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모임 신문모니터위원회가 공동으로 작성해 2022년 6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입니다. (편집자) [/box]
2021년 9월 부산지역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 ‘침묵의소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침묵의소리 가이드라인 2.0)을 내놨습니다. 침묵의소리는 2019년 일어난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후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공격이 매우 심해”진 것이 가이드라인 제정의 직접 계기가 됐다고 밝혔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3월 ‘무분별한 언론보도로 정신질환자에 부정적 편견 및 낙인효과가 심화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에 공익광고, 언론인 대상 교육 등을 권고할 만큼 정신질환 보도 문제점이 두드러졌지만, 아직까지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은 소극적입니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등이 2022년 4월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을 내놨지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기자 교육 등은 없는 실정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모임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침묵의소리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전후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간 정신질환 보도를 분석해 문제 유형을 정리하고, 국내외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문제 유형은 뉴스분석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총 12개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6,633건 보도를 분석해 뽑았습니다.
검색 키워드 12개는 정신질환 진단 표준인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진단과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이 제시한 130여 개 정신질환 진단명 중 2021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5일까지 국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7개 질환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우울증
- 조현병
- 외상 후 스트레스
- PTSD
- 지적장애
- 반사회적 인격장애
- 신경인지 장애 (이상 7개 질환명)
- 정신질환
- 정신장애
- 정신병자 (비하 표현)
- 치매(신경인지 장애의 또 다른 표현)
- 사이코패스(공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
유형1. 정치인의 정신질환자 비하 표현 인용
첫 번째 문제 보도 유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인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입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등이 발표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은 ‘정신질환에 빗대어 심각성을 묘사하는 표현’ 등을 자제하고,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관련 언급을 최소화’ 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요. 정신질환자 비하 표현을 제목에서 부각한 보도는 드물었지만, 정치인 간 공방 과정에서 나온 문제 표현을 제목에 직접 인용하고 비판 없이 문제 발언을 그대로 옮긴 보도가 많았습니다.
2021년 9월 2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당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집이 없어 주택청약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비판 받은 발언을 해명하면서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환자”라고 표현한 내용을 그대로 전한 보도가 대표적입니다. 부산일보 [윤석열 “주택청약 통장 뭔지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 (2021년 9월 30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YTN [윤석열 “주택청약 통장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 (2021년 9월 29일 한지훈 기자) 등은 당시 윤석열 예비후보 발언을 제목에 그대로 인용했으며, 기사 본문에서도 해당 발언을 옮기기만 했을 뿐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인격장애와 정신질환, 묶어 보도하면 편견 강화
매일신문 [‘뉴스Insight’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소시오패스 Vs. 정신병자, 그 실체적 진실은?] (2021년 10월 27일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보도는 당시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부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강윤형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난하면서 사용한 용어와 이재명 후보가 과거 한 네티즌에게 사용한 정신질환자 비하 표현을 제목에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문제는 짚지 않았습니다.
‘소시오패스’는 인격장애의 한 종류로 치료 가능성, 특징 등에서 정신질환과 구별되는데요. 소시오패스와 정신질환을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해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서미경 경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21년 11월 민언련과 전화 인터뷰에서 “정신질환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구분 없이 쓰일 경우 정신질환은 사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두렵다는 인식을 가중시킬 확률이 높다”며 “편견이 과장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침묵의소리 ‘가이드라인 2.0’ 1항은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을 묶어서 보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형2. 여성 피해자 ‘지정장애’ 부각하는 선정적 보도
두 번째 유형은 ‘지적장애’ 보도에서 자주 나타났는데 유독 여성 지적장애인이 당한 피해를 많이 다루며 그 표현이나 이미지가 선정적인 경우입니다.
중앙일보 [지적장애여 성추행방송한 BJ…피해여성, 그를 남친이라 여겼다] (2021년 8월 18일 고석현 기자)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지적장애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 BJ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여성을 중심으로 제목을 뽑았습니다. 중앙일보는 “피해 여성은 지적장애가 심한 상태로” 피의자를 남자친구로 여길 만큼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고 밝혔는데요. 사건의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 이를 위주로 제목을 쓴 것입니다.
