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국민은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의 첫 번째 공식적인 국정 행보를 깊은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인수위의 모습은 공정과 상식은커녕, 오히려 깊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론스타 사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들이 버젓이 중책을 맡게 된 점
- 과거 분식회계 및 국정농단에 관련된 재벌인 SK에 편향된 경제2분과 구성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점은 과거 한때나마 재벌 개혁을 외쳤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재벌 편향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 주도의 정상적인 경제질서 구축에도 어긋나고, 무엇보다 론스타 사건, 국정농단 사건, 이재용 부당 승계 사건 등을 수사했던 윤석열 당선인의 과거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추경호, 론스타 게이트의 시작과 끝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2003년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으로서 2003.7. 소위 ‘10인 비밀대책회의’ (박스 해설 참고 -편집자)에 참석하는 등, 변양호 당시 금융정책국장 지휘 하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깊숙이 간여했다. 또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한창이던 2011년 후반 이후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함께 론스타의 한국 철수를 도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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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 비밀대책회의’에 관하여
시민단체와 관련 보도를 통해 ’10인 비밀대책회의’가 어떤 역할을 했고, 왜 문제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
“2003년 외환은행을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인 론스타에게 불법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사실상 확정”한 회의 (출처: [논평] 12·21 개각(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2015년 12월 23일 자)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은행 매각이 사실상 결정된 2003년 7월의 `10인 대책회의’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의혹 조사에 나섰다. (출처: 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검찰, 론스타 `10인 대책회의’ 조사’, 2006년 7월 14일 자)
이달 15일부터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론스타 ISD) 심리가 시작됐다. 그런 가운데 론스타를 감쌌던 금융관료들이 정부 소송대응을 구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략…) 이들 단체가 꼽은 문제의 금융관료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다. (…중략…) 이들은 “두 사람(추경호, 주형환)은 누구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위법이란 점을 알 수 있었음에도 2003년 7월 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른바 10인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수수방관했다”고 밝혔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연윤정 기자, “론스타 ISD 정부대응팀에서 론스타 감싼 금융관료 배제해야”, 2015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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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중재를 신청한 이후에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의 자격으로 론스타 대응 TF를 이끌면서 이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 방향을 결정했다.
추경호는 은행제도과장 시절 이미 론스타같은 비금융주력자에게는 은행을 매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외환은행 매각을 지켜 보았고,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에는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을 보유한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이 보도된 이후에도 별도의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론스타 대응 TF를 이끌 때에는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중재 사건에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제기하지 않는 것을 방치했다.
론스타가 5조 원이라는 ‘판돈’을 걸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론스타 ISD’)에 대한 판결이 멀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론스타 사건은 어쩌면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처리해야 할 첫 번째 중대 과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론스타 게이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한 추경호를 옆에 두고 과연 론스타 문제를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최종학, “삼바 회계 처리 잘못되지 않았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합류한 최종학 서울대 교수(경영학)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 소송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사건에서 지속적으로 기업 편을 들었다. 기업과의 친소 관계야 개인적 성향이라 치부하더라도 최 교수의 문제는 이와 차원을 달리한다. 삼바 사건의 경우 최 교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최소한 수백만 원의 용역비를 수수하고 삼바의 회계처리가 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였다고 알려졌다(관련 기사).
구체적으로 최 교수는 이 기사에서 “당시 내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전제로, 이럴 경우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를 작성하는 게 옳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현재 금감원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삼바 분식회계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박정길)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에 기소한 사건으로 국정 농단 사건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그런데 삼바 회계처리가 분식임을 주장하는 검찰의 반대쪽에 서서 삼바 변호인으로부터 용역비를 받고 삼바의 회계처리가 분식이 아니었음을 주장하는 자가 인수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러고서 과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찰이 끝까지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겠는가?
최상목, 국정농단 ‘미르 재단 출연금 모집’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인 최상목 농협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한 인물이다. 최상목은 2015년중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아 기업들로부터 미르 재단 출연금을 모집하는 데 간여하였다. 이 내용은 최순실·안종범에 대한 서울지방법원의 제1심 판결문(서울중앙지법 2018.2.13. 선고 2016고합1202)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최상목은 제1차 청와대 회의를 다음과 같이 주재하였다.
