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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영 관세사 뭐길래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수출자와 수입자 간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한다. WTO 관세평가협정에서도 “관세평가의 기초는 최대한 평가대상 물품의 거래가격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 WTO 관세평가협정: Agreement on Implementation of Article Ⅶ of the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1947. “수입물품에 대하여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기초하는 실증적 관세평가체제를 확립하여 무역거래의 실질적 내용·관행에 부합하는 공평하고 통일적이며 중립적인 관세평가체제를 제공하려는 국제협약.

그렇다면 거래가격이 있으면 문제가 없을까? 다시 말해, 물품 수입을 위해 수출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과세가격 책정에는 문제가 없을까?

거래가격만으로 과세가격이 정해질까?

협정은 “과세가격은 상관행에 부합하는 단순하고 공평한 기준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무역시장에서 거래당사자 간의 가격 결정에는 거래 수량, 대금지급 시기와 방법, 사업상 친분의 정도, 시장에서의 지위 등 수많은 영향요소가 존재하고, 영향을 끼치는 정도도 거래 시점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또한, 단순히 물품의 가격뿐만 아니라 포장비, 국제운송 간 물류비용, 중개상 수수료 등 다양한 비용항목들에 대한 부담 주체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가격도 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례 1. 운송을 수출자에게 위탁한 경우

해외시장조사 후 최초로 수입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수출국 현지 사정에 밝지 않아 물품 선적 등 운송과 관련한 부분은 수출자에게 위탁한 경우다.

→ 수출자는 자신이 부담한 물류비용 상당액을 수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물품 단가를 인상할 것이다.

사례 2. 운송을 수입자가 담당하는 경우 

반대로 수입자가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수출국 현지의 운송사에 운임을 지불하고 운송해올 경우다.

→ 수출입자간의 거래단가에 물류비용이 제외될 것이다. 왜냐하면, 해외운송에 소용되는 물류비용을 수입자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거래단가는 수출자가 받는 단가라서 수입자가 물류비용을 지급하면, 수출자가 수입자에게 청구하는 비용에서 물류비용이 빠지는 것이다.

누가(수입자, 수출자) 운송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과세가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누가(수입자, 수출자) 운송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과세가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같은 물품도 운임 주체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 

이처럼 같은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국제운송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운임비용 부담주체에 따라 수입물품 단가가 달라질 수 있다. 관세법에서는 수출자와 수입자 간의 국제운송과 관련된 비용과 위험의 부담을 결정하는 정형 거래조건을 인정하되 수입 가격신고 시에는 CIF 조건을 기준가격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수입운송에 소요된 항공운임 비용을 수입자가 부담했을 경우 세관 수입신고시 해당 운임비용만큼을 가산 신고해야 거래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수출자가 물품의 선적에서 수입국 목적항까지의 원가격, 운임료, 보험료 일체를 부담할 것을 조건으로 한 무역계약임. CIF 조건이 수입신고 기준가격임에 따라 관세법상 거래가격은 물품 판매가격에 수출자가 수입국까지 도착하는 데 소요되는 운임과 보험료까지를 포함한 가격으로 정함.

과세가격의 결정 

수입물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관세법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해당할 경우) ‘가산비용’을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거래가격'(Price)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가산요소를 가산한 조정 가격'(Value)을 평가상 인정하고 있다.

  • 가산비용: 관세법에서는 실제 지급가격에 가산할 비용으로 다음을 정하고 있다.

① 수수료 및 중개료(구매수수료는 제외)
② 용기 비용, 포장 소요비용
③ 생산지원 물품 및 용역의 가격 또는 인하차액
④ Royalty 등 권리사용료
⑤ 판매자에게 사후 귀속되는 이익
⑥ 수입항까지의 운임·보험료

여기서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이라 함은 당해 수입물품의 대가로서 구매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총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구매자가 당해 수입물품의 대가와 판매자의 기존 채무를 상계하거나, 구매자가 판매자의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당초에 해당 거래에 대해서 계약된 총금액을 가격신고 해야 하며, 상계나 변제의 결과로서 지급되는 외환송금액만을 가격신고를 할 경우에는 저가신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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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점 하나 더!

수출자와 수입자 간의 채권·채무를 상계하고자 할 경우 외국환거래법 상 비정상적인 예외거래로 간주돼 사전에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대금을 지급하고 수입한 물품에 대해 반품이 발생할 경우 사내 회계 담당자의 재량으로 금융기관 사전신고 없이 이후 구매대금 결제 건에서 상계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하는데 외환심사에서 적발될 경우 과태료나 벌금을 물리게 된다. 수출입업체의 외환 조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수(?) 중의 하나다.

‘관세율’ 하향 평준화  vs. ‘과세가격’ 중요성 증대 

오늘날 세계 각국은 WTO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다자관계나 양자 간 무역협정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관세율 자체도 국가간 또는 품목간 격차를 좁히면서 하향 평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를 결정하는 두 가지의 대표적인 요소 중 관세율의 역할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과세가격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곧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관세평가의 비중이 커진다는 말이 된다.

관세의 중요한 기능이자 본래의 기능은 국내 산업 보호이다. 수입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부과액만큼 국내판매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수입물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것이다. 높은 관세율이 그동안 적절한 높이의 관세장벽을 설치해왔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FTA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해가는 추세다. 여기에 관세평가제도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세장벽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

과세가격 조정을 통한 관세장벽이 가능한 것은 단순히 관세율을 높이 책정하거나 인상하는 것과 달리 관세평가 자체는 기술적인 성격이 짙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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