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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선진국 프랑스? 아직 갈 길 멀다

광고와 언론 영역을 중심으로 본 프랑스의 성평등

 

광고에서 여성은 사륜구동차를 타거나 금융전문가여선 안되나? 남성이 기저귀나 세제를 광고하는 건 왜 찾기 힘든 걸까? 광고 속 여성의 이미지가 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상황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 CSA(Conseil superieur de l’audiovisue; 시청각 최고 위원회)가 2016년과 2017년 8시 뉴스 이전에 방송된 광고 2,05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역할과 분야를 대표한다.

여성이 나오는 광고 

  • 신체 관련(63%)
  • 의류 관련(57%)

남성이 나오는 광고

  • 게임(78%)
  • 자동차(64%)
  • 보험과 금융 광고(64%)

광고에 등장하는 전문가

  • 남성이 82%

성차별 광고를 없애려는 노력 

그러나 앞으로는 성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거나 남녀차별을 조장하는 광고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1월, 28개의 브랜드가 성 고정관념을 없애는 광고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시청각최고위원회(CSA)와 광고주연합(UDA) 그리고 광고대행사커뮤니케이션자문협회(AACC)에서 이러한 광고를 퇴치하고, 광고 속 여성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성차별적 광고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다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에서는 정부기관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공익'(?) 광고를 만들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겨레, “피임은 여성이 ‘셀프’로 하라”는 성차별적 공익광고 (엄지원, 2015-11-19)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18140.html

한편 한국에서는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기관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대놓고 조장하는 ‘공익'(?) 광고를 만들어 논란을 낳고 있다. (참고: 한겨레, “피임은 여성이 ‘셀프’로 하라”는 성차별적 공익광고, 엄지원, 2015-11-19)

화장품(에센스) 하나도 꼼꼼하게 고르는 대한민국 ‘언니들’에게 투표도 제발 좀 꼼꼼하게 하라는 대한민국 선관위의 훈계. 지난 2016년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알리는 공익광보 영상. 당연히 성차별 논란을 낳았다.

시청각최고위원회(CSA)와 광고주들은 고정관념을 없애고 성 역할의 균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소비자로 국한시키는 것, 남성을 전문가로서 상정하는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광고가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고, 그래야 하며, 또 그렇게 대중의 변화된 인식에 바탕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성차별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광고의 경우, 케이스별로 경고나 최고(催告) 절차를 거친 후 규제할 예정이다.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광고에서도 성차별은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도 방송에 나타나는 성차별은 여전히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성평등 제도

방송에서 여성 패널의 출연 비율도 개선될 전망이다. 2017년 시청각최고위원회(CSA)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라디오나 TV에 출연하는 비율은 40%, 여성 전문가가 등장하는 비율은 35%(2016년에는 30%)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저녁 6~8시)에는 여성의 등장 비율이 남성보다 낮았고(29%), 정치인 패널도 여성은 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프랑스는 정당이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후보를 양성 동수로 공천하는 제도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1999년, 프랑스 헌법에 양성 동수 공천제를 반영한 것이다. 당시 헌법 개정을 통해 양성이 선출직에 동등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수정된 헌법에 따라 이듬해인 2000년 6월 프랑스 의회는 ‘의원선거와 선출직에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진출을 위한 법’(동수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각 정당은 양성을 동등한 비율로 공천해야 한다. 아울러 2013년 지방의회 조직과 관련한 법에 따라 시, 도 등 지방의회의 의원들 역시 동수로 할 것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2011년 13.8%에 불과했던 여성 의원들이 2015년에는 50.1%까지 증가했다.

프랑스의 성평등 제도는 2014년 ‘양성평등법’(‘여성과 남성 간의 진정한 평등을 위한 법률’)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동수제가 확대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다양한 언론 참여 영역에서 여성의 비율을 남성과 유사하게 끌어올릴 것이 요구되었다.

  • 여성 언론 종사자의 비율
  • 여성 전문가 패널의 비율
  • 여성 정치인 패널의 비율
  • 여타 여성 패널의 비율

콘텐츠 측면에서도 여성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도록 성차별적 편견이나 스테레오 타입,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주제를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다.

양성평등법 그 이후 

양성평등법이 제정된 이후 CSA는 TV와 라디오에서의 여성 재현을 해마다 조사하고 있는데, 성차별이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최소한 여성 전문가 패널, 여성 저널리스트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FP 역시 자기반성과 더불어 여성 저널리스트들의 비율과 이들의 지위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길은 멀다. 방송국 경영진이나 보도국 간부들은 대체적으로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물론 양성평등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는, 페미니스트 서울 시장 후보의 벽보를 시건방지다며 훼손하는, 미디어에서의 성차별 문제에 쉬쉬하는 우리의 상황에 비하겠나.)

ParisSharing, "Working woman - Paris" , CC BY https://flic.kr/p/bFvuLz

ParisSharing, “Working woman – Paris” , CC BY

지난 1월에는 일간지 르 파리지앵(Le Parisien)의 여성 저널리스트 77명이 연대해 편집국장 후보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매체의 사장은 여성이지만, 2014년부터 편집국 간부들은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항의하고자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연대에 나선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일간지 편집국 간부들의 프로필에서 다원성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데 독자들에게 유익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여성이라는 것이 능력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남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은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제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도 지역일간지 라 프로방스(La Provence)도 별반 다를게 없다. 아니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점점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는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아직 갈 길 먼 프랑스 언론의 성평등 

“PFDM(Pour les femmes dans les medias,여성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협회).”

프랑스 방송에서의 성평등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단체다. PFDM은 2012년, 방송과 신문, 영화 등 미디어 내에서의 성평등을 목표로 설립됐다. 어쩌면 우리보다는 낫겠지만, 프랑스 미디어 분야에서의 성평등은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았다.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나 패널 중 여성의 비율은 35%로 남성에 비해 훨씬 적고, 4대 주요 일간지(르몽드, 르 파리지앵, 리베라시옹, 르 피가로)의 일면에서 여성을 언급한 비율은 14.2 %, 나머지 페이지에서 언급된 사람의 경우, 78.4 %가 남성이었다(2015년 조사).

여성 전문가의 가시성도 마찬가지다. 사설이나 칼럼의 경우, 여성 저자는 12.5%에 불과했다. 방송에서 여성이 말하는 시간 역시 남성이 말하는 시간보다 훨씬 적었는데(30:70), 이 여성들 중 42 %가 간부나 관리자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PFDM 행사 기념 사진 (출처: DR)

지난 3월 5일에 있었던 PFDM 트로피 시상식 (출처: DR)

이 협회는 ‘PFDM 트로피’라는 여성 미디어 종사자들을 위한 상을 수여하기도 하는데, 지난 3월 5일에 그 시상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PFDM은 ‘미디어에서의 성희롱’이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조직하고, 방송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위한 행동지침이 포함된 일종의 윤리헌장을 고안했다. 모든 형태의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 PFDM의 멤버들과 파트너 기관들에게 이 헌장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관련 기사를 읽는데 마지막 문장이 시선을 잡아 끈다.

“너무 늦기 전에 이제는 행동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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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산책과 명상을 좋아합니다. 프랑스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습니다(파리2대학 언론연구소 박사). 제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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