피고인 안종범의 지시를 받은 최상목은 2015. 10. 21.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1에 있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사무실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 이수영, 전경련 사회본부장 이용우 및 사회공헌팀장 이소원 등이 참석한 회의(‘1차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용우, 이소원에게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총리의 방한에 맞추어 3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하여야 한다. 출연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두산, CJ 등 9개 그룹이다’라는 취지로 지시하였고, 이에 이용우, 이소원은 회의를 마치고 전경련 사무실로 돌아와 급하게 재단설립 절차 등을 확인한 후 9개 그룹에 대한 출연금 분배 방안 문건 등을 준비하였다. (출처: 최서원·안종범의 국정농단 사건 제1심 판결문,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 제7~8쪽, 인용 중 강조와 밑줄 표시는 추가)
최상목은 미르 재단 설립과 관련하여 총 네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관련 대기업들에 출연금 갹출을 지시하였다. 이에 대해 최상목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팩트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국민 눈높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략] 불법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비록 법 적용의 기술적인 측면 때문에 불법 행위로 처벌받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상목의 행위는 그것 자체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행정부의 방만한 권력 행사를 자제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기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윤 당선인 측은 능력과 전문성 위주로 인수위원을 선발했다지만, 대통령의 잘못된 지시를 여과 없이 수행하는 것이 과연 이번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과 전문성인가?
SK 출신·관련자가 장악한 경제2분과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인수위 경제2분과에 SK 출신 인사들이 집중적으로 포함된 부분도 심각한 문제다. 간사 1명, 위원 3명으로 구성된 경제2분과중 간사를 맡은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를 역임하였다.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SK경영경제연구소장과 SK중국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하였고, 최태원 SK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관련 기사). 또한, 유웅환 인수위원은 SK텔레콤 ESG 혁신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SK텔레콤 고문을 맡고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산업과 일자리 문제를 다루는 분과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분과보다도 기업과의 접촉면이 직접적이다. 그런데 이 분과에 기업 입장만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특히 그 중에서도 SK 관련 인사가 전체의 3/4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대단히 편향적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경제2분과가 특정 재벌에 대한 편향성 없이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일자리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까?
안철수의 두 얼굴?
우리는 이번 인수위 구성과 관련하여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수위에서 안철수 위원장이 천거한 인사가 상당수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친재벌 인사이고, 그 중에서도 SK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안철수 위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재벌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생태계를 “삼성동물원,” “LG동물원”으로 표현하면서 재벌 생태계를 타파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에는 ‘대통령 직속으로 재벌개혁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천명했’었’다.
그러나 안철수 위원장은 또 다른 얼굴도 가지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최태원 SK회장 등 재벌 2, 3세와 일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2003년 4월 최태원 SK 회장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그의 구명을 위한 탄원서에 서명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도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안철수연구소의 코스닥 상장을 앞둔 1999년 10월, 불분명한 사유로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자신에게 발행토록 하고 1년 뒤 이를 행사하여 자신의 지분율을 39.1%에서 54.5%로 확대하였다. 이 거래와 관련하여 안철수 위원장은 거래 가격이 정상이었음을 주장했으나, 실제 발행 목적이 정관이 허용하는 신규자금 유치 등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경영권 보호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끝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이제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재벌 개혁을 외치던 그의 모습과 재벌의 범죄에 탄원서를 쓰고 본인 스스로도 석연치 않은 행위를 저지른 안철수의 모습 중에 어떤 모습이 그의 진정한 모습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경제2분과 인수위원 선정에서 SK 그룹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 데 안철수 위원장의 영향력이나 친소관계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대다수 언론의 관측을 접하면서 급속하게 재벌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고함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직 완전히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윤석열 당선자는 작은 정부,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당승계 사건에 대한 검사로서의 그의 활약은 대체로 국가 권력이나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로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법령을 위반하거나 국정 농단에 연루된 인사와 시장 질서를 훼손한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표방한 국정 철학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현재 인수위의 모습은 윤 당선인의 과거 검사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에 가깝다. 윤 당선인은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정치를 처음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겸손함을 보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잘못된 인수위 구성을 전면 재검토하여 바로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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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2년 3월 22일 ‘경제개혁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이 발표한 논평을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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