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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지들에게 고함

입 안에 비린내 가득 안고 쓴다. 숨을 쉴 때마다 썩은 해산물의 산패된 내음이 잔뜩 불쾌하여 울고 싶은 심정이다.

오랜만에 남편이랑 외식을 한 날이었다. 주머니 사정 빠듯한 살림살이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기분 내는 데 인색하지 말자며 큰 맘 먹고 간 식당이었다. 장소는 여의도, 먹고자 한 음식은 초밥, 블로그를 공들여 검색하여 남편이 나를 데려간 곳은 여의도역 부근의 초밥 체인점 ‘스시OO바’였다.

블로거 리뷰 믿고 간 여의도 초밥집 

유명한 블로그에서는 그곳을 맛집이라 표현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스팅했다.

  • 질 좋은 최고급 초밥
  • 접시당 1,500원~12,000원의 합리적인 가격
  •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
  • 너무 맛있지만 양이 많아서 끝까지 다 못먹겠음
  • 또 가고싶은 맛집
  • 분위기 좋음

그 블로거가 좀 오버했을지언정 ‘사실과 많이 다르지는 않겠지’하고 갔다. (당신이 쓴 글을 믿고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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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킨 메뉴다. 2인 26pcs면 인당 13pcs다. 정말 비싸다. 2인에 68,000원이면 인당 34,000원이다.

이곳은 63빌딩 스카이 라운지나 신사동 가로수길에 입점한 곳이 아니다. 허름한 상가타워 구석에 박혀있는 이곳은 그저 평범한 회전초밥 체인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조금 기대를 했더랬다. 비싼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음식을 하나씩 보도록 하자.

0. 우선 계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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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라고 생색내며 주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초밥집에서 주던 푸딩과도 같은 질감의 계란찜이 아니다. 한 술 뜨면 계란찜의 표면이 파르르 떨려야 하는 찰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건만 그냥 푹 들어간다.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시마 우린 물로 계란찜을 해야하는데 그냥 물로 했구나; 간단하게 소금으로 간을 맞추니 밍밍하기만 하고 깊은 맛이라곤 기대할 수 없다.

서비스로 준 거라니 그냥 조용히 다음 서브를 기다렸다.

1. 첫 번째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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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 광어김치, 연어뱃살, 광어, 오도로인 것 같다.

플라스틱 접시에 세팅해온 초밥들은 하나같이 횟감이 얇고 질겨서 얼마나 냉장고에 오래 보관되었는지 가늠이 될 정도였다. 사르르 녹는 맛으로 먹는 오도로는 입에 들어가자 푹 꺼지는 느낌이 났다. 와사비는 정량을 쓰지 못해 입안에서 매운맛은 커녕 향도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이 파워블로거가 말하는

  • 질 좋은 최고급 초밥

이었던 셈이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공덕역 부근에 있는 갈스시집의 초밥이다. 가격은 만원 중반대로 위 초밥보다 몇 배는 더 질 좋은 최고급 초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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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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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알, 계란말이, 보리새우, 청어알인 듯.

보다시피 보리새우는 등에 내장도 제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서브되었다. 배 부분에서 갈랐으면 별 수 없지만, 새우 등을 갈랐으면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기본적인 재료를 손질하지도 않고 손님에게 낸 것이다. 기가 막혔지만, 항의하진 않았다. 그리고 음식을 먹다가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은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썩은내 올라오는 ‘성게알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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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ウニ)라고도 불리는 성게알 초밥이다. 초밥 재료로는 고급재료로써 입안에 넣으면 즉각적으로 바다의 짜고 풋풋한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재료이다. 이 재료는 신선도가 생명이라서 웬만한 초밥집엔 메뉴도 없을 정도로 귀한 초밥이다.

나는 이 식당에서 도대체 이걸 무슨 배짱으로 서브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내 입에서 비린내가 진동하는 주범이 바로 이 놈인데, 씹을수록 비린내는 고사하고 썩은내가 올라오더라.

