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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3일 유튜브에 “나는 동물원에 있어(Me at the zoo)”라는 첫 번째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조드 카림(Jawed Karim)은 유튜브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다. 이 동영상을 시작으로 유튜브는 웹 동영상 시대를 열었다.

YouTube 동영상

1년이 지날 무렵인 2006년 유튜브는 16억 5천만 달러의 가격에 구글에 매각되었다.

이후 유튜브는 2007년 이른바 ‘파트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유튜브는 이른바 아마추어가 제작한 콘텐츠(UCC/UGC) 중심에서 전문가가 제작한 콘텐츠로 무게중심을 옮겨갔다.

블룸버그의 기사를 보면 유튜브는 2015년 유료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마침내 광고 없이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지난 10년 동안 유튜브는 ‘웹 동영상’의 동의어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10주년을 맞은 유튜브에게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를 넘보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였다. 그 주인공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의 첫 번째 공격 무기: 자동재생

페이스북이 동영상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2월 페이스북은 이용자 또는 페이지 운영자가 직접 올린 동영상에 ‘자동재생(Auto Play)’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 측면에서 볼 때 자동재생은 매우 짜증스러운 기능이다. 원치 않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그만큼 데이터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영상 생산자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주소(URL)를 페이스북 포스트에 입력하는 것보다 자동재생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용자가 동영상을 끝까지 보든 그렇지 않든 동영상 조회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리코드(re/code)의 기사를 보면 북미 프로아이스하키(NHL) 결승전 편집 동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200회에 그쳤지만 동일 동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조회수는 24만 회를 기록했다. 자동재생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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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페이스북 비디오 자동재생 기능은 페이스북 앱 또는 웹의 ‘설정’에서 끌 수 있다. 한편 이 자동재생에 자극을 받은 모양인지 구글도 웹 버전 유튜브에서 하나의 비디오가 재생된 후 유튜브가 골라준 비디오가 자동재생되는 방식을 적용했다. 물론 이 기능 역시 사이드바에서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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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무기: 알고리즘

페이스북은 링크에 기초한 유튜브 동영상보다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동영상의 뉴스피드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조정했다. 유튜브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상황이나 타사의 알고리즘에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페이스북은 ‘웹 동영상 = 유튜브’라는 이용자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수치에서도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동영상은 하루 총 40억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9월 총 조회수는 10억 수준이었다. 약 7개월 만에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수는 10억에서 40억으로 급상승했다.

반면 유튜브가 하루 40억 조회수를 기록한 시점은 2012년 초기다. 2009년 10억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유튜브가 10억에서부터 40억 조회수를 도달하는 데 약 4년이 걸렸다. 페이스북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동영상 조회수를 끌어 올리는 데에는 자동재생뿐 아니라 뉴스피드 알고리즘 조정이 한몫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페이스북 광고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셰릴 샌드버그 (이미지 출처:  cellanr, Sheryl Sandberg, at Facebook's London HQ, April 2013. CC BY-SA 2.0)
페이스북 광고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셰릴 샌드버그 (이미지 출처: cellanr, Sheryl Sandberg, at Facebook’s London HQ, April 2013. CC BY-SA 2.0)

또 다른 무기들: 임베드와 동영상 광고

2015년 3월 페이스북은 동영상의 임베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페이스북 동영상을 매개로 하는 네트워크 확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모바일이 미디어 소비의 주요 공간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임베드 기능이 동영상 확산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올린 또는 올라온 동영상을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생산자 입장에서 매력이다.

2015년 4월 21일 페이스북은 마침내 동영상 광고의 시범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초기 파트너로 바이스(Vice), 복스 미디어(Vox Media), 테이스트메이드(Tastemade) 그리고 퍼니 오어 다이(Funny or Die) 등을 선정했다. 이들을 포함 총 7개 미디어 기업은 페이스북 내부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샵(Creative Shop)이라는 광고 에이전시와 함께 브랜드 광고 동영상을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이 광고주를 모집하고 이들 7개 미디어가 동영상 광고를 생산하고 그 광고 동영상 노출은 광고주의 선택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인하우스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샵을 통해 동영상 광고주를 모집하고 선별된 미디어 기업과 광고주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기업에 광고 영상 제작을 맡긴다.
페이스북은 인하우스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샵을 통해 동영상 광고주를 모집하고 선별된 미디어 기업과 광고주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기업에 광고 영상 제작을 맡긴다.

