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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촬영물 범죄를 보도하며 ‘몰카’로 표현한 기사 제목(12/8~12/10)
△ 불법촬영물 범죄를 보도하며 ‘몰카’로 표현한 기사 제목(12/8~12/10)

12월 8일 MBC가 [단독/‘골프장’·‘기독교 언론사’ 대표 아들‥불법 촬영물 62개] (이문현 기자)를 보도했습니다. “유명 골프장 리조트와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의 아들이 여러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했고 이를 여성 이름과 나이순으로 정리해둔 것이 수백 개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

취재진은 “확보한 모든 자료와 증언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에 제출”했다면서, 경찰은 보도 당일 저녁 “미국 LA로 출국하려던 (피의자) 권 씨를 공항 지하주차장에서 긴급체포”했다고 전했습니다.

불법 촬영물 범죄, ‘몰카’로 표현  

MBC 보도 이후 여러 언론에서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요. 클릭 유도를 위한 부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도 여럿입니다. ‘몰카’라는 단어를 제목이나 본문에 포함한 겁니다. 12월 10일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 결과, ‘몰카’를 제목이나 본문에 포함한 기사는 20건입니다.

불법촬영 범죄

중앙일보, 매일신문, 조선비즈, 서울신문, 이투데이는 기사 제목은 물론이고 본문에서도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한국경제와 서울경제, 천지일보는 기사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한 ‘태그’에도 ‘몰카’를 포함했는데요. 기사 제목에서든 본문에서든 태그에서든 이렇게 부적절한 단어를 포함하는 것은 모두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독자를 그저 (광고 단가를 높혀줄) '죄회 수'로만 바라보는 클릭 저널리즘
독자를 그저 (광고 단가를 높혀줄) ‘죄회 수’로만 바라보는 클릭 저널리즘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가이드라인 지켜야

불법촬영물 범죄를 보도할 때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은 오래됐습니다. 2018년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는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발표하며 “(‘몰카’와 같이) 가해행위를 미화하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여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게 하거나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2020년 서울YWCA가 네이버 뉴스스탠드 제휴 매체 48곳 보도 전수조사 결과(2020년 6월 10일~16일)를 발표하며 “‘불법촬영물’을 ‘몰카’로 표현하는 건 디지털 성범죄를 사소하게 느끼도록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엔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을 심의·의결하고 11월 22일 권고안을 발표했는데요. 해당 권고안은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희화화하고, 피해자를 주목시키는 기사” 사례로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를 유희적 의미를 내포한 ‘몰카’로 약칭”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또한 ‘몰카’나 ‘몰래카메라’는 이벤트나 장난 등 유희적 의미를 내포하여 범죄의식 약화를 초래하므로 ‘불법촬영’, ‘불법촬영물’, ‘불법유포물’ 등 올바른 표현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보도·홍보·교육 등 목적으로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간행물 등의 제작·배포 시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권고안을 발표했다고 했습니다. 간행물 제작·배포 시 “성폭력·성희롱 및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상식과 통념이 생산 또는 확산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불법촬영물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이 무지 때문에 혹은 클릭 유도를 위해 ‘몰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할 경우 성범죄 및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상식과 통념을 생산하고 확산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몰카가 아니라 불법촬영 범죄다.
몰카가 아니라 불법촬영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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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8일~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MBC 단독보도 불법촬영물 범죄’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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