일반적인 횟감은 정 냄새가 심하면 미림에 담가두면 비린내가 사라지지만, 성게알은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썩을대로 썩어서 그런 방법으로도 못 잡았던 것일까? 결국, 나는 이놈을 뱉고야 말았다. 이쯤되니 무섭더라. 식재료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초밥집에 왔으니 그 뒤에 무엇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1만 2천 원짜리 보리새우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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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새우 초밥. 2개 한 접시에 1만 2천 원.

보리새우 초밥, 우선 가운데 내장은 내가 젓가락으로 제거했다.

새우가 얼마나 오래 보관된 건지는 알 길 없다. 젓가락으로 새우 살을 누르면 그냥 푹 하고 들어간다. 이미 팔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그걸 장새우로 낸 것도 아니고 그냥 생새우도 낸 패기.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저 새우 2pcs가 한 접시당 12.000원을 받더라. (참고로 맛있고 비싸기로 소문난 구로의 은행골 초밥집도 장새우 2pcs가 3,000원이다. 아래 은행골 초밥 사진을 첨부한다.)

은행골 장새우. 2개 1접시 3천 원.

은행골 장새우. 2개 1접시 3천 원.

이것을 두고 블로거들은

  • 접시당 1,500원~12,000원의 합리적인 가격

이라고 했다.

돈을 떠나서 이건 정말 먹지 말았어야 했다. 탱글탱글한 식감, 씹으면 쫄깃한 새우 본연의 맛은 없고 새우살이 짓이겨져 이에 붙더라. 왜 전 부칠 때 새우살 갈아넣고 밀가루 반죽해놓은 거 입안에 넣은 그런 느낌… 12,000원이고 뭐고 기막혀서 그냥 뱉었다.

이쯤 되니 그냥 울고 싶고 나가고 싶었다.

나는 음식을 뱉고, 남편은 먹질 않으니, 종업원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길래 음식의 재료가 엉망이라고 항의했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 번째 접시가 남아있다고 우리를 위로했다. 아마도 이것이 블로거들이 말하는

  •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

이겠지.

그렇게 우리는 멍청하게 세 번째 접시를 마주했다.

3. 세 번째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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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장어, 가리비, 타코와사비 인듯.

그냥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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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장처럼 얇은 문어에서는 물에 젖은 종이의 맛이 났다. 눈을 감고 먹으면 그 누구도 이것이 문어인지 맞추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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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석하고 아무 맛도 안 나는 장어초밥. 맛이야 그렇다치고, 장어초밥은 맛이 강해 초밥의 맨 마지막에 먹는 법이다. 그래서 늘 마지막에 세팅이 되어 나오는데, 이곳에선 그런 기본 상식도 없는지 초밥의 가운데에 떡하니.

내가 지금 어디 페루의 도서산간지역에서 초밥을 먹겠다고 패기를 부린 것을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총체적으로 엉망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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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초밥, 이마트 초밥 코너에서 많이 보던 횟감이다. 누가봐도 저질인 횟감. 밥을 해체해봤다. 찰기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김밥천국에서 보던 쌀의 질감과 같다. 누가봐도 묵은 외국산 쌀.

가장 황당한 건 밥에 양념이 안 되있는 점이다. 그냥 맨 밥에 올려진 저질 횟감이었다. ‘초밥’의 정의를 알기나 하고 있는 걸까. 그냥 질 나쁜 쌀로 지은 맨밥일 뿐인데… 어떻게 먹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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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 와사비 초밥의 밥. 이게 밥인지 떡인지… 애초에 타코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낙지라도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오징어가 뭐냐 오징어가. 젓가락으로 들춰봐도 오래 보관되서 생기는 오징어 특유의 분내가 나더라.

결국 깨끗하게 다 남기고 자리를 일어섰다. 아마도 이 대목이 그 블로거들이 말했던

  • 너무 맛있지만 양이 많아서 끝까지 다 못먹겠음

이라고 한 부분이었으리라.

