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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2의 운명은 결국 이용자 선택

candy-crush-saga-icon작년에 지인의 소개로 캔디크러쉬사가(제작사: King)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런 방식의 게임을 매치3(Match 3) 퍼즐게임이라고 부르는데, 3개의 같은 모양의 블록을 한 줄로 모으면 없어지는 규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런 방식의 게임을 많이 즐겨왔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새로울 것도 없지 않나’라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출근길 퇴근길 손에서 캔디크러쉬사가를 떼지 못했고,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제 아내도 합류해 “우리 끝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클리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끝을 봤습니다. 게임은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됐지만, 우리가 클리어하는 속도를 따라잡진 못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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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6일 기준 캔디크러쉬사가 최종 스테이지 485에 가있는 제 모습

캔디크러쉬사가는 어떻게 우리 부부를 사로잡은 걸까요. 특히 아내는 평소에도 게임보단 다른 곳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게임은 무조건 최고 난이도로 유료 아이템 구매 없이 한다! 제 철학입니다. 아내 역시 게임에 절대 돈은 쓸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캔디크러시, 그 끝없는 스테이지와 종종 나오는 극악무도한 난이도가 맞물려 우리 부부의 도전의식을 자극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변수들이 조합되어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유지해주는 동시에 승부욕을 자극했습니다. 시간제한, 턴 수 제한, 일정 수 이상의 특정 블록 지우기 같은 미션과 철망, 회오리, 시한폭탄과 같은 장애물이 결합되어 게임에 익숙해지는 속도와 난이도 상승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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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캔디크러쉬사가를 즐기고 있는 아내

애니팡2 출시 후 매체와 이용자의 비난

2014년 1월 14일 애니팡2(제작사: 선데이토즈)가 출시되자마자 바로 여러 매체에선 애니팡2가 캔디크러시사가를 노골적으로 표절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에서도, 블로거들도 이를 지목했고요.

애니팡2가 표절이라고 주장할 때 드는 근거는 바로 게임 규칙입니다. 캔디크러쉬사가의 게임 규칙들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애니팡2를 설치해 플레이해봤습니다. 20탄까지 클리어해봤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몇 판 해보더니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캔디크러쉬랑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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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애니팡2, 우측: 캔디크러쉬사가

그림으로는 사실 두 게임이 그렇게까지 같은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한쪽은 캔디를 소재로 했고, 한쪽은 동물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서로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게임의 규칙들은 매우 유사합니다.

캔디크러쉬사가와 애니팡2의 유사한 게임 규칙들

  • 블록 4개와 5개를 지웠을 때 생기는 스페셜 블록의 효과가 각각 동일
  • 하나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5개의 목숨을 부여
  • 5개의 목숨 모두 소진 시 30분을 대기하거나 목숨을 구매할 수 있음
  • 일정 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이후엔 친구에게 요청해 3개의 티켓(열쇠)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

애니팡2가 캔디크러쉬사가와 유사한 게임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게임 규칙 따라 한 것은 표절이 아니라는 판례

게임 규칙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표절인 건 아닙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저작권법이 너무 심할 경우엔 각 장르의 대표작들은 모두 표절로 인해 탄생조차 못 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법률상으론 게임 규칙과 관련해선 저작권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론 한때 국민 게임으로 불렸던 스타크래프트듄2와 비슷한 게임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와 봄버맨

좌측이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우측이 봄버맨

게임을 좋아했다면 잘 알 법한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vs 봄버맨 관련 국내 판례를 인용해보면, 게임의 규칙은 아이디어에 불과해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 등은 게임의 개념·방식·해법·창작도구로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

출처 : 종합법률정보 판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01.17. 선고 2005가합65093 판결 : 항소[저작권침해금지청구권등부존재확인·저작권침해금지등]

미국법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한번 공개가 된 게임은 저작권법상 비슷한 규칙으로 다른 게임이 개발되더라도 괜찮다는 입장입니다.

Once a game has been made public, nothing in the copyright law prevents others from developing another game based on similar principles. Copyright protects only the particular manner of an author’s expression in literary, artistic, or musical form.

출처: Copyright Registration of Games

애니팡2 표절과 성공 여부는 결국 이용자 선택

결국 애니팡2가 표절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건 이용자인 우리의 몫이겠죠. 게임을 플레이할 것인지 아닌지, 또 평점을 높게 줄 것인지 낮게 줄 것인지 모든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게임 업계의 표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애니팡2를 외면한다면 앞으로 게임업계는 이런 일들을 자제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런 손쉬운 ‘성공 방정식’이 계속 되겠죠.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최종 배심원입니다.

자, 어떤 판결을 내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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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IT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 아내가 제일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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