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XP의 보안 지원이 종료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이것이 XP를 버려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을 요약해보면, 2014년 4월 8일부로 윈도우 XP에 대한 보안 지원을 안 할 것이며, 이를 무시하고 사용하다 보안상 문제가 생겨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보안지원 중단이 왜 문제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부분에 대해 수차례 이야기 한 바 있다. 즉, 한 운영체제에 대한 보안 지원이 끝나게 되면 해커들이 활개칠 것이고, 해당 운영체제를 노린 공격이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V3, 알약이 있지 않은가? 꼭 윈도우 자체의 보안이 필요한가?
맞는 얘기이기도, 틀린 얘기이기도 하다. V3, Avast 등 백신은 많은 공격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백신에만 의존하면 된다는 생각은 ‘총이 없어도 칼이 있지 않으냐는 생각’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V3를 개발하는 안랩은 윈도우 운영체제의 자체적인 보안을 꼭 사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이러스 백신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성 파일들을 다 막아낼 수는 없다. (중략) 운영체제가 갖고 있는 보안 취약점을 해당 보안 업데이트를 통해서 보완해주면 취약점을 통해서 침입을 시도하는 악성코드들이 사용자 컴퓨터에 들어오려는 것부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컴퓨터는 이미 바이러스의 온상 아닌가?
내가 보안이나 인터넷 사생활에 관해 얘기할 때면 꼭 이런 말을 듣는다.
이미 다 털렸어.
난 어차피 줄곧 보안 업데이트 귀찮아서 꺼 놓고 있었는데?
바이러스 걸러내는 건 이미 글렀어. 그냥 같이 사는 거지.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바로 그런 태도가 오늘날의 여러 보안 재앙을 만든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다 털렸다’는 태도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여러 정보유출 사태 등을 통해 ‘이미 다 털렸다’는 말은 사실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하지만 해커가 빼낸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것’이고, 우리가 ‘이제부터’ 만들 것은 아직 털리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보다 우스운 것은,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쳐서 송아지까지 잃어버리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 ‘윈도우 7이나 윈도우 8로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나는 윈도우 7이 좋은 운영체제라고 생각하고, 윈도우 7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문제는 기존에 사용하던 많은 컴퓨터가 윈도우 7을 원활하게 돌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데 있다. 오래된 넷북에 윈도우 7을 돌렸더니 모든 게 느려져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윈도우 7은 윈도우 XP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 조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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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XP에 대해 경고하는 글이 아니라, XP의 대안으로써 리눅스를 제시하는 글이다. 리눅스는 무엇이며 어떻게 XP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리눅스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간단히 말해, 리눅스는 주인이 없는 윈도우다. 윈도우 XP나 윈도우 7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인이고, 우리는 그것을 쓰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돈을 지급한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나 윈도우를 만들지 못하게 하려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숨긴다. 그것을 알게 되면 아무나 스스로 윈도우를 만들어 쓰지 않겠는가?
그러나 리눅스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가 공개된 운영체제다. 따라서 아무나 조건 없이(주1) 만들고 배포할 수 있다. 누가 소유하고 싶어도 소유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이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창조하고 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리눅스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
그렇다면 리눅스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크게 세 가지이다. 뛰어난 보안성, 낮은 최소사양 그리고 무료.
대안 이유 1: 리눅스는 보안이 뛰어나다
흔히들 리눅스에는 바이러스가 없다고 한다. 완전히 바이러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윈도우 운영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어 이런 말을 한다.
리눅스는 오픈소스라는 특성상, 누구라도 “아, 여기를 이렇게 하면 바이러스에 걸리겠구나!”라는 것을 쉽게 연구할 수 있다. 척 듣기에는 “그럼 해커들이 바이러스 만들기 쉬운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세상에는 바이러스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보다 바이러스를 없애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이 많다. 그래서 리눅스를 쓰는 사람들은 “여기, 이 부분은 바이러스에 취약하겠는 걸요!”라며 신속히 공유하고 해결한다.
리눅스에 바이러스가 적다고 하면 “그거야 리눅스 쓰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보안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혹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시큐리티포커스에 올라온 Linux vs. Windows Viruses 기사를 읽기 바란다.
