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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가 뭐길래: 전략물자 통제제도

몇 년 전(2015년 현재 기준)에 국내 한 수출업체가 군용 방탄목과 헬멧, 무전기, 안테나 등 군수물자를 방위사업청의 허가 없이 이라크과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수출한 게 적발됐다. 이 업체와 대표자는 벌금과 징역에 처해졌다.

법원은 피고인이 전과가 없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점을 참작했지만, 중형을 피할 수는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수출 통제? 전략물자가 뭐길래!

인류사회는 오랜 역사를 지나며 지역, 종교, 자원, 문화 등의 차이로 다양한 갈등을 겪고 왔다. 그리고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때 국지전이나 테러가 발생하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세계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안보와 통상정책을 연계한 전략물자 수출 통제 및 비확산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전쟁 무기

전략물자란?

전략물자란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의 제조·개발·사용·보관에 이용 가능한 이중용도물품, 소프트웨어 및 기술 등을 총칭해서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마레이징강(Maraging Steels: 철, 니켈, 코발트, 몰리브덴을 섞어 만든 초강력강)이라는 철강 원재료는 생활 속에서 골프채나 펜싱용구 제조 등에 사용되는 익숙한 물질이지만, 원자로의 Rotor나 로켓에 들어가는 모터 케이스 등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외교 측면에서 전략물자란 정부가 자국의 국가 안보, 외교정책, 국내 수급관리를 목적으로, 수출입과 공급, 소비 등을 통제하기 위해 특별히 정한 품목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법’과 관련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에서 해당 품목 리스트를 공고하고 있다. 산업부문은 방산물자 외에 모든 업종의 첨단물자를 전략물자 해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정해 수출 통제를 한다.

첨단 부품 및 기술일수록 민간산업뿐만 아니라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품목이라는 산업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은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 통제제도를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군수 산업과 일반 산업의 첨단화 개발까지도 통제하고 있다.

탱크

UN의 수출 통제 규정, 미국의 역외적용 규정

2004년 UN 안전보장이사회는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위한 수출통제를 세계 모든 국가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UN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여 모든 회원국들로 하여금 전략물자 관리 이행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9.11 테러의 피해 당사자인 미국의 경우 자국 기업의 수출뿐 아니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자국 생산품의 재수출, 재이전까지 규제하는 역외적용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거래부적격자목록에 등록돼 미국산 품목의 취급 제한 및 금지 등의 제재는 물론 이후 모든 거래 및 생산품목에 대해 무역금지 조치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전략물자의 안전한 무역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근거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유엔 UN

전략물자 수출관리 제도를 운용하는 목적은 간단히 말해 전략물자가 불량국가 또는 테러조직에 이전돼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전략물자 관리를 위해 국제사회는 WA 바세나르 체제 등 총 4개의 국제협약을 통해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 협약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총 30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전략물자 제도에서는 이 4개의 협약에 모두 가입한 이른바 깨끗한 나라(Clean Country)를 “가” 지역으로 분류하여 수출허가 신청 서류의 일부를 면제하고 허가 처리 기간을 단축해주는 등의 완화된 수출허가제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에 “가” 지역 이외의 모든 국가는 “나” 지역으로 분류되어 정당한 용도와 사전허가 없이는 수출이 금지된다. 대표적인 국가가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이다.

전략물자 판별

수출기업의 입장에서 전략물자 관리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사의 취급품목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판정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 수출자가 스스로 판정하는 자가판정
  • 전문기관에 의뢰해 판정을 받는 사전판정제도

전문기관의 판정은 지식경제부 전략물자관리시스템에 마련된 판정 모듈을 이용해서 직접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체크 검사

사전 확인을 통해 전략물자로 판정된 경우 해당 물품이나 기술을 수출하려는 자는 법령에 따라 관계 행정기관으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략물자에 대한 허가의 종류에는 수출허가, 상황허가, 중개허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용어는 익숙하지 않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절차는 그리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략물자에 대한 허가는 해당 물품이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허가된다는 것이다.

법을 몰라 발생하는 범법자

전략물자 허가 제도에 ‘자율준수무역거래자’라는 것이 있다. 수출업체를 지정해  3년 동안 대상 구매자, 목적지를 지정하여 전략물자를 자율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수출기업에서 자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생산품목이나 기술, 장비 등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가,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해당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에서는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전략물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율준수체제의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EU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율준수체제를 도입하여 전략물자를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략물자 불법수출이 적발된 사례가 국내에서만 한해 수십 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불법수출이지만 위 사례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제도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감옥 범죄자

기업이 생산한 물질과 제품이 올바른 용도에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안이한 생각과 판단으로 위험에 노출된 전략물자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형태로 변용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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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곽신영
초대필자. 관세사

세금을 다루지만, 계산기를 싫어하고 재테크는 꽝인 평범한 관세사입니다. 관세법인 '청우'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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