이런 보도는 피의자의 잔혹한 범죄 행위를 미화할 수 있고, “남친으로 여겼다”는 표현을 통해 피해자에게 일정한 잘못이 있다는 메시지를 줘 2차 가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지적장애’라는 진단명을 부각해 ‘지적장애인은 의존적’이란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도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 쓰인 이미지 역시 웅크린 여성과 이를 둘러싼 어두운 손을 묘사해 성폭력 피해자에 수치심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별풍선 때문에…지적장애 여 추행한 BJ 땡초, 징역 4년 6개월] (2021년 8월 18일 김정호 객원기자)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함께 방송한 사진을 실었습니다. 얼굴은 흐리게 처리되었으나 피의자와 함께 찍힌 사진이 알려져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벌어질 수 있고, 이미지가 선정적으로 소비될 우려도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지적장애 여고생 옷 벗기고 집단폭행한 10대들…최고 5년 구형] (2021년 8월 26일 박효주 기자)은 피해 학생이 지적장애를 가진 ‘여자’ 학생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옷을 벗겼다’는 선정적 표현을 제목에 썼습니다. 언론은 피해자의 지적장애 유무와 지적장애 정도의 차이를 떠나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장애나 정신질환을 묘사할 때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형3. 연관성 확인 없이 가해자 정신질환 언급
세 번째 유형은 범죄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가해자 정신질환 병력을 언급하거나 연관성을 추정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침묵의소리 가이드라인 2.0’은 “정신질환과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팩트체크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등의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은 “정신질환과 사건·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기사는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두 가이드라인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을 정도로 가해자 정신질환 언급은 관련 보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를 범죄 가해자로 언급한 사건·사고 기사 342건 중 범죄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가해자 정신질환을 언급한 경우가 109건에 달했습니다. 연관성을 확인한 경우는 204건, 범죄와 정신질환이 무관함을 확인한 경우는 29건입니다. 정신질환이 범죄 원인으로 거론된 보도 10건 중 3건 이상이 확인 없이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결지은 것입니다.
가해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단순 언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시아경제 [잠든 아버지에 흉기 휘두른 정신질환 아들 구속] (2021년 8월 2일 유병돈 기자)은 존속살해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구속 소식을 전하며 연관성 확인 없이 “A군은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라고 덧붙였고, 서울신문 [“라면 줄게 말하지 마”…정신병원서 60대남, 10세 남아 수차례 성폭행] (2021년 10월 15일 김채현 기자)은 한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전하며 “해당 병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정신질환과 범죄의 관련성에 대해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10건 중 3건, 확인 없이 정신질환과 범죄 연결
정신질환 여부 판단에 대한 취재원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가 확인 없이 가해자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경찰의 추정이나 주변인 의견을 실은 기사가 그렇습니다. 머니투데이 [아들 집에 갔다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아버지…아들은 횡설수설] (2021년 8월 17일 이정원 기자)은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횡설수설하는 등 사건 관련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으로부터 A씨가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의 정신질환 언급을 그대로 인용한 사례인데, 정신질환과 범죄의 연관성을 입증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조선일보 [경찰차 들이받고 도주…고속도로 휴게소 난동남 체포] (2021년 10월 30일 김명일 기자)도 난폭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를 들이받은 남성의 체포 소식을 전하며 “경찰은 A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세계일보 [동료 학원강사 흉기로 찌른 30대 구속] (2021년 10월 28일 김현주 기자) 역시 강도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된 소식을 전하며 “경찰은 이 사건을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로 추정하고 검찰로 넘겼다”며 범죄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추정하는 경찰 의견을 실었습니다. ‘침묵의소리’는 2021년 11월 민언련과 서면 인터뷰에서 “정신장애와 범죄의 인과성은 재판과정에서 따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기자가 미리 기사를 통해 선입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정신질환과 범죄를 무분별하게 연관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차량 4대·오토바이 벽돌 테러하고 편의점 습격한 20대여] (2021년 10월 5일 이영민 기자)는 서울에서 발생한 차량 및 오토바이 파손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찰이 정신이상이나 삶에 대한 분노, 감정조절을 못한 무차별 테러일 거 같다고 하더라”, “조현병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보상받긴 어려울 거라 한다”고 쓴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댓글 등을 사실 확인 없이 받아쓰는 언론 관행이 모든 범죄자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인 양 현실을 왜곡한 것입니다.
