원래 있던 영역에서 경쟁하게 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스크래빗 https://www.taskrabbit.com/
태스크래빗

벌어지고 있는 일은 똑같다. 그러나 구매나 대여가 ‘공유’가 되는 순간, 구매나 대여 상황에서는 기업 자체가 부담했던 위험과 불안정성에 대한 비용이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역으로 전가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단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니 문제가 안 될 뿐이다.

에어비앤비로 원래 임대를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임대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여행자들이 일으키는 소란이나 문제는 방 주인도, 에어비앤비도 책임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숙박업이었다면 문제 제기를 할 곳이 명확하다. 업체가 크다면 손해배상에 관한 문제도 쉽다. 애초에 그런 방을 숙박 용도로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내부화(internalize)되었던 비용이 역으로 외부로 전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소비하는 사람도 실제로 ‘세입자’나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하는 일만 바뀌었는데 입장이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가가 되는 일이 벌어진다.

태스크래빗이 대표적이다. 하는 일은 아르바이트와 똑같은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건 몇 배로 어렵다.

즉, 공유라는 형식만이 오로지 앞서나갈 뿐, 다른 모든 제반 조건은 그대로다. 결국, 노동착취에 관한 문제는 거의 해결이 안 되고, 온갖 종류의 리스크가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런 문제 제기를 공유경제 기업이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공유경제 기업들이 수익을 내는 원천 중 하나가 이런 안전성 확보와 규제 감수 비용을 깎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구를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여건이 안 되는 ‘유휴자원’을 배제해야 하고, 기업이 져야 하는 보증 부담도 커진다. 결국, 보장하는 수준이 비슷해질수록 공유경제 서비스가 갖고 있던 강점이 희미해지고, 비즈니스가 어려워진다.

https://flic.kr/p/2Psbqf Mark Rain, CC BY
공유경제? 안정성과 규제 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출처: Mark Rain, CC BY)

모두가 적이다

공유경제 하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하나 더 있다. 더는 이삭을 줍는 것이 아니라 곡식 그 자체를 거래하게 된 것 까지는 그렇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 도시 사람들이 다른 마을에서 곡식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A의 웹사이트를 보고 그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는 이 마을에서 곡식을 사지 않는다. 그 상황을 타개하려면 내가 가격을 낮춰야 한다.

우버에는 아주 인상적인 기능이 하나 있다. 기사들에게 ‘별점’을 매길 수 있다는 점. 달리 말하면 기사들이 다른 기사들과 더는 동업자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택시를 타던 시절에 별점을 매기는 걸 떠나 기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버는 그것이 가능하며, 에어비앤비로 동네 여관이나 민박집 역시 그와 같은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돌아가면 살아남는 건 가장 좋고 가장 가격이 낮은 서비스뿐이다. 원래도 그것이 시장논리긴 하지만, 공유경제 하에서 자투리 자원까지 실시간으로 묶이게 되면 개개인이 받는 경쟁 압력은 이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기 시작한다. 개개인이 맞이하는 ‘최저가’의 기준이 예전의 업계 단위, 동네 단위보다 훨씬 더 커짐에 따라 가격 인하의 압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이다.

유명 공유경제 기업들이 서비스하는 많은 영역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쟁 구도를 축소시킨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운송이나 아르바이트다. 택시 운임이나 최저임금은 자율이 아니다.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유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이 시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최저가의 기준이 달라졌고 개인들의 서비스를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공급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급격히 확대된다.

직장에 다니면서 택시의 승하차 거부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업주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왜 문제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급자는 퇴근하면 소비자다. 공급자의 소득이 양극화하는 것은 곧바로 소비자의 소득이 양극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여러 시장들 사이의 울타리가 깨지고 연결되면서 시장의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과정이다.

더군다나 공유경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모든 것은 공유될 수 있다. 가장 만만한 것이 차나 집이었을 뿐. 오히려 쉽게 지역을 옮기기 어려운 공간이나 차량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이 되면 어떨까.

이미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지적 노동’에 대한 공유경제를 시작했다.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s)라 불리는 플랫폼이다. 지금이야 별 볼 일 없는 잡일을 거래할 뿐이지만, 온라인 협업 도구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어째서 제3세계의 천재가 내 일자리를 랜선으로 뭉개버리지 못하겠는가? 결국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으로 최저가와 최고인 사람만이 살아남고 절대다수는 상황이 악화하는 글로벌 양극화로 이어진다.

https://flic.kr/p/owu3P David Sim, CC BY
David Sim, CC BY

디지털 유목민과 합리적 소비

유휴자원을 유용하게 써보자고 시작했던 공유경제는 이미 세상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무언가를 소유할 필요성 자체를 낮췄다. 동시에 그런 글로벌한 연결망이 모든 사람들의 베이스캠프를 부수고 도로를 놓는 중이다. 어떤 사람은 그 도로를 통해 다른 사람의 땅을 점령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역으로 점령당할 것이다.

