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여성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기업과 정부는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오늘(2023. 1. 3.) 고인의 가족을 통해 직업성암 산재 준비 중이던 박미영 님(84년생)이 나흘전인 2022년 12월 31일로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갑작스런 부고소식에 황망한 마음 감출 길 없습니다. 어린 자녀를 두고 세상을 어찌 떠나셨을까요. 억울한 죽음에 어찌 눈을 감으셨으까요.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누구보다 힘들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미영 님은 2003년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 19세의 나이로 입사하여 13년간 줄곧 LCD제조라인(클린룸)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했습니다. 10년 넘게 유방암의 발암요인으로 지목되는 야간 교대근무를 해왔습니다. 발암물질인 감광제와 유기용제, 성분을 알 수 없는 각종 영업비밀 물질 등 화학물질이 즐비한 컬러필터(CF) 공정과 모듈공정 등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감광제를 굽는 오븐기 바로 옆에서 일하면서 오븐이 열릴 때마다 열기와 함께 탄 냄새와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당시 회사에서는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는 없었습니다. 또한, 유방암과 연관성이 높은 엑스선 방식의 이오나이저 장치(정전기 제거장치)를 통해 방사선 노출 위험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유해환경과 야간교대근무 때문에 박미영 님은 재직 중이던 2016년 10월, 겨우 32세의 나이에 유방암을 진단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6년간 힘든 투병생활을 견뎌왔습니다. 2021년에는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겨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항암치료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부터 다시 항암치료를 이어갔으나 온몸에 퍼진 염증과 종양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되다가 2022년 12월 31일, 38세의 나이로 사망하였습니다.
반올림에는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여성노동자들의 유방암 발병 제보와 산재신청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16건의 유방암 산재 인정 사례를 살펴보면 10년 안팎의 비교적 짧은 근무기간에도 3교대 등 강도 높은 야간교대근무와 화학물질, 방사선 등의 복합적 영향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이유였습니다. 10년 넘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이 집단 역학조사(‘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2019년 발표한 결과에서도 드러나듯이 20-30대 여성에게서 유방암 발생비가 높았고, 이는 작업환경 영향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재인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예방 즉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합니다. 특히 야간 교대근무가 미치는 건강영향이 심각하지만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노출 가능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권리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선 안됩니다. 2021년 9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여귀선 님(39세)이 유방암으로, 2022년 10월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여성노동자 천기숙 님(38세)이 자궁경부암으로, 12월 19일에는 난소암으로 위인순 님(57세)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12월 31일 유방암으로 투병중이던 박미영 님(38세)의 부고를 접합니다.
첨단산업에서 끊임없이 병들고 죽어가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뒤에는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부가 있습니다. 노동시간 규제와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여 더 많은 노동자들을 질병과 죽음으로 내몰려는 현 정부에 분노합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잊지 않습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