페이스북이 광고주를 모집한다는 의미는 페이스북이 광고주에게 목표 고객 선정과 그 효과 보고서를 직접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취향, 연령, 지역 등 이용자 데이터에 기초한 페이스북의 동영상 노출 타겟팅 능력은 역사상 지금까지 존재한 어떤 기업도 가지고 있지 못한 높은 수준이다. 위 그림 같은 모델 외에도 유튜브처럼 광고주가 광고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올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실험이 현재 ‘게임 앱 설치 광고’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작되었다.

페이스북은 데스크탑 앱 설치 광고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데스크탑 앱 설치 광고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처럼 선별된 미디어 기업에 동영상 광고 제작을 위탁하는 방식과 유튜브처럼 광고주에게 전적으로 제작을 맡기는 방식이 동시에 실험되고 있다. 만약 전자가 실험을 넘어 현실화할 경우 동영상 광고 제작사로 선택받기 위한 미디어 기업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생태계 지배력은 높아지며 미디어 기업의 페이스북 종속성은 함께 증가할 것이다.

페이스북에 부족한 점: 검색과 팬 잠금효과

페이스북이 유튜브와의 최종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이 있다. 하나는 검색이며, 다른 하나는 이른바 ‘유튜브 스타’로 대표되는 즉, 고정 팬이라는 잠금효과다.

페이스북은 검색을 원치 않을 것이다

동영상 검색 뿐 아니라 페이스북은 당분간 전통적인 검색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콘텐츠 피드(Feed) 소비에 굳이 검색을 추가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친구공개’ 포스트뿐 아니라 ‘전체공개’ 포스트가 검색되고 검색을 통해 낯선 이용자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저작권

두 번째는 저작권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내려받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양 올리는 사례가 페이스북에 넘쳐난다. 만약 검색이 작동할 경우 관련 저작권 분쟁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여기서 페이스북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구독(pull 방식)에 기초한 동영상 소비에 집중할 것이다. 동영상 검색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는 유튜브를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다.

유튜브 스타를 어떻게 뺏을 것인가

페이스북의 두 번째 숙제는 “유튜브에 형성된 이른바 ‘팬 잠금효과’를 어떻게 깰 수 있는가”다. 유튜브 스타 또는 유튜브 유명인들은 꾸준히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을 만났고 작지 않은 규모의 팬(구독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버리고 페이스북으로 주요무대를 옮겨갈 유튜브 스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Andrew Wilkinson, Harrison Ford's star on the Hollywood Walk Of Fame. CC BY-SA 2.0)
(이미지 출처: Andrew Wilkinson, Harrison Ford’s star on the Hollywood Walk Of Fame. CC BY-SA 2.0)

그렇다고 유튜브의 팬 잠금효과가 난공불락은 아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활용하는 유튜브 스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페이스북에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는 생산자가 증가할수록 페이스북 팬 페이지 운영자의 자연도달(organic reach)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광고주는 페이스북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콘텐츠 생산자에 더욱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주의 광고지출이 페이스북에 증가할 경우 동영상 생산자의 무게 중심은 유튜브에서 페이스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팬 잠금효과’가 깨지는 순간이 오래 남지 않았다.

경쟁이 시장을 변화시킨다

유튜브는 페이스북의 도전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힘을 아직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광고주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고, 미디어 기업이 둘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튜브 스타는 당분간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겠지만, 페이스북의 유혹은 나날이 거세질 것이다. 만약 페이스북이 저작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수익구조를 확보한다면 검색을 가능케 할 ‘동영상 전용 앱’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시장의 경쟁압력을 맛보고 있다. 구글에게 유튜브 10주년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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