대안 이유 2: 리눅스는 오래된 컴퓨터에서 잘 돌아간다
이 부분을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다. 리눅스는 윈도우에 비해 시스템 요구사항이 매우 낮다. 물론 리눅스는 여러 형태로 변형된다. 윈도우는 윈도우 7과 윈도우 8 외에는 선택사항이 없는 데 비해 리눅스 세계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화려하고 예쁜 리눅스도 많지만 투박하고 가벼운 리눅스도 많다.
예를 들어 루분투(Lubuntu)라는 리눅스는 550MHz 펜티엄3 CPU, 64메가 램에서도 잘 돌아간다. 윈도우 7은 750MHz CPU에 128메가 램의 넷북에서 버벅거리는 데 반해 루분투는 이 정도면 날아다닌다.
우리에게 고사양의 PC가 필요한가?
돈이 많다면 좋은 PC를 사면 된다. 좋은 PC에서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고, 소음이 적으며, 최신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으며,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PC가 그렇게 좋아야 할까? 현재 같이 사는 예체능계 박사 과정의 이모는 위에서 언급한 사양 정도의 넷북으로 논문 쓰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컴퓨터를 아주 어려워하고 두려워해서 무엇을 깔거나 배우려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 사람에게 고사양의 PC가 필요할까? 돈 없는 박사과정 학자들이 논문을 쓰기 위해 새 PC를 사야만 하는가?
우체국에 가면 볼 수 있는 ‘우편번호 찾기 컴퓨터’를 생각해보자. 도서관에 있는 ‘도서 검색 컴퓨터’를 생각해보자. 이런 컴퓨터를 꼭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걸까? 초등학교,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워드프로세서나 엑셀만 사용할 아이들에게 고사양의 PC가 필요할까? 여기서 멀쩡한 보도블록 깨부수는 행정을 연상한다면 내가 좀 지나친 걸까?
이런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해외에선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 케이벤치 – 독일 뮌헨市, 윈도우를 리눅스로 대체
- 한겨레 – 스페인 남부 주정부 캠페인 “리눅스가 좋아” (스페인 남부 주정부 윈도우에서 리눅스로 교체하는 캠페인)
- 지디넷코리아 – 프랑스 의회, 윈도우즈 대신 리눅스 「Ubuntu」 채용
또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구글에서 만든 ‘크롬 OS’를 탑재한 크롬북도 미국 학교 등지에 많이 보급되고 있다.
대안 이유 3: 리눅스는 무료다
리눅스는 오픈소스이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무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이라면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꾸준한 보안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관공서나 기업 같은 곳에서는 운영체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질 주체가 없으므로 곤란해질 수 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책임을 지는’ 리눅스 기업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 경우엔 윈도우와 마찬가지로 지출이 발생한다. 그러나 윈도우 7로의 업그레이드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요구한다. 그 요구의 폭이 리눅스는 훨씬 좁다.
그럼 여태까지 왜 안 썼는가?
이렇게까지 얘기해 높으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왜 여태까지 리눅스를 쓰지 않은 거지?” 실제로 얼마 전 나는 여러 곳에 리눅스 사용을 권장하는 글을 올렸는데, 많은 반응 중 하나가 “리눅스 예찬 좀 그만해라. 옛날부터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다. 왜 안 쓰는지를 생각해라. 관료들은 멍청이가 아니다”와 같은 반응이었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나는 리눅스를 예찬하는 사람 중 한 명이고 과거 리눅스 진영의 많은 노력이 실패했고, 지금 리눅스가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관료는 멍청이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유능한 집단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만 맞는 사실일 뿐이다. 관료들은 유능하지만, 그들은 사회를 개선하고 혁신하는데 유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낸 세금을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사용하는데 유능하다. (물론 그 때문인지 아직도 우리에게 액티브엑스와 같은 도구를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리눅스가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 중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고, 이제는 리눅스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집단이 분명히 존재한다. 리눅스가 쓰이지 않는 이유를 소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리눅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지를 이야기하겠다.
