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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한국인인 걸 반대한다?’ 동성애 반대가 불가능한 이유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존재’를 반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Giovana Milanezi, CC BY https://flic.kr/p/bPL3S8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처: Giovana Milanezi, CC BY)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것의 의미 

‘양파, 네가 한국 사람이라서 싫다.’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 증오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실재한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 감정으로 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그 감정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네가 한국 여자라서 싫고, 내 눈앞에 안 보였으면 좋겠다.’

이런 감정도 이해합니다. 보기 싫으면 보기 싫은 거죠. 그 불편함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제가 그 감정에 맞춰드린다면, 최대한 안 보이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말이죠. 하지만 말이죠.

‘네가 한국 사람인 걸 반대한다.’ 

제가 어떻게 할까요? 스스로 목숨이라도 끊어야 할까요? 이건 제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인 걸 반대(?)한다?

네가 한국 사람인 걸 반대(?)한다고요?

‘네가 기독교이라서 (혹은) 불교인이라서 싫다.’

이런 감정 역시 호불호이고, 이게 옳든 그르든 간에 그렇게 느꼈다면 뭐 그런가 보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종교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 않죠. 쉽든 어렵든 간에, 그 ‘선택’은 가능한 범위 내에 있습니다.

‘네가 가난해서 싫다. 가난한 사람들은 좀 따로 격리했으면 좋겠다.’ 

가난도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타고난 조건과 사회 구조가 강하게 작용하긴 하지만, 그 상태를 바꾸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현실적으로 쉽든 안 쉽든 돈이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네가 학벌이 없는 게 싫다.’ 

나이 먹어서도 하버드 가는 사람 있어요. 이것도 어렵지만,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서.

‘네가 여자인 것을 반대한다.’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자가 싫다’는 사람은 여자를 피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자를 반대’한다는 건, 여성 입장에서도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 성전환 수술받으면 되나요?)

여자라서 '반대'한다?

여자라서 ‘반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성애는 정체성이다 

동성애는 성 정체성입니다. 당신은 몇 살에 ‘난 이성에만 끌리겠어’라고 결정하셨나요?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그냥 언제부터인가 이성한테 끌리셨죠. 저도 그랬어요. 이성애와 동성애란 게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크다 보니까 이성애자였습니다. 그런데요. 동성애자도 마찬가집니다.

저는 묻습니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분들께 묻습니다. 동성애자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설마 이게 정신병이라고 믿던 시절로 돌아가서 싹 다 정신병원에 처넣거나, 히틀러 방식으로 동성애자를 이 땅에서 ‘멸절’해버리자는 건가요?

‘내 눈앞에 띄는 게 싫다.’

‘징그럽다.’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존재 자체를 반대할 순 없잖아요. 반대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죠.

‘동성애는 선택이다. 동성애 하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사람 많더라.’

동성애자는 이성애라는 '좋은 것' 혹은 '정상(?)적인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성애라는 ‘좋은 것’ 혹은 ‘정상(?)적인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요?

동성애는 ‘선택’하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생각해 봅시다.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한 유력한 정치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1. 그 총리 후보가 비리를 저질렀다
  2. 그 총리 후보의 아들이 군대 안 갔다
  3. 그 총리 후보가 동성애자다.

어느 쪽이 제일 불리할까요? 혹은 군대 장성이 동성애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파급효과가 어떨까요?

한국 성매매가 아주 쉬운 나라입니다. 진짜 ‘쉬운 성관계’ 때문에 동성애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세요? 차라리 돈을 훔쳐서 ‘성을 구입’하는 게 쉽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이토록 심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를 일부러 ‘선택’하고, 그대로 계속 버틴다고요?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한다고요?

저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저 자신이 여자인 것, 한국 사람인 것을 옹호하지 않듯이, 동성애가 정체성인 분들, 그 타고난 인권을 인정하고, 부정하지 말자는 겁니다. 옹호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습니까 저는 그냥 한국 여자인데 말이죠.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동성애를 선택할 수 있습니까? 동성애를 ‘행위’로 간주한다면 당연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게이가 아닌 이성애자 배우가 게이 역할을 하고, 게이 배우가 이성애자 역할도 합니다. 게이도 결혼해 살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니까 애 낳는 것도 가능하죠. 저도 여자고, 이성애자이지만, 여자랑 결혼해서 살 수 있겠죠. (그리고 남자로 성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제가 남자가 되는 건 아니죠. 신체적으로는 성전환해서 남자로 보일 수 있고, 남자 화장실에도 가면서 남자로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봐! 꼭 여자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선택할 수 있잖아?’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동성애를 ‘행위’로 간주하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위 눈길과 평가와 그에 따른 불안은 사라져도, 자기 정체성은 남습니다. 남자지만, 남자에게 끌린다면 그냥 그런 겁니다. 남자와 여자, 양성에게 끌린다면 그것 역시 그냥 그런 거고요.

동성애는 성 성체성입니다. 바꿀 수 있는 취미생활이 아닙니다.

동성애는 성 성체성입니다. 바꿀 수 있는 취미생활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이는 행위를 당대의 지배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동성애와 이성애를 왔다 갔다 하고, 진짜 실제로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잘 압니다. 동성애를 ‘실험’해 본 사람도 자주 봤고,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다며 여러 명과 한 번에 사귀는 사람도 봤습니다. 20대엔 결혼해서 조용히 살다가 30대에 갑작스레 양성애 혹은 동성애로 돌아선 사람들도 봤습니다.

그런 이들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진짜 정말 남자만 좋아한 동성애자도 있고, 30대 중반까지 자신은 이성애자라고 우기다가 결국 커밍아웃한 친구도 있습니다. 40대에 확실히 게이인데도 자신은 양성애자라고 우기는 친구도 있습니다. 확실히 양성애자인 여자 동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동성에게 끌린다면 끌리는 건데, 그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바꿀 수 있으니까 그렇게 바꿔 살아야 합니까? 입장을 바꿔, 당신은 신체적으로 동성과 성관계가 가능하니까, 평생 그렇게 살 수 있습니까? 남자로서 여성과의 관계가 힘들지만, 동성애자로서는 열 배로 더 쉽게 파트너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이유로 동성애자가 되겠습니까?

당신이 이성애자라면, 더 연애하기 쉽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흉내'낼 수 있겠는가.

당신이 이성애자라면, 더 연애하기 쉽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흉내’내시겠습니까?

저는 이성애자로서 이성애자 다수가 동성애를 징그럽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보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싫다는 감정까지 어쩔 수는 없죠. 백인이 황인종을 징그럽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느끼는 거야 어쩌겠습니까. 자기가 그렇게 느낀다는데. 아니면 동양계 억양이 짜증 나니까 그런 억양 듣기 싫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네가 동양계인 것을 반대한다’고 하면, 어떻게 맞춰 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동성애 행위를 선택하는 이성애자가 있습니다. 실제 10~20대에 동성과 조금이라도 성적인 경험이 있는 사례는 많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동성애자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이성과 결혼하고 출산하는 등 이성애자 행위를 따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흉내’낸다고 해서 성 정체성 자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사회에서 바라는 정체성을 따라 할 수는 있고,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정체성을 선택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은 바뀌지 않습니다. 헷갈릴 수 있는 게 양성애자인데, 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성일 수도 있고 동성일 수도 있는 것이지, 동성애를 선택했다가 취소하는 건 아닙니다.

결론

  1.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나서 바꿀 수 없는 걸 가지고 인권 침해하지 맙시다.

  2. 바꿀 수 없지만 그걸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해, 혹은 주위의 압력으로 바꾼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들이 더는 그런 척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혐오스러운데 어쩌란 말이냐! 내 느낌은 자유다’라는 분들, 나중에 ‘황인종이 혐오스러운데 어쩌란 말이냐. 내 느낌은 자유다. 그냥 내 눈앞에서만 안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자칭 중도적인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도시에 꼭 한 번 살아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그게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는지 경험해보고 말씀해주세요. 내 아이가 그런 인종 차별 사상이 머릿속 깊이 박힌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학교에 다닌다면 어떤지도 경험해 보시고요.

올랜도 사건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 '랑') http://lgbtpride.tistory.com/658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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