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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2023년 9월 12일(현지 시각)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함께 공개한 15분짜리 ‘홍보성’ 단편영화 ‘대자연(Mother Nature)’. 유명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가 ‘대자연’으로, 애플 CEO 팀 쿡이 본인 역으로 출연했다. 애플 제공.

빅테크 기업들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지구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거대한 자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들의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인류의 지속성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단적으로 지난 9월 애플은 자사 제품 발표회 때 유명 배우인 ‘옥타비아 스펜서’를 대자연 역할을 맡게 하고 애플의 탄소중립에 대한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짧은 필름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애플의 친환경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들이 항상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기술의 어두운 면과 부작용을 우리에게 숨기고 밝은 면만 강조하는 경우가 흔하다. 오늘은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에게 숨기고 싶던 것과 그들의 이중성이 나타난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스티브 잡스: 자녀에게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 금지


애플의 창립자 중 한 명이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 당시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201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집에서 IT 기기(아이폰, 아이패드)를 접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자신이 탄생시키고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까지 한 애플의 CEO지만 자신의 아이들은 소중하니까 아이폰, 아이패드의 사용을 막았다.

심지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개발에 깊이 관여한 애플 엔지니어링 담당 임원이었던 ‘토니 파델’은 “우리가 세상에 뭘 보낸 거지? 사람들의 뇌를 날려버리고 재설정할 수 있는 핵폭탄 생산에 일조한 것이 아닌가?”라며 아이폰 개발을 후회했다.

스티브 잡스. 위키미디어 공용.

2. 빌 게이츠: 자녀에게 컴퓨터 사용 하루 45분으로 제한


윈도우의 출시로 컴퓨터 운영체제를 양분하고 있는 MS의 창립자 ‘빌 게이츠’역시 컴퓨터가 아이들에게 해롭다고 여겨 하루 45분 이하로만 사용하게 제한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14살까지 스마트폰도 사주지 않았다. 또한, MS가 만든 윈도우폰을 쓰다가 도저히 못 견디고 갤럭시폰으로 바꾸기도 했다. 자선사업은 해도 MS가 만든 윈도우폰을 계속 쓰는 것은 힘들었나 보다.

빌&멜린다 케이츠. 위키미디어 공용.

3.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자녀에게 페이스북 사용 금지


“페이스북은 너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자녀)에게 그 쓰레기(페이스북)를 쓰지 못하게 한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전 페이스북 부사장)

사실 저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전 페이스북 부사장)는 페이스북 부사장이었기 때문에 그 쓰레기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프로그램화되고 조종된다”며 우려했다. 결국 2021년 페이스북 전 직원인 프랜시스 하우겐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왔고, 청소년 정신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숨겨왔음을 폭로했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위키미디어 공용, 왼쪽), 프랜시스 하우겐의 페이스북 청소년 유해 알고리즘을 폭로를 보도한 BBC 갈무리.

4. 메타버스로 돈 번 슈퍼리치들 (ft. 마크 저커버그)


“메타버스를 가장 응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를 어디에서 보낸 줄 아세요? 비행기 타고 그리스 크레테 섬에 가고, 프랑스 남부로 가더라구요. 오프라인 쇼핑을 하고, 친구들과 파티를 했어요. 그 투자자들 누구도 휴가기간을 메타버스에서 보내지 않았어요.”

케이티 배너(Katie Benner)

최근 메타버스가 시들해졌지만 팬데믹 기간에 큰 인기를 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수그러들자 메타버스로 돈을 번 슈퍼리치들은 섬과 해변으로 여행을 떠났다. 메타버스를 너무 사랑해서 사명도 ‘메타’로 바꾼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하와이에 땅을 매입해 약 2억 7천만달러(약 3,400억원)를 들여 벙커를 만들고 있다고 와이어드(Wired)가 취재해 기사를 내놓았다.

왜 벙커를 만들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건축가나 인부들은 비밀 유지 각서에 서약을 해야 하고 그 실체는 꽁꽁 감춰져 있는데 아마 지구 종말에 대비한 피난처로 추측된다. 우리가 메타버스와 소셜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그들은 돈을 챙겨 실제론적 종말을 대비하고 있단다.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일론 머스크와 ‘현피’를 뜨기 위해 격투기를 배우다가 무릎 부상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여러모로 현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구 멸망에 대비한 하와이 벙커 건설 중인 생존주의자! 저커버그. thierry ehrmann, CC BY

5. 애플워치9과 그린워싱


애플 제품 최초로 탄소 중립을 달성한 애플워치9은 기후워싱 제품이다.

뉴클라이미트 연구소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발표하며 친환경과 탄소중립에 대한 선전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독일의 환경 단체 뉴클라이미트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는 애플의 탄소 중립 주장은 “대담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애플 제품의 최대 공급업체인 폭스콘 및 페가트론 등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전체 전력의 8%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공공환경문제연구소 IPE는 애플의 탄소 중립 주장은 ‘기후 워싱’에 불과한 사기행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애플이 재생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과 다수 매체도 애플의 그린워싱을 지적했고, EU 역시 애플워치의 광고가 그린워싱 광고로 판단해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애플은 중국과 일본에서 약 500MW에 달하는 태양광, 풍력 발전에 투자를 하고 있고 2030년까지 애플 제품 생산에 100%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9월의 애플 발표 내용은 마켓팅용 과장에 가깝게 보인다.

애플의 탄소중립 제품이 그린워싱이라고 주장한 IPE 마 준(Ma Jun)의 글 갈무리. 출처는 CWR.
태양광 발전을 좋아하는 애플…사실은 그린 워싱? ‘애플, 협력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사용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 2022년 4월 14일 보도자료 중 삽화.

6. ‘줌’ 창립자 에릭 위안: 사무실로 출근하라!


그 동안 팬데믹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던 화상 회의 기업 ‘줌’의 창립자 에릭 위안은 직원들에게 올 여름부터 재택 근무를 마치고 오프라인 회사로 출근할 것을 독려했다. 직접 대면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줌 본사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고 총 12개의 사무실이 있다.

“직원 여러분은 사무실로 출근하세요!” 줌으로 다보스 포럼 2021에 참여 중인 에릭 위안. 위키미디어 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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