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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의 잡놈 정치, 미국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는 꼼수다 (이하 나꼼수) 대세론이 일어났고, 19대 총선에서는 나꼼수 민폐론이 제기됐다. 나꼼수는 상당한 수준의 팬덤을 확보했고, 이들의 선택은 크든 작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향후 대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꼼수와 야권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

이를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미국에 있다. 사람들은 나꼼수를 세계에서 독보적 사례로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년 전부터 라디오 정치 토크쇼 (주: 미국에서는 토크 라디오라 부르지만 이후 정치 토크쇼로 의역함) 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 나꼼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 이가 있는데, 극우 논객 러시 림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래에서는 그를 통해 스스로를 잡놈이라 이야기하는 나꼼수가 ‘잡놈 방송’을 넘어 ‘잡놈 정치’로 나아갈 때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천조국 최고의 극우, 러시 림보

그는 전형적인 극우다. 흔히 조갑제에 비교당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형제를 지지하고, 지구 온난화 문제를 무시한다. LA 흑인 폭동 때에는 백인 경찰에게 맞는 건 별 문제가 아니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또 페미나치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반여성적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일어난 아부 그레이브 고문에 대해서는 ‘학교 기숙사에서 일어날 수준’이라 무시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러시 림보 항목) 그야말로 극우가 갖출 모든 미덕을 갖춘(…) 양반이다.

Rush Limbaugh - Pigboy

그의 마초 성향을 제대로 나타낸 일러스트 BY CCL

그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그의 영향력을 몇몇 링크를 통해 알아보자.

1988년에 시작한 토크쇼인 러시 림보쇼는 600개 라디오 채널을 통해 정오부터 3시간 동안 전국에 생방송 되며 주당 청취자 수가 평균 2000만 명에 이른다. (동아일보, 美 공화당 리더는 라디오 스타 림보?, 2009년 09월 22일)

미국 CBS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과 연예잡지 `베니티 페어’가 공동으로 실시해 2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6%가 러시 림보를 택했다. (연합뉴스, 美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자는 림보, 2009년 11월 30일)

정치 평론가 제브 샤페츠는 “2010년 공화당의 성공은 두 글자로 압축된다. 러시 림보.”라고 할 정도로 러시 림보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美 강경 보수 중심 ‘러시 림보’, 2010년 05월 23일)

이 정도면 나꼼수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영향력이다. 그 영향력 덕택에 그는 타임 커버스토리를 장식했으며, 연 5천만 달러의 연봉에, 26세 연하와 4번째 결혼을 하는 인생의 승리자(?)로 자리 잡았다.

그의 연봉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전원의 연봉보다 더 많다. 출처: 조선일보,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2011 프로야구 – 구단별 평균연봉비교, http://inside.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5/2011042501018.html

2. 미국 라디오 정치 토크쇼와 한국의 나꼼수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미디어를 활용해서 떴다는 점에서 그리고 화법 측면에서 러시 림보는 조갑제보다는 나꼼수와 닮았다. 하지만 동시에 차이도 크다. 수능 영어 듣기평가에서도 3문제나 틀린 수준이라, 라디오 청취가 불가능해 천조국 거주자 deulpul(들풀)님을 강제소환해서 미국 라디오 정치 토크쇼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국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리 : 미국에는 러시 림보 쇼와 같은 정치 토크쇼가 많나요?
들 : 많습니다. 미국은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안 되다시피 하는 나라라서 라디오를 많이 듣죠. 그 시작과 활용에서 러시 림보, 글렌 벡, 빌 오라일리 등 우파가 좀 더 앞서 있습니다. 좌파 논객들은 인쇄 미디어에 초점을 두다가 스테파니 밀러, 에드 슐츠 등이 인기를 끌며, 점점 라디오에도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리 : 어쩌다가 이렇게 정치 토크쇼가 인기를 끌게 됐나요?
들 : 1990년대부터 대박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1987년 FCC(연방통신위원회)가 ‘방송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고 균형있게 동시에 보여 주어야 한다’라는 ‘공정성 원칙’을 제거한 일입니다. 그 때부터 편중된 발언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죠. (capcold님 주 : 결국 정식으로 없어진 건 2011년)

리 : 미국의 정치 토크쇼는 나꼼수와 비슷한 형태인가요?
들 :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우선 공통점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군요. 토크쇼의 방송 양상은 점잖게 이야기하면 ‘자신감, 당파성, 선명성’입니다. 반대로 신랄하게 이야기하면 ‘싸가지, 편파성, 까 위주’ 로 볼 수 있습니다.

리 : 그럼 진행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들 : 이를테면 토크쇼들은 지들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청취자로부터 전화를 받는 게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데, 서로 말 자르고 하는 논쟁도 자주 벌어집니다. 당근 논리와 당파성에서 자신감 없으면 하기 어려운 포맷이죠.

리 : 하지만 똑똑한 사람이 전화하는 바람에 청취자의 논리가 우월한 비상사태도 발생하지 않습니까?
들 : 그럴 때는 전화를 대충 끊어버리는 신공을 발휘합니다(…)


물론 때로는 전화를 대충 끊는 게 현명할 때도 있다.

리 : 그 외의 공통점은요?
들 : 인기가 많다?

리 : ……
들 : 정치 토크쇼들의 특징을 몇 가지 보면, 일단 자기 논리들을 ‘그럴 듯’하게 뒷받침합니다. 주로 까려고 하는 상대 진영 정치인의 말(녹음)을 그대로 틀어주면서 씹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