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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취소 정당들, 미래는? [특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고한 '중앙당 등록취소' 공고문

총선 다음날인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앙당 등록취소 공고를 통해 18개 정당이 정당법에 따라 등록 취소됐음을 공지했다. 정당법 44조 1항은 “정당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당해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등록을 취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항 3호에서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때”를 그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조한국당, 국민생각, 가자!대국민중심당, 국가재건친박연합, 국민의 힘, 국민행복당, 기독자유민주당, 녹색당, 대한국당, 미래연합, 민주통일당, 불교정도화합통일연합당, 정통민주당, 진보신당, 청년당, 한국기독당, 한국문화예술당, 한나라당이 등록취소됐다.

트위터 등에서는 이들 정당 당원들로 보이는 이들의 아쉬움과 응원이 줄을 이었다. 일부에서는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취소됐을 뿐 해산된 것은 아니다’라며 차이를 강조했고, 일부에서는 ‘정당이 등록취소 돼도 재등록하면 당원 명부 등이 유지된다’는 잘못된 내용도 등장했다. 등록취소 이후에 정당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지를 정리해봤다.

해산과 등록취소의 차이

정당의 해산은 정당법이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것이다.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 (강제) 해산은 지지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다만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만 헌재 심판에 따라 가능하다.

정당법은 (강제) 해산된 정당과 같거나 유사한 강령(기본정책)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하며(40조), (강제) 해산된 정당과 같은 당명도 쓸 수 없다(41조 2항)고 못박고 있다. 또 (강제)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하게 된다 (48조 2항).

등록취소된 정당은 당연히 같은 강령으로 정당을 창당할 수 있고, 잔여재산은 당헌에 따라 처분하면 그만이다. 다만, 등록취소 된 다음 첫 (정기)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같은 당명을 쓸 수 없게 돼 있다(41조 4항).

또 정당이 선관위에서 등록취소되더라도 그 정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2004헌마246 판결에 따르면 정당이 “등록이 취소된 이후에도 ‘등록정당’에 준하는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정당설립의 자유는 그 성질상 등록된 정당에게만 인정되는 기본권이 아니라 (…) 등록정당은 아니지만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정당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현재 선관위 등록이 취소된 정당들도 적어도 실체는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등록 당시 당원 모집 관련

다만 기존 정당이 이름을 바꿔 재등록을 하면 당원 명부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법에 따라 (정당이) 등록취소는 되지만 당원 명부를 폐기해야 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기존 명부를 이용해 재창당 이후 새로 입당을 권유할 수는 있어도 정식 입당 절차 없이 재창당된 정당의 당원에 포함시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등록취소 이후 재창당은 말 그대로 정당을 새로 창당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등록이 취소된 정당들은 저마다 창단준비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거나 관련 논의를 위해 워크숍 등 논의를 예정해두고 있는 상태다.

등록취소 관련 헌법소원

진보신당과 녹색당, 청년당은 전국 지지율 2% 미만인 정당을 등록취소시키는 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당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각 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낮다고 정당을 등록취소시키는 규정은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군소정당에 차별을 가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선거방송 토론 참여나 높은 공탁금, 지나치게 많은 선거비용 등을 군소정당에 가혹한 차별을 가해 다당제 구조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꼽았다.

강주희 청년당 공동대표는 “문제가 되는 정당법 규정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나왔다기보다는 법률 제정 당시 단순한 정당간 합의에 따라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며 “가령 지지율 2% 미만인 정당을 등록취소해야 하는 법이 있다면 왜 ‘지지율 2%’가 기준이 돼야 하는지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정당 설립이 허가제도 아니고 신고제인 나라에서 지지율이 낮다고 정당을 등록취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당원커뮤니티 (www.newjinbo.org/xe)

청년당 홈페이지 공지 중에서(www.chungple.org)

녹색당 홈페이지 (www.kgreens.org)

정당 등록취소 헌법소원 전례는?

지지율 부족 정당의 등록취소 규정과 관련해서는 앞서 민주노동당이 행정소송을 낸 적이 있으며, 사회당은 헌법소원을 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2000년 4월 등록취소 처분을 받은 이후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듬해 5월 24일 “군소정당 난립 방지 등 법의 목적이 정당하며 정당등록취소에 관한 규정을 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위헌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사회당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지율 0.3%를 득표해 등록취소 된 뒤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4헌마562 판결에서 등록취소 규정이나 등록취소 후 같은 정당명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직접적인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받았을 경우에 청구할 수 있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의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송인준, 주선회, 조대현 재판관은 해당 청구가 적법 요건을 갖추고 있고 등록취소 관련 조항 역시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정당법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별다른 재량을 주지 않고 지지율 2% 미만이면 기계적으로 등록취소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가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라고 봤다.

이어 이들은 등록취소 규정이 헌법상 요건을 충족해 등록된 정당을 선거에서의 결과적 성공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초해 정당을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정당 설립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16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등록이 취소된 민주노동당이 재등록 후 17대 총선거에서 원내 제3당이 된 것을 사례로 들며 해당 등록취소 규정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있어 적정한 비례성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 이 글은 슬로우뉴스 2호 특집, ‘온라인, SNS 그리고 4.11 총선’ 여섯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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