범죄자 정신질환 보도할 때 ‘한 부분’임을 드러나게
서미경 경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과 여부가 명백히 판단되기 전 (가해자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 있다는 이유로 마치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보도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범죄자가 가진 여러 특성 중 하나가 정신질환임을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그러한 특징이 범죄자의 여러 정체성 중 한 부분임이 드러나도록 기술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범죄 사실이 확인된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정신질환이 범죄의 유일한 원인인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는 것인데요. ‘모든’ 정신질환자가 그러한 범죄와 관련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의소리’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발생 시 정신장애 당사자, 정신의학 전문의, 정신건강 전문가, 정신장애인 가족, 인권단체 등 전문가 및 당사자 자문을 받아 기사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호주에서 정부 지원으로 진행하는 ‘마인드프레임(Mindframe)’의 자살 및 정신질환 보도 관련 가이드라인과도 연결됩니다.
마인드프레임은 자살, 정신질환, 알코올 및 마약 등에 대한 안전한 언론보도, 미디어의 묘사,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하는 국가 프로그램인데요. 해당 가이드라인은 “목격자, 이웃, 최초 대응자 등으로부터 받은 정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신뢰할 만한 정보원 확보를 권고합니다. 더불어 공식기관 등에 의해 범죄와 상관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해당 사실을 보도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정신질환이 범행 요인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유형4. ‘간병 살인’ 제도보다 개인의 비극적 사연 강조
네 번째 유형은 간병 살인 사건에서 주로 나타나는 보도 행태로 사건의 비극성이나 가해자 사연에 초점을 둬 제도 개선의 중요성 등 문제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평균 연령 증가와 이에 상응하는 퇴행성 질환 증가입니다. 간병인의 물적-시간적 부담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간병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언론이 간병 살인 사건을 보도할 때 “간병하느라 심적으로 지쳤다”, “장기간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이 있었다” 등 가해자의 살인 동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간병인 사연을 부각하는 방식은 개인이 간병노동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기보다 사건의 비극성 등에 초점을 두게 됩니다.
서울신문 [“혼자 둘 수 없어서” 23년 돌본 조현병 딸 살해] (2021년 8월 7일 김유민 기자), 세계일보 [공무원 그만두고 정신질환 딸 23년 돌보다 살해한 모의 사연] (2021년 8월 8일 강민선 온라인뉴스 기자)은 60대 노모가 잠자고 있던 딸을 살해했다고 보도한 기사인데요. 제목에서 살해 동기를 강조하고, 살인을 결심하게 된 동기에 상당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세계일보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약 23년 동안 딸 B씨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등 재판부 판단이긴 하나 구체적 사연을 부각했고, 서울신문은 “온종일 보호자의 관리와 통제가 필요했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진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 퇴원을 권유받기도 했다”며 피해자 정신질환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간병으로 인한 부담을 개인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살해 이유를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다만, 분석대상 기간 간병살인 관련 기사 26건 중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실함을 지적한 보도는 1건에 그쳤습니다. 간병의 책임은 개인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간병 살인이 일어난 가정과 범죄자의 사연에만 주목한다면, 독자는 모든 책임을 개인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간병 살인을 보도할 경우 가해자 사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건을 둘러싼 제도문제 등을 깊이 있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유형5. 정신질환을 멸칭이나 특정집단 공격에 악용
다섯 번째 유형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상 댓글 등을 직접 인용한 기사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정신질환을 비하적 의미로 사용하거나 특정 집단 공격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입니다.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람을 근거 없이 ‘정신병자’나 ‘치매 환자’ 등으로 칭하고, ‘정신질환자’와 ‘정신병자(정신질환자의 멸칭)’ 등의 단어 및 정신질환 진단명을 비하적으로 사용하는 보도가 해당됩니다.
