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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노모뎀의 ‘좀비’ 기획물 연작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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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봐! 불붙은 사람이 떨어지고 있다!”

 

여러사람의 비명소리와 함께 목격된 비극의 주인공은 다행히 사람이 아니었다.

영화 “타워링” 의 한 장면. The Towering Inferno © 1974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nd Warner Bros. Inc.

1954년 뉴욕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 지붕 위에서 누군가 마네킹 인형에 불을 붙여 던지다가 주민의 신고로 뉴욕 경찰에 체포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범인은 어리디어린 중학생 소년이었으며, 자신은 어떤 악의나 장난으로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라 “별똥별에서 온 사나이(The Man from Meteor)”라는 단편영화를 만들고자 ‘온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고 범행의 모든 내용을 실토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조지 로메로였다.

로메로가 만들려 했던 외계인 영화의 꿈

조지 로메로는 당시 부친에게서 14살 생일선물로 받은 8밀리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는데,  예술광고 분야에서 경력을 일궈나간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전소설과 영화들의 내용을 자신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욕망이 단편영화 촬영으로 막 발현되고 있었던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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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 에이트” 의 한 장면.  Super 8 © 2011 Paramount Pictures. Inc.

영화의 현실감을 재현하고자 했던 노력은 관객이 아닌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 데 성공했고, 덕분에 조지 로메로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코네티컷의 엄격한 사립 고등학교인 서필드 아카데미에 보내졌지만, 전화위복이랄까 예술과 영화를 관람하고 연구하기 좋은 시설이 갖춰져 있던 고교 시절을 지낸 그는 카네기 멜런 대학에 진학해서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조지 로메로는 경찰체포의 경험을 통해 영화를 단순한 일방통행식 이야기 전달로 접근하기보다 관객들이 새롭게 해석을 하는 현상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렇게  진지한 영상과 심리를 표출하는 표현 매체로서의 양식에 무게를 두며 영화학도가 되어가던 중 만난 할리우드 영화 제작 현장은 그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게 된다.

현실적인 소재도 허무맹랑하게 만들어가는 극장영화 제작 시스템에 속하기보다는 더 사실적인 영상 세계를 추구하게 된 로메로는 ‘라텐트 이미지’라는 상업 영상 제작 전문회사를 차려 주로 산업 광고 분야의 영상들을 깔끔하게 제작하며 수입 활동을 했다.

우주를 그리던 꿈이 무서운 시체 이야기로 바뀌다

그러나 극장영화 제작의 꿈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던 로메로는 저예산 공포영화를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로 각본을 쓰기 시작해 ‘외딴집에 갇힌 사람들을 좀비들이 공격해올 때 벌어지는 이야기’로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은유하게 되는데, 본래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십 대의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와 같은 십 대의 지구인과 어울리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내용이었다.

로메로가 중학생 때 만들려 했던 외계인 영화가 그대로 제작 실현되었다면 스필버그보다 15년 앞선 [E.T.]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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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T.” 의 한 장면. E.T. © 1982 Universal Pictures. Inc.

그러나 초기 시나리오가 다소 밋밋한 이야기라고 느낀 공동 각본가 루소는 충격과 공포를 더 하고 싶어 했고, 루소의 손을 거치는 사이 시나리오는 ‘집을 나간 10대 소년이 초원을 헤매다 부패한 시체를 먹는 외계인과 맞닥뜨리는 설정’으로 더 직접적인 공포로 바뀌었다.

공동 각본과정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아이디어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던 과정을 지나자 물살을 타기 시작했지만,  로메로 자신은 어디까지나 길고 상세한 느낌의 서사보다 짤막하면서도 깔끔한 영상 위주의 앤솔로지 필름, 즉 단편영화 시리즈들을 염두에 두었다.

[box type=”info” head=”앤솔로지(Anthology)”]

그리스어 ἀνθολογία (앤솔로지아)에서 온 말로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문학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짧은 시편이나 문학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작품처럼 구성한 형식을 가리키는 데 쓰여온 말이다. [/box]

조지 로메로는 그중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테일즈 오브 테러(1962)’라는 트릴로지 호러필름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1945년 이러한 앤솔로지 필름류의 초기작으로 얼링스튜디오가 ‘데드 오브 나이트’를 선보인 이래 유명한 괴담이나 단편소설을 서너 개의 짧은 공포영화로 구성하여 극장에서 상영하는 방식은 60년대에 이르자 하나의 영화 장르처럼 여겨지고 있었고, B급 영화의 장인 로저 코먼이 제작한 ‘테일즈 오브 테러’는 그런 앤솔로지 호러필름의 전형이었다.

