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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느니 대마초를 피우는 게 낫다고?

대마초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친구들끼리 술 먹다가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 그럼 한 번 피워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서 누가 먼저 대마초를 구하느냐는 내기까지 벌어졌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이태원 어디 어디에 가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으면 누군가가 슬쩍 다가와서 대마초 피울 거냐고 물어볼 거라는 정보를 얻어 다 같이 출동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소설가 유재현이 한대수와 김부선을 만난 이유는?

한 번은 소설가 유재현 씨와 함께 가수 한대수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유 씨는 한 씨를 내세워 대마초 합법화 운동을 대중화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씨는 어쩐지 대마초 이야기가 나오면 말을 돌렸다. 인터뷰가 끝난 뒤 유 씨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 기르고 기타 친다고 모두 히피는 아니지.” 유 씨는 1960년대 히피 운동을 “물질적 풍요에 감춰진 야수적 폭압에 맞서는 계급적 태업”이라고 규정했는데 그 히피가 한 씨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 씨가 한 씨 대신 찍은 사람이 아마도 배우 김부선 씨였던 듯하다. 원래도 당당했던 김 씨는 유 씨에게 개인 과외를 받은 뒤 대마초 합법화 운동의 전사로 나섰다. 대마초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헌법 소원을 냈고(결국, 패소했다) 방송에 출연해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라 한약”이라고 주장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씨는 한 인터뷰에서 “대마초 덕분에 소수자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현, ‘대마초 금지는 자본주의 음모’

유 씨가 쓴 [대마를 위한 변명]은 대마초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상식을 다룬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유 씨의 주장에 따르면 대마초가 마약으로 분류된 건 자본주의의 음모 때문이다. 대마초는 노동자에게 지나치게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자본주의의 미덕은 무한 경쟁의 쳇바퀴를 타면서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벌고 열심히 소비하는 것인데 대마초는 걱정과 근심을 잊고 늘어지고 느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마초는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프로파간다를 전복한다. 행복해지려고 일을 하는데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대마초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청교도적 금욕주의와 상충한다. 대마초와 비교하면 담배는 현실을 겨우 견뎌낼 만큼의 적당하면서도 짧은 쾌락을 준다. 대마초는 소비의 쾌락을 대체하고 노동을 외면하게 만들지만, 담배는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 사이의 짧은 휴식 시간에 담배를 피워 문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 담배는 이미 불법화할 수 없기 때문에 묵인해야 하는 걸까.

합법과 불법의 경계. 술과 담배는 이미 불법화할 수 없어서 묵인할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 더 중독성이 적은 대마초는 어떨까.

술 담배가 더 해롭다? 땅콩보다 안전하다??

유 씨는 대마초보다 담배가 훨씬 더 건강에 나쁘다고 주장한다. 줄담배는 피울 수 있지만 줄대마초는 피울 수 없다. 대마초는 한 대를 말아서 두세 명이 나눠서 피우고도 1시간 이상 효과가 계속된다. 한 대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히 오래 지속한다. 대마초는 담배만큼 자주 피울 수 없어서 당연히 담배보다 연기를 덜 들여 마시게 된다. 폐암의 위험도 그만큼 훨씬 줄어든다. 니코틴은 중독을 부르지만, 대마초는 취향과 습관은 있을지언정 중독은 없다.

독성도 담배보다 낮다. 성인 남자가 담배를 3개비 이상 삼키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마는 식용 치료 약으로도 널리 쓰인다. 중독성이 없으니까 금단현상도 당연히 없다. 담배 때문에 죽은 사람은 많지만, 대마초 때문에 죽은 사람은 없다. 종합해 보면 대마초도 분명히 몸에 해롭지만, 담배보다는 훨씬 덜하다. 그런데도 담배는 허용돼 있고 대마초는 금지돼 있다. 유 씨는 “대마초를 비범죄화하면 흡연 인구와 폐암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마초 마리화나 담배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비교

NIDA(미국약물중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대마초는 술이나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낮다.

미국약물중독연구소(NIDA) 보고서를 보면 대마초는 헤로인이나 코카인은 물론이고 담배나 술, 심지어 카페인보다도 의존성과 금단성이 낮다. 의존성이 담배는 6이고 알코올은 4인데 대마초는 1이다. 금단성은 담배가 4, 알콜이 6, 대마초는 1이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흡연이 원인이 돼서 죽은 사람은 48만 명, 알코올은 2만 5,692명인데 대마초로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대마초는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려하는 것은 매우 무거운 형사처벌이 불균형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면서 “때로 인종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치료용 대마초를 허용한 데 이어 오락용 대마초도 합법화하는 추세다. 유럽은 이미 대부분 나라가 대마초를 비범죄화하고 있다.

미국 담배 사망자

담배가 대마초보다 더 유해하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상식이다. 이미 불법화할 수 없기 때문에 묵인해야 하는 걸까.

대마초는 기분을 좋게 하는 진정효과가 있을 뿐 필로폰이나 코카인과 같은 마약과는 다르고 엑스터시나 LSD 같은 환각 약물과도 다르다. 유 씨는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독성 마약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마초가 합법이라면 대마초를 피울 사람들인데, 대마초를 금지하니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필로폰이나 코카인에 손을 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필로폰이 대마초보다 훨씬 넓게 퍼져 있다.

심지어 대마초가 땅콩보다도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대마초가 땅콩보다도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현우, “중독된 자는 내게 돌을 던져라!”

[대마초는 죄가 없다]를 쓴 정현우 씨는 “대마는 중독되지 않는다. 누구든 중독된 자가 있다면 내게 돌을 던지라”고까지 말한다. 정 씨는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하면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강성 마약에 빠지기 쉽다는 이른바 관문론에 대해 “포도주 애호가들이 모두 더 취하려고 위스키나 보드카에 빠져들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대마초를 허용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헤로인 중독자 비율이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다.

대마초를 피워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환각은 없지만, 감각이 증폭되는 걸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대마초를 피우면 폭력적이 된다는 흔한 오해와 달리 의식이 또렷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다운필(down feel) 마약으로 분류된다. 약에 취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마약과는 다르다. 필름이 끊기지도 않고 이상한 행동을 하지도 않는다. 운전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자제력이 살아있어 무모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다.

“환각제는 인간의 감각기능을 완전히 바꾸어버린다. 환각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왜곡시키고 나아가 실제로 가해지지 않은 촉감을 느끼는 환촉까지 일으킨다. 대마초가 환각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러한 환각작용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마초를 피운 사용자들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감에 있어서 완전히 정상을 유지하며 시간과 공간의 지각에 있어서도 정상을 유지한다. 이런 점에서 LSD나 엑스터시 등과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재현) 

대마초가 알콜보다 더 안전하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대마초가 알코올보다 더 안전하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대마초 불법화의 역사

유 씨는 대마초 불법화의 역사적 배경을 추적해 들어간다. 1937년 미국에서 마리화나 세금법이 제정되고 대마초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됐을 때 앞장섰던 사람은 연방마약관리국의 국장, 헨리 안스링거였다. 헨리 안스링거는 멜론은행의 은행장, 앤드류 멜론과 사돈 사이고 멜론은행의 가장 큰 고객은 화학회사 듀폰이었다. 화학섬유를 개발해 재미를 보려던 듀폰의 최대 적은 대마였다는 주장이다.

대마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천연섬유였고 나일론과 레이온의 시장 진입을 막는 큰 걸림돌이었다. 이게 엉뚱하게 대마초가 마약이 되고 대마의 생산과 판매를 대대적으로 억압하게 된 이유였다. 여기에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까지 개입한다. 목재펄프 사업에 뛰어들었던 허스트는 모든 언론과 영향력을 동원해 대마초의 위험을 과장 선전했다. 특히 허스트는 대마초를 유색 인종이나 찾는 저급한 환각 물질로 사회에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마초는 환각 작용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중독성이 없기 때문에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다른 마약과는 다르다.

대마초는 환각 작용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중독성이 없어서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다른 마약과는 다르다.

결국, 대마초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됐고, 그 이면에서는 대마 산업의 몰락과 함께 화학섬유와 목재펄프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당연히 듀폰과 허스트는 떼돈을 벌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대마초 흡연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고 허스트는 공산주의자들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려고 대마초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터무니없는 주장이었지만, 매카시즘 열풍과 맞물려 반 정부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대마초 금지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유 씨는 “대마초와 대마초가 상징하는 삶의 방식은 금욕적 노동에 기초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진보세력들이 대마초를 피우며 보수권력에 대항했던 것도, 대마초가 반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풀이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또한 권력이 보수적일수록 대마초에 대한 탄압의 정도도 그만큼 혹심해졌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친환경 대마 산업 육성론과 음모론의 또 다른 이면

대마초와 별개로 대마 산업을 다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듀폰과 허스트 때문에 무너졌던 대마 섬유와 대마펄프가 뒤늦게나마 환경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이 1톤을 만들려면 30년생 나무 172그루를 잘라내고 다시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대마는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똑같이 열매를 맺는다. 1에이커에서 재배된 대마는 2~4에이커에서 자란 나무를 대체할 수 있다. 게다가 종이의 질도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 미국의 진보적 성향의 뉴스 사이트 ‘얼터넷’에 따르면 허스트는 오히려 대마 산업에 관심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듀폰이 대마초 불법화에 개입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무근의 음모론으로 정리됐다. 대마초가 중독성이 강한 다른 마약들과 다르다는 건 분명하지만, 커피처럼 즐길 수 있는 완전 무해한 기호식품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고민하는 것도 대마초가 이미 공공연하게 대중화돼 있는 데다 처벌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도 허용하고 있으니까 그보다 약한 대마초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사회적 해악이 없다면 대마초를 피울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인이 결정할 문제로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

경향신문 1976년 2월1일자.

경향신문 1976년 2월 1일 자.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대마초를 소지만 해도 최고형을 때린다는 서슬 퍼런 시절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이 대마초 흡연으로 감방 생활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약 사범의 대부분이 대마초 관련 사범이다. 한국 형법은 속지주의와 더불어 ‘속인주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대마초를 피우고 들어와도 불법이다. 시골의 삼 재배 농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이 보는 앞에서 줄기만 수확하고 잎은 전량 회수해서 폐기한다.

대마초를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하자는 게 모든 국민이 오락용으로 대마초를 마구 즐겨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피우지 않고 피울 생각도 없더라도 남들까지 못 피우게 할 이유는 없다. 금지할 명분이 없는 걸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다. 대마초가 금지된 건 단지 법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마초를 피웠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싸울 용의가 있다.

담배보다는 마리화나 대마초를 피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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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 이정환닷컴!(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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