서울경제 [“샤워하는데 시아버지가 욕실 문 벌컥” ‘치매’ vs ‘주작’ 논란] (2021년 10월 18일 김경훈 기자)은 자신이 샤워 중인 욕실에 시아버지가 자꾸 문을 열고 들어와 고통스럽다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다루며, “시아버지가 치매 증상일 수도 있다”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충격적이고 설명할 수 없다고 정신장애라 하지 말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비정부기구 ‘남아프리카정신건강연맹(SA Federation for Mental Health․SAFMH)’이 2016년 발표한 ‘정신건강에 대한 책임 있는 보도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는 “어떤 행동이 충격적이거나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그걸 정신장애나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타인에게 성적 모욕감을 준 사람을 ‘치매 환자’로 예단하는 주장은 단순히 사실관계 확인 부족을 넘어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을 모욕하는 것이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합니다.
성소수자 집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정신질환을 악용한 보도도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외부 기고 등으로 성소수자 집단을 반복해 깎아내렸고, 정신질환 관련 내용을 악용하기까지 했습니다.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의 연속기고 [젠더 이슈 똑바로 알기] 스무 편이 그렇습니다.
국민일보 [젠더 이슈 똑바로 알기 17-트랜스젠더와 건강 문제] (2021년 10월 5일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는 “트랜스젠더 젊은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증, 불안장애, 극단적 선택 사고, 극단적 선택 시도, 자해, 동성애 행동, 성격장애, 성도착증, 정신과 진료(외래 입원) 등 정신건강 문제는 일반인보다 2~3배 많았다”며 “다수의 연구 논문이 한결같이 트랜스젠더들의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이 사회적 차별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라고 결론 짓는다”라면서도 “동성 성행위자들은 수시로 변하는 특성이 있기에 얼마든지 탈동성애를 할 수 있지만 차별 때문에 노이로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성길 명예교수는 ‘다수 논문이 차별에 따른 정신적 고통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정신질환 원인을 성소수자 책임으로 단정 짓고 “인격적 성숙을 도모하도록 돕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정신질환 ‘치료 가능성’ 충분히 알려야
의학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칼럼 등으로 정신질환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충북일보 [벗을수록 좋은 옷] (2021년 10월 22일 수필가 김혜식)은 “편집증 환자를 주의 깊게 살필 이유는 다름 아니고 이들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다. 이것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어서”라며 “한 사람의 정신병자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그 위험 수위가 상상외”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강원일보 [‘우울한 대한민국’] (2021년 10월 18일 권혁순 논설주간)은 “우울증은 등 따뜻하고 배부른 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라면서 “우울증은 마음먹기에 따라 고쳐지며, 명상과 산책이 좋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정신질환자 당사자가 병으로 겪는 고통을 간과한 채 발병 원인을 개인 ‘의지력’ 부족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며 누구나 언제든지 진단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정신질환은 적절한 의학적 조치를 통해 충분히 치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 관련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는 정신질환자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진료받기를 꺼리게 만들 우려가 큽니다.
따라서 언론은 의학으로 정신질환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며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으로 향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호주 ‘마인드프레임(Mindframe)’의 자살 및 정신질환 보도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오해에 대해 “정신질환은 영구적이지 않다. 대부분은 정신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충만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다. 정신질환을 관리하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존재한다”고 정정하고 있습니다. 비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신질환자 위험성을 과장하는 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언론은 전문가 의견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신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적극 전달해야 합니다.