[box type=”info” head=”데드 오브 나이트”]

마틴 스콜세지가 2004년 소개한 최고의 호러영화 11개에 꼽히는 작품으로 5개의 유명한 괴담들을 각각의 단편영화로 구성해 선보였다. 영화 전체 구조가 하나의 영화로 짜여있지만, 공동감독만 4인에 이를 정도로 단편마다 연출이 특색있게 이뤄진 걸작 앤솔로지 필름이다. 한국에는 [악몽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상영 소개되었으며, 영화의 구조 뿐 아니라 각각의 단편 내용들은 그 이후 많은 영국영화들과 헐리우드 영상물에 영향을 끼쳐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계속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계기를 만들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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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오브 나이트 극장 포스터. Dead of Night via Wikipedia

[box type=”info” head=”테일즈 오브 테러”]

1962년 로저 코먼이 제작한 이 영화는 3편의 공포영화를 엮은 앤솔로지 호러 필름으로 이 분야의 새로운 유행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드거 앨런 포 의 세 단편 소설을 영화로 옮겼지만, 엄밀히는 원작을 그대로 따랐다기보다 두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한편으로 합하거나 원작이라고 하기 미묘한 풍의 각색도 곁들여서 그만큼 독창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빈센트 프라이스, 피터 로레, 베이질 레스본 의 당대 유명한 공포 영화배우들을 앞세운 제작과 홍보는 큰 힘을 발휘해 계속 같은 형식의 영화들이 선보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참고로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서구 장르 문학의 개척자이자 단편 소설과 추리 소설의 선구자 역할을 한 문학가로 영화에 있어서도 공포와 서스펜스 분야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는 문학가이다.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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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 오브 테러 극장 포스터.  Tales of Terror via Wikipedia

에드거 앨런 포의 세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테일즈 오브 테러’를 살펴보던 로메로는, 낡은 이야기들을 영상용으로 훌륭하게 매만진 리처드 매드슨의  각본에 되레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결국 리처드 매드슨의 오리지날 소설 ‘나는 전설이다’를 꼼꼼히 검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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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1809-1849)

그리고 그 결과는 앞서 외계인 등장 시나리오들이 모두 뜯어 고쳐진, 썩은 인간의 시체가 되살아나고 번지는데 초점을 둔 전혀 새로운 각본으로 이뤄졌다.

그렇게 시나리오가 수정되어 갈 수 록 ‘시체가 나오던 괴물 영화’는 고전적인 괴담 형태를 넘어서 로메로가 평소에 추구하던 ‘극사실주의적인’ 경향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그렇게 영상화된 작품에 어떤 설명이나 기승전결 없이 바로 남녀배우가 살아있는 시체와 맞닥뜨리게 되는 시작은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구성을 더 닮게 되었다.

로메로의 시나리오는 전반적으로는 ‘나는 전설이다’의 플롯을 차용했지만, 흡혈귀가 아닌 구울(구울; 묘지를 배회하며 사람을 먹는 전설의 요괴로, 서양문화 속에서 부패한 시체괴물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전형성이 있다.)이라는 점을 활용해 사람이 사람을 먹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넣고, 그런 장면에서 관객이 느끼게 될 비위생적인 감각을 그 공포와는 별개로 사람에게 쉽게 옮기는 전염병을 연상할 수 있도록 장면의 순서들을 짜 넣었다.

http://en.wikipedia.org/wiki/Ghoul
상상 속의 구울 via Wikipedia

또한 보통의 괴물영화에서 드러나는 환상이나 주술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극의 중간 TV 화면을 통해 사건의 원인이 과학적인 사고에서 일어난 것임을 흘려보내 관객들을 이해시키는 동시에 어떤 상황이든 TV 를 통해 알게 되고 풀어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극의 중간마다 자연스럽게 반영시켰다.

