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0월 16일 (월).
벌써부터 “식물 정부된다” 아우성.
-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데 윤석열(대통령)이 시그널을 줬다.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영환(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차분한 변화’를 강조한 데서 이미 급격한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읽힌다”고 평가했다.
- 서병수(국민의힘 의원)는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면서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김기현 사퇴를 이야기하면 대통령까지 건드리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수도권 선거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은 4시간30분 의원 총회 끝에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웅(국민의힘 의원)은 “단결하자 이런 이야기만 할 거면 의총은 뭐 하러 하느냐”면서 “단결 안 해서 진 게 아니라 너무 잘 단결해서 졌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 천하람(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침묵의 카르텔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용산에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공천 잘릴까 봐 잔뜩 쫄아있다”는 이야기다.
조중동이 외치는 “이대로는 안 된다.”
- 조중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넘쳐난다.
- “선거가 아예 없었던 듯 행동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다. “지도부 보란 듯 유세 인증샷을 올리던 여당 의원 중 누구 하나 이렇게 바꾸자 외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설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완패하면 남은 3년은 식물 정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의힘도 민심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익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김기현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 강경희(조선일보 논설위원)는 아예 “윤석열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민주당의 싹쓸이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 예측 결과를 보여주자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가 “나는 안 본 걸로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영남은 문제가 없으니 윤심을 거스르지 않고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하경(중앙일보 대기자)은 “지금처럼 내부 비판과 언로가 막힌다면 아부꾼의 심기 경호에 길들여진 벌거숭이 임금님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독약 마시는 기분이다.”
- 윤여준(전 환경부 장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국민들이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 “대통령이 언짢은 얘기를 들으면 화를 낸다고 들었다”면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지지율이 30%인지 물어보면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해 줄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그만큼 윤석열이 귀를 닫고 있고 주변에 쓴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땡윤’ 방송 만들 건가.”
- KBS 이사회가 박민(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사장 후보로 제청했다.
- 박민을 사장 후보로 밀기까지 방통위를 털고 방통위원장을 자르고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고 KBS 이사들을 갈아치우는 등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란, “공격 중단 안 하면 개입한다.”
-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시간을 줄 테니 남쪽으로 떠나라고 경고했지만 이집트 국경은 막혀 있는 상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는 “국경이 포위된 상태에서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음식도 물도 없이 이동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만약 이란이 개입할 경우 중동 전체를 뒤흔드는 국제전으로 번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행동할 때가 되면 행동할 것”이라고 했고 서안지구에서 무장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 이란이 참전하면 국제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누구 하나 죄송하다 말하는 사람이 없다.”
- 새벽 배송을 하다 쓰러져 숨진 쿠팡 플렉스 노동자의 동생이 한 말이다. 쿠팡은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는 입장문을 냈다.
- 고인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일하는 새벽 배송조로 주당 평균 52시간을 일했다. 대리점과 사업 관계를 맺는 개인 사업자인 건 맞지만 쿠팡에 종속돼 직간접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는 ‘무늬만 사장’이었다.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이른바 클렌징 때문에 살인적인 과잉노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는 즉각 쿠팡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에 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사외이사 허용할 테니 기부금 내라.”
- 서울대 이야기다. 교수들에게 받은 기부금이 4년 동안 35억 원에 이른다.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교수가 9.4%나 된다. 다른 학교는 1% 수준이다.
- 사외이사 연봉이 2000만 원이 넘을 경우 초과분의 15%를 기부금으로 받는데 지난해는 146건, 평균 712만 원이었다.
손석희의 퇴사.
- 손석희가 JTBC를 떠났다. “뭘 하겠다고 특별히 생각한 건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했는데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다음과 같다.
- 보도에 전권을 주겠다는 홍석현(중앙일보 회장)의 약속은 “지켜졌다고 본다”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젠다 키핑에 대해서는 “가장 길었지만 늘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그래서 남들 다 하는 날씨 코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뉴스가 실천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 미디어 비평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했다. “언론사의 언론비평이 살아날수록 언론이 당당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운이 좋았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운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라며 “평소에 진심을 가지고 취재하고 방송하면 그 진심을 세상이 알아주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더 깊게 읽기.
역대 최저 실업률 2.3%의 비밀.
- 첫째,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 결과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2013년 347만 명에서 2023년 647만 명으로 거의 두 배가 늘었다.
- 60세 이상 고용률은 47.0%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고용률이 높다는 건 노인들이 돈을 벌어야 할 만큼 경제적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7.6%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둘째, 시간제 일자리가 늘었다.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취업자 수가 2019년 540만 명에서 올해 3분기 882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비중도 20%에서 31%로 늘었다.
9.19 합의 파기, 왜 위험한가.
- 신원식(국방부 장관)이 “위장된 평화”라며 지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군사 분계선 기준 5km 안에서 사격 훈련을 중단하고 서부는 20km, 동부는 40km 상공에서 고정익 항공기(일반 비행기=고정익, 헬리콥터=회전익)의 군사 활동을 금지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신원식은 “북한이 선제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선의에 기대는 건 수도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행금지 구역 때문에 북한을 감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정욱식(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은 “9.19 합의의 파기는 유비무환을 넘어 ‘과비유환’의 위험마저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고고도 감시 정찰 능력에 있어 북한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관계 개선이 어렵다면 떨어져 있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고 접경 지역의 군사 활동을 풀면 우발적 충돌과 확전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 문정인(연세대 교수)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독단과 오만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다르게 읽기.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으로 충분할까.
- 당초 300명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는데 윤석열이 확 늘리라고 주문해서 1000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 미국은 20년에 걸쳐 의대 입학 정원을 38% 늘렸다. 일본도 2008년 이후 22% 늘렸다.
- 한국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9년 동안 3058명에 묶여 있다. 2035년 기준으로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영국은 의대 42곳에서 8639명을 뽑는다. 한국의 세 배 규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의사 수입은 OECD 최상위권이지만 의원급 병원들은 여전히 토요일에 문을 열고, 전공의들은 일반 직장인의 두 배인 주당 최대 80시간의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고난도 고위험의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확충을 위해선 한국 의료의 틀을 바꿀 정도로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과목에 의사들이 쏠려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은경(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 등의 대책 없이 정원만 확대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익명의 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의대 정원만 늘리면 당장 재수생, 삼수생까지 의대 쏠림이 심화하고 이공계가 더 휘청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금 개혁안이 더 늘어났다.
-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옵션을 중심으로 18개 시나리오를 두고 결정장애에 빠져 있는데 ‘더 받는’ 옵션이 추가됐다.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45% 또는 50%로 늘리는 방안이 나왔다. 가뜩이나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게 연금 개혁의 핵심인데 뒤집는 아이디어다.
-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단일 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해법과 대안.
은행과의 전쟁.
- 은행나무의 그 은행 이야기다. 올가을에 은행 밟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고 느꼈다면 맞다. 서울시가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두고 은행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 동작구는 예산 1800만 원을 들여 진동 수확기를 구입해 굴삭기에 장착했다. 1분에 800번을 흔들어 열매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 서대문구는 깔때기 모양의 그물망을 달아서 주 1회 수거한다. 그물망이 개당 100만 원씩 한다.
- 광진구는 아예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고 있다. 암나무 355그루 가운데 88그루를 수나무로 바꿨다.
- 서울 시내 가로수가 30만 그루인데 3분의 1이 은행나무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윤석열과 이재명, 누가 더 절박할까.
- 다들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정용관(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절박함은 국민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 “저자세와 낮은 자세는 다르다. 저자세는 굴욕이지만 낮은 자세는 국민과 진심으로 교감하는 길이다. 누가 더 처절하게 낮은 자세로 내년 봄을 준비할까.“
송치하면 10점, 불송치하면 0점.
- 경찰서 형사들의 실적 배점표다. 중증 장애인이 칼을 들고나왔다가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돼 송치된 사건이 있었다. 고철을 잘못 집어가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도 있었다.
- 박수지(한겨레 이슈팀장)는 “경찰의 실적 경쟁이 애매한 범인을 양산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형사들은 “어차피 재판에 가지는 않을 테니 점수나 따자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게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한다. 검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려도 이미 쌓은 점수는 그대로다.
“검찰이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 윤석열이 검사 시절 했던 말이다.
- 이춘재(한겨레 논설위원)는 “그렇게 말한 검사가 대통령이 된 지금 검찰의 보복 수사가 기승을 부린다”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사적 복수에 가깝다”는 평가다.
참사가 참사인 줄도 모른다.
- 대법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건 35년 만에 처음인데 그때는 당 대표와 핵심 당직자들이 모두 사퇴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부결 이후에는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 금태섭(전 국회의원)은 “유인촌과 김행을 대법원장 임명권과 바꿨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면서 “민주당은 큰 정치적 부담 없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 “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 행위다. 치밀한 전략과 빈틈없는 실행이 요구된다. 대통령을 지지하든 아니든 국민들은 집권 세력에 그런 정치적 실력을 기대한다.”
오늘의 슬로우뉴스.
음악판 ‘타다’ 될 뻔 했던, 뮤직카우의 부활.
- 음악 조각 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던 뮤직카우. 자칫하면 타다 꼴이 날 뻔했다.
-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뮤직카우가 거래하는 음악 수익증권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투자자 보호 조치를 마련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그리고 까다로운 요건을 만족시켜 서비스를 재개하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렸다.
- 서성렬(뮤직카우 CTO)에 따르면 뮤직카우는 2만여 곡의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거래되는 1191곡의 수익률이 7~8% 정도 나온다고 한다. 서상렬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뮤직카우에 자신의 곡이 올라가는 걸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