유형6. 당사자와 전문가 목소리 외면… 편견 조장
△ 정신질환 정책‧제도 등 관련 보도 취재원 분석(2021/08/01~10/31) ⓒ민주언론시민연합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유형은 당사자와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경우입니다. ‘침묵의소리 가이드라인 2.0’ 3항은 “정신장애에 관한 정확한 의학적 용어와 사실을 정신건강전문가에게 확인하고 해당 내용에 따라 당사자 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기사를 작성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당사자가 배제된 보도일수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낼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정신질환 보도 중에서도 당사자와 전문가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정책, 제도 등에 관한 보도를 대상으로 언론이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정신질환 관련 총 6,633건 보도 중 정책과 제도 등이 언급된 경우는 390건입니다. 취재원을 분석한 결과, 당사자나 그 가족 또는 당사자 단체가 등장한 보도는 90건(23%)이고,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가 등장한 보도는 102건(26%)입니다. 정책, 제도 관련 보도 절반이 당사자 혹은 정신질환 전문가 목소리를 들은 셈으로 낮은 수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머지 보도 대부분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신질환 사업 관련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라는 점에서 정신질환 관련 정책, 제도에 관한 언론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도라고 하더라도 제도 등 부재로 인한 피해자 혹은 사업 수혜자로서 등장할 뿐 적극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당사자로 등장한 경우는 드뭅니다. 강원도민일보 [소방관·경찰 우울증·PTSD 정신적 피해 심각] (2021년 9월 29일 구본호 기자)은 강원도 내 5년 간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이력이 있는 이들의 수치와 함께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직장협의회 관계자 발언을 전했습니다. 피해 당사자의 발언을 전하긴 했지만, 한 줄에 불과했습니다.
헤럴드경제 [양천구, ‘스마트 지킴이 세이프 깔창’사업 성과] (2021년 10월 27일 이진용 기자)는 치매 노인 실종 사업에 대한 당사자 가족의 목소리를 전했으나 성과 홍보에 가깝고, 경향신문 [“할머니가 사라졌어요” 신발깔창 위치추적기가 ‘조기발견’한다] (2021년 10월 27일 류인하 기자), 아시아경제 [양천구 ‘스마트 지킴이 세이프 깔창’ 치매환자 실종 골든타임 확보] (2021년 10월 27일 박종일 기자) 등은 같은 취재원의 같은 발언을 실었고 내용도 유사했습니다. 즉 당사자 발언을 전했다고 해도 정책, 제도 반영을 촉구하기 위해 인용한 경우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해외 정신건강 가이드라인, 인식 개선 위한 언론 역할 주문
국내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이 이제 첫발을 떼고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면, 해외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은 언론이 ‘해야 할 것’도 적극 요청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신건강에 대한 책임 있는 보도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은 정신건강 관련 보도 시 “문맥을 풍부(contextualising facts)하게” 하라며 “정신질환 등에 대해 말할 때 치료 가능하다는 사실을 포함”하고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보도 시 이들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기억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호주 ‘마인드프레임(Mindframe)’의 자살 및 정신질환 보도 관련 가이드라인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라”, “도움 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라”고 권고하며, 영국 보건국이 지원하는 정신보건 프로그램 ‘타임 투 체인지(Time to change)’가 언론을 대상으로 배포한 ‘뉴스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정보를 널리 퍼뜨려라(예를 들어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등을 책임 있는 언론의 역할로 설명합니다.
언론 등 미디어가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편견을 부추기는 데 영향력이 큰 만큼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언론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넘어 ‘해야 할 것’을 적극 실천하며 정신질환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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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은 예방 가능하며,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 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http://www.mentalhealth.go.kr/portal/main/index.do
- 블루터치 홈페이지: https://blutouc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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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1년 8월 1일~10월 31일 우울증, 조현병, 외상 후 스트레스, PTSD, 지적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신경인지 장애, 정신질환, 정신장애, 정신병자, 치매, 사이코패스를 키워드로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등에서 검색한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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