저예산 영화로 기획된  시작과 본래 여러 개의 짧은 단편으로 제작하려 했던 배경들을 고려해 이렇듯 한 장면이 여러 가지 역할을 띄게 한 로메로의 연출방식은 단순히 ‘밋밋해지는 장편영화의 단점’에서 벗어나려 한 시도였고, 그 시도의 성공은 관객들이 스스로 자신이 속해 있는 현대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은유의 장치로 동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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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n Jones @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box type=”error” head=”스포일러 주의”]

게다가 영화 속 흑인 청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이 속하게 된 집단의 생존을 모색하며 치열하게 노력하는 한편, 백인 가족들의 이기주의가 일으키는 사고들은 집단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복선의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실제 사회 속 인종차별주의의 폐해와 더불어 핵가족 주의 사고방식의 문제점까지 비판하게 하는 절묘한 정치 사회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같은 주제로 심도 있게 토론을 하게 만드는 정도이기도 했다.[/box]

조지 로메로는 영화를 완성하는 와중 영화의 제목에 뱀파이어나 구울 등의 제목을 넣지 않으려 했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만들어낸 영화 속의 현상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심을 했는데 그 결과, 좀비의 행동을 그대로 깔끔하게 묘사한 ‘살아있는 시체’ 즉 ‘리빙 데드’ 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영화의 제목마저 좀비에 대해 굵직하고도 이해가 쉬운 ‘은유’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 시나리오와 연출의 완성도와 달리 저예산으로 인해 끊임없이 로메로를 압박했던 것은 생생한 살육 묘사였는데, 사실적으로 묘사 할 수 록 검열의 우려가 있었고 비용도 모자라는 상황에 그런 검열까지 고려하여 여러 가지 효과를 부자연스럽게 만들면  종래의 좀비 영화들이 걸었던 코미디 공포영화의 방향이 되기 쉬웠다.

결국, … 로메로는 35미리 흑백필름으로 전체 신을 촬영하며 충격적인 장면들의 원색효과들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게 되었는데 이는 영화를 되려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결과까지 낳게 되었다.

11만 4천 달러의 예산으로 완성한 이 영화는 실제 흥행에서 전미 극장에서만 1천2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엄청난 기록을 낳았는데, 이는 지금껏 메이저 제작사가 제작하지 않은 공포영화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http://en.wikipedia.org/wiki/Night_of_the_Living_Dead
마침내 완성된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극장 포스터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는 한편으로는 때아닌 비극이 현실의 관객들에게 일어나게 되었는데, 특히 해당 영화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괴담식 괴물 영화일 줄로 예상하고 극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그들에게 닥칠 재난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상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훗날 시카고타임즈에서 해당 영화에 관해 호평했던 영화비평가 로저 이버트마저 어린 관객이 보게 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극장 풍경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자신이 목격한 바를 옮겼다.

“어린 관객들 대부분이 완전히 굳어버렸고 심지어는 바로 졸도하기까지 했다. 극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상영기사가 중간에 영화를 멈춰야 했다. 내 옆에는 아홉 살가량의 여자애가 자리에 앉은 채로 내내 울고 있었는데, 어린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고 살아남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비극이었다.”

http://en.wikipedia.org/wiki/Roger_Ebert
로저 이버트 (1967-2013) via Wikipedia

예민한 영화비평가들 역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담고 있는 진정한 공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일상 속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담담하고도 충격적인 현실감에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해당 영화가 결국 ‘현대 공포영화의 여명기’를 열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렇듯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완전하게 좀비(물)을 정의했다. 그리고 이후 ‘시체'(데드)라는 단어가 곧 좀비를 뜻하게 되는 언어의 확장성을 보여주며 1978년 로메로 자신이 직접 영화 속에서 ‘좀비’라는 단어를 쓴 후속작을 내놓을 때까지 한 문화 장르의 완성을 보여주었다(하지만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는 좀비라는 표현이 영화 내내 등장하지 않는다).

[시체들의 새벽] 세 가지 특징 

조지 로메로의 두번째 좀비 영화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공개되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부터 10년이 지난 1978년 공개된 [시체들의 새벽]은 전작과 비교하면 세 가지의 뚜렷한 특징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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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새벽 포스터. Dawn of the Dead @ 1978 George A. Romero

하나는 전작에 비해 모든 것이 반대의 구도를 이루고 있는 점이었다.  흑백이었던 영상은 천연색이 되었으며, 깜깜한 밤의 시간적 배경은 밝은 대낮으로, 소수의 심리극이 펼쳐지던 장소는 외딴집으로부터 도심지 속 쇼핑공간이 되어 영화의 제목이 ‘밤’에서 ‘새벽’으로 변한 만큼 완전히 바뀐 영화가 된 것이다.

