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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의 북라이딩] 북살롱 목요일 언니, 청와대 국민청원 기획자, 얼룩소 설립자,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 저자 정혜승의 종횡무진 독서 탐험기.


오늘 ‘마냐의 북라이딩’이 고른 책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그리고 질문들.

  • 왜 유권자는 불평등과 폭력을 증가하게 하는 보수정당에 표를 던지는가?
  • 왜 공화당 대통령들은 왜 불평등과 폭력을 조장하는 정책을 추구하는가?
  • 왜 유권자 99%가 전체 인구 1%에게 나라 전체 재산 40%를 몰아주게 하는가?

자살과 살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 특히 정치의 문제라고 책은 말합니다. (편집자)

–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교양인: 2012 초판. 2015 개정판, 2023 개정판.
– 원제: 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2011년)


여기 그래프가 하나 있다. 100년 동안 미국에서 자살하거나 살해당한 사람들의 추이다. 그런데 왜, 공화당(붉은선) 집권기에는 이 그래프가 치솟고, 민주당(파란선)이 집권하면 다시 꺽일까?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보수와 진보 정부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죽음의 숫자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보수가 집권하면 폭력치사(자살, 피살)가 더 늘어난다는 가설은 사실일까?

책을 쓴 제임스 길리건은 정신과 의사다. 폭력 행동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연구했고, 하버드대 법정신의학연구소 책임자로서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살인율과 자살률을 떨어뜨리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는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 폭력의 변화와 그 원인을 추적했다. 그도 처음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당황해서 꼼꼼하게 파고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1900년 15.6명으로 시작한 미국의 10만 명당 폭력치사 발생률은 1911년 22.6명으로 치솟았다. 10만 명당 1명 늘어난다는 것은 약 3억 미국 인구 중 3000명이 더 죽는다는 뜻이다. 이 숫자는 1913년 민주당 우드로 윌슨 집권 후 3년 차부터 빠르게 줄었다. 10만 명당 19명이면 전염병 수준으로 보는데, 1920년엔 17.4명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공화당 집권 3년 차부터 다시 상승세였다. 대공황을 거친 1932년에는 무려 26.5명에 달했다. 이듬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집권 후 20년의 민주당 집권기는 가장 긴 골짜기 구간이다. 1944년 15명까지 떨어졌다. 잊지 말자, 여기서 1명은 현실 세계에선 3000명 꼴이다.

20세기 전반의 그래프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1969년 공화당 닉슨 대통령 집권 후 다시 상승세.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도 그 추세를 꺾지 못했으나 정작 그의 임기 이후 조금 떨어졌고, 공화당 레이건과 부시 시기 상승세를 끝으로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은 21.7명으로 임기를 시작해 2000년 16명까지 떨어뜨렸다. 이후 아들 부시 취임 후 다시 오름세. 저자가 분석한 데이터는 2007년 17.2명까지다.

20세기 미국에서 폭력치사 지표는 세 차례 전염병 수준으로 심각했다. 모두 공화당 정부 때 시작되어 민주당 정부 때 끝났다. 민주당 집권기에도 존슨 대통령도 오름세였지만 공화당 시기보다 낮았다거나, 카터는 전염병 이하로 떨어뜨리지 못한 유일한 사례라는, 즉 튀는 숫자도 있지만 추이 자체는 분명하다. 두 정당의 그래프가 정반대 방향인 건 분명하다. 순누적으로 집계하면 공화당 집권기에 14.5명 순누적 증가세를 보였고, 민주당은 13.3명 순누적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민주당 사망이 약 38.2명 적었다. 즉 11만4600명이 덜 죽었다.

지난 68년(1950년~2018)간 살인율 그래프. 위 그래프와 달리 자살율은 포함되지 않은 그래프인 점 주의. 카터(1977년~1981년) 정부 시기 살인율이 꽤 높다.

보수와 진보 경제성적표의 반전


자살과 살인의 진짜 범인은 실업, 불황, 불평등이다. 실제 재산 불평등이 극에 달했던 대공황 직전과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집권기에 폭력 치사 발생률도 전염병 수준으로 높았다. 이것은 과연 집권 정당과 연관된 문제일까? 보수가 경제에 강하고 진보가 약하다는 것은 미국인들의 통념이었다.