쓰지 않은 이유 1: 리눅스에선 안 되는 게 많다?
사실이다. 리눅스에서는 안 되는 게 많다. 하드웨어 드라이버랑 호환이 안 맞는 경우가 있어서 고화질 영상이 잘 재생이 안 된다거나, 프린터가 잡히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포토샵, 플래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안 된다. 한국의 독특하면서도 후진적인 웹 환경 덕분에 은행업무를 보거나 회사 업무를 보거나 대학교 이캠퍼스에 들어가거나 쇼핑을 할 생각은 접어두는 편이 낫다. 어찌어찌 노력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생각보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히려 리눅스에서 더 잘 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리눅스에선 아이패드에 뭘 넣으려고 할 때 iTunes를 거칠 필요가 없다. 리눅스에서는 아이폰도 그냥 일반 usb처럼 사용할 수가 있다. 설레지 않는가! 동기화의 악몽이여 안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제조사에서 만든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고 연결할 수 있다.
포토샵은 안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김프(GIMP)(주2)가 있고, 플래시는 안 되지만 블렌더(Blender)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비록 윈도우에서와 똑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순 없을지언정 그 프로그램을 대체할 프로그램 대부분이 리눅스에 존재한다(주3).
또 리눅스에는 윈도우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와인(wine)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리눅스에서도 한글 2007, MS 오피스 2007 같은 프로그램들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눅스에서 직접 돌아가는 강력한 오피스 프로그램도 있다.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오피스 프로그램은 줄곧 MS 오피스 프로그램과 호환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는데, 최근에는 MS 오피스와 거의 100% 호환이 되는 킹소프트 오피스(KingSoft Office)가 출시되기도 했다.

요점은, 리눅스에선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눅스에서 안 되는 일이 본인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면 윈도우 7로 업그레이드를 해야겠지만, 상관이 없다면 리눅스로 갈아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뭐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것을 리눅스에서 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따져보란 말인가? 따져서 괜찮아 보여도, 막상 써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부분을 걱정하진 말자. 윈도우와 달리, 리눅스는 설치할 때 ‘체험’을 해보는 기회를 준다.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고, 부팅 CD나 USB 내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리눅스는 하드디스크에 직접 설치할 때에도 이미 설치된 운영체제를 감지하고 이 운영체제와의 공존을 전제로 설치를 진행한다. 부팅할 때 리눅스나 윈도우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해준다.
쓰지 않은 이유 2: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내가 누구에게도 그 사용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누구도 그 사용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오픈소스소프트웨어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역시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일부의 진실일 뿐이다. 만약 그게 진실의 전부일 뿐이라면, 도대체 누가 돈도 안 되는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인가? 그들은 정녕 이 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오롯이 ‘착한 아마추어’들의 ‘선량한 마음’에서만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인간을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의 수준을 턱없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간략히 언급한 바가 있지만,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책임을 져주는 것’을 수익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 즉 문제를 예방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주거나 책임을 져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혹은 새로운 버전의 적용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직원들을 교육하고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돈을 받는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 같은 곳은 캐노니컬이나 레드햇과 같은 회사에서,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를 구매하듯 우분투나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각각의 회사에서 만드는 리눅스 이름)를 구매한다.
쓰지 않은 이유 3: 리눅스는 어렵다고? (그럼 직원 교육은?)
리눅스는 어렵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윈도우에서는 당연히 됐던 것들이 되지 않고 그때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말의 진실일 뿐이다.
리눅스에서 인터넷만 하고 워드만 칠 사람에게 대체 무엇이 어렵겠는가? ‘이것저것’ 하다 보면 안 되는 것들이 튀어나오는 것이지 ‘맨날 하던 것만 하는’ 컴퓨터에서는 그럴 일이 없거나 적다. 그러니 숙고를 통해 직원 교육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판단되면 윈도우를 깔면 되는 것이고, 아니라고 생각되면 리눅스를 깔면 되는 것이다. 요점은 이런 생각 자체를 하는 것이고 이런 생각 자체를 하라고 관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또 ‘어렵다’는 건 대부분 부차적인 문제일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도 어려운 것이지만 해야 하는 것이고 인권탄압 없는 행정도 어렵지만 해야 한다. 리눅스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당위가 충분하다면, 어렵다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반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어렵다는 이야기는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자, 우리에게 컴퓨터 보안은 소중한가? 우리는 컴퓨터 보안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가? 리눅스를 통해 얻어지는 컴퓨터 보안은 리눅스 전환에 따르는 어려움을 충분히 보상하는가?
