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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이돌 페스티벌: ‘거리감 제로’의 일본 아이돌 문화

TIP 2016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도쿄 오다이바의 후지TV와 아오미 지역에서 ‘도쿄 아이돌 페스티벌  2016’(이하 TIF 2016)이 개최되었다. 2010년부터 시작된 TIF는 올해로 7년째로 약 200개 그룹의 1,300여 명의 아이돌이 참가했다.

공식적인 관람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약 6만 명 정도가 관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TIF는 이름처럼 단순한 콘서트나 이벤트가 아닌 아이돌의 축제를 지향하는 행사로, 일본의 여성 아이돌 산업의 완성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류 붐 시기에 국내 언론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왜곡되어 온 일본 아이돌 문화의 진짜 모습과 무엇이 한국의 아이돌 문화와 다른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도별 참가 아이돌과 관람객 수

개최 연도 출연 아이돌 수 총 관람객
2010년 45그룹 약 5,000명
2011년 57그룹(396명) 약 10,000명
2012년 111그룹(732명) 약 21,500명
2013년 111그룹(616명) 약 33,000명
2014년 138그룹(957명) 41,282명
2015년 154그룹(1140명) 51,481명

우연한 탄생

TIF는 원래 후지TV가 운영하던 아이돌 그룹 ‘아이돌링!!!(2015년에 해체)’의 이벤트에서 시작되었다. 2006년에 결성된 ‘아이돌링!!!’은 후지TV 위성 방송에서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을 모체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이 그룹은 해당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였던 카도사와 세이타(門澤?太)가 직접 프로듀스를 했는데, 방송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나 콘서트까지 카도사와 PD가 직접 손을 대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9년 아이돌링!!!의 6번째 콘서트를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야외 콘서트 형태로 개최했다. 이 야외 콘서트는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키며 상업적으로도 업계의 평가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콘서트의 성공에 고무된 카도사와 PD는 아이돌링!!! 이외의 아이돌도 불러서 야외에서 자유롭게 콘서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구상한다.

TIF의 계기가 된 아이돌링!!!

TIF의 계기가 된 아이돌링!!!

2010년 4월부터 아이돌링!!!은 일본 최대의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요시모토 흥업이 운영하던 아이돌 그룹 YGA(요시모토 그라비아 에이전트, 2013년 해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에서 매주 함께 라이브 이벤트를 했다.

그러던 와중에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관계자가 카도사와 PD에게 메인 무대였던 ‘스텔라 볼’이 이틀 동안 일정이 없어 저렴하게 임대가 가능하니 아이돌링!!! 이벤트를 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한다. 이에 무르익은 분위기를 타고 카도사와 PD와 아이돌링!!!의 멤버들과 평상시 친분이 있던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45개 그룹이 참여하는 형태로 급조되어 이틀 동안 치루어진 것이 TIF의 시작이다.

걸그룹 사이드 이벤트에서 아이돌 축제로

급조되었던 제1회 TIF는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 거의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과 그 주변의 도로변에서 이틀 동안 치러졌음에도 약 5,000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되어 후지TV와 카도사와 PD는 2011년 1월에 발 빠르게 TIF 2011의 개최를 발표하고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하여 TIF의 개최는 불투명해지고 만다.

하지만 당시 아이돌링!!! 멤버들의 강한 의지와 TIF의 개최를 고대하던 아이돌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TIF 2011은 무사히 개최된다. 이때부터 TIF의 개최지는 후지TV의 완간스튜디오가 있는 오다이바의 아오미 지구로 옮겨지게 된다.

매년 규모를 키우던 TIF에는 한가지 불안 요소가 있었다. 행사의 주최자가 아이돌링!!!의 프로듀서이면서 후지TV의 직원인 카도사와PD였다는 점이고, 행사의 일정이 전체적으로 아이돌링!!!의 일정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불안은 2013년에 카도사와PD가 아이돌링!!!의 PD직을 하차하게 되면서 더욱 커지게 된다. 하지만 후지TV는 이후에도 TIF를 계속 이어나갔고, 2015년부터는 후지TV 내에 새롭게 발족한 ‘TOKYO IDOL PROJECT’의 주최로 TIF를 개최하게 되면서 올해까지도 TIF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 산업이란 과연 무엇인가?

TIF가 첫해부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 행사의 형태가 일본의 여성 아이돌 산업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해였던 TIF 2010의 경우는 호텔에서 개최된 행사였기 때문에 주변에 부대 시설이 매우 부족했다. 이 때문에 여러 스테이지를 오가며 라이브를 해야 하는 아이돌이 행사장 내부를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당연히 이런 과정에서 아이돌들은 행사를 보러 온 팬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호텔 내부의 식사 장소가 부족했기 때문에 따로 음식을 챙겨오지 못한 아이돌은 일반 팬들과 같은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바로 그런 ‘거리감 제로’가 극대화한 것이 TIF 2010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과 '거리감 제로' 상태에서 만날 수 있었던 TIF.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과 ‘거리감 제로’ 상태에서 만날 수 있었던 TIF.

