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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웹의 귀환을 꿈꾸다

웹에 공개한 콘텐츠가 모든 인터넷 사용자에 의해 검색되고, 읽히며, 링크되고, 댓글을 생성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에서 개인과 단체가 자아를 만들고 가꾸고 나누는 시대 또한 지나갔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이 기록되고 쌓이는 공간, 거칠고 다채로운 감정이 연결되는 ‘공적 공간’으로서 월드와이드웹은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Rubber Dragon (CC BY SA)

Rubber Dragon (CC BY SA)

모래로 덮인 월드와이드웹

숨 가쁜 하루에 맞닿은 일상의 단면이 트위터에 기록되고, 친구와 나누고 싶은 글과 동영상이 모래알이 되어 페이스북 사막에 파묻힌다. 혹 타임라인이라는 모래폭풍이 지나가면 한 친구가 공유했던 멋진 동영상은 다시는 찾을 수 없다. 가끔 긴 글을 쓸 때면 구글+를 찾는다. 구글이 혹시 여느 다른 서비스처럼 언젠가 구글+서비스를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만약 bit.ly가 수익성을 고려해 3.ly처럼 URL 단축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수억만 개의 링크가 사라지게 된다. 혹은 애플이 iOS에서 앱만을 허용하고 웹 브라우징을 차단하기로 결정한다면, iOS 사용자는 월드와이드웹에 접근할 수 없으며 애플이 만든 또 다른 인터넷에 갇혀 살아가야 한다. 앱은 서로가 서로에 링크로 연결될 수 없으며, 뉴스 앱에서 개별 뉴스의 URL은 확인할 길 없다.

만약 스마트폰에서 앱만이 작동한다면, 만약 페이스북이 계속해서 오픈그래프를 특정 기업에게만 허용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월드와이드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1999년 공인인증서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공인인증서를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구현하는 액티브엑스는 한국 웹 브라우징 환경을 그 밑동부터 썩게 만들었다.

월드와이드웹이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이 보편화되는 것을 넋 놓고 지켜볼 수 없는 일이다. 2013년은 웹을 되찾는 해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웹은 ‘좋았던 (그들만의) 과거’를 허풍떠는 이들이 말하는 웹이 아니다. 여기서 웹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악마화하고, 보이콧하는 웹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으로부터 배워야한다. 사용자를 멍청한 바보로 취급하지 않고, 수많은 사용자의 필요(needs)에 정확하고 훌륭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경제적으로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RSS나 트랙백, 이메일 기반 공유 등 어려운 시스템을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인터넷 엘리트,  진화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집착

한편에서 일부(!) 블로거, 개발자, 웹 디자이너, 인터넷 활동가 등 이른바 ‘인터넷 엘리트’는 독특한 양념으로 만든 요리를 먹지않는 이들을 조롱하고, 요리 예술로 돈을 벌려고 하는 자를 무시한다. 다른 한편에서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은 차분하게 평균 사용자의 필요(needs)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어떤 기술적 사전지식 없이도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왔다. 이들 기업이 ‘서비스 이용약관’을 통해 수많은 사용자의 권리 축소를 시도할 때 인터넷 엘리트들은 팔짱 끼며 방관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사용자의 필요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별 사용자의 행위 하나 하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음을 깨달았다. 구글은 애드워즈(AdWords)와 애드센스(AdSense)를 통해 링크를 웹의 화폐로 전환시켰다. 애플은 바이러스, 스팸 그리고 잦은 컴퓨터 다운을 경험한 사용자에게 깔끔한 인터넷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개발자와 저작권자가 수익원을 찾고 있고, 사용자는 편안함이란 무엇인지 새롭게 깨닫고 있다. 트위터는 콘텐츠 링크 공유를 위해 복잡한 블로그가 필요 없음을 알아차렸고, 페이스북은 웹에서 사용자가 1분 안에 각자의 관계망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손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쉬운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사용자의 (공유)행위를 웹의 화폐로 전환하고 있다.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수천 개의 단어 또는 낯설게 보이는 URL보다 한 장의 사진이 적잖은 경우 더욱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직관적이며 호소력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 기업을 (경제적으로) 성장시켰던 환경은 열린 웹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 스스로 열린 웹을 무시하고 망치고 있다. 그렇다고 열린 웹에 대한 배반이 언젠가 이들 기업에게 복수로 돌아갈까? 유감스럽지만, 아니다. 한국 10대와 20대 중 대다수는 ‘링크’를 알지 못한다, 아니 알 필요가 없다. 공유된 콘텐츠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서 단 한 번 클릭으로 또 다른 확산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메일을 인터넷 중심 소통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강요받을 때 이들은 저항한다. 열린 인터넷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그 필요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대가 성장하고 있다.

열린 웹과 멀어진 게으른 자의 고백

나에 대해 고백한다. 지난 3년간 트위터, 페이스북, 아이폰을 누구보다 열심히 사용했다. 그러는 동안 오히려 블로그와는 멀어졌다. 노트북을 켜서 블로깅하기 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그때 그때의 생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담았다. 게으름이다. 블로그에 남겨진 댓글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와 트위터의 ‘RT’ 수에 민감했고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았다. 또 고백한다. 이메일로 전달되는 블로그 댓글 소식에 브라우저를 켜서 댓글 달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없다. 형편없는 인터페이스로 이뤄진 워드프레스(WordPress) 앱은 블로그 댓글에 대한 애정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지금쓰고 있는 이 글 또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질 것이고 토론될 것이고, 그리곤 쉽게 잊힐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그리고 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글에 대한 반응에 내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게으름과 얄팍한 마음을 탓하지만, 월드와이드웹이 단지 수십 개에 지나지 않는  기업의 손에 떨어진 상황을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웹은 인류 문명의 지식과 문화를 축적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인터넷에 접속한 모든 이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만약 열린 공간에서 서로 엮여 있는 지식과 문화가 점점 닫힌 공간에서 쌓여가고, 이 공간이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된다면, 그리고 정보를 남길 곳이 이들 소수 기업의 폐쇄 공간(서버)에 한정된다면, 사용자는 스스로 권리를 잃어 갈 테고, 이때 월드와이드웹은 천천히 망가지고, 그리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부터 작은 글 추천도 블로그에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반응을 스토리파이(Storify)를 통해 블로그에 기록할 것이며, 열린 공간에서 축적되고 연결되는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노력할 것이다.

2013년 월드와이드웹의 귀환을 함께 꿈꿉시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열린 웹을 만들지 못한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의 참여가 절실하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부탁합니다. 블로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10대가 사용해도 쉽고 간편한 것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계속해서 블로그 기능과 블로그 디자인을 혁신하고 확장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 주십시오. 모바일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블로그 글을 엮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주십시오. RSS(리더)처럼 복잡하지 않으며 페이스북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블로그 구독시스템을 만들어 주십시오. 플래터(Flattr) 또는 페이스북 ‘좋아요(like)’와 유사하지만 열린 웹에서 작동하는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합니다. 소수 기업에 의해 성격이 결정되지 않은 열린 웹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해 주십시오.

블로거, 개발자, 디자이너, 인터넷 활동가 여러분, 2013년 월드와이드웹의 귀환을 함께 꿈꿔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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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강정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메디아티 대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과 메디아티 대표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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