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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공중화장실 지원하는 나라의 무상급식 논란

4년 전 취재를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 “런던에서 가장 붐빈다”는 워털루 역을 찾은 적이 있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에 등장하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지만 정작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 넓은 기차역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공중화장실이었다.

런던의 유료 공중화장실

화장실 입구에는 30페니, 한국 돈으로 500원가량 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한편에는 동전 교환기도 있었다. 투덜대며 화장실에 들어섰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돼 있는 곳에 동전을 넣으려고 보니 고장 났다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결국, 돈을 내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쓴웃음만 났다.

가뜩이나 맛없는 음식과 비싼 공공요금, 끔찍하게 느리고 비싼 인터넷 환경에 지쳐있던 외로운 여행객은 고장 난 유료 화장실을 보며 “유럽은 도버 해협에서 끝난다”는 말을 되뇌었다. 내 눈엔 공공장소 화장실조차 수익성으로 따지는 영국식 신자유주의와, 그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영국의 현실을 보는 듯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봤던 매력적인 도시와 직접 경험한 런던은 너무나 달랐다.

워털루 역의 공중화장실

외국에 갔다가 화장실 때문에 낭패를 봤다는 경험담은 손쉽게 들을 수 있다. 누구나 아무 때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은 한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는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해주기도 했다.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으면 일단 들어가서 무조건 볼일을 보는게 유럽에 살면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다.”

외국인도 놀라는 한국의 ‘무상’ 공중화장실

우리는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가까운 지하철역이나 공원, 웬만한 큰 건물, 하다못해 식당이나 가게에서도 큰 문제 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만 해도 공중화장실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식당이나 가게 화장실은 손님한테만 열려 있을 뿐이다.

한국은 화장실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상’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이런 ‘무상’ 화장실은 외국인들한테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듯하다. 최근 한 지인은 공원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는데 그 관광객은 건축학도로서 “한국의 공중화장실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혹자는 새로운 한류상품이나 되는 양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무상급식 논란에 대입해도 그런 말이 나올지 의문이다.

왜 정부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소득과 상관없이, 수급자의 자격을 따지지 않는 ‘무상’ 화장실을 없애지는 못할망정 더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공짜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것일까. “간디학교 같은 귀족학교” 학생들까지 무상으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낭비 아닌가.

홍준표, 2015년 4월 3일 페이스북 공개 발언

‘무상급식’과 관련한 비난의 목소리에 관하여

‘무상’ 화장실은 국민들을 “노예의 길”로 이끈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사회주의적 정책 때문에 국민들이 자기 집이 아니라 밖에 나와서 볼일을 보는 바람에 막대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 무상 화장실만 자꾸 만드는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괄약근 조절운동이 건강에도 좋다는데 ‘어딘가 화장실이 있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운동을 게을리하게 만드는 건 국민건강에 도움이 안된다.

세금으로 만든 이렇게 좋은 공중화장실을 이건희 손자가 돈 한 푼 안 내고 이용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똥오줌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2) 이건희 손자에게 똥오줌 값을 받아야 한다. (3) 이건희 손자는 어차피 이런 화장실 이용 안 한다.

세금으로 만든 이렇게 좋은 공중화장실을 이건희 손자가 돈 한 푼 안 내고 이용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똥오줌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2) 이건희 손자에게 똥오줌 값을 받아야 한다.
(3) 이건희 손자는 어차피 이런 화장실 이용 안 한다. (사진 출처: 송파구청)

대안으로 저소득층만 무상으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건 어떨까.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증명을 하지 못하면 바지에 실례를 해도 별수 없다. 화장실마다 관리인도 필요하겠다. 아니면 공중화장실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화장실 운영으로 누적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평가를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최근 다시 울려 퍼지는 무상급식 비난 목소리를 듣다 보니 다음 차례는 ‘무상’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은 2015년 4월 20일 자 서울신문에 실린 기자수첩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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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문기자를 꿈꾸는 기자 겸 박사 겸 블로거( http://www.betulo.co.kr )입니다. 시민단체 공동신문 '시민의신문'을 거쳐 현재 서울신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와 저널리즘학연구소에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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