나는 리눅스 예찬자로서 매우 주관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리눅스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보안의 혜택이 이 어려움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못 쓴다고 버려지는 하드웨어들이라는 자원의 재활용은 덤이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건대 이 판단을 스스로 다시 해 보길 바란다.
쓰지 않은 이유 4: 최신 리눅스는 사양이 높다고?
내가 예시로 든 루분투의 경우 2012년에 나온 버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캐노니컬은 2017년까지 이 리눅스의 보안 업데이트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많은 최신의 리눅스는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예컨대 캐노니컬은 우분투 12.04 버전을 발표하면서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위해 난데없이 사양을 엄청나게 높였다. 우분투 12.04 버전과 같은 운영체제는 아까 설명한 저가 넷북으로 돌리기 아주 힘들다.
하지만 높은 사양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픽을 담당하는 ‘데스크톱 환경’일 뿐이고 ‘운영체제’ 그 자체는 아닌 경우가 많다. 운영체제와 데스크톱 환경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을 해보자. 윈도우 7의 시작 버튼에 마우스를 올리는 것과 윈도우 XP의 시작 버튼에 마우스를 올리는 것을 비교해 보라. 윈도우 7의 시작 버튼은 화려하고 미묘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것이다. 데스크톱 환경은 이 운영체제 중 모니터로 보이는 그래픽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이고, 운영체제는 이 데스크톱 환경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그래픽이 화려하고 복잡할수록 운영체제가 요구하는 하드웨어의 사양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예쁜’ 모습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우리는 리눅스에 단순한 데스크톱 환경을 설치할 수 있다. 대표적인 리눅스 데스크톱 환경은 LXDE, XfCE 등이고, 각각의 데스크톱 환경을 적용한 우분투 버전을 각각 루분투(Lubuntu), 주분투(Xubuntu)라고 부른다.
결론적으로 LXDE 데스크톱 환경을 쓴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우분투 12.04를 2017년까지 마음껏 쓸 수 있으며 12.04의 보안지원이 끝나는 2017년에는 2019년 까지 보안이 보장되는 14.04로 업그레이드 하면 되는 것이다. 보안패치만 업그레이드되고 그래픽 부분은 업그레이드되지 않거나 일부만 되므로 기존의 컴퓨터로도 충분히 오랫동안 최신의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순간 리눅스로도 오래된 컴퓨터를 지원할 수 없는 시점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나라면 그때까지는 리눅스로 오래된 컴퓨터를 쓰겠다.
마치며
이 글은 XP의 지원 만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리눅스를 제시하는 글이다. 위에서 말했듯 리눅스로의 전환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읽고 “그럼 리눅스를 한번 시도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찾아서 시도해보기 바란다.
우선, 생활코딩의 가상머신 강의를 추천한다. 버추얼박스(VirtualBox)라는 가상화 도구를 사용하여, 지금 사용하는 운영체제 위에서 다른 운영체제를 돌려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강좌 대부분에서는 우분투를 재료로 진행하지만, 사양이 낮다면 루분투를 사용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 이외에도 리눅스와 리눅스 명령어를 소개하는 리눅스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궁금한 점이 생길 때는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 혹은 구글 플러스의 우분투 한국 사용자 모임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영어에 자신이 있다면 구글신께, 혹은 오리신께 물어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신을 도와주려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리눅스 관련 링크
[divide]
주석
1. 정확히는 ‘자유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원문으로)
2. 프로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시갤에 올릴 짤방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포토샵보다는 김프가 훨씬 저렴하고 법적인 문제에서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원문으로)
3. 물론 포토샵이 김프보다 기능이 많지만, 그건 정말 ‘프로’들만 느낄 수 있는 문제다.(원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