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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 보도에 대해 항의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큰 이슈로 떠올랐다. 기자로서 내 경험에 의하면, 이정현 의원은 기사에 항의하는 ‘정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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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마구잡이로 쏘아붙이기

이정현 기자가 전화를 받으면 일단 자기 생각을 미친 듯이 쏟아낸다. 상대방이 말할 새도 안 주고 속사포로 윽박지른다. ‘내가 이 사람에게 이 만큼 항의했다’는 것을 상급자에게 혹은 조직에 보여주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무척 화가 났고 나는 기사에 대해 어필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나아가 기자, 그 기자의 데스크에게 ‘내가 이만큼 열 받아 있다’는 걸 어필하려는 의도도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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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쏘아붙여도 안 되면 읍소하기

이정현 쏘아붙여도 소용이 없는 것 같으면 “나 좀 살려주소”,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라며 읍소를 시작한다. 대개 분노를 표현하다 상대가 같이 화내지 않으면 읍소 전략에 들어간다. 혼자 화낼 수는 없으니까. 이정현 의원도 속사포 랩으로 분노를 쏟아내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읍소를 시작한다. ‘내가 분노를 진정시켰으니 너도 뭔가 변화를 보여달라’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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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건’ 제시하기

이정현 읍소하면서 “내가 기사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번만 좀 참아달라는 거야”와 같은 말을 덧붙인다. 비슷한 말로는 “사건이 다 밝혀지고 나면 얼마든지 조져”, “그런데 이번엔 좀 참아줘”가 있다. 이정현 의원은 해경을 비판하는 KBS 보도에 대해 “며칠 지나면 정부를 조지라. 근데 지금은 참아달라”고 한다.

아예 보도하지 말라거나 기사 내리라는 요구가 기자에게 무리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단 요구를 하는 것이다. 나도 양보했으니 너도 좀 양보해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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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같이 욕하기

이정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후임자의 실수로 기사가 나가게 될 경우 기자에게 전화해서는 후임자를 같이 씹는다. 이정현 의원은 국방부와 해군의 잘못된 발표로 인해 잘못된 기사가 나가자 “X발놈들이”라며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함께 국방부와 해군을 욕한다. 사람은 같이 욕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동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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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도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이정현 기자에게 “나는 괜찮은데 윗사람이 기사를 보고 화를 냈다.”, “내가 전화하고 싶어서 전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전략이다. 읍소 전략의 일환인데, 홍보팀 직원 중에는 종종 “기자님 이 기사 못 막으면 저 잘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비슷한 전략이다.

이정현 의원은 “하필 KBS 뉴스를 (대통령이) 봤네”라고 말한다. 기자에게 항의하는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고, 어쩔 수 없이 전화했다는 인식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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