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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근로계약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는 행위다. 현행 기간제보호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 의무 조항이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서류상 15시간 미만의 고용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약을 받아들인 노동자는 급여가 형편없이 적은 것은 물론이고, 고용보험과 직장 국민연금 가입 자격이 없어 해고되면 생계조차 막막해진다.”

– 한겨레, 사설: 교육현자의 참담한 ‘초단기 노동자’ (2015. 2. 17.) 중에서

총 직원 수 약 2,200명(회사 측 자료 미공개, 정부 공개자료 추산치)인 이케아코리아의 계약시간별 단시간 근로 형태 및 인원 비율은 다음과 같다.

이케아코리아 아르바이트

이케아코리아의 단시간 노동 실태

1. 생활이 어려운 낮은 임금 

아래 사진은 주 16시간 노동자의 급여명세서다. 기본급은 76만 원이고, 실수령액은 약 70만 원이다. 회사의 임금 비공개 정책으로 인해 급여명세서의 세부 내역은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시급은 모든 직원이 평가(P&D)에 따라 다르게 인상되며, 현재 최저 9,200~9,300원 선(2020년 기준, 2021년 임금은 교섭 중으로 미반영)이다.

이케아코리아 주 16시간 노동자의 급여명세서
이케아코리아 주 16시간 노동자의 급여명세서

2. 불규칙한 출퇴근 + ‘쪼개기’ 근무 

이케아코리아는 초단기 노동자에 가까운 단기 노동자(주16시간~)에게 1일 노동시간을 4, 5, 6, 8시간 등 다양한 형태로 나눠 배치한다. 그래서 통상의 노동자와 비교하면 아주 짧은 시간만 노동하지만,  1주일에 4~5일을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2020년 2월 노동조합(마트산업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지회) 설립 이후, 2021년 3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그때 노동조합의 핵심 요구 중 하나가 ‘1일 최소 노동시간 6시간 보장’이었다.

이케아코리아 단기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4시간~8시간)해서 단기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 강도가 갑작스럽게 높아지는 날이 생긴다. 즉, 주 32시간, 40시간 등 안정적으로 8시간을 일할 수 있는 노동자는 ‘먼저’ 배치하고, ‘빠진 구멍을 단기 노동자가 메우는 식으로 스케줄을 잡는다. 그래서 단기시간 노동자의 근무시간대는 개점 준비시간부터 폐점 후 마무리 시간까지 그 폭이 매우 크다.

이케아 단기시간 노동자의 근무 스케줄
이케아 단기시간 노동자의 근무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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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워라벨? 그게 뭐예요? 

단기시간 노동자의 스케줄은 2달 단위로 나오기는 하지만, 출근일자(요일), 출근 시간, 1일 노동시간 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다른 일(‘투잡’)을 하거나 학원 수강 등 자기계발 활동을 하기 어렵다.

근무시간은 짧아 급여는 적고, 스케줄은 '유동적'이라서 다른 일('투잡')을 하거나 학원 수강 등 자기계발도 어렵다.
근무시간은 짧아 급여는 적은데다 스케줄은 ‘유동적’이라서 다른 일(‘투잡’)을 하거나 학원 수강 등 자기계발도 어렵다.

4. 주말 고정 스케줄의 함정 

주 16시간 노동자의 경우 주말(토, 일)에만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평일 다른 생활(학업, 투잡 등)을 하기에 유리할 수 있지만, 현재 이케아코리아는 평일 대비 주말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사업장으로 주말 방문 고객 수는 평일의 2배가 넘는다. [footnote] 평일, 주말 방문 고객 수는 이케아코리아가 부당노동행위 건으로 2021년 초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름.(필자) [/footnote] 하지만 출근하는 직원 수나 근로시간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마저도 계약직

높은 노동 강도, 열악한 급여 등으로 이케아코리아의 (초)단기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퇴사자가 늘고 있다. 그리고 이케아코리아는 다시 계약직으로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케아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채용정보’에서 ‘대한민국’으로 검색하면, 15건의 채용공고가 조회되는데, 이 중 한글로 된 8건의 채용공고 모두 계약직(3개월~12개월)을 뽑는 공고다.

주32시간, 주16시간 계약직 노동자를 뽑는 이케아코리아 채용공고
주32시간, 주16시간 계약직 노동자를 뽑는 이케아코리아 채용공고

좋은 이미지의 나쁜 일터 

이케아코리아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마치 부품처럼 그때 그때 끼워서 노동력을 채워 넣는다. 그렇게 부품처럼 쓰여지는 노동자에게 워라벨이나 자기 계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여유는 없다. 이케아는 대외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초)단기시간 노동자에게는 결코 지속하기 어려운 나쁜 일터일 뿐이다.

이케아 카탈로그
이케아 카탈로그. ‘지속가능성’을 말하며 세련되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표방하는 이케아… 하지만 단기노동자에게 이케아는 ‘지속가능’한 일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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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함형재 마트산업노동조합 조직국장입니다. 이 글은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제2차 청년노동포럼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초단시간 노동을 중심으로’에 발표된 자료를 청년유니온과의 협의 하에 슬로우뉴스 원칙에 따라 편집해 발행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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