공유경제 하에서 모든 사람은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노동자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얻게 된다. 기업가의 자유와 노동자의 안전성을 동시에 손에 넣기보다는 기업가의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처우를 동시에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로서는 정말로 앞으로의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사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공유경제에서 언급되는 ‘합리적 소비’란 애당초 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차를 사는 대신 빌려 탄다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실업자가 된다. 그런 변화가 어떻게 합리적일 수가 있겠는가? 빌려주고 빌려 쓰는 모습이란 사는 사람이 없어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누가 돈이 있는데도 남의 것을 빌려 쓰고 싶어하는가?

모두가 얼마나 그렇게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어떤 곳에서도 안정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을까? 인간이 얼마나 유목민처럼 살 수 있는지, 또는 인간이 얼마나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서로 시험하고 시험당하는 시대가 왔는지도 모른다. 정부도 인간도 자유롭지 않고 오로지 자본과 기술만이 그렇다. 다수의 ‘생존’과 관계된 문제는 이렇게 다수의 손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Moyan Brenn, CC BY ND https://flic.kr/p/eNgbFm
Moyan Brenn, CC BY ND

[box type=”note”]이 글은 필자가 [20’s timeline]에도 기고해 발행한 글입니다.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했습니다. (편집자)[/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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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댓글

  1. 잘 읽었습니다. 몇 가지 제 의견을 제시하자면…

    1. 글쓴님은 공유경제하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최저가’에 맞추어서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 같은데, 인간이 소비를 할 때 결정을 미치는 요인이 항상 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제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에 집을 본다면, 가격 뿐만 아니라 집의 위치, 분위기, 개인용 화장실 유무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선택할 것입니다. 태스크래빗을 통해서 일할 사람을 모집할 때 고용주가 항상 최저임금만 보고 선택을 할까요? 그 사람의 특기, 기술, 경력 등 기타 특이 사항 역시 고려될 것인데 이런 점에서는 ‘최저가만 살아남는’ 이라는 예측은 너무 비관적이라고 봅니다.

    2.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기존의 사업체들과 비슷한 확장을 하게 됨으로서 역으로 그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유휴 자원을 활용하는 사업 아이템을 버리고 기존 질서에 비슷하게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부분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지속적인 소비위에서 지탱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 공유경제는 당연히 기존의 질서에 위배되고 자본가들의 반발을 사게 됩니다.그래서 ‘차를 사는 대신 빌려 탄다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실업자가 된다. 그런 변화가 어떻게 합리적일 수가 있겠는가?’라는 부분을 보고 약간 재미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자본의 논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노는 차, 남는 방…이런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소비가 되어야 하는 자본주의 근본에 대한 재고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다 돈 벌려고 시작한 것이지만, 노는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못 잡게 되는 상황이나, 남는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더 지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최저임금이나 안전에 관련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는데에 동의합니다.

  2. 공유겅제애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절대 주류가 되어서는 곤란한 것이 공유경제일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3. 인터넷상거래가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물시장이 사라지진 않았어요. 현재의 문제점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모색되어 상품화되지 못한 더 많은 필요와 욕구를 접목하는 노력은 회의적이었던 아이디어 조차 누군가에겐 매력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고요. 이미 10년 전부터 생겨난 서비스로 편의에 따라 단순히 선택되는 국외(특히 미국, 유럽, 호주)의 분위기와 달리 국내에선 법규, 규범, 인식 등으로 부정적으로 자리잡는 것 같아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4.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어떤 신규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가격민감성은 신규이용일때 가장 높게 나타나고 그 이용경험이 많아질수록 가격이외의 다른 요소를 고려하면서 민감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현재 공유경제 플랫폼 서비스의 상당수가 기존의 다른 여러 서비스들과 경쟁하는 신규서비스에 가까운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필자가 우려하는 최저가로의 회귀 자체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틀린말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 그러니까 이들 공유경제서비스 경험이 일반화되었을때에는 다른 양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죠.

    다만 이런 공유경제서비스의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기존 서비스를 대체하는게 아닌 필자의 글에서도 이야기한것처럼 기존 영역의 부스러기에 의존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 서비스들은 기존서비스를 대체하기보다는 신규서비스로서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자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존서비스와의 경쟁에 있어서 공유경제서비스 공급자들은 일방적으로 최저가에 집착하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화보, 소비자의 선호와는 별개로 서비스가격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긴합니다(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는 좋지만 공급자들은 근근히 살아가야되고 이들 또한 다른 면에서는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그리 좋지만은 않은 현상입니다.)

  5. 좋은글 잘 봤습니다^^

    극단적으로 비유를 한다면

    1.공유경제가 기존의 경제를 파괴한다는 생각

    2.공유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생각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써

