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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예방접종 부작용에 관해 이야기 한적이 있다. 벌써 5개월 전이다. 의료진 예방접종 과정에서 꽤 많은 경증 부작용을 경험했기에, 4월 일반인 예방접종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언론에서 관심을 가진 덕에 몇몇 매체에 인터뷰도 했고, 꽤나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정부나 학회에서도 관련 사항을 점검하고 현황 파악과 대안 마련에 분주했었다.

백신

당시 가장 큰 걱정은, 경미한 백신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모두 응급실로 몰려들어, 응급실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었다. 지난 1년의 코로나 대응과정과 의료인 예방접종 진행 과정에서 유추할때, 이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였다. 두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 첫째, 경미한 발열이나 국소동통(topalgia; 국소통증) 같은 예방접종 후 부작용 발생 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는 번호를 만드는 것.
  2. 둘째, 마찬가지로 경증 부작용에 간단한 처치가 가능한 24시간 진료실을 마련하는 것. (물론 중증 부작용 환자는 시간과 관계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나는 또 한번 좌절했다. 뉴스에 이슈가 되었을 때 잠깐 무언가 이뤄지나 싶었지만, 결국 어떤 대비책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씁쓸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전국 응급실이 아무리 신음해도 전혀 신경써주지 않았는데.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4월부터 6월까지. 일반인 접종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전국의 모든 예진실은 한결같이 접종자들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가까운 응급실을 찾으세요.” 

응급실

접종은 나라에서 하는데, 이후 부작용에 대한 상담 및 처치는 온전히 응급실 몫이 되었다. 일이 늘었다고 하소연하는 게 아니다(참고로 이 글의 필자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입니다. -편집자). 그래. 충분히 할 수 있다.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고작 이 정도 업무 더 한다고 찡찡거리면 되겠는가?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방접종 부작용자들 상담 및 처치 하느라 정작 중증환자를 볼 여력이 부족하단 사실이다. 심지어 그 부작용자들 거의 전부가 응급실 기준에선 제일 경미한 환자들이거늘. 더구나 가장 많은 부작용이 발열이다보니, 응급실 내부의 격리실이라는 소중한 자원이 소모되고 있다.

솔직히 사람들이 거리두기에 관심이 덜하단 거 진작 체감하고 있다. 줄었던 응급실 환자 수가 원상태로 돌아온지 오래니까. 안 그래도 큰 병원 선호도가 높은지라 권역응급의료센터에도 적지 않은 경증 환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더욱 경증인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까지 들이닥치고 있으니. 대체 어쩌란 말인지.

그래도 지난 한달은 조금 쉴 수 있었다. 한숨 돌렸다. 백신이 부족해서. 백신 부족으로 모두가 피눈물 흘리고 있다는 거 잘 안다. 그러니 다시 백신접종이 시작되면 쌍수를 들고 환호하는 게 맞다. 안다. 잘 아는데, 환호보다 걱정이 먼저 든다. 그런 내 처지가 서글프다. 나도 남들 웃을 때 같이 웃고 싶다.

8월부터 예방접종이 다시 시작된다.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한달 역시나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내일부터 당장 전국의 수 많은 예진실에서 또 이렇게 말할것이다.

“증상이 있으면 응급실로 가세요.”

경미한 백신 부작용 환자가 응급실에 몰리면 '진짜' 응급환자들은 정말 위험해진다.
경미한 백신 부작용 환자가 응급실에 몰리면 ‘진짜’ 응급환자들은 생명이 위험해진다. 백신 부작용, 특히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미한 백신 부작용 환자들은 응급실에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24시간 전화 상담과 간단한 처치가 가능한 24시간 진료실을 마련해 담당해야 한다.

심근경색, 뇌출혈, 중증외상 환자를 옆에 두고, 우린 또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과 온종일 입씨름을 벌이고 있을 게 뻔할 것이다. 혈전증이니 심근염이니 지겹도록 실랑이를 벌일 테고.

그래도 힘을 내야 할 테지. 그래요. 언제는 안 그랬다딥까? 다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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