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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안젤리나 졸리가 5월 14일 뉴욕타임스에 실은 칼럼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을 통해 자신이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설명에 따르면, 이는 암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예방적 수술이었다.

안젤리나 졸리는 왜 자신의 수술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을까? 칼럼에서 그녀는 자신이 그런 결단을 내리게 된 이유, 수술 과정, 그와 관련된 어려움 등에 대해 전한 뒤, “특히 유방암 및 난소암의 가족력을 가진 여성이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의학 전문가를 찾아 자신을 위한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한 한국 매체의 기사에는 보기 껄끄러운 댓글이 많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떼준 의사는 더 무식하고 용감” “너무 오버”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인가 보네요” 등 의학적 문제에 대해 무지한 댓글도 있었고, “가슴이 트레이든데” “안에 있는 걸 꺼내고 더 빵빵하게 채웠을 수도” 등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낄 만한 댓글도 여럿 보였다.

Gage Skidmore, " Angelina Jolie" (CC BY_SA)
안젤리나 졸리 (2010)
Gage Skidmore, ” Angelina Jolie” (CC BY_SA)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술을 받은 이유

몇몇 댓글의 반응처럼, 안젤리나 졸리의 선택은 과민반응이었을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칼럼에서 어머니 역시 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자신 역시 암 발병 소지를 높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검사 결과 BRCA1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BRCA2 유전자와 함께 대표적인 암 유발 인자로, 이 유전자의 변이(mutation)는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유전자 보유가 이들 암에 일으키는 영향은 매우 커서, 일반적으로 여성 유방암의 평생유병률을 12%로 보는 것에 비해 이 유전자의 해로운 돌연변이를 보유한 여성은 60% 이상의 평생유병률을 나타내며, 일반적인 여성 난소암의 평생유병률을 1.4%로 보는 것에 비해 이 유전자의 해로운 돌연변이를 보유한 여성은 15~40% 이상의 평생유병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유전적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BRCA1과 BRCA2의 변이가 다수를 차지한다. 전체 유방암의 약 5~10%, 전체 난소암의 약 10~15% 정도가 이러한 유전적 원인에 의한 암으로 알려졌다. (cancer.gov)

그럼 유방절제술 등 예방적 수술을 받은 안젤리나 졸리의 판단은 현명했을까? 이에 관한 판단은 말 그대로 경우에 따라 다르며, 안젤리나 졸리가 조언을 구한 의학 전문가나 안젤리나 졸리 본인이 아닌 이상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검사 결과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척 다양하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수술을 통해 그 위험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나, 지속적인 조기 검진을 통해 암을 예방하거나 다른 암의 유발 요인을 조절함으로써 암을 막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예방 수칙을 함께 지킬 수도 있다. 예방적 수술이 암의 위험성을 극적으로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 효과는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그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단, 안젤리나 졸리 본인이 칼럼에서 의학 전문가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독자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을 당부한 만큼, 그의 선택 역시 제3자가 정보 없이 왈가왈부할 만큼 어리석은 것이 아니었으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절제를 하다니”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의학적 목적에 따른 예방적 절제술은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다. 예방적 담낭절제술은 대표적이며, 이와는 다소 경우가 다르지만, 만성적으로 편도선염이 재발하는 경우 편도선을 절제하는 것도 예방적 수술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위한 해답인가

한국인도 BRCA1 /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난소암 및 유방암, 그리고 기타 암의 발병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국내에서의 관련 연구가 미국에서의 연구와 비교하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런 유전자 변이를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유전적 요인에 의해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생기는 경우는 적다. 예를 들어, 전체 난소암의 5~10% 정도만이 이러한 유전적 원인에 의한 난소암으로 알려져 있다. (cancer.go.kr) 따라서 특별한 가족력이 없는 대부분 사람에겐 꾸준한 운동과 영양 상태 유지, 주기적인 검진 등이 암 예방에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어떤 사람들에게 안젤리나 졸리가 받은 것과 같은 BRCA1 / BRCA2 검사가 필요한 것일까?

이런 유전적 요인은 가족이나 가계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있을 때 발견될 확률이 더욱 높다. 특히 부모나 자녀, 자매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 약 40%에서 BRCA1 또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국립암센터) 매우 높은 숫자다.