그런데 현실이 반전이다. 공화당은 실업 규모와 지속도, 경기 위축 빈도와 깊이, 지속도,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을 한 세기 내내 높였다. 실업률도 누적으로 따지면 공화당 집권기에 27.3% 늘었고, 민주당은 26.5% 줄었다. 1900~2010년 10월까지 불황을 따져보니, 민주당 때 86개월, 공화당은 246개월. 물론 공화당은 61년, 민주당은 50년 집권했지만, 공화당의 불황(평균 14.2개월)은 민주당 때(9.8개월)보다 4개월 더 오래갔다. 불황은 공화당 대통령 때 17번 시작됐고, 민주당 때는 6번이다. 1인당 GDP는 1948~2005년 공화당 정권에서 1.64% 높아졌고, 민주당에서는 2.78% 증가했다.

저자는 정치경제학자 더글러스 힙스를 인용, “민주당 정부는 실업을 줄이고 성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팽창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높은 물가상승률을 무릅쓸 가능성이 공화당 정부보다 높다”고 했다. 1951년 이후 여섯 번의 불황 중 다섯 번이 공화당 정부 때인데, 인플레이션과 싸우느라 의도적으로 만들었거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민주당 정부 때 인플레이션과 사실상 차이 없다는 것은 잔인한 아이러니다.

1930년 공황과 그 극복을 상징하는 사진. “이민자 어머니”로 알려진 이 사진은 캘리포티나주 니포모에서 완두콩을 따는 이주노동자로 추정되는 프로렌스 오웬스 톤슨과 그녀의 가족을 찍은 도로시아 랭의 사진으로 미국 정부가 직접 1930년대 빈곤 시역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작가들을 고용했다. 미국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전 이미지로도 볼 수 있다. CC0.

수치심과 죄의식, 우파와 좌파의 윤리


저자에 따르면 우파와 좌파의 윤리는 다르다.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지배하는 핵심 정서가 수치심이라면, 좌파는 죄의식이 작동한다.

실직 후 우발적으로 아내와 아이를 죽인 남자 폴은 “왜 사람이 그 모양이냐”는 비난에 버튼이 눌렸다. 아내 눈에 남자 노릇을 못하는 존재로 비친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X신 취급당했다’는 것은 종종 살인의 이유인 동시에 자살의 원인이 된다. 수치심에는 파괴적 부작용이 있다.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자체가 수치스럽기 때문에 약하고, 무능하고, 모자란 것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은 폭력이라는 허세를 부린다. 반면 죄의식의 윤리를 가지면, 약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더 강하다. 죄의식은 수치심이 자극하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저지한다는 게 저자 설명이다.

실직이 늘면 수치심이 커진다. 와중에 루스벨트는 빈곤율이 높았던 노인들이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로 보호하며 불평등을 줄이려고 했다. 레이건은 아직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강자를 챙겼고, 불평등이 늘어났다. 클린턴 때 불평등 심화 속도는 레이건 시절의 3분의 1이었다.

폭력치사 숫자는 2000년 기준 민주당 성향 지역(14.2명)과 공화당 지역(18.7명)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정책 차이 외에도 두 인구집단의 가치관과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1976~2009년 공화당 주에서는 1177명이 처형됐고, 민주당 지역에선 54명에 머물렀다. 다른 인간을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사람을 죽이는 것이 수용가능하다는 원칙의 문제다.

Grey World, CC BY

정치적 이해에 따른 이간질


전체 인구의 1%가 나라 전체의 재산 40%를 가져가는데 나머지 99%가 동의하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전략이다. 이간질과 차별이 핵심 도구다. 저자는 “중하류층과 극빈층을 이간질해서 내 지갑을 얇게 만드는 주범이 상류층과 그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초점을 흐리는”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전략을 소개한다. 예컨대 상류층 백인에게는 남부에서 인종차별이 지속되는 편이 유리했다. 그래야만 못사는 백인이 더 못사는 흑인 집단을 깔보면서 우월감을 느낄 수 있고, 훨씬 잘사는 백인에게 질투나 앙심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범죄자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공화당은 인종 문제로 분열될 때만 이긴다. 낙태나 동성애 같은 인종 아닌 문제로 이기려 들면 번번이 진다.”