    새로운 길을 간다는 생각이 들며

    내용의 본질은

    냉정히 자신의 위치를 바라봐야 한다

    기업의 대표 인가 임원 인가를

    그들은 기존의 것을 지키려 저항 할것이며

    법 또한 돈으로 매수해 제한법률을

    레토닉으로 입법 시킬것으로 보여진다

    법은 평등하지 않다 반드시 넣어둬야 한다

    머릿속에 가슴속에

    이미 법 또한

    자본의 논리가 넘어간지 오래 되었다

    당신은 노동자 이면서

    사장 인듯 임원인 마냥 생각하며 행동하는

    어처구니 없는 망각을 갖은 사람들이

    정말 생각보다 많다

    나도 자본가가 될거야 라는

    욕망이다 그 욕망은

    어쩔수 없다

    여하튼

    1번 이던 2번이던

    각자의 수준만큼만 세상이 보일것이다

  6. 댓글보다는 그냥 필자의 생각이 궁금해서 이메일을 보내려고 헀지만, 딱히 이메일을 찾을수가 업군요! 일단, 글은 매우 잘 읽었습니다. 워낙 핫한 느낌의 사업분야가 공유경제이고 갑론을박이 많은 곳은데 좋은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몇가지 제 의견을 제시하자면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실시간으로,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돌아가면 살아남는 건 가장 좋고 가장 가격이 낮은 서비스뿐이다. 원래도 그것이 시장논리긴 하지만, 공유경제 하에서 자투리 자원까지 실시간으로 묶이게 되면 개개인이 받는 경쟁압력은 이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기 시작한다. ”
    이말이 제게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국가관에 대해서는 다들 다르게 생각을 하고 있고 국가의 역할도 역사적으로 바뀌어왔기 때문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견해로 국가는 사회의 발전과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집중해야한다는것이 제 생각이입니다.

    그러한 국가관에서 공유경제라는 파괴적인 모델은 본다는 저는 공유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가격이 싸고 낮은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러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피해자들을 국가가 적절하게 보호해주고 또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을 비롯한 수많은 혁신이 일어났을때에 당연히 기득권 및 기득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피해를 봤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국가들은 그러한 피해받은 사람들을 적절하게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부”가 많아질수록 그러한 피해받은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최저의 가격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현재는 필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차와 집에 한정되어있겠지만 점점 더 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엄청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최저의 가격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것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더 나아가 저는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예를들어 꽃꽂이를 정말 잘하더라도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없으면 그걸로 먹고 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전세계로 확대되고 자신이 정말로 꽃꽂이를 잘 할 수 있다면 그사람은 이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저임금, 실업자 구제등 국가가 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공유경제 자체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작용이 무서워서 진보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7.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대학원 졸업후 직장생활 중인 입장에서 제가 참 부끄러워집니다. 경제학과 석박사생이 되어 보시는게 어떠신가요? 능력 인정 받으시면 해외유학 보내줄 교수님도 있을 듯한데..
    공유경제에 대한 관련사항을 지금까지 찾아본 어떤 글보다도 잘 엮어 내신 듯합니다.
    경제학이 세계 전체의 시스템적인 측면을 주로 다루는 학문이다보니 종교적 색채(신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느낌)이 가끔 묘하게 묻어나올 때도 있는데, 성경이 초입에 인용되는 것도 인상깊었구요. 굳이 여기다 더 첨언하자면, 공유경제가 가져다올 문제점에는 1)양극화도 있지만 2)경제 자체의 파이 크기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있을듯 합니다.
    다만 이런 류의 이야기가 너무나 커다란 세계 전체의 구조적 관점을 담고 있기에, 필자님이 의도한 내용을 모두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을 겁니다(….) 기운 내시기를.

  8. 그게 또 조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게요,

    1. 단순한 ‘최저가’가 아니라, 몇 가지 조건들을 세팅해놓고 나오는 서비스들 중에서 또 ‘최저가’만이 살아남게 될 거라 생각해 보면 필자님의 주장이 그렇게 무리 있어 보이지는 않는 듯 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전업으로’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경우 또한 본문에 언급되어 있고요.

    2.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는 기존 업체들이 우버 등 공유경제 업체를 따라갈 수 없다고 보는게 더 맞지 않을까요? 안전이나 처우에 대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서비스 단가는 일반적인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으니까요.

    실제로 우버가 사업을 못하는 국가들의 경우, 경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법령상 저촉 등의 명분을 내세워 ‘영업 금지’ 조치가 취해진 경우들로 보입니다(구글링해보면 금방 나와요). 우리나라 서울시 택시기사분들도 극렬히 반대해서 우버가 사업 접은거고..(경쟁에 진게 아니라요).

    3. ‘차를 사는 대신 빌려 탄다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실업자가 된다. 그런 변화가 어떻게 합리적일 수가 있겠는가?’

    저랑은 완전히 해석이 다르신 것 같습니다. 필자분은 공유경제 추세가 강하게 일어나면 서민들이 실업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멘트는 자본의 시각이 아니라 인간적인 시각에서 나온 말로 생각이 되거든요.

    그리고 ‘노는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못 잡게 되는 상황이나, 남는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더 지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는요,
    필자님이 언급해둔것처럼 지극히 ‘소비자’ 관점에서만 생각된 이야기입니다.
    언뜻 보면 그게 맞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는 직장에서는 ‘공급자’이기도 해요.
    루살카님이 소비자적인 입장에서만 코멘트를 다신다는건, 뒤집어 말하면 루살카님이 나중에 공급하는 서비스 또는 노동력이 그런 대우를 받게 된다는 말과 똑 같아져요.
    본문글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그렇게 될 경우 공급자로서 활동할때 소득이 줄어서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 소비 위축을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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