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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 네이버에 맞서는 조선일보의 패기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주요 언론사 트래픽 추이를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미디어오늘이 코리안클릭에 의뢰해 주요 언론사 사이트 트래픽 유입 소스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 사이트의 경우 지난해 1월에는 네이버 첫 화면 클릭으로 1,149만 명이 방문했으나 올해 1월에는 뉴스스탠드를 타고 들어온 방문자가 85만 명에 그쳤다. 반면 네이버 검색 유입은 지난해 1월 329만 명에서 올해 1월에는 604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뉴스스탠드, 조선일보만 타격 적은 건 ‘검색 유입’ 때문

다음 그래프를 보면 이해가 쉽다. 1년 전과 비교해서 전체적으로 방문자 수가 42.0% 줄어들었는데 네이버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방문자는 83.3%나 늘어났다. 네이버 뉴스 섹션을 통한 방문자도 49.4%나 늘어났고 미디어다음을 통한 유입도 64.1%나 늘어났다. 다른 언론사들은 트래픽이 반 토막을 넘어 반의 반 토막, 5분의 1토막이 났다고 아우성인데 조선일보 등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일보 트래픽  유입 분석.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코리안클릭 자료.

조선일보 트래픽 유입 분석.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코리안클릭 자료. (빨간색 부분이 포인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네이버 검색에서 유입되는 방문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조선일보의 검색 어뷰징을 네이버가 방관하고 있는 결과다.)

뉴스캐스트 시절 한 달에 1,149만 명이 네이버 첫 화면을 타고 조선일보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뉴스스탠드로 전환하면서 0명으로 줄어들었다. 뉴스스탠드에서 뉴스를 보려면 별도로 팝업 창을 띄워야 하는데 여기서 링크를 타고 들어온 방문자는 85만 명 밖에 안 된다. 뉴스스탠드 개편의 효과로 1064만 명이 줄어든 셈인데 검색과 뉴스 섹션 유입이 늘어나면서 상당 부분을 만회하고 있는 구조다.

다른 언론사들과 비교하면 좀 더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SBS의 경우 네이버 첫 화면 유입이 756만 명에서 39만 명으로 거의 20분의 1 토막이 났지만 네이버 검색 유입은 지난해 1월 418만 명에서 올해 1월 406만 명으로 거의 같다. 다음 검색을 통한 유입도 233만 명에서 253만 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래프를 보면 조선일보의 경우 검색 유입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SBS는 큰 차이가 없다.

SBS 트래픽  유입 분석.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코리안클릭 자료.

SBS 트래픽 유입 분석.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코리안클릭 자료. (역시 빨간색 부분을 눈여겨 보시라. 검색어 낚시를 하지 않는 언론사들은 네이버 검색 유입에 큰 차이가 없다.)

막무가내 ‘검색어’ 낚시, 같은 기사를 60건씩이나

네이버 검색 엔진이 갑자기 조선일보 콘텐츠를 편애하는 건 아닐 테고 검색어 낚시의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의 검색어 낚시는 당당하고 집요하다. 네이버가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고 경고를 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언론사들 같으면 진작 퇴출당했거나 그 전에 알아서 적당히 네이버의 눈치를 살폈겠지만, 조선일보는 막무가내로 검색 어뷰징을 계속하고 있다. 같은 기사를 60건이나 반복 전송하는 경우도 흔하다.

'티벳우유'가 인기 검색어로 뜬 26일 오후 조선일보는 무려 25건의 거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대여섯시간만에 쏟아냈다.

‘티벳우유’가 인기 검색어로 뜬 26일 오후 조선일보는 무려 25건의 거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대여섯시간만에 쏟아냈다.

트래픽 기준으로 조선일보에 이어 2위와 3위인 매일경제와 동아일보도 네이버 검색 유입이 늘었다. 매일경제는 455만 명에서 562만 명으로, 동아일보는 529만 명에서 620만 명으로 늘었다. 중앙일보는 조인스MSN과 제휴 변동으로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 않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히려 검색 유입이 줄어든 언론사도 있다. 머니투데이의 경우는 네이버 검색 유입이 399만 명에서 266만 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경제도 578만 명에서 356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조선일보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 추이. 코리안클릭 자료.

조선일보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 추이. 코리안클릭 자료. 방문자 수가 줄었지만 다른 언론사들에 비교하면 피해 정도가 크지 않다. 페이지뷰는 뉴스캐스트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

네이버 “검색 어뷰징 맞다”

과거 민중의소리는 검색 어뷰징이 문제돼 1년 이상 네이버 검색에서 제외된 바 있다. 뉴시스는 광고·홍보성 기사가 문제돼 아예 뉴스캐스트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제재 기준이 다른 것일까. 나는 네이버 실무 책임자에게 여러 차례 조선일보의 검색어 장사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는데 “이 정도면 동일 기사 반복 재전송, 검색 어뷰징이 맞다”면서도 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고 자칭 ‘1등 신문’의 검색 어뷰징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조선일보의 검색 어뷰징 현장.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뜨면 10분 단위로 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쏟아낸다. 명백한 검색 어뷰징이지만 네이버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검색 어뷰징 현장.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뜨면 10분 단위로 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쏟아낸다. 명백한 검색 어뷰징이지만 네이버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언론사들 사이에서 네이버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갑 중의 갑, 슈퍼 갑으로 통한다. 언론사가 콘텐츠를 공급하는 입장이고 가격 결정권을 네이버가 쥐고 있으니 언론사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보수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네이버도 한바탕 혼쭐이 났다. 그 결과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 확인하게 됐다고나 할까. 슈퍼 갑 위의 조중동, 네이버는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검색 어뷰징 방치? 네이버 답할 차례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어느 언론사와 얼마에 딜을 했느니, 프로모션 비용으로 얼마를 주기로 했다느니 하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뜬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소문에 힘을 실어주는 건 네이버가 끝없이 정치적 외압에 시달리고 때로는 타협을 하고 조지는 언론사들을 돈으로 구워삶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왜 조선일보의 검색 어뷰징을 방치하는 것일까. 네이버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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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정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 미디어오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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