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BO에서 방영 중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현재 4번째 시즌이 끝난 상태고 5번째 시즌이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드라마 시작 때 나오는 메인 테마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메인 테마를 작곡한 사람은 독일 출신의 라민 자와디(Ramin Djawadi)입니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그를 한스 짐머가 눈여겨 보다가 자신의 스튜디오인 “리모트 콘트롤 프로덕션”에 불러들입니다. 거기서 한스 짐머 계열 작곡가인 클라우스 바델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죠.
라민 자와디는 한스 짐머 계열 작곡가답게 웅장하고 선 굵은 사운드를 주로 만듭니다.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와 전자 기타도 잘 사용하고 동양적인 분위기의 악기도 잘 첨가하죠. 그가 참여한 작품 중 영화로는 [아이언맨],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퍼시픽 림], 드라마로는 [프리즌 브레이크],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비디오 게임으로는 [메달 오브 아너] 등이 유명합니다.
잠깐 옆길로 샜는데 다시 이 글의 주제로 돌아와서 설명하죠. 어떤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 유튜브의 수많은 사람 – 아마추어, 프로 뮤지션을 가리지 않고 그 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시 부르거나 연주를 해서 올려놓습니다. [왕좌의 게임]도 마찬가지인데요, 인상적인 메인 테마를 사람들이 가만 둘리가 없겠죠.
그중에서 인상적인 몇 가지를 뽑아 봤습니다. 재즈부터 힙합, 아카펠라, 메탈 그리고 80년대 팝 버전까지 들어보시죠. 여러분은 어떤 버전이 제일 흥미롭나요?
스무드 재즈 버전
유튜브에서 이미 유명한 히트곡들을 커버하면서 유명해진 스콧 브래들리(피아노)가 색소폰 연주자 데이브 코즈와 함께 한 버전입니다. 데이브 코즈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이죠. 스콧 브래들리는 최근 싸이의 젠틀맨을 커버해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웅장한 테마가 재즈곡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힙합 버전
미국 캠브리지 지역의 레코딩 레이블을 운영하는 프로듀서 아키타입(The Arcitype)과 옆 동네 출신의 래퍼 도미닉 오메가(Dominik Omega)가 함께 만든 버전입니다. 바이올린 선율을 샘플링해서 랩을 얹었습니다.
왕좌의 게임과 힙합을 모두 좋아하는 분들은 여러 래퍼가 참여한 “캐치 더 스론(Catch the Throne)”이라는 믹스 테입을 들으세요.
메탈 버전
331Eroc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에릭 칼데론(Eric Calerdone)이 연주한 메탈 버전입니다. 다른 버전들이 원래 멜로디에 충실하다면 이 곡은 이런 스타일의 특징을 살려 애드립이 작렬합니다.
드럼패드 버전
드럼패드 역시 최근 리믹스나 커버 버전의 연주에 많이 이용되는 악기입니다. 드럼패드 연주는 멜로디 라인은 대부분 미리 다 만들어놓고 비트 위주로 찍으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시각효과가 좋죠. 이건 메트로지놈(MetroGnome)의 연주 버전입니다. 옷도 갈아입으면서 영상 연출에도 신경을 많이 썼군요.
80s 버전
최근 유행하는 편곡 스타일 중의 하나는 80년대 스타일의 팝 버전입니다. Steve Duzz라는 유튜브 이용자가 만든 80년대 버전도 매우 재밌게 편곡된 버전입니다만 사실 이 음악에 90년대 비디오(VHS) 스타일로 편집된 영상을 붙인 게 더 볼만하긴 합니다.
어떤가요, 90년대 스타일의 비디오와 훨씬 더 어울리는 것 같나요?
첼로 3중주 + 퍼커션 버전
첼로 락 밴드를 표방하는 브레이크 오브 리얼리티(Break of Reality)의 연주 버전입니다. 브레이크 오브 리얼리티는 미국의 이스트만 스쿨 오브 뮤직 출신들이 2003년에 결성한 밴드입니다. 첼로만 3대라 단조로울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아카펠라 버전
아카펠라 버전 역시 빠질 수 없죠. 2For6라는 이스라엘 출신 아카펠라 밴드가 부른 버전입니다. 영상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옷을 갖춰 입고 일곱 곳에서 촬영을 했군요.
바이올린 + 기타 버전
제니 오코너와 켈리 오코너 자매의 연주 버전입니다. 통기타 하나에 바이올린을 켜니 살짝 컨트리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녹음 상태는 별로 좋지 않지만 심플한 게 좋다는 느낌이 드는 버전입니다.
핑거스타일 기타 버전
모스크바 출신 이고르 프레스냐코프(Igor Presnyakov) 역시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기타리스트입니다. 2007년에 생긴 인기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플라멩코 기타 버전
핑거스타일 버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색다른 플라멩코 기타 버전도 있습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라는 기타리스트가 연주한 버전입니다. 비디오를 인도 라다크 지역의 레에서 촬영했군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에 어울릴 법한 편곡입니다.
트래디셔널 재즈 버전
뉴올리언스풍의 트래디셔널 재즈 밴드인 스왐프 동키스(Swamp Donkeys)가 B.B. 킹 블루스 클럽 앤 그릴에서 연주한 버전입니다. 밴조와 트럼본, 색소폰 등의 편성 덕분에 매우 이채롭게 들립니다.
귀가 즐거워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