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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는 과연 알바들의 어뷰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흥미로운 인터넷 서비스나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모바일 앱이 있으면 그중에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유용한 서비스를 발견하셨거나 설명을 필요로 하는 앱이 있다면 slownewskr@gmail.com 으로 알려주세요. (편집자)

왓챠(watcha)는 인터넷 영화 추천 서비스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왓챠는 2012년 8월 16일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고, 2013년 5월 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서 영화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실제로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로 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떠한 영화 정보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왓챠는 2013년 5월 14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제일 별점이 많이 축적된 네이버 영화의 별점 평가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별점 평가를 갖고 있습니다. 구글의 영화 검색 결과에 왓챠의 별점이 별도로 표시될 정도입니다.

2013년 5월 30일 현재는 약 1천2백50만 개의 별점 평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2013년 5월 30일 현재는 약 1천2백50만 개의 별점 평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영화 평점은 알바들 때문에 못 믿는 거 아냐?

이 서비스가 홍보용으로 만든 이미지를 보면, 네이버와 같은 기존 별점 서비스들이 수많은 마케팅 회사의 알바들에 의해 평정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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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왓챠의 홍보 이미지 중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회사가 홍보를 위해 별점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조작을 하고 있다니 마케팅이 아니라 거짓말 회사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실체가 드러나 보도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왓챠가 이러한 어뷰징을 피해서 엄청난 수의 별점을 단기간에 확보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영화 추천 서비스야, 별점 평가 서비스야?

왓챠는 빠르게 별점을 매길 수 있는 UI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목적 자체가 추천을 받는 건지, 별점을 매기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을 정도로 별점을 달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서비스는 매우 간단합니다. 이용자가 가입하면 더 많은 별점을 매겨야 더 정확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한 후 다짜고짜 유명한 영화들의 포스터를 주륵룩 나열하면서 30개의 별점을 매기라고 합니다.

제일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영화 추천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제일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영화 추천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30개의 별점을 매기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웹사이트 디자인도 꽤 매끈하고 별점도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바로 매길 수 있으며 영화를 추천받고 싶은 마음도 남아있으니 ’30개의 별점쯤이야…’ 하면서 매깁니다. 한번 웹페이지에서 평가한 별점은 수정은 가능하지만, 아예 취소는 안 되니 30개 이상의 별점을 매기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편집자주: 취소가 불가능한 건 아니고, 별점 부분을 다시 선택하면 취소가 가능합니다.)

즉, 왓챠는 만약 회원 수가 1만 명이라고 하면 최소 30만 개의 별점을 확보하는 서비스입니다. 5월 초 13여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고 하니 390만 개의 별점은 기본으로 확보한 셈이고, 계산을 해보면 회원당 30개의 의무 평가 후 평균 약 70여 개의 별점을 더 매긴 게 됩니다.

이렇게 평가를 마치고 난 후 “영화추천”이라는 메뉴를 선택할 때마다 새로운 영화들을 추천해줍니다. 추천한 영화가 이미 본 것이면 또 즉석 해서 별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 등장하는 영화 대부분은 한국영화 아니면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영화광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다는 매우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따라서 국내 개봉 영화를 자주 본 영화광이나 프랑스, 독일, 인도, 제3세계 등의 숨겨진 영화들을 추천받고 싶은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영화를 추천받으러 서비스에 가입했는데, 제대로 된 추천은 한 번도 못 받고 계속 별점만 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관계망에서는 거짓말을 하기 어렵지.

저는 아직 페이스북을 대규모의 어뷰징 도구로 사용하는 거짓말 회사 아니 마케팅 회사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보도된 것도 없고요. 물론 제가 보지 못했을 뿐이지 음지에서 쏠쏠한 효과를 보며 돈을 벌고 있는 회사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바일 앱의 경우 앱을 개발하고 앱스토어에 올리면 자칭 마케팅 회사에서 연락들이 옵니다. 마케팅 비용을 내면 앱스토어의 순위를 올려주겠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하루에 몇백 건씩 특정 기간 다운로드를 받아줄 테니 돈을 얼마 내라는 거죠. 심지어 이런 식으로 랭킹 상승효과를 본 앱들을 사례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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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왓챠 이야기로 돌아오면, 왓차는 서비스 초기부터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여 홍보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뷰징을 하기 어려운 형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계망이 주는 신뢰성에 대한 압박이 작용한 것이죠.

따라서 이렇게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별점들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추천 영화 줄게, 별점 평가 다오

시스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별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왓챠가 바로 “추천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왓챠의 영화 추천 엔진 ‘핀셋’

어떤 영화에 대한 내 예상 별점을 알려 줍니다. 예상 별점은

1) 내가 매긴 평가를 분석해서
2)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은 뒤
3) 그 사람이 내가 안 본 영화에 몇 점을 주었는지 분석합니다.