둘째는 심각하고 무서웠던 전작의 분위기와 아주 은밀하게 이뤄지는 사회비판의 은유를 벗어나 간간이 웃음기 어린 분위기를 자아내서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전격적인 풍자를 시도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매우 쉽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점이다.

셋째는 이 영화의 공동제작과 음악을 맡은 사람이 할리우드의 영화인사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유명한 공포영화제작자 다리오 아르젠토라는 것으로,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럽에도 로메로식 좀비 영화가 본격적으로 상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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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아르젠토 via Wikipedia

[시체들의 새벽]은 전작의 좀비를 가리키는 표현인 ‘리빙 데드’가 그냥 ‘데드’로 타이틀 표기되어야 했던 저작권 문제를 제외하고는 평론가들의 비평은 물론 관객들의 높은 호응도를 얻어내며 제작비 50만 달러에 흥행은 5천5백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시체 3부작’의 완결, [시체들의 낮] 

이후 조지 로메로의 다음 좀비 영화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제목 그대로 [시체들의 낮]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985년에 개봉해 이른바 [시체 3부작]의 완결을 이룬다(국내에서는 비디오 출시제목이 [죽음의 날] 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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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낮 포스터. Day of the Dead @ 1985 George A. Romero

[시체들의 낮]은  전작에 비해 몇 배의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극적 구성은 미약해진 반면 훨씬 끔찍해진 대량 살육 장면들이 기존 관객들의 거부반응을 일으켜 흥행 수익은 3천4백만 달러에 그치고 말았기에,  ‘좀비에 대한 극장영화를 3부작으로 완성해냈다’는 평과 특수효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영상 기법들이 매우 높은 완성도를 이뤘다는 점 등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조지 로메로는 2004년에 이르기까지 다시 좀비 영화를 만들지 않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시체 3부작]은 ‘좀비 영화’에 대한 모든 법칙을 기록한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며 수없이 많은 좀비 영화들을 비롯해 성공적인 리메이크작들도 계속 선보이게 되었다.

이 모든 시작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한편의 음울한 흑백영화였으나 개봉 당시 아무도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다.

좀비 영화의 원형,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반세기 

현재의 대중들에게 이렇듯 좀비 영화의 원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선보인 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공식 기록된 북미권의 좀비 극장영화만 360편이 넘으며 유명 영미문학으로만 70여 편에다 그 외 세계 각국의 영화, 소설과 만화 속의 좀비들을 합산한다면 한마디로 좀비 장르는  종래의 공포 문화를 분량 면에서도 압도적으로 갱신한 아이콘이다.

그러나,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 상품 문화의 유행을 떠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단순한 공포의 기승전결이 아닌,  현대인들이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일상 속의 근원적인 공포를 충격적인 영상으로 캐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이 영화 이후 대중들은 도심 속 연쇄살인, 전쟁과 문명파괴, 감기 바이러스의 전파 같은 현실 속의 끔찍한 사건 사고들을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좀비라는 코드를 떠올리게 되었으며 지금은 사회과학과 정보문화 분야에서까지 좀비라는 단어로 많은 현상을 설명하는 절묘한 키워드로 활용 중이다.

조지 로메로가 완성한 것 ‘현대인의 공포’ 

1968년 조지 로메로가 완성한 것은 한편의  ‘공포 영화’를 떠나, ‘현대인의 공포 문화’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제 모든 문화에서 좀비를 만나게 되었고, 그 여파 중 하나로 포털사이트 지식인 게시물에 심각하고 진지한 ‘좀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등록될 정도로 좀비는 생생한 현실로 여겨지고 있다.

모든 공포 문화의 역할이 그렇듯 좀비 역시 우리가 평소 불안하게 여기거나 잘못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역설적인 악몽으로 되풀이할 것이다. 무서운 좀비들의 모습이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와 무력감의 은유이며 그렇기에 극복해 나가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메로가 만들어낸 좀비와 그 후손들은 이제 디지털 화면속에서 우리를 향해 울부짖고 있다. 우리가 공포와 좌절을 딛고 내일의 희망을 되찾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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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최근 저작권 분쟁 끝에 퍼블릭 도메인으로 누구나 인터넷 유투브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상이 되었다. 여러분도 오싹하면서도 즐거운 감상이 되길 바란다.

http://youtu.be/-_f2Enn8x5s

추신. 

독자 분 중에 믿어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공포영화를 무서워해서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인 데다 특히 좀비 영화처럼 잔인한 영상물은 신체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편이라 그런 이유에서도 3부를 집필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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