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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났어. 관측 사상 유례가 없는 대지진이었대. 나도 어제 누워있는데, 막 침대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니까?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진짜 실감 나더라.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해. 재산 피해도 아주 미미한 정도고.[footnote]지난 12일 연달아 발생한 지진(1차 5.1, 2차 5.8)으로 인해 8명이 다치고 200여 건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지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이유로 ‘진앙’와 ‘지진파’를 꼽았다. 안전처는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해 시설물별 피해 현황을 조사 중이고, 각 지자체는 피해 신고를 접수 중이며, 정부에선 재난지원급을 조기 지급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9월 13일 현재 상황) – 편집자.[/footnote]

그런데 어젯밤에 나는 진짜로 무서웠어. 지진도 지진이지만, 우리 사회가 거대한 재난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거든.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안전을 위해 새로 생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지진이 나던 시간에 접속할 수 없었어. 국민안전처는 홈페이지가 다운된 이유를 ‘과부하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아니, 재난 상황에 사람들의 관심이 국민안전처로 쏠리는 건 당연하잖아.

국민안전처

또, 평소에는 잘만 오던 긴급재난문자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오지 않았지. 전국의 사람들이 진동을 느꼈는데 문자는 경남지방에만 보냈고, 그나마도 이 지역의 SKT와 KT 4G 가입자는 2차 지진과 관련한 문자를 받지 못했대. 통신망이 폭주하면서 문자가 발송이 안 됐다나. 긴급재난문자가 복불복으로 간 거야.

물론 나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시는 공무원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분들이 재난 상황에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거냐고. 또, 우리 안의 안전 불감증도 진짜 심각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지.

많은 고등학교에서 지진이 나던 시간에 야자를 하고 있었잖아. 교실이 흔들려서 애들이 불안해하는데도,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라고 윽박지른 학교가 많았다고 해.

국범근

“선생님 지진 났어요!!”

“너희가 얼마나 집중을 안 했으면 지진을 느끼니? 공부해 공부! “

부산의 어느 고3 학생은 “학교가 1차 지진 이후에 1학년, 2학년만 귀가시키고 3학년들에게는 자습을 강요했다”면서 “학부모들이 학교에 항의 전화를 했는데도,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대답만 했다”고 말했지. 2차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야 대피를 하라고 했다니까 참… 심지어 교감은 1차 지진 이후 바로 귀가를 했다고 하네.

이런 비슷한 제보가 수없이 쏟아졌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만약 이것보다 더 강한 지진이 나서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을까? 이럴 거면 도대체 그 많은 안전교육, 지진 대비 훈련은 왜 한 거야?

“가만히 있으라”는 말 때문에 세월호 참사 때 그 많은 아까운 생명들이 사라졌잖아. 과연 우리는 참사를 통해 배운 바가 도대체 있기는 한 걸까?

국가 대개조니, 국민 안전의 날이니 실컷 떠들면 뭐하냐고. 정작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걸.

제발 한 번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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