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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만: 요금인가제 폐지가 단통법 해법이라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요금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요금인가제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요금인가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고, 매일경제도 미래부가 요금인가제 폐지 카드를 꺼냈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은 요금인가제 폐지가 단통법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내부 필자 칼럼을 실었다.

이들의 주장은 요금인가제가 폐지돼야 경쟁 체제가 마련돼 이동통신사들이 서로 요금 인하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요금인가제란

요금인가제란 이동통신사 중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서비스 요금을 미래부에 인가받도록 한 제도다. 국내 이동통신사 중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SK텔레콤뿐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요금인가제는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에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요금인가제 폐지론자들은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을 때 KT와 LG유플러스(U+) 등 경쟁 이통사들이 SK텔레콤의 요금 인가를 기다린 다음 거기에 준해서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합법적인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금인가제 관련 최양희 장관, 우상호 의원, 심재철 의원의 말

요금인가제 관련 정치인들의 말·말·말

KT와 LGU+ 입장에서는 너무 요금을 많이 낮추면 손해이므로 SK텔레콤이 인가받은 요금과 비슷한 수준 또는 그보다 약간 아래 정도로 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SK텔레콤이 거꾸로 요금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쟁 체제에서 SK텔레콤이 고객을 빼앗길 짓을 할 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반박하고 있다.

요금인하를 위해서라면 요금인가제 폐지할 필요 없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요금인가제는 폐지할 필요가 없다. 왜 그런지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잘 나와 있다. 먼저 법조문을 보자.

제28조(이용약관의 신고 등) ① 기간통신사업자는 그가 제공하려는 전기통신서비스에 관하여 그 서비스별로 요금 및 이용조건(이하 “이용약관”이라 한다)을 정하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신고(변경신고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업규모 및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기간통신서비스의 경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인가(변경인가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출처: 전기통신사업법

법조문이 좀 복잡해 보이지만 요약하면 쉽다. 원래 이통사는 요금을 미래부에 신고만 하면 되지만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미래부에 요금 인가를, KT와 LGU+는 요금 신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다시 법조문을 인용했느냐 하면 2항의 끝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만,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SK텔레콤은 원래 요금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요금을 내릴 때는 인가받을 필요 없이 신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요금 인가와 요금 신고 구분

시장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도 요금을 내릴 때는 인가 없이 신고만 하면 된다.

어라? 요금인가제 폐지론자들은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도록 하려면 요금인가제를 없애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에 요금 인하는 신고만 하면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놨네?

그렇다. 요금인가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독과점의 폐해를 없애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독과점 사업자)의 횡포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SK텔레콤은 그동안 (요금인가제 때문에) 요금을 못 내린 게 아니라 안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내릴 수 있도록 이미 제도는 마련돼 있었다.

물론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을 때는 요금인가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3세대(3G)만 서비스하다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처음 출시됐을 때, SK텔레콤은 요금 인가를 받아야 하고 KT와 LGU+는 요금 신고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럴 때 KT와 LGU+는 SK텔레콤이 요금 인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SK텔레콤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요금제를 신고하는 거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된다고 달라질까

요금인가제가 폐지된다고 이런 구조가 개선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가를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이지 어차피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U+는 SK텔레콤이 어떤 요금제를 마련했는지 눈치작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요금인가제의 효과가 아니라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본능이다. 게다가 이 정도로 주목을 받은 요금인가는 최근 몇 년 사이 4번 정도밖에 없었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 망내무제한 요금제가 나왔을 때, 망내외무제한 요금제가 나왔을 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나왔을 때. 이게 전부다.

그나마 망내외무제한 요금제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SK텔레콤이 먼저 요금제를 출시한 게 아니라 3위 사업자인 LGU+가 먼저 요금제를 선보인 이후에 SK텔레콤이 뒤따라 내놓은 것이다. 집에서 휴대전화로 시외전화를 걸 경우 집전화보다 더 싸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는 ‘기분존(Zone)’ 서비스도 LGU+의 전신인 LG텔레콤이 내놨다. 3G 시절에도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제를 제일 처음 내린 것은 SK텔레콤이 아니라 2009년 아이폰을 처음 도입한 KT였다. 그러니 요금인가제가 사실상 ‘합법적 담합’을 유도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후발 주자들의 요금 인하 정책들 vs. 미래부 장관의 생각

후발 주자들의 요금 인하 정책들 vs. 미래부 장관의 생각

특히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을 때는 LGU+가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새 요금제를 설명하던 와중에 SK텔레콤이 “우리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온 적도 있었다. 당시 간담회를 주재하던 LGU+의 한 임원은 당시 “SK텔레콤은 상도의도 모르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하고 있다. 요금인가제 하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SK텔레콤은 기존 요금체계를 그대로 두면서 고액 요금제의 LTE 데이터 제한만 없애는 방식으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요금제의 뼈대를 그대로 둔 채 요금인하를 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요금을 인가받을 필요가 없고 신고만 하면 됐다.

이 촌극은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할 때는 따로 요금을 인가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됐을 때 우려스러운 점은

요금인가제가 폐지됐을 때 진짜 우려스러운 것은 폐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이동통신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 체제하에서 요금 인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이지만, 사실 이동통신 시장은 충분히 경쟁적이지 않다.

일단 사업자가 셋뿐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른바 ‘제4이통사’가 나온다, 나온다 하지만 아직 제4이통사의 요건을 갖춰 미래부에서 이를 인가한 사업자는 없다. KMI는 제4이통사가 되고자 무려 여섯 번이나 정부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여섯 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자유총연맹이 이끄는 ‘자유통신컨소시엄’이 제4이통사에 도전한다고 선언했지만, 3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사업자가 적으면 당연히 과점으로 흘러갈 여지가 많다. 정부가 기존 이통사의 망을 임대해서 사업하는 알뜰폰(MVNO) 활성화에 나서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더구나 SK텔레콤은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사업자다. 사업자가 수십 개가 있더라도 특정 회사가 전체의 50%를 점유하고 있다면 그 시장이 ‘충분히 경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독점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요금인가제가 폐지됐을 때 SK텔레콤이 요금을 2배로 올린다면 KT와 LGU+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요금을 내릴 수도 있지만, 예상과 달리 약속이나 한 듯이 요금을 1.9배 정도로 올릴 수도 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일까? 한국에 이동통신사는 셋뿐인데? 물론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소비자를 외면하고 가계통신비를 올리다니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 협박성 발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요금인가제는 자신들의 손으로 폐지했는데?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2014년 7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

아무리 싫어도 선택지는 3개의 통신사뿐이다.

물론 나도 이동통신 3사가 요금을 저런 식으로 인상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다만 정책이란 이런 우려까지 살펴본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요컨대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을 막는 단통법 이후 보조금 지급이 줄어 이통사의 이익이 늘면 알아서 요금을 내릴 것이라는 발상처럼,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이통사들이 알아서 요금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발상도 순진하기 짝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SK텔레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SP)은 요금인가제가 있는 상황인데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기우로만 치부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요금인가제는 경쟁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독과점 등 경쟁이 부족한 시장의 폐해를 막고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다. 이통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법이다.

이 법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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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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