미국에서는 1) 어머니, 자녀, 자매 중 2명 이상이 유방암으로 진단된 경우(단 그중 한 명은 50세 이하에서 진단된 경우) 2) 어머니, 자녀, 자매, 할머니, 고모, 이모 중 3명 이상이 유방암으로 진단된 경우, 3) 어머니, 자녀, 자매와 할머니, 고모, 이모 내에서 유방암과 난소암이 모두 발견되는 경우, 4) 어머니, 자녀, 자매 중 유방암이 양측에서 발병한 경우, 5) 어머니, 자녀, 자매, 할머니, 고모, 이모 중 2명 이상이 난소암으로 진단된 경우, 6) 어머니, 자녀, 자매, 할머니, 고모, 이모 중 난소암과 유방암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 경우, 7) 1~2촌 및 삼촌 중에 남성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BRCA1 및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1촌 및 2촌 내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2명 이상 있을 때 가족력이 있으며 BRCA1 / BRCA2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 다양한 문제들

안젤리나 졸리는 칼럼에서 BRCA1 및 BRCA2 검사 비용이 3천 달러(한화 3백만 원 이상)가 넘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자신과 같은 문제에 부딪힌 여성들에게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 이렇게 비싼가?

첫 번째 원인은, 이것이 미리어드 제네틱스(Myriad Genetics) 사의 특허이기 때문이다. 미리어드 제네틱스는 이 유전자에 대해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이 유전자와 관련된 실험은 오직 미리어드 제네틱스 사의 실험실이나 그로부터 허가받은 실험실에서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소송이 지금 미국 대법원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관련 소송에서 양자는 한 번씩의 승패를 주고받았다.

이는 인간 유전자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비교적 최신에 등장한 의학적 이슈와 관계가 깊다. 특허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유전자를 분리하고 유지하는 기술은 분명한 인간의 기술이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특허를 통해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도 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유전자는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으며, 사적으로 유전자에 대한 권리를 독점함으로써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질 가능성과 의료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 이 문제는 건강보험과도 관련이 있다. 국가 주도의 건강보험 제도가 강력하게 자리 잡은 한국에서는, 고위험군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검사 비용이 미국에서처럼 높지 않다. (다만 고위험군으로 인정하는 범위는 미국과 다르다.) 미국에서라면 개인이 가입한 보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용기를 가지라고 주문하는 졸리 앞에 용기를 버릴 것을 강요하는 사람들

졸리의 칼럼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멋진 몸매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던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직접 자신의 유방절제술 사실을 고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몸에 칼을 대는 수술 대부분이 그렇지만, 유방절제술 등 어떤 수술들은 그 특성 때문에 더 큰 두려움과 우울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졸리의 칼럼은 의미있을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큰 용기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나온 이 칼럼은 개인의 의학적 선택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더 광범위한 사회적 이슈까지 다루고 있다. 칼럼이 직접 얘기하고 있진 않지만, 결국 유전자 특허권 문제나 건강보험 이슈까지 연관된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오직 “가슴을 절제했다”는 내용 자체에만 집중하며, 이에 대해 비하적인, 특히나 여성 비하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왜 그들이 거기에만 집중하는지는, 글로 차마 쓸 수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더 빵빵한 걸 채웠을 수도”라는 댓글에는 도저히 글로 풀어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끔찍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건 비록 추측이긴 하지만, 이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일지도 모른다는 점이 더욱 무섭다. 의학적으로 이루어진 수술에 대해 오직 특정 신체 부위에만 집중하고, 성희롱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그 분위기 말이다. 그 분위기는 몸 일부를 잘라낸다는 – 그 자체만으로도 두렵고 힘든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의 편견과 조롱이 전문가와의 상담과 긴 고민 끝에 내린 한 사람의 의학적 판단을 순식간에 성적인 가십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스스로 말했듯, 의학적 선택이다. 누군가가 예방적으로 담낭을 잘라냈다는 것이 감히 가십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안젤리나 졸리도 그래야 한다. 그의 의학적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며, 논의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의료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단순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이처럼 단순하고 무지한 접근은, 용기를 가질 것을 주문하는 졸리의 칼럼에 관한 반응으로는 너무 아쉬운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가졌던, 그리고 또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려 하는 한 사람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안젤리나 졸리의 의학적 선택은 우리에게 한 가지 문제를 더 던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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