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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 지난 5년간 아파트 공시가격 73% 상승 vs 토지 공시지가 51% 상승, 과세기준 불공정
  • 정부의 자의적 과표 결정으로 고가 빌딩 소유 재벌 보유세 특혜 더 늘어나고 있음
  • 정부 맘대로 바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하고, 시세반영률 동일하게 적용해야
  • 국회는 적정 세부담, 과세체계 일원화 등 공정한 보유세 실현 방안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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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중요한 과세기준으로 토지값이다. 그러나 1990년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참여정부는 2005년 종부세 도입과 함께 주택에만 공시가격(토지,건물 통합평가)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후 지금까지 상업업무용 빌딩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아파트 등 주택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 분석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공시가격은 아파트 단지별로 시세의 70~80%, 공시지가는 필지별로 시세의 30~40%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낮은 시세반영률 뿐 아니라 과세기준 간의 시세반영률 차이가 벌어진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토지와 주택 간 조세형평성이 무너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 15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참담하다. 공시제도는 지난 15년 동안 재벌과 건물주 등 부동산 부자에게 ’80조’  규모의 세금 특혜를 초래했다.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공시지가·공시가격의 낮은 시세반영률 문제점을 인정하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향후 5년~15년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정부 주장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내년에 72.7%로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60%가 넘게 나타나는 등 경실련 조사결과와 많은 차이를 보여 투명한 공개 검증을 통한 공정한 과세기준 마련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격검증은 진행되지 않았고 2년 뒤인 2022년 11월 23일,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주택 재산세 부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단기간 증가한 보유세 부담을 공시가격 조정을 통해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올해 71.5%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내년에는 2020년 수준인 69%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올해 71.6%에서 65.5%로 낮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조세부담이 문제라면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지 정부 마음대로 기준을 흔들어서는 안 되며, 지금 정부 계획대로라면 상업업무용 빌딩과 주택 등 부동산 유형별 보유세 격차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제멋대로 바꿀 수 있다면 천억이 넘는 예산(‘21년도 공시지가·가격 조사예산 : 1천60억)을 들여 조사평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경실련은 정부의 불공정한 공시지가·공시가격 조정 중단과 조세정의 실현을 촉구하고자 한다.

1. 최근 5년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73% 오를 때 공시지가 51% 올라 지금도 과세기준이 불공정

먼저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최근 5년간(2018~2022년) 정부가 발표한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공시지가 변동률을 비교했다.

지난 5년 동안 공시가격은 73% 증가한 반면 공시지가는 51% 증가하는데 그쳤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 상승률의 차이가 22%나 벌어진 것이다. 건물값이 포함된 아파트 공시가격은 건물의 감가상각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올랐고 이는 토지가치 상승 때문이다.

그럼에도 토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아파트보다 낮아 결과적으로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유세를 내는 경우 더 많은 세금 특혜를 누릴 수 밖에 없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빌딩이나 상가의 경우 공시지가에 별도로 건물값을 합산하여 세금을 부과한다. 현행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으로는 빌딩, 상가를 보유한 부동산 재벌이나 부자들이 아파트를 보유한 국민보다 낮은 보유세를 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3년도 공시가격 변동률은 평균적으로 공동주택 –3.5%, 토지 –8.4%로 토지가격이 더 많이 하락될 것으로 예측된다. 가뜩이나 낮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그만큼 불공정 과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2. 고가 상업업무용 빌딩 과세기준은 지금도 아파트보다 낮은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더 떨어져 보유세 특혜 늘어나

공시지가 조정으로 인한 부동산 재벌의 보유세 특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실거래된 고가 상업업무빌딩의 토지시세와 공시지가를 추정하고 보유세를 산출했다. 토지시세는 빌딩거래가에 정부가 발표한 건물시가표준액을 제하여 계산했다. 2023년 공시지가는 2022년 공시지가에 정부가 밝힌 2023년 공시지가 변동률 –8.4%를 적용했다.

올해 5월 삼성SRA자산운용이 매도한 역삼동 멀티캠퍼스 빌딩 실거래가는 2,582억원이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건물시가표준액을 제할 경우 토지시세는 2,454억이다. 하지만 2022년 공시지가는 851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은 35%에 불과했다. 재산세는 3.7억이 부과됐을 것으로 보이며, 실효세율은 0.14%이다. 정부 방침대로 공시지가 변동률 –8.4%를 적용하면 내년 공시지가는 783억이 되며 시세반영률은 32%로 떨어진다. 재산세는 올해보다 3천 하락한 3.4억이 되며, 실효세율은 0.01% 하락하여 0.13%가 된다.

