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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하지만 꿈도 우정도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목소리마저 잃은 채 먼지처럼 떠다닙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소리쳐야 합니다. 슬로우뉴스가 20대의 목소리 [미스핏츠]와 함께 합니다. (편집자)

미스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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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야부우우리

마이보틀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이는 있을지언정, 마이보틀의 비주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야.

By. 박궁그미

아아…마이보틀. 그놈의 마이보틀. 최근 몇 일 간 내 머릿속을 맴돈 네 글자, 마.이.보.틀. ‘대체 왜 마이보틀이 인기인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한 마디를 들어버린 뒤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마이보틀, 왜?’라는 참 검색어처럼 생긴 궁금증이 끊임없이 떠다녔다.

해서 찾고 찾고 또 찾아봤다. 마이보틀에 대한, 아주 그냥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일 수 없는 설명에서부터 그 인기 이유에 대한 나름의 추리까지 제시해봤으니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익명의 당신들에게 나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ox type=”tip”]

※그건 알겠는데, 더럽게 길어서 못 읽겠다구요?^_ㅠ

마이보틀에 대한 기본+심화 설명에 대해 궁금한 독자는 ‘1. 서어어어론’부터,

“것보다 마이보틀이 왜 인기 있는지 알고 싶다고!!!”하는 독자는 ‘2. 보오오온론’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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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어어어론

마이보틀, 그게 뭔데?

2000년, 일본의 ‘드링크웨어(drink ware)’ 업체인 ‘리버스(Rivers)’가 제작한 민무늬 투명 보틀(bottle, 병)이 마이보틀의 시초다. 그런데 2012년, 일본 생활용품 업체인 ‘투데이즈스페셜(Today’s special)’이 문을 열면서 리버스 측에 ‘마이보틀(MY BOTTLE)’이라는 문구를 민무늬 보틀에 인쇄해 달라고 주문,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투데이즈스페셜이 내놓은 마이보틀 정품의 판매 가격은 약 1,512엔(약 1만5천 원)이었다.

일본 투데이즈스페셜 매장 전경
일본 투데이즈스페셜 매장 전경 (사진: biotope-inc.com)

마이보틀의 가장 큰 특징은 그 투명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있다. 기존 물병과 달리 마이보틀은 소재의 투명한 색상 때문에 내용물에 따라 전체적인 디자인의 느낌이 달라진다.(개인적으로는 글라스락 통에 어떤 반찬을 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 보이는 거랑 다를 게 없어 뵈지만…) 친환경 소재라는 점도 한몫한다. 마이보틀은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트라이탄`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이 소재는 내열온도가 섭씨 영하 40도부터 100도라 차가운 음료와 뜨거운 음료를 모두 담을 수 있다.

마이보틀 (my bottle)
마이보틀 (my bottle)

일본:마이보틀=한국:텀블러

마이보틀이라는 이 문구, 투데이즈스페셜이 새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2008년 즈음해서 일본 도심지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회용 제품을 대체하는 친환경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젓가락 케이스에 자신의 젓가락을 담아 휴대하거나 페트병 대신 자신의 수통을 휴대하거나, 상품 구매 시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응해, 젓가락과 젓가락 케이스, 수통, 장바구니가 친환경제품으로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이들 제품들은 각각 ‘마이 하시'(영어 MY + 일어로 젓가락을 의미하는 ‘하시’가 결합된 신조어), 마이 스이토우(영어 MY + 수통의 일어 발음인 ‘스이토우’가 결합된 신조어)등으로 불렸다. 당시 캐릭터 상품으로 유명한 산리오는 페트병 대용인 휴대용 마이 보틀(My bottle)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최근 유행하고 있는 투데이즈스페셜의 마이보틀과는 무관한 제품이다. 당시 산리오의 마이보틀 또한 히트해 2007년 10월까지 16만 6,000개를 판매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하면서, 2010년 즈음 일본에서는 ‘마이보틀 운동’이 일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이 운동에 동참한 대표적 기업이었는데, 소비자가 스타벅스 커피를 구입하면서 자신의 물통을 제시해 담게 할 경우, 제품 가격에서 20엔의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방식이었다. 이 제도에 동참하는 커피숍 등에는 가게 외부에 ‘마이보틀(My Bottle) 운동’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리는 표시가 돼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에서 마이보틀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꽤 이전부터 사용돼온 ‘에코백’, ‘텀블러’ 등의 친환경 제품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친환경 제품의 대명사로서 마이보틀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투데이즈스페셜은 그 단어를 가져와 깔끔한 디자인과 친환경 소재의 새로운 보틀을 만들었을 뿐, 딱히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었다거나 엄청나게 신박한 디자인/소재의 제품을 ‘발명’해낸 것이 아니었다.

이와 같은 마이보틀 대박 현상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인을 제시하기도 한다. (최정락, 도쿄무역관)

  • 무엇이든 아깝게 여기고 버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일본의 전통 가치관
  • 일본 정부와 일부 지자체, 그리고 음료업계가 정책적으로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일본:???=한국:마이보틀

한국에서의 유행은 2014년 초, 참 새삼스럽게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일본 관광을 다녀온 몇몇 한국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아는 사람은 아는’ 정도로만 유행했던 이 보틀이, 올해 초부터 갑작스럽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으며 본사 직영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일찍이 동나버려 국내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개인 블로그나 포탈사이트 카페를 통한 공동구매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공동구매의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공동 구매를 진행하는 블로그는 400여 개, 카페는 300여 개 생겨났으며 국내 파워블로거의 공동 구매 가격이 최고 6만~7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마이보틀을 구하겠다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중고품 거래 카페에 마이보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 평균 3만~4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 한국발 공동구매 열풍 때문에 일본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투데이즈스페셜 매장은 일본 내에서도 지점이 시부야와 지유가오카, 두 곳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공동 구매를 위해 사재기해대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판매업체 투데이즈스페셜은 1인 2개로 구매 제한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 말로는 구매 제한이 생기자 옷까지 바꿔 입으면서 사가는 이들이 생길 정도라고 한다.)

마이보틀, 프리미엄급 짭도 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열풍을 보고 ‘이거다’ 싶었는지 국내 업체 여기저기에서도 마이보틀과 심하게 비슷한 디자인/소재의 보틀을 내놓기 시작했다. 4월에는 망고식스가 ‘식스 보틀’을 내놨고, 락앤락도 ‘비스프리 잇 보틀’을 선보였다. 이어 7월에는 세븐일레븐이 ‘럭키 세븐 보틀’을, 요거프레소가 ‘요프 보틀’을 선보였다. 디자인 모방에 대한 경계심은 다들 어디로 날려버렸는지, 이제는 어디가 더 신박할 정도로 잘 따라 했는지가 관건이 된 듯하다. 심지어 가격도 일부러 마이보틀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한다.

‘투명 물병’ 열풍을 불러온 일본산 ‘마이 보틀’과 그 카피캣(모방제품)인 망고식스의 ‘식스 보틀’, 락앤락의 ‘잇 보틀'(왼쪽부터)

물론 정품 마이보틀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이 모방 제품들에 대한 수요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마이보틀과 마찬가지로 트라이탄 소재의 투명 물병에 `IT BOTTLE`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락앤락의 ‘비스프리 잇 보틀’은 다소 저렴한 13,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출시 첫 주에 진행한 특별 할인가 적용 3,000개 한정 제품은 매진됐다.

망고식스는 가격 15,000원의 ‘식스보틀’을 내놨다. 마이보틀과 마찬가지로 투명 몸체에 제품명 ‘SIX BOTTLE’을 새긴 텀블러다. 이는 마이보틀 제조사인 일본 리버스사에 의뢰해 만들었으며. 1∼2차 예약 판매 시 접속이 폭주해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구매자가 몰려 조기 매진됐다. 1차로 2,000개, 2차로 4,000개, 3차 예약 구매 첫날에만 15,000개가 팔려나갔다.

2. 보오오온론

그렇다면, 대체, 왜, 유행하는 거야, 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 하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찾아봤다. 그리고 정리해봤다. 일본에서 유행했던 이유와 연결 지은 것에서부터 국내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제시된 근거들까지, 나름 이 현상의 근거로서 제시할 수 있을 만한 또는 이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분석들이다.

  1. 일본의 마이보틀 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이보틀 붐이 일기 시작했다.

  2. 마이보틀의 성능과 관련된 장점(ex. 내구성, 보온/보랭, 환경호르몬 제로) 때문

  3. 국내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제시된 근거 : 희소성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욕 자극

  4. 국내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제시된 근거 :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개성 표현 욕구)

  5.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해 빠르게 전파

음, 일면 타당하다 싶은 것들도 있긴 한데, 글쎄. 대부분은 현상 일부만을 설명할 뿐 ‘한국발 마이보틀 붐’의 핵심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줄 분석은 없는 듯하다. 우선 하나하나 따져보자.

1. 일본의 마이보틀 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이보틀 붐이 일기 시작했다.

1번의 경우 한국에서도 이미 텀블러 사용, 에코백 사용 등의 형태로 이미 꽤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마이보틀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2. 마이보틀의 성능과 관련된 장점(ex. 내구성, 보온/보랭, 환경호르몬 제로) 때문

앞서 마이보틀 소재로 트라이탄을 사용한다고 했다. 미국의 이스트만케미컬에서 개발한 수지 원료로, 섭씨 영하 40도부터 영상 100도까지 담을 수 있고 보온·보랭 효과도 있다는 트라이탄. 환경호르몬도 나오지 않고, 아주 가볍다는 장점도 있다.

근데 트라이탄 소재의 밀폐용기, 이미 2011년 즈음부터 한국에도 이미 많이 출시됐다. 딱히 엄청난 매력을 가질만한 신소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게다가 섭씨 영하 40도부터 영상 100도까지 되는 음료를 담을 일도 그닥 없거니와, 담게 되더라도 그걸 손으로 그냥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손대면 그냥 ‘치이익-‘이다.)

3. 국내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제시된 근거 1 : 희소성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욕 자극

3번도 애매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한정판 텀블러나 맥도날드의 해피밀. 꽤 오래전부터 주기적으로 한정판 아이템을 내고 있는 곳들이다. 내놓기만 하면 빠르게 동나는 덕에 가게 앞으로 길게 대기 줄이 형성되는 등 종종 ‘ㅇㅇ대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희소성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욕 자극’은 이런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할 거다.

이미 텀블러를 가진 이들도, 장난감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은 어른들도 ‘헐, 미친, 대박’을 연발하고 ‘당장 사야 해’라 외치며 매장으로 뛰어가게 하는 이 제품들. 대놓고 한정판임을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이 같은 상품들이야말로 3번 설명에 가장 적합한 예시다.

4. 국내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제시된 근거 2 :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개성 표현 욕구)

4번,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개성 표현 욕구). 하, 사실 이 설명을 보면서는 무슨 교과서 읽는 줄 알았다.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반영한 마이보틀이라… 글쎄, 똑같이 ‘my bottle’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보틀이 그다지 어떤 개성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 보이지는 않는다.

5. 국내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제시된 근거 3 :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해 빠르게 전파

5번! 그래 5번은 그나마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분명 마이보틀 붐의 시작에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가 큰 영향을 미쳤다. 마이보틀에 이런저런 내용물을 담아서 찍은 사진들이 돌았던 게 그 인기의 시작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어떤 이유로 SNS가 그렇게 효과적인 도구로 쓰일 수 있었을까? 그렇게 ‘반짝’ 등장했다가 다시 쏙 사라지고 마는 아이템들도 수두룩하다.

여러 근거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거로 생각해봐도, 그래도 뭔가 아쉽다. 이 ‘마이보틀 붐’의 현상만을 설명해줄 수 있는 딱! 맞는 새로운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 번 나름의 분석, 아니 추리를 해봤다. 마이보틀 구매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대 여대생 중 한 명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말이다.

바보야, 정답은 사진빨이야!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자. 벌집 아이스크림, 마카롱 아이스크림, 치즈 빙수, 치즈 곱창.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난 이렇게 봤다.

  • 나는 실제로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통해 몇 번은 본 것 같은, 그래서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것 같은 음식들.
  • 처음 게시물을 통해 그 비주얼을 목격했을 때 ‘헐 이거 대박이다’ 싶었던 음식들.
  • 직접 먹어보려고 가게 근처로 갔다가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보고는 결국 포기하고 만 음식들.
  • 결국 원조 맛집은 포기하고 비슷한 음식을 파는 가게로 가서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되는 음식들.
  • 조금 인기가 사그라졌을 때 쯤 원조 맛집에서 맛봤으나 ‘맛있긴 한데 그렇게까지 줄 서서 먹을 만한 맛은 아니다’  싶었던 음식들.

그렇다. 특히 올봄과 올여름에 이런 상품들이(특히 디저트/음료/치즈ㅇㅇ 등) 엄청난 대박 행진을 보이고 있다. 모두 페이스북 맛집 페이지를 통해 수천, 수만 개의 좋아요 수를 기록한 아이템들이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현실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더라,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더라 하는 식의 설명은 이젠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들었던 것이지만, 여기서도 어쩔 수 없다. 기승전’SNS때문’이다. 다만 포커스는 ‘비주얼의 중요성’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현상들과 차이가 있다.

맛집에 다녀온 블로거의 진심 어린 장문의 후기보다는 치즈가 줄줄 흐르는 모습이 찍힌 두세 장의 사진이 훨-씬 큰 인기를 끈다.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이제 맛이나 기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 이건 돈 주고 먹기 싫은 맛이라거나 기능성이 너무 떨어져서 몇 번 사용하면 망가져버리는 정도만 아니라면, 이제는 ‘비주얼’이 핵심이다.

내 생각에는, 마이보틀 붐도 이 현상과 다르지가 않다. 마이보틀, 직접 봐도 예쁘지만, 사진으로 보면 정말 더 이쁘다. 어떤 음료를 담든, 물을 담든 과일을 담든(심지어는 하늘과 같은 풍경을 담기도 한다…) 사진 속 마이보틀은 극강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인스타그램 보정을 거쳤을 때는…더 말할 필요도 없다. 비주얼은 폭★발★한★다.

마이보틀 구글 검색
마이보틀은 포토제닉상 줘야 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마이보틀은 기존의 텀블러나 밀폐용기와 같은 영역에 묶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마카롱 아이스크림이나 벌집 아이스크림, 치즈 빙수, 치즈 곱창과 같은 영역으로 묶인다고 하는 게 적합하다. 중요한 건 마이보틀의 기능성(탄탄한 내구성이나 환경호르몬 제로 등)이 아니라 보틀의 비주얼이다. 마이보틀은 텀블러 시장이 아닌, 비주얼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인 것이다.

‘극강의 비주얼’ 외에도 각각이 시장에서 보이는 현상에서도 공통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먼저 ‘원조’의 인기에 편승한 모방품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는 점. 벌집 아이스크림은 이제 어디가 원조였는지도 모를 만큼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났고, 대학로에 노점처럼 시작됐던 마카롱 아이스크림은 이제 전국 노점을 넘어서 ‘파리바게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나아가 보틀이나 저 음식들이나, 원조와 어떤 식으로 차별할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똑같게 만들 수 있을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치즈 곱창
치즈 곱창

음식이나 예쁜 아이템 등의 사진은 대개 SNS 중에서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유되는데, 특히 올해 초부터는 맛집 페이지가 크게 성장하면서 ‘오늘 뭐 먹지?’나 ‘맛집 특공대’ 페이지의 경우 각각 162만 명과 18만 명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초. 마이보틀이 한국 시장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마카롱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곱창 등이 갑자기 대박을 터뜨린 때와 비슷한 시점이다. SNS를 기반으로 성장한 시장인 만큼, SNS의 발달과 함께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보자. 마이보틀 붐은 ‘SNS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 시장의 성공사례’로 설명할 수 있겠고, 그와 비슷한 사례로는 마카롱 아이스크림, 치즈 곱창 등 비주얼 극강의 음식들이 있다. 앞서 제시한 기존의 분석 -친환경적, 기능성, 희소성(개성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제외했다.)-은 구매자 또는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심지어 이런 장점까지!’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플러스 알파 요인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가 그 상품들을 그렇게까지 사랑하게 된 이유는 SNS를 통해 드러난 막강 비주얼 때문이었다.

3. 겨어어얼론

그렇다면, 한 해의 2/3 가까이가 지나버린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마이보틀은 언제쯤 하락세를 맞이할까. 내 추측대로라면, 하락세는 올 가을 즈음에 찾아올 것이다.

  • SNS 상에 비주얼 극강의 핫 아이템 등장 (기)
  • ‘원조’의 선풍적 인기 (승)
  • ‘모방품’ 우후죽순 등장 (전)
  • ‘원조’와 ‘모방품’을 포괄하는 해당 아이템과 관련된 시장의 하락세 (결)

제2의 마이보틀과 치즈 곱창이 나올 것이야

지금까지 ‘비주얼 시장’ 이 보였던 양상을 위와 같이 정리해본다면, 지금 마이보틀은 ‘전’의 단계 정도에 있다. 현재 ‘결’ 단계에 있는 상품으로는 ‘도지마롤’, ‘소프트리 벌집 아이스크림’, ‘버블티’ 등이 있는데, 이 추세로 봤을 때 머지않아 마이보틀도 이들과 같이 하락세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디자인/소재의 특성상 마이보틀이 여름철 인기 상품에 가깝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올가을 쯤에는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는 꽤나 어려울 것이다.

뭐, 소비자인 내가 걱정할 것은 없다. 제2의 마이보틀과 제2의 치즈 곱창은 앞으로도 나올 거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이미 한없이 높아진 소비자의 눈에 들어오려면 생산자 입장에서 더 자극적인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아이스크림에 더 엄청난 걸 때려 박던지, 음식 위에 치즈로 산을 쌓던지, 겨울철 보온통을 더 매력적으로 디자인해서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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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미스핏츠]에 올린 글입니다.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맞게 표제와 본문을 수정, 보충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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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글을 읽으면서 ‘마이보틀’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된 저에게 한국 사회에서 마이보틀 유행을 단순하게 일본 따라한다고 생각했는데.. sns의 비쥬얼 승리란 님의 결론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유쾌하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정말 도대체 갑자기 저런 물통이 (왜 물통도 아니고 보틀이라 불리는지도 궁금했고) 인기 있는지 궁금했는데 클리어하네요!ㅋㅋㅋㅋ 고마워요 스피드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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