내 별점 평가 수백 개를 다른 사람 수십만 명의 평가 수백 개와 비교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답니다.

핀셋의 예상 별점은 아주 정확합니다. 추천 엔진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예상 별점의 ‘오차’를 이용해 판단하는데, 왓챠의 핀셋은 세계 최고의 영화 추천 엔진인 넷플릭스의 ‘Cinematch’와 예상 별점의 오차가 유사합니다.

출처: 왓챠 페이스북 페이지

즉, 사용자들은 자신이 영화를 제대로 추천받기 위해서 별점을 신중하게 줄 수밖에 없습니다. 왓챠를 가입한 목적이 바로 영화를 추천받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죠.

기존의 별점 평가 서비스는 추천이라는 반대급부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이용자가 굳이 별점을 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기존의 다른 영화 별점 서비스에서 영화에 별점을 주는 이용자는 누구였을까요? 예상하건대, 적극적인 팬이나 반대로 영화가 아주 불만족스러운 관객, 혹은 마케팅 회사에 고용된 알바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의 기존 영화 별점 서비스를 확인해보면 1개 아니면 10개 등의 극단적인 평가가 많죠.

별점이 팬심 확인 혹은 화풀이 등의 극단적인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별점이 팬심 확인 혹은 화풀이 등의 극단적인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왓챠는 앞으로도 어뷰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왓챠는 이제 점점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모바일 앱도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가 여전히 쉽긴 하지만, 이메일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점점 어뷰징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마케팅 회사들이 침투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거죠. 만약 어뷰징 회사들이 또 별점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왓챠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아이피를 체크하거나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대규모의 어뷰징 시도를 막을 수 있을까요?

기존 포털의 영화 서비스들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에서도 같은 아이디나 아이피로 많은 평점을 달거나 하면 포털 측에서 차단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으면 사실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공존했습니다. 포털 업체 입장에서는 별점이 많으면 좋은 것이고, 논란이 되면 더 많은 이용자가 유입될 것이니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의심은 기존에 포털 내에서 영화 서비스를 운영하는 분들이 들으면 억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도의 평을 남긴 사람의 평점만 확인할 수 있고, 별점을 매긴 사람들의 전체 리스트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별도의 평을 남긴 사람의 평점만 확인할 수 있고, 별점을 매긴 사람들의 전체 리스트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왓챠와 같은 서비스에서는 기존의 영화 서비스에 비해 어뷰징의 티가 잘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왓챠는 여러 사람의 별점을 모아서 계산하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왓챠가 추천해주는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용자들이 매긴 별점이 추천에 영향을 끼치는 시스템인 거죠. 만약 어뷰징 때문에 이상한 영화가 슬쩍 끼어있으면 ‘여기 내가 안 좋아할 만한 영화가 끼어있네’ 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는 거죠. 오히려 이용자에게는 어뷰징의 티가 잘 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다행히도 왓챠는 서비스 초기부터 기존의 별점 평가들이 조작되어 믿기 어렵다는 점을 파고들어 홍보해온 만큼 평점 알바를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왓챠의 향방은?

가끔은 왓챠가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를 [조디악]과 비슷하다고 추천해 준다거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아메리칸 갱스터], [킬러들의 도시]를 비슷한 영화라고 추천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본 아이덴티티]와 [지.아이.조 2]가 비슷한 영화라니요. 자세한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필라델피아]와 [프라이멀 피어]가 비슷하다고 여기겠지만, 일단 저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필라델피아]와 [프라이멀 피어]가 비슷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저는 아닙니다.

또한, 영화를 많이 본 입장에서는 도대체 영화평을 얼마나 더 입력해야 아직 보지 않은 영화들을 추천받을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추천 영화라고 화면에 표시되긴 하는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들이 많아서 이미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추천을 받기 위해 클릭을 했지만, 어느 순간 별점을 매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왓챠가 별점을 많이 모은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일 수도 있습니다. 왓챠 서비스 내에서도 실제로 단순히 별점의 개수만 홍보할 뿐, 얼마나 다양한 영화에 별점이 매겨졌는지, 유명하지 않은 영화에도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별점들이 충분하게 매겨졌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왓챠가 내 예상 별점을 왜 미리 알려주는지도 이해가 어렵습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별점을 줄 때 “어때, 내 말이 맞았지?” 하며 으쓱하고 싶은 걸까요? 게다가 이용자는 별점을 1개 단위로만 줄 수 있는데 예상 별점 3.4개라고 알려주는 건 자신의 뛰어남을 자랑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영화는 취향을 많이 타는 대중문화이고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왓챠의 추천 시스템이 더 좋아질 기회가 아직도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모바일 앱이 출시됐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앱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포털이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이외에 영화 전문 서비스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왓챠의 등장은 신선합니다.

왓챠가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더 많은 이용자에게 추천하길 바라며 사용자들이 점점 늘어도 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지 한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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