올해 7월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중구 서울시티타워의 빌딩 거래가는 4,901억이고, 건물시가표준액 532억을 제한 토지시세는 4,369억이다. 공시지가는 그 30%인 1,481억에 불과했다. 재산세는 6.4억이 부과됐을 것으로 보이며, 실효세율은 0.13%이다. 정부 방침대로 올해 공시지가에 –8.4%를 적용하면 내년 공시지가는 1,363억이 되며 시세반영률은 28%로 떨어진다. 재산세는 올해보다 5천 하락한 5.9억이 되며 실효세율은 0.01% 하락하여 0.12%가 된다.

3. 정부방침 적용시 2023년 공동주택 보유세 실효세율도 2020년보다 더 떨어져

정부는 과세기준을 낮춰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시가격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강남 은마 아파트(전용 76㎡), 관악 드림타운(전용 85㎡)의 보유세액 변화를 분석했다. 2023년 1월 시세와 공시가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2023년 시세는 2022년 11월 시세를 적용했다. 공시가격은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는 정부 계획을 반영하여 2020년 시세반영률 68%를 적용하여 추정했다.

은마아파트(전용 76㎡)의 2022년 1월 시세는 23.3억인데 2023년에는 3.8억이 떨어져 19.5억이 됐다. 공시가격은 2022년 18.5억이었는데, 정부 방침대로 2020년 시세반영률 68%를 시세에 적용하면 2023년 공시가격은 13.3억이 된다. 그 결과 2023년 보유세액은 2022년 704만원보다 338만원 떨어진 366만원이 된다. 2023년 실효세율은 2022년에 비해 0.11% 더 낮은 0.19%가 됐다. 2023년 보유세는 정부가 목표로 삼은 2020년보다도 280만원 적으며, 실효세율은 0.13% 더 낮다. 실질적인 내년도 세금이 2022년은 물론 2020년보다도 더 낮아진 것이다.

관악 드림타운 아파트(전용 85㎡)의 2022년 1월 시세는 11.2억인데 2023년에는 2.2억이 떨어져 9억이 됐다. 공시가격은 2022년 6.8억이었는데, 정부 방침대로 2020년 시세반영률 69%를 시세에 적용하면 2023년 공시가격은 5.4억이 된다. 그 결과 2023년 보유세액은 2022년 114만원보다 29만원 떨어진 85만원이 된다. 2023년 실효세율은 2022년에 비해 0.1% 더 낮은 0.09%가 됐다. 2023년 보유세는 정부가 목표로 삼은 2020년보다도 6만원 적으며, 실효세율은 0.04% 더 낮다.

관악드림타운의 경우 시세와 공시가격 모두 2020년에 비해 상승했지만, 보유세액은 6만원, 시효세율은 0.04%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공시가격이 더 높은데도 2020년보다 실효세율이 낮아진 원인은 공정시장가액비율에 있다. 정부는 2020년 60%였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6월부터 45%로 낮췄으며, 내년에는 공시가격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하여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라 밝혔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낮아지면 세금부과액도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내년 세액은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과세기준 조정이 불공정 과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보유세, 부동산 가치에 맞게 부과해야 

보유세는 부동산 가치에 맞게 공정하게 부과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 방침을 따르게 되면 과거보다도 실효세율이 떨어지는 등 조세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크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증가를 핑계삼은 인위적인 공시가격 조정을 중단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의 인위적인 과세기준 왜곡을 막기 위해 공시지가 기준 과세체계 일원화, 적정한 세부담 등을 논의하여 공정한 보유세 실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토지, 주택, 비주거용 건물의 시세반영률 정책이 부동산 급 상승기, 하락기를 거치며 과세불공정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마음대로 세금부과 기준을 바꾼다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조차 조세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정한 세부담과 관련한 세율 등 논의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 경실련은 정부와 국회가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부동산 조세체계를 구축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할 때까지 감시와 비판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하나는 죽음 나머지는 세금. 하지만 ‘덜’ 낼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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