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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이번 회에선 한국의 결혼시장의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데이터 담당을 맡았던 영님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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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id=”tip” head=”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겨드랑이에서 매일같이 페로몬을 내뿜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이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낳을 생각을 버린 진정한 애국자.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영 : 정체불명의 인간. 모 대학에서 데이터를 공부했으며, 모 기업에서 결혼 데이터를 관리했다. 현재는 모 기업에서 역시 데이터 관계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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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정보회사의 등급,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리 : 실제 결혼정보회사, 이렇게 돌아간다… 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영 : 좋다.
리 : 저는 몇 등급입니까?
영 : 님, 회원 안 받습니다.
리 : 신발…
영 : … 농담이고 내가 일했던 회사는 등급제가 없다. 회사마다 다 다르기에 뭐라 할 건 아니고…
리 : 그럼 점수제냐?
영 : 그렇다.
리 : 그럼 난 몇 점인가?
영 : 내가 님이랑 놀아봐서 대충 프로필을 아는데(…) 접싯물에 코 박을까봐 가르쳐줄 수 없다.
리 : …
영 : 님 집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그거 통과되면 무조건 오케이.
리 : 부모 재력을 제일 많이 보는가보다.
영 : ㅇㅇ… 다음은 학부 학벌이다. 대학원 학벌세탁, 뭐 이런 거 없다. 걍 학부다.
리 : 미국 대학, 유럽 대학 등까지도 다 매기는 건가?
영 : 거의 전 세계 주요 학교 점수를 다 이미 매겨놨다. 내가 보기엔 유학원보다 결혼정보회사 학벌 DB가 더 빵빵할 거다.
리 : 해외 학교는 좀 높게 보는가?
영 : 서울대가 짱이다. 아이비리그가 아닌 한 서울대가 위에 있다. 이것도 학과 따라서 점수가 좀 다르다. 미국 찌질한 학교는 별로 안 쳐준다. 대신 부모 재산이 좀 있어서 간 거라면, 그쪽에서 가산을 많이 받겠지.
리 : 학과별로도 점수가 다른가 보다.
영 : 물론이다. 결국, 학벌에 포함되는 셈이지만.
리 : 법대, 의대 이런 쪽은 어떤가?
영 : 법대는 사법고시 패스 아니면 별로… 의대도 요즘 상황이 안 좋아서 전문의 패스 안 하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 당연히 일반 회사원보다야 낫겠지만, 점점 안 쳐주는 추세다. 종합병원급에 있거나, 집에서 물려받을 애들 아니면…
리 : 더러운 세상이다.
영 : 그러니까 네가 결혼 못하고 있지 않은가?
리 : (……) 집안하고 학벌 다음은 뭔가?
영 : 당연히 연봉, 안정성, 직장, 외모, 키 등 다 따지는데 특출나게 뛰어나지 않는 한 솔직히 나머지는 별로 안 본다. 결혼은 현실이니까, 저 두 개가 미래가치를 거진 결정해 주는지라… 물론 전문직은 좀 다르다.
리 : 아무리 그래도 연봉을 별로 안 본다는 건 좀 이상하다.
영 : 뭐, 아예 수준을 넘어가는 수백억대 자산이나 연봉은 모든 걸 압도하긴 한다. 외국 부자들 보면 육덕돼지 같은 남자가 미인을 양손에 끼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닌 한 보통 안정성이 선호 받는다. 결혼은 현실이니까.
리 : 여자도 외모를 별로 안 따진다?
영 : 여자의 경우는 외모에 가산이 좀 있긴 하다. 근데 데이터 헤집어 보니까 의외로 큰 의미는 없더라. 다시 반복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니까(…) 물론 남자들 중 구체적으로 여자 외모를 적어내는 경우는 별개다. 예를 들면 160cm에 45kg에 하얀 피부라거나… 이런 경우는 차라리 편하다. 집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머리가 나빠도 용서할 테니, 저 외모를 구해달라는 거니까.
리 : 특별나게 잘난 것도 문제지만, 못난 것도 문제이지 않은가?
영 : 뭐, 비만인 여자는 좀… 좀… 좀… 좀… 그렇다… 다른 경우는 대개 패스.
리 : 더럽게 어렵다. 단순 포인트 계산이 아니라, 특정 항목끼리 영향도 주고 그러는 듯?
영 : 다시 강조하지만 이미 연애 포기하고 스스로를 점수 매겨서 결혼하겠다는 시스템에 들어온 이상 더럽게 어렵고, 더럽게 미묘하다. 즉 더럽게 현실적이고 더럽게 냉정하다.
2. 결혼정보회사, 최소한은 알고 활용하기
리 : 결혼정보회사에서 잘 되는 팁을 좀 알려달라.
영 : 매니저에게 잘 보여라. 일단 잘 보이면 추천을 조금 잘해줄 수도 있다. 아는 매니저끼리 ‘이 여자애 집안은 조금 후진데, 애가 너무 괜찮아서 일단 소개만 하면 반응 좋을 거다.’ 뭐 이런 식이다…
리 : 오오… 그런 방법이…!
영 : 단지 그게 쉽지 않은 게 내부에서도 늘 매니저 실적을 매기기 때문이다. 상위 매니저들은 회사에 돈도 억 단위로 벌어오고, 상여금도 엄청나게 받고…
리 : 결혼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영 : 회사마다 다른데, 내가 일하던 회사는 그런 거 없었다. 보통 결혼정보회사는 만남의 기회를 파는 거지, 결혼을 파는 게 아니다. 아까 포인트 이야기를 했는데… 커플매니저의 역량이 훨씬 중요하다. 단순히 점수 따라 기계적으로 매칭하는 게 아니라, 어울릴만한 사람을 엄청나게 찾아낸다. 그리고 자율권도 높아서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서 여자가 10번 만났는데 맘에 드는 남자가 한 명도 없다면, 몇 번 더 만남을 주선한다거나…
리 : 뭔가 좀 골치 아프다.
영 : 커플매니저는 거의 예술의 영역이다. 고객이 몇 번 연장할 거라 생각하고, 그에 딱 맞게 성사시킨다거나… 힘들 것 같은 고객에겐 많이 받고, 쉬운 고객은 적게 받고 빠르게 처리하고… 아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진상은 받지도 않고… 여하튼 여기도 나름 3D 업종이다. 맘에 안 든다고 따지는 일도 굉장히 많고… 솔직히 “현실 영역에서, 네가 그 정도 사람인데 어쩌라고(…)” 이렇게 따지고 싶기도 하다.
리 : 나 같은 필부필부도 많이 등록하나?
영 : 필부도 받아준다. 등록도 많이 하고…
리 : 오… 세계는 평평하다!
영 : 물론 당신은 등록해도 안 되겠지만(…)
리 : 나 같은 필부필부를 위한 충고를 부탁한다.
영 : 한 번 결제하고 안 되면 연장하지 마라.
리 : 왜?
영 : 솔직히 잘난 놈이라면 정말 본인이 생각하는 등급 결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있는 사람이야 뭐, 눈이 더듬이처럼 튀어나와 있지 않는 한 언젠가 맘에 드는 짝이 생기겠지. 또 외모, 부모 자산, 직업 등 하나가 엄청나게 잘나도 이런저런 사람 만날 수 있다.
리 : 그런 거 없으면 잘 되기 어렵다?
영 : 잘 되기 어렵다기보다, 필부필부는 어차피 비슷한 사람 소개받는다. 포인트, 사회적 수준이 애초에 그 정도니까 그걸 벗어나기 어렵다. 그 수준에 맞는 사람 소개해 주는 건데, 만족 못하면 떠나는 게 속 편하다. 눈을 낮출 자신이 없다면야…
리 : 결혼정보업체를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픈 말은?
영 : 뭐, 사람 따라 잘 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알아서들 할 일이고… 어쨌든 등록하면 ‘결혼은 현실입니다’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기는 할 거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