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은 미완의 과제다.

2012년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신용 사업은 자산 규모를 550조 원까지 늘리고 한국의 5대 금융지주로 성장했지만 정작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이 약화됐고 경제 사업의 수익성 악화와 지속 가능성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강호동(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와 국회 여러 상임위의 이해 관계 문제, 인구 감소와 기후 변화, 농업의 구조적인 변화 등이 얽힌 복잡한 문제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농협법 개정은 농협의 숙원 과제다. 21대 국회에서는 어렵게 농해수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부결됐다.
  • 이병진(민주당 의원)과 박덕흠(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준비하고 있는 법안이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땜질 처방을 쏟아내다 보니 “법이 누더기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농협의 이중 구조.

  • 농협은 중앙회를 중심으로 지역 농협과 지역 축협이 참여하는 구조다.
  • 중앙회 산하에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가 있다.
  • 2023년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중앙회만 166조 원, 경제지주 13조 원, 금융지주 532조 원을 합쳐 711조 원에 이른다. 조합원이 208만 명에 이르고 한국의 5대 금융지주 안에 든다.
  • 농협경제지주는 2023년 기준으로 매출이 9조8228억 원에 당기순손실이 514억 원.
  • 농협금융지주는 2023년 기준으로 2조5418억 원의 당기순이익, 2024년에도 2조45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농협 중앙회장의 흑역사.

가장 뜨거운 쟁점은 농협 중앙회장 연임.

  • 21대 국회에서도 농협 중앙회장의 연임 전환이 농협법 개정의 최대 쟁점이었다. ‘현직 특혜’에 ‘임기 연장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법사위를 넘지 못했다.
  • 22대 국회에서 이병진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에도 “업무 수행 연속성과 협동조합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1회 연임을 허용한다”는 조항이 쟁점이 되고 있다.
  • 이선신(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조합장의 89%가 중앙회장 연임제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자율성 차원에서 1회 연임을 허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 단임제로 가다 보니 단기 성과 중심의 운영과 사업의 연속성 단절 등의 문제점이 많다는 게 농협 중앙회의 주장이다. 이선신은 “농협은 농업인들의 자조 조직이니 자치 규범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백승우(전북대 교수)는 “중앙회장의 연임 여부는 협동조합의 자율과 독립 원칙에 따라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권한이 막강해서 문제라는 접근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비상근이지만 연봉 8억 원.

“연임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달라.”

  • 황의식(GS&J 농정혁신연구원 원장)은 “연임제 전환을 논의하려면 단임제 도입 과정에서 논의됐던 연임제의 여러 문제를 상쇄할 수 있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자금 배분 원칙이 마련돼야 연임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윤원습(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은 “과거 연임제 체제에서 여러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지만 다행히 단임제 도입 이후 2명의 회장이 무리 없이 임기를 마친 지금 연임제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 윤원습은 “중앙회장과 조합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이사회로 분산하고 이사회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자는 게 단임제 전환의 취지였다”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내걸었던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김동환(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은 “경영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1회 연임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중앙회장의 권력이 과도한 게 문제라면 비상임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장 10선 좀 하면 안 되나.”

  • 중앙회가 회장 연임 전환이 이슈라면 지역 농협은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이 쟁점이다.
  • 상임 조합장은 두 차례 연임이 가능한데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다. 자산 규모가 2500억 원 이상이면 비상임이고 그 이하는 상임과 비상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 일부 지역에서는 11선 조합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비상임이라고 해도 조합의 대표권과 인사권, 교육 사업 집행권 등 실질적으로 조합을 지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 이병진 법안에서는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상임 조합장과 같이 두 차례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 황의식은 “이번 기회에 상임 조합장과 비상임 조합장의 구분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신도 “연임 2회 제한은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김동환은 “조합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출마자와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기 연임을 막으려면 연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 반대 의견도 있었다. 백승우는 “연임 제한보다는 조합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건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7선을 하든 8선을 하든 이게 왜 문제가 되나. 다선 조합장의 경험과 능력이 책임 경영에 중요하다고 본다.”

조합원 가입,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까.

  • 농협도 조합원이 계속 줄어드는 게 고민이다.
  • 준조합원 자격에서 지역 조건을 삭제해 가입을 늘리자는 방안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 김규호(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는 “생산자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과제와 지역협동조합이나 신용협동조합으로 변모하는 과제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실을 것인지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 준조합원 자격을 완화하기보다는 ‘고향사랑 기부제’나 ‘복수 주소제’ 등을 연계해서 판을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
  • 김동환은 “어차피 관외 영업이 늘어난 상태에서 지역 제한이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합들끼리 과당 경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 일본은 지역 농협을 2000년 1424개에서 2022년 569개로 줄였다.
  • 한국은 같은 기간 동안 1387개에서 1111개로 거의 줄지 않았다.
  • 일본 농협이 합병을 거듭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것과 달리 한국은 자산 규모 1500억 원 미만의 영세한 조합이 223개나 된다. 지역 농협이 중앙회의 무이자 자금 지원에 의존하면서 자율성이 약화되고 투자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 김규호는 귀촌한 친구에게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 단위 조합 좀 통폐합해 주십쇼. 중앙의 무이자 자금 그만 내리고, 통폐합하면 좋겠습니다. 조합장은 자금 받는 로비하고 나 경영 잘 한다, 이런 말씀들 하시고 철모르는 조합원들은 배당 많아서 좋다고 하고 술 한 잔, 밥 한 끼 받아먹고, 표 하나 주고 나면 농약 한 박스 받고 비료 한 차 받고 좋아하신다. 이렇게 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김규호는 “농협 전체의 방향성과 이해 조정, 상호 협력 등에 대한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농협 개혁이라는 용광로에 녹여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범진(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농협의 자율성과 자치성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정부와 국회, 농협, 학계, 단체 등이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회장 연임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많다.

  •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농협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21대 국회에서 중앙회장 연임 조항을 두고 농협법 개정안이 통째로 부결된 전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 김규호는 “업무의 연속성은 회장의 연임으로 보장되는 게 아니라 조합의 정체성과 조합원의 주인의식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 농업과 농촌의 변화에 따른 지역 농협의 자립 기반 구축과 경제 사업의 규모화도 절실하다. 황의식은 “상향식으로 일선 조합의 의사를 수렴하고, 농협 그룹 전체의 방향성과 이해 조정, 상호 협력 등에 대한 합의를 담은 발전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 지역 농협의 자립 기반 확대를 비롯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과제다.
  • 이병진은 “핵심은 자율과 자치에 있다”면서 “농협 개혁을 끝내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