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큰일을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짬을 내어 일상을 돌아볼 수는 있다. 만인 대 만인의 전쟁터가 되어 버린 사회경제체제, 생존을 위한 일정 관리와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남들의 눈치를 봐 가며 쪼개어 써야 할 자원일 뿐이다. 하지만 일상을 찬찬히 응시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체제를 굴리기 위해 동원해야 할 자원이 아니라 조심스레 엮어 나가야 할 연약한 구슬 같은 것이다.
소소한 일들에 천착하는 이유는 작은 것이 아름답거나 강하기 때문이 아니며, 그것들이 모여 결국 큰일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건 우리 존재가 본디 조그맣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답기 위함이다.
인간이 작디 작다는 사실을 망각한 이들은 자신을 크다 여긴다. 작은 것들을 멸시한다. 한껏 치켜든 턱, 너희들은 왜 더 커지지 못하느냐며 깔본다. 자꾸만 더 많은 것들을 먹어 치운다. 하지만 그들도 무작정 커질 수는 없다. 때로는 거대한 산이 되려는 야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기 안으로 내려앉기도 한다.
각자가 작은 존재임을 인정할 때 삶은 커진다. 서로 크다 우기는 사회에서 삶은 초라하고 비루하다. 우리는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본디 작은 존재일 뿐이다.
그래도 괜찮고, 그래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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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 사람들보다
꿈을 이룬 사람들보다
꿈을 미룬 사람들을 사랑한다.
찬란한 희망, 미칠 듯 벅찬 이야기들은
너희 같은 종자가 넘볼 것이 아니었다 말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꿈을 미루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언젠가 처절하게 펼쳐질 꿈들의 비상을.
일상의 습격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삶의 고단함을 핑계로
절망으로 달려들지 않는
내 사랑들이여.
어딘가 숨어
입을 막고 흐느껴 우는지 모를
당신네들의 꿈을
바로 여기에서 한 치의 미룸 없이
선언한다. 온몸으로,
그 꿈들을 응원한다.
세월이 갈수록
꿈을 이룬 사람들보다
꿈을 미룬 사람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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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2018년 4월에 출간한 책 [어머니와 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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