찰스 슈머(민주당 상원의원)

공화당 닉슨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는데 1970년대 중반 이후 수감률이 7배로 늘었고, 흑인 수감자가 압도적이었다. 1960년대 인권 운동으로 구타나 인종격리 같은 강압적 인종 차별이 불법화되자 ‘백인 우월주의’를 다시 세우는 수단으로 법이 동원됐다. 빈민가 흑인 청년이 마약거래를 더 많이 한다고? 흑인 실업률은 언제나 백인보다 두 배 높다. 가난한 이들의 폭력 범죄가 늘어나면 중상류, 중하류 층 모두 저소득층에 공포와 분노를 느끼면서 정작 나라 전체의 부를 누가 가져가는지 보지 않는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연구한바, 재범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교도소 내 학위 과정이었는데, 왜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를 가르치냐며 어느 공화당 주지사는 재소자 교육 프로그램을 없앴다. 아이를 심하게 처벌하면 폭력 성향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쏟아져도 공화당 주 정부들은 체벌을 합법화했다. 84~94년 미국 청소년 살인율과 희생이 3배나 껑충 뛰어도 총기 금지는 거부했다. 자살에 대한 정부 정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대신 개인의 정신 질환과 절망에 따른 사사로운 행위라 했다.

1939년 ‘평범한’ 미국 어느 도시의 풍경. 한 흑인이 오클라호마 시티에 있는 흑인 전용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 CC0.
미국의 흑백 분리 정책은 1960년대에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사진은 1960년대 흑백 분리된 식수에서 각자 물을 마시는 시민의 모습. CC0.

정치가 위험한 시대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에서도 20세기 보수 정당 집권시 자살률이 상당히 올라갔고, 진보 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내려갔다는 연구가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좀 당혹스러워서 팩트 앞에서도 주저하게 되지만, 저자는 ‘자료는 얼마나 정확하고 완전한가?’ 부록까지 차분하게 붙였다.

그래도 반론이 없을 수 없다. 독서클럽에서 함께 읽은 멤버 한 분은 저저자가 딱 들어맞는 데이터만 체리피킹했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시기 등 예외를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 집권 시기 그래프의 방향이 반대로 움직였고, 순누적 치를 따지면 더 분명하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공화당이 평등과 생명, 자유, 행복, 안전, 국민의 안녕, 복지를 축소한 결과가 미국의 번영인가? 경제도 민주당 때 더 괜찮았다니까?

이념이 사라지고 정치도 실종됐다. 상식과 규칙이 없으니 법에만 매달린다. 그게 과연 안전한 방향일까?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다고 생각하지만, 좋든 싫든 그 정당과 결부된 모든 이념에 투표한다. 후보의 역량과 추문만 늘 시끄럽지만, 알고보면 우리가 무관심했던 정당 정책에 수많은 목숨을 구하느냐, 갈림길이 숨어있다. 이 치명적 진실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정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까?

책은 2023년 번역 출간됐지만, 국내 초판은 2012년에 나왔다. 당시 제목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관련 연구가 국내에는 없는지, 모든 데이터마다 궁금해지는 책이다. 2008년 이후도 궁금하고…

원작 표지(2011, 왼쪽), 번역 초판(2012, 가운데), 번역 개정판(2023, 오른쪽)

남은 질문들


이 책의 주장들에서

  • 어떤 측면에서 설득되고, 어떤 측면에서 유리한 근거만 고르는 체리피킹 같은지 얘기해보죠.
  • 보수가 경제에 유능하다는 것은 조작된 신화라는 얘기도 나왔어요. 왜 여전히 통할까요?
  • 삼권분립인데 왜 대통령이 이렇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봤어요?
  • 어떤 정치인을, 정당을 무슨 이유로 지지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요?
  • 진보와 보수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혹은 합리적 보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정권교체가 반복되는 이유는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 흉흉한 사건들을 보면, 역시 (강력)대응책이 답일까요? 당신이 지도자라면 뭘 하겠어요?
  • 공포나 혐오는 본능이기도 해요. 갈라치기에 쉽게 당하죠. 분할 정복을 피할 방법이 있을까요?
  • 폭력을 늘리는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공중 보건과 예방의학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무엇을 해야하죠?
  •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래도 정치가 중요한 건 맞아요? 중꺽마로 될까요?
  • 99%를 위한 정치를 상상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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