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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신질환인입니다. 오늘은 정신건강증진센터라는 생소한 이름의 보건 시설 회원으로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주변에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생기면 정신질환인이 비정신질환인에게 해코지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을 듣고 이에 관해 글을 쓰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현 체제의 결정적인 문제, 이건 역시 예산 분배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지만, 오늘은 센터에 관해서만 이야기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정신건강 증진 센터
서울시 중구 정신건강증진센터 홈페이지 이미지

이상적인 목적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정신질환자의 독립적 생활을 위한 프로그램 중 사례관리에 속합니다. 기실 역사는 그리 오래되었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전부터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던 단체들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리 유명하지는 않죠. 자살예방 캠페인으로 조금 인지도가 올라간 정도일까요?

인천남구 정신보건센터ㅣ인천남구 자살예방센터 http://www.ingmhc.or.kr/
인천남구 정신보건센터ㅣ인천남구 자살예방센터

센터는 사례 관리서비스를 주목적으로 합니다. 환자를 만나 사례를 접수한 후에는 환자가 가진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욕구, 독립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평가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사례관리자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 장단점, 복합적인 욕구와 문제 등에 관한 전반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환자와 함께 목적과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천 행동을 계획합니다.

이후 사례관리자와 환자, 그리고 가족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서비스를 주고받으며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되기도 하며, 이후 제공된 서비스의 내용에 따른 대상자의 변화 정도, 만족도 등을 함께 평가하는 과정 등을 통해 상황에 맞는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아,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엄청나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천사 희망

아쉬운 현실   

사실 센터의 목적은 좋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사회적인 인식이 정신질환에 대해 관대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발로 정신보건센터를 찾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설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 중 ‘일부’는 ‘정신질환자가 모인다니 위험하지 않을까?’, ‘비정신질환자를 공격하거나 해코지하는 거 아냐?’ 인식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냐 생각할지 모릅니다만, 그것 또한 센터에서 해야 할 역할 중 하나입니다.

‘홍보’를 통한 인식 개선. 더욱이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라면 그래야만 합니다. ‘반드시’라고 할 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전부를 감당할 필요는 없으나 센터에서는 자신들의 역할만이라도 마땅히 ‘홍보’해야 하지만, 아직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근처에 가야 겨우 포스터나 플래카드, 관력 책자를 얻을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례관리: ‘주중 오전’ 상담 

다음으로 문제 삼을 것은 센터의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 관리입니다. 제 경우에는 일하는 관계로 오전 방문과 상담이 어렵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야겠지요.

사례관리란 사회의 복귀를 도와주는 것에 있습니다만, 제가 느끼는 사회의 어려움과 병적 증상으로 인한 한계를 수시로 느낌에도 그들의 사례관리는 원활할 수 없습니다.

‘주중 오전’으로 맞추어진 시간 때문입니다. 그들이 정말 사회 복귀를 도와주는 것이라면, 그들의 ‘퇴근 시간 이전’에 맞추어진 서비스는 어불성설입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뎌 독립하려는 이들을 관리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시계 시간
‘주중 오전’에 맞춰진 상담 시간을 지키려면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관리받으려면 일하지 마.

이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또한, 상담이라는 것도,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상담사와의 상담도 아니고, 그저 일상의 이야기와 약 봉투를 확인하며 복약 여부를 묻는 정도에서 끝나버립니다. 물론 정신 질환자의 특성상 주도적인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되지만 ‘제시’를 하거나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런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센터에 다니는 몇몇 이들의 회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신질환인의 취업

센터는 자체적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제빵이라던가, 아로마테라피, 무언가 자격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적어도 제가 다니던 센터에서는) 실질적으로 자격증을 따는 회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따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려 들지도 않고요.

정신질환인은 무기력해져 있습니다. 가족이나 국가의 부양에 기대어 있습니다. 그 빈약하고 유약한 것에 자신을 가두어두고 있습니다. 왜냐면 무엇도 할 수 없으니까요. 비질환자들과 섞이는 것이 두려울 만큼 사회적으로 밀려나고 있으니까요.

자살 우울 절망

그렇다고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가? 이 부분은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제도적인 미비점들이 많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정신질환자의 취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 자체의 홍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당사자는 물론 연결된 센터에서도 잘 모르니까요. 이에 대해 센터 복지사에게 물어보면 일상적인 ‘소개’만이 이뤄집니다. 그들도 그 분야의 정보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회원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재활프로그램에 의지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프로그램으로 취업을 진행하는 편은 어떨까요? 정신질환자 대부분은 ‘사회성이 결여’되거나 약화된 상태입니다. 나았다 할지라도 그 부분은 쉽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한 재활 프로그램이 이어져야만 하죠.

그런데도 ‘평등’하게 장려되는 프로그램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합하다고 할지라도, 현재 정신 질환자이거나 그랬던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의 취업이 쉬울까요?

취업

그래요, 쉽게들 말하는 정신과적 분류 ‘f코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잘 속이고 숨겨 들어갔더라도 계속된 근무가 가능할까요? 제 경우에는 언제나 전전긍긍해야만 합니다. 진행되는 증상이 있는 ‘현역’이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전에 미리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빈도가 그리 잦지도 않아 화장실로 달려가 혼자서 진정을 기다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가끔은 불현듯 증상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아직은 어떻게든 속이거나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지만(일회성적인 일의 특성상), 이게 얼마나 갈지도 저는 늘 불안합니다. 들켜버린 경우, 제가 일을 그만두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당신의 건강을 먼저 챙겨야죠.’
‘당신이 일할 건강상태가 안돼.’

정말로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고용주가 얼마나 될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에 동조하지 않을 사람은 또 얼마나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례관리를 하는 센터에서는 정신질환인에 관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사람 화합 협동 협력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않지요. 물론 이는 복지사의 문제라기보다 전적으로 인원 부족과 예산 부족으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제가 본 센터의 복지사들은 늘 바빠 보였고, 늘 다양한 일을 혼자 처리하는 거로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급여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아플 뿐입니다  

센터의 정상화를 바란다면, 정신보건 예산의 대부분을 정신치료시설(격리 보호 시설)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재활 쪽에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리저리 분배를 하고 나면,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한 예산은 늘 터무니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겠지만, 현재 모습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주변에 정신보건센터가 생긴다고 걱정하신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정신질환인을 두려워하겠지만, 그보다 더 회원들은 ‘정상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두려워한다고.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우리가 다르게 보일지 모르나 똑같은 사람이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에 센터에 가는 것이며, ‘공격성’을 가지지 않은 유순한 이들이기에 사회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성의 결여로 정신질환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짐승 취급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세상이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센터의 개선점은 많지만, 그 존재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행하는 일이 나쁜 일도 아닙니다. 더불어 우리 정신질환인이 그 자체로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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