오다이바로 장소를 옮긴 TIF 2011부터는 아오미 지구에 있는 후지TV 완간 스튜디오 옆 공원, 완간 스튜디오 옥상, 다이바 시티 프라자 계단, 후지TV 본사 앞 광장 등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아이돌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며, 각 야외 스테이지에서 스트리밍으로 방영되는 토크쇼가 진행되기도 한다. 여러 개로 나누어진 무대를 걸어서 이동하며 아이돌과 팬들이 만나는 환경은 그대로다.

메인 스테이지에 출연하는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아이돌 그룹과 달리 지명도가 거의 없는 신인 그룹들은 이런 행사에서 자신들을 알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행사장 주변에는 스테이지 사이를 이동하는 관람객들에게 자신들의 공연 일정과 그룹 소개가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고, 즉석에서 악수하고 사인을 해주는 아이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의 여성 아이돌은 공연이나 이벤트가 끝난 후 대부분 현장에서 팬들과 악수회를 한다. 악수라고 해봐야 10초 이내에 손잡고 잠깐 이야기를 하는 수준이지만, 악수하는 순간에는 아이돌과 팬의 거리는 제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악수 티켓이 들어 있는 CD를 수백 장씩 사는 팬들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백 번 악수하면 아이돌도 그 팬에 대해서 기억할 수밖에 없다.

물론 AKB48처럼 CD가 100만 장씩 팔리는 그룹이 되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지겠지만, 아이돌 그룹 대부분은 메이저 그룹조차도 잘해봐야 싱글 CD 3~4만 장 파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돌은 똑같은 CD를 수십 수백 장씩 사주는 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CD를 사는 팬은 자신이 투자한 아이돌이 조금 더 상업적 성공을 이루길 바란다. 즉, 일본의 여성 아이돌 산업은 ‘거리감 제로’를 기반으로 한 아이돌과 팬의 공생으로 유지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앨범 3~4만 장을 파는 현실에서 TIF는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잘해봐야 싱글 앨범 3~4만 장을 파는 현실에서 아이돌은 수십 수백 장 앨범을 팔아주는 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고, TIF는 그런 아이돌과 팬에게 만남의 공간을 제공했다.

매번 싱글CD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아이돌 그룹 AKB48의 최고 정점에 있는 사시하라 리노(指原莉乃)도 다른 것은 몰라도 악수회는 반드시 참가한다. 악수회가 곧 아이돌을 존재하게 하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물론 TIF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라이브만을 보고 떠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TIF를 찾는 아이돌 팬들의 대다수는 속칭 DD1가 대다수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아이돌 문화의 소비자들이 도쿄 오다이바에 모두 모여 모든 아이돌을 응원하는 것이 TIF의 진정한 목적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는 다른 일본 아이돌 문화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어나고 ‘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 오리콘 챠트를 석권하던 시절에 많은 언론과 대중문화 평론가들은 이런 식으로 말했다.

“일본의 아이돌은 노래도 춤도 형편없지만, 한국 아이돌은 춤과 노래 실력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일본 시장을 정복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전문성 없는 분석인가.

‘카라’도 ‘소녀시대’도 일본에서는 한류라는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장르 음악이었다. 이들은 적어도 일본에서는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의 분류에 속했다. 일본에서 아티스트란 뮤직 씬에 속하는 탤런트 전반을 의미한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지만, 현대의 음악 무대에는 노래하는 가수 이외에도 연주자, 랩퍼, 춤을 추는 퍼포머 등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가수’나 ‘뮤지션’이라고 하지 않고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아이돌은 아티스트의 하부 분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가수나 퍼포머와는 다르다. 아이돌은 그냥 아이돌이라는 다른 포지션이다.

TIF 2015 실황 동영상. 노래는 못해도 이해를(…)

일본의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의 노래 실력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향점이자 목표이지 아이돌의 현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래도 춤도 연기도 완성된 아이돌은 졸업하고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아이돌 팬들이 소비하는 것은 완성에 이르는 그 짧은 기간이고, 그것을 꾸준히 소비하기 때문에 응원하는 아이돌 혹은 아이돌 그룹을 계속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국제 행사로 발돋움하기를 

매년 성장하고 있는 TIF의 가장 큰 한계는 1,000명이 넘는 참가 아이돌이 모두 일본 국내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에서도 많은 관람객이 오고 있지만, 참가하는 아이돌은 여전히 일본 국내 한정이다. TIF의 창시자인 카도사와 PD는 아이돌이 모이는 후지 락 페스티벌을 꿈꾸었는데, 아직은 그 목표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아이돌 씬과 다른 나라들의 아이돌 씬은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이나 중국에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은 있지 않을까? 첫해부터 TIF를 지켜본 팬의 한 사람으로서 TIF 2017년에서는 한층 더 발전해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1. DD: 일본어의 ‘다레데모 다이스키’에서 유래한 아이돌 용어. 특정 아이돌만 좋아하지 않고 누구나 다 좋아하고 응원하는 평화주의적 아이돌 팬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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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맘초무
초대 필자, 웹매거진 운영자

서브컬쳐・언더그라운드 정보 전문 웹매거진 「데카르챠」의 운영자.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한국형 오타쿠 1.5세대 게임매거진 기자, PC게임매거진 기자, 아하!PC 기자, HOWPC기자 등을 거쳐서 2005년부터 게임 개발자로 변신. 2006년부터 일본에서 게임 개발 및 현지 서비스 등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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