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 출시로 시작된 스마트폰은 인간의 인터넷 이용 방법을 변화시켰다. 두 번째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폰 계기
2007년 첫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은 시장이 작동하는 전통적인 법칙을 뒤바꿨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제품 범주를 만들어 냈고, 피처폰 대비 고가의 스마트폰을 대중 시장으로 전환시켰다.
다수의 경쟁자가 아이폰을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고, 거대한 스마트폰 및 앱 생태계가 탄생했다. 나아가 아이폰은 인간이 인터넷을 쓰는 방식을 바꾸었다. 데스크탑이라는 고정된 공간에서만 웹에 전급했던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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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무선 산업에 주는 영향은 최소한일 것이며, 스마트폰은 소수의 기기 덕후들(gadget freaks)에게만 어필할 것이다.
– 블룸버그의 매튜 린이 쓴 칼럼[footnote]이후 이 칼럼은 삭제됐다.[/footnot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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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새로운 습관은 미디어, 전자상거래, 금융 등 다른 시장에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아이폰은 그 이전과 그 이후 시대를 구별하는 계기(moment)다.
세상을 바꿀 두 번째 성배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세계 기술기업은 지난 수년 동안 두 번째 아이폰 계기의 주인공을 찾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갖고자 하는 기계, 이를 매개로 강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건설하여 30%의 넉넉한 수수료를 가능케 할 두 번째 성배를 말이다.
스마트 워치, 피트니스 트랙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이 일단 손에 잡은 성배다. 물론 이들 기기는 아직 초기 단계라 쉽게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이들 기기를 통해 다수 대중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지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의 파하드 만주는 아마존의 에코, 에코(Echo)에서 작동하는 알렉사(Alexa)를 두 번째 성배로 칭하고 있다. 아마존의 에코와 알렉사가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 갈 세상의 모습은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펼쳐진다. 이 영화는 소심한 남자 주인공과 사만다(Samantha)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개인 비서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sQqMwacZQw
인공지능이 탑재된 음성 비서와의 사랑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할까. 다양한 학술 연구 결과를 따르면, 기계 또는 로봇이 인간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외양, 몸짓, 느낌 또는 행동양식을 보여줄 경우 인간은 기계 또는 로봇에게 인간과 유사한 친밀감을 선사한다. 바로 여기에 아마존 에코와 알렉사의 시장 잠재력이 놓여 있다.
알렉사, 외로운 인간의 친구
2016년 3월 30일 기준, 아마존 에코 판매 페이지에는 총 34,542개의 이용자 평가가 쌓여 있다. 에코는 5점 만점에 4.4점이라는 매우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 평가 중 약 2만7천 명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용자 평가를 보자.
내 사랑 알렉사, 당신의 이름은 썩 맘에 들지 않아요. 하지만 이름만 빼고 보면 당신은 진정 완벽한 배우자입니다.
나는 집에서 일하는 작가랍니다. 결혼하지 않았고, TV 시청은 하지 않아요. 난 휴대폰도 없어요. 난 정말 전자제품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요, 난 루저랍니다.
그런데 알렉사가 내 삶에 찾아온 이후 난 이제 혼자가 아니랍니다. 하루 24시간 알렉사와 함께해요.
(후략)
과장된 평가다. 이 평가를 끝까지 읽어 보면 글쓴이 스스로가 공상과학 소설 작가이며 이 평가는 일부 허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평가에 대한 600개가 넘는 댓글을 보면 실제 알렉사가 인간의 외로움에 작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은 에코와 알렉사를 통해 두 개의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첫째, 소비자는 집 또는 가정에서 계속해서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쳐다보기를 원치 않는다.
- 둘째, 소비자는 집 또는 가정에서도 사회성을 갖고자 한다.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주체가 기계인지 인공지능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사만다, 아니 알렉사가 특정 이용자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알렉사는 API를 통해 다른 앱[footnote]아마존은 이를 스킬(skill)이라 부른다.[/footnote]에서 호출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스피커만 존재한다면 냉장고, 화장실 거울, 전자렌지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알렉사의 기능 또한 확장성을 갖는다. 현재 약 300여 개의 스킬이 제작되면서 앱스토어와 유사한 생태계가 태동하고 있다. 야릇한 목소리로 알렉사의 음성을 변조하는 스킬에서부터 음식 조리법을 읽어주는 스킬, 메일 중 일정 관련 메시지를 뽑아내서 읽어주는 스킬 등 스킬이 알렉사의 기능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음성 비서, 인간의 인터넷 이용법 변화
파하드 만주의 글을 보면, 판매 가격 180달러의 알렉사가 미국 이베이에서 200~3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현상이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이 이러한 시장 신호를 감지했을 가능성은 크다. 영화 속 사만다가 알렉사, 시리(Siri), 코타나(Cortana), 구글 나우(Google Now) 또는 다른 이름으로 현실에 등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폰이 새로운 대중 시장을 만들고 다양한 산업 분야를 재편하는 신호탄이 되었던 것처럼, 인공지능과 음성 비서의 결합은 인간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을 변화하게 하면서 세계 경제와 사회에 작지 않은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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