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PC와 모바일에 기반을 둔 디지털 저널리즘에서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저널리즘 전반이 위기에 빠진 상태다. 오랫동안 지속된 뉴스 유료화 또한 미궁에 빠져있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2012년을 전후해서 페이스북, 트위터, 텀블러 등에서 시작한 네이티브 광고(native ad)가 2013년부터 저널리즘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언론사에 매출 측면에서 결코 작지 않은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
[box type=”info” head=”네이티브 광고란?”]
아직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네이티브 광고란 해당 사이트에 맞게 고유한 방식으로 기획/제작된 광고 형태를 말합니다. 기존 광고와는 달리 사이트 이용자가 경험하는 콘텐츠 일부로 작동하여 기존 광고보다 사용자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끄는 형식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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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허핑턴포스트 그리고 가디언, 여기에 버즈피드, 업월디(UpWorthy), 고커(Gawker), 바이럴 노바(Viral Nova), 바이스(Vice)까지 네이티브 광고를 제공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이티브 광고는 전통 디지털 광고에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버즈비드, 업월디, 고커 등에서는 주요 수익원으로 기능하면서 매우 매력적인 수익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네이티브 광고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어서 네이티브 광고의 개념을 사례를 통해 정의하고, 네이티브 광고 중 성공 모델을 소개한다. 끝으로 네이티브 광고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영향을 짧게 정리한다.
네이티브 광고 배경 1: 배너광고의 몰락
1994년 미국 통신사 AT&T는 아래 그림과 같은 광고를 주문 제작하였다. 세계 최초 배너광고다. 광고가 게재된 곳은 와이어드(Wired)의 전신인 핫와이어드(HotWired)다. 다시 말해 월드와이드웹 이용자가 즐겨 찾는 뉴스 사이트가 온라인 광고의 역사를 열었다. 당시 이용자가 배너광고를 클릭한 비율인 이른바 클릭률(CTR: Click-Trough-Rate)은 무려 44%다. 핫와이드의 뉴스페이지를 방문한 100명 중 44명이 배너광고를 클릭했다는 말이다.
그 이후 배너광고 클릭률은 꾸준히 그리고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현재는 평균 0.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가 웹 서핑을 통해 만나게 되는 월 평균 배너광고 수는 1,707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용자가 배너광고를 클릭할 확률보다는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약 475배 높다. 이용자가 뉴스페이지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배너광고를 클릭할 가능성보다는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해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약 297배 높다. 쉽게 이야기해 배너광고는 효과가 없다.
모바일에서 배너광고 또는 디스플레이광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마트폰에서 실수로 광고를 터치하는 이른바 ‘오터'(오류 터치; fat finger)로 인해 배너광고 효과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듯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모바일 배너광고의 1,000명 도발 유효비용(eCPM)은 무려 40%가량 하락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광고주는 배너광고가 덕지덕지 달린 뉴스 사이트를 떠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에만 (모바일) 광고를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모바일 뉴스시장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PC 기반 광고모델을 혁신하는 것은 이제 광고대행사만의 몫이 아니다. 뉴스 서비스 제공자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버즈피드의 광고부문 부대표인 윌 헤이워드(Will Hayward)는 “배너광고에 집착하지 말라(Don’t get stuck in the world of banners)”고 충고한다.
네이티브 광고 배경 2: 콘텐츠 충격(Content Shock)
구글의 에릭 슈밋(Eric Schmidt)은 지난 2010년 “인류 문명이 2003년까지 만들어 낸 정보보다, 최근 이틀마다 생산하는 정보량이 더 많다”며 정보 과잉 또는 빅데이터 시대를 주장한다. 여기서 정보는 매우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하지만, 뉴스 및 광고도 정보에 포함된다. 뉴스 및 광고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소위 파워블로거에 의한 맛집 블로그가 넘쳐 흐를수록, 연예인의 공항패션에 대한 광고성 블로그 및 포토 뉴스가 지치지 않고 늘어날수록, 개별 뉴스 및 광고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 또는 신뢰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콘텐츠 양이 증가함에 따라 개별 이용자 관심이 가지는 휘발성은 더욱 강해진다. 결과적으로 찰나에 불과한 이용자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뉴스 및 광고 공급자의 노력 및 경쟁은 갈수록 강해진다. 콘텐츠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뉴스 및 광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비용이 증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티끌 모아 태산’의 자세로 (실시간) 검색 어뷰징 등을 통해 찰나의 관심을 꾸준히 끌어야 한다.
후자를 저널리즘이라 칭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생산비용이 마냥 증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생산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콘텐츠 생산의 경제성은 한계를 드러낸다. 이 지점 – 아래 그림에서 파란 선과 빨간 선이 교차하는 지점 – 부터는 콘텐츠 생산은 더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마크 샤퍼(Mark Schaefer)는 콘텐츠 충격(Content Shock)이라 부른다.
마크 샤퍼(Mark Schaefer)는 콘텐츠 충격에서 세 가지 의미를 끌어낸다.
첫째는, 뉴스 및 광고를 포함한 콘텐츠 시장에도 결국 돈 놓고 돈 먹기(Deep pockets win)가 작동한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개별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써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가 비로소 가능하다. 결국, 경제적 여력이 있는 집단이 이긴다.
둘째는, 콘텐츠 전문성과 높은 생산비용은 공급 과잉시장의 시장 진입 장벽으로 기능한다. 종이신문의 경우 윤전기와 배달 시스템 등, 광고의 경우 촬영 및 그래픽 도구 등 물리적 장비가 시장 진입 장벽으로 기능한다. 반면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블로그, 유튜브의 예가 언급되면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는 생산설비와 유통비용이 급감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개별 디지털 콘텐츠 생산 그 자체에도 나름 작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콘텐츠 공급 과잉현상이 심해질수록 그 비용은 높아지며, 높아진 생산 비용은 신생업체 입장에서 볼 때 진입 장벽이다.
셋째는, 위 그림에서 파란 선과 빨간 선이 교차하는 지점, 다시 말해 임계점이 지나면 콘텐츠 생산비용대비 효과가 낮아져 콘텐츠 생산 자체가 정체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 마지막 현상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형 기업은 여전히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자산이 풍부하다. 전통 매체를 통해서든 소셜 미디어에 기초한 콘텐츠 마케팅이든 심지어 높고 비효율적인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도 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충격 현상이 가진 함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례는 무엇보다 코카콜라다. 2011년 코카콜라는 다소 급진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뵌다. 전통적인 창의 리더십(creative excellence)에서 콘텐츠 리더십(Content Excellence)으로 마케팅 전략을 혁신한다. 코카콜라는 TV, 종이신문, 잡지, 대형 입간판 등 전통매체를 위한 광고제작에서, 소비자마다 차별화된 웹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광고 형식과 내용을 새롭게 정의한다. 광고 공간 또한 전통매체에서 자연스럽게 소셜 미디어로 이동한다. 코카콜라는 지난 2012년 자사의 마케팅 전략 변화를 내부에 그리고 외부에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두 개의 동영상을 제작한다. 아래 두 개의 동영상은, 콘텐츠 마케팅뿐 아니라 광고 시장 변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관심 가져야 할 마케팅 교본이다.
화려하고 복잡하게 콘텐츠 리더십을 설명하는 동영상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웹 콘텐츠 생산에 전통 광고와 같은 수준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싼 제작비를 들여 콘텐츠를 제작한다. 또한, 웹 콘텐츠는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유 수를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공유 및 인용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구성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 전체 생산 콘텐츠 중 70%는, 전통적인 의미의 ‘대중’에게 도달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 20%는 매우 작은 소비자 집단을 위해 일반 수준을 뛰어 넘는 콘텐츠로 구성한다.
- 끝으로 콘텐츠 중 10%는 실패할 확률이 높을지라도 혁신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이 10%의 콘텐츠는 미래의 20% 콘텐츠이며, 70% 콘텐츠다.
- 그리고 코카콜라 콘텐츠 전체는 인간의 선한 면을 강조해야 한다.
코카콜라는 위의 두 개의 동영상을 통해 전통 방송광고와 화려한 광고 카피가 제1의 광고전략이었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그 이후 코카콜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궁금하다면, (소비자 대상인 cocacola.com 이 아닌) 코카콜라 기업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라.
코카콜라 디지털 책임자인 애슐리 브라운(Ashley Brown)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카콜라 기업홈페이지 개편을 위해 담당팀을 뉴스 편집국과 유사하게 개편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획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콘텐츠 발행 계획을 잡고, 취재와 촬영을 진행하는 등 여느 뉴스 서비스 조직과 유사한 구조와 운영방식을 코카콜라는 도입했다. 이를 위해 40명이 넘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댓글만 관리하는 전담 직원이 있다. 이 작가들은 기업 내부에서부터 소재거리를 찾아낸다.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기업 경영진 귀에는 거슬릴 수준으로 매우 주관적이다. 특정 제품이 탄생하는 과정과 역사, 코카콜라 노동자들의 이야기, 협력업체 및 고객의 목소리가 작가들의 손을 거쳐 서로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재탄생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가 의인화한다. 브랜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과 이른바 약한 연결(weak ties)이라는 관계를 유지한다. 심지어 브라운은 코카콜라에 대한 비판 목소리까지 자사 홈페이지에서 담아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코카콜라의 실험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최소한 1년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그 실험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용자가 몰리는 뉴스 서비스는 배너광고의 효율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광고형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특히 모바일 광고시장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광고주로 대변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TV, 종이매체 등 전통 채널을 활용한 물량공세에서 소셜미디어에 기초한 콘텐츠 마케팅으로 무게 중심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기업 콘텐츠가 저널리즘과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배경에서 2013년을 전후하여 탄생한 것이 뉴스 사이트에서 발행되는 네이티브 광고다.
[box type=”note”]이 글은 네이티브 광고와 저널리즘의 동거 (하): 유료화냐, 광고화냐로 이어집니다. (편집자)[/box]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군데 용어를 좀 더 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통적인 창의 리더십(creative excellence)에서 콘텐츠 리더십(Content Excellence)으로 마케팅 전략을 혁신한다’ 이 부분이 있는데, ‘전통적인 광고물 수월성 대신 컨텐츠 수월성 추구로 마케팅 전략을 혁신한다.’라고 하는 게 좀더 이해되기 좋을 듯 합니다. 이어지는 문장도 그런 맥락이고요. ‘창의 리더십’은 CEO 경영 관련 용어와 혼동의 여지도 있고, 여기서 creative가 창의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광고제작물을 의미하니까요.
고맙습니다. 저도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creative’는 말씀하신 것처럼 전통 광고물을 의무하고요. excellence는 수월성으로 많이 번역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월성이라는 표현이 참 어색하다는 생각을 하였고요. 하여 리더십으로 번역하였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전통 광고물 수월성으로 바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