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일 한 20대 청년이 버스 정류장에서 체포됐다.
지난 11월 14일 민중 총궐기에 참석했던 청년이었다. 혐의는 집회에서 공용물건(버스)를 손상했다는 것. 경찰은 “출석 요구 불응 가능성이 있”어 체포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청년은 청년좌파 회원이었고, 마침 그날은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체포된 김 씨(20대, 여성)는 경찰의 출석요구서는 받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루스벨트의 네 가지 자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41년 1월 6일에 연두교서를 통해 ‘안전한 미래’를 위해선 인간에게 ‘네 가지 자유’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언론과 의사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 and expression)
- 신앙의 자유(Freedom of worship)
- 결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
-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
루스벨트의 ‘네 가지 자유’는 훗날 대서양 헌장과 국제 연합 헌장에 반영됐고, 제2차 세계대전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전 세계 정치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세기도 훨씬 더 지난 루스벨트의 ‘네 가지 자유’를 지금 2015년 대한민국에서 꺼내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포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 의사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이미 ‘졸업’한 줄 알았던 군부독재의 망령, 권위주의 정부의 망령이 좀비처럼 되살아나려 하기 때문이다.
공포사회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공포는 자유를 잠식한다. 맘껏 표현할 수 없고, 자신을 검열하며, 공포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세상이 생겨난 이래 약자는 언제나 강자한테 짓밟히는 거야.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 거라고. 세상에 유일한 진리는 강자는! 약자를! 병탄한다[footnote]빼앗아 삼킨다[/footnote]! 강자는! 약자를! 인탄한다[footnote]짓밟고 빼앗는다[/footnote]! 이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야!”
역사 판타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길태미가 토해낸 유언을 뼛속까지 진실로 받아들이면서 살면 된다. 강한 자가 입 다물라고 하면 입 다물고, 세월호 집회에 갔다는 이유로, 민중총궐기에 갔다는 이유로 길바닥에서 경찰이 체포하면 그렇게 체포당하고, 그렇게 체포당하는 ‘시민’은 나와 같은 대한민국 시민이 아니라 보수 언론과 일부 극우 사이트에서 떠드는 ‘과격분자’, ‘시위꾼’, ‘빨갱이’ 취급하면 된다.
그냥 모른 척하면서 그렇게 살면 된다.
[box type=”info” head=”김성일 청년좌파 대표와의 일문일답”]
– 이번 체포에 대한 청년좌파의 입장은.
우선 부당하다. 출석요구서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체포라니 절차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의도적으로 공포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의도적인 공포 조성?
체포된 청년좌파 회원은 언론에서는 ‘버스를 파손한 김 모 씨’로 나온다. 하지만 청년좌파가 파악한 바로, 실제로 조사 내용을 보면, 줄을 잡고 있는 채증 사진이 있다는 정도다. 이렇다 할 특별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길거리에서 체포할 이유가 어디에 존재하나.
– 체포된 회원은 어떤 분인가.
20대 초반 여성이다. 생업이 있고, 거의 홀로 가업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다.
– 체포 당시 상황이 궁금한데.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서) 재판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잡혔다. 즉, 경찰이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체포했다.
– 경찰의 체포 이유는 ‘조사를 회피할 것 같다’는 것 아니었나.
그러니까. 경찰 주장은 모순이다. 체포 사유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 같다’, 쉽게 말해 도피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순순히 재판까지 받고 온 사람을 이런 방식으로 체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왜 이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하나.
체포하기 쉬운 사람, 하지만 본인은 전혀 체포당할 것으로는 상상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체포한 것으로 본다. 더불어 경찰에 집회 시위와 관련해 ‘할당’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 책임의 궁극적인 소재는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본다.
–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현재로썬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 구명 활동을 할 계획이다.
– 독자에게 한마디.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에 확실히 결말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테러 방지법도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공권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공권력의 행사 범위와 그 제한이 사라지고, 일상적으로 공권력이 확장되면, 이렇게 쉽게 시민을 체포해도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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