15분만에 일어난 68,000원 강탈 

우리의 항의는 소용이 없었고, 주인장은 군말없이 초밥 가격 68,000원을 받았다. 정확히 15분만에 일어난 68,000원 강탈 사건이며

  • 또 가고 싶은 맛집

의 실체다.

음식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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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위기 좋음

이란 부분인 거 같은데… 동의가 되는가?

블로거지 

나는 화가 난다. 저 말도 안 되는 업체에게도 화가 나지만, 저 집을 맛집이라고 줄줄이 포스팅 했던 블로거지들에게 더 화가 난다.

당신들은 그저 공짜로 먹여준다니 좋고, 돈도 준다니 좋은 마음으로 가서 얻어 먹은 후 거짓으로 블로그에 포스팅했을 것이다. 당신들은 스스로를 파워블로거라며 자부심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블로거지’라고 부른다.

블로거지: 블로거+거지의 합성어. 블로그에 리뷰를 가장한 광고글을 올려주는 댓가로 상품을 공짜로 취하거나 현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블로거들을 저급하게 낮잡아 부르는 말. 

그렇다. 당신들의 그런 행위는 거지라고 불릴만 하며, 실제로도 거지같다.

거짓 포스팅에 공감 눌러준 ‘품앗이’ 

당신들은 당신의 포스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 피해는 어쨋거나 남일이라 치부하며 꿋꿋하게 포스팅을 계속해왔다. 이웃을 만들어 서로의 거짓 포스팅에 공감을 눌러주고 품앗이라 부르며 자신의 포스팅에도 공감을 받았다. 그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당신들의 글은 상단에 노출될 수 있었고, 네이버 블로그는 새로운 광고의 대안이 되었다.

이미 상품이나 음식의 맛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다수의 사진과 음식점 인테리어에 치중해서 대충 쓴 포스팅을 당신은 ‘공들인 포스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당신들의 포스팅 덕분에 솔직하게 리뷰를 했던 진짜 블로거들의 게시글은 상단에 밀려 빛을 잃었다.

이 사태를 만든 당신들이 혹시나 ‘저품질 블로그’에 걸려 방문자 수가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얼마나 비웃음 사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 당신들의 그 단단한 조직 바깥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나와 같이 기본도 안 된 식당에서 바가지를 쓰고 당신의 포스팅을 저주하는지 알고나 있는가.

직장에서, 거리에서,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살아가는 모든 공간에서 당신들을 욕하고 비하한다. (욕 먹는 거 알면, 웬만하면 자녀 사진은 올리지 마라. 나 또한 당하고 나면 그 블로그에 올라있는 죄 없는 자녀들까지 미워보이더라. 아니면 그 알량한 ‘서로이웃’공개로 해서 집단끼리 보던가.)

당신들 행위는 사기다

나는 당신들의 행위를 ‘사기’라고 규정한다.

사기: 나쁜 꾀로 남을 속임.

이것은 사전에 등록된 명사 ‘사기’의 뜻이다. 당신들의 행위가 이 단어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조직적으로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으니 당신들은 그저 ‘사기꾼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들의 사기글에 낚여 오늘 우리 부부가 했던 외식은 모처럼 큰 맘 먹고 한 외식이었다. 마누라가 먹고 싶은 거 사주려고 무리했던 어느 남편의 지극한 마음이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남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마누라의 지극히 평범한 소망이었다.

우리의 행복했어야 할 시간과 68,000원을 당신들, 블로거지들이 날려 버렸다. 파워블로거랍시고 되도 않는 포스팅을 했던 당신들에게 나는 마음껏 원망을 돌린다.

‘블로거지’라는 표현은 독자를 적극적으로 속이고, 리뷰어 자신의 양심마저 속이는 ‘나쁜 리뷰’를 강하게 비판하기 위한 수사적 강조입니다. 즉, 상식에 바탕한 블로그 매개 PR과 마케팅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가능하고, 정당한 경제 활동입니다.

이 글은 ‘블로거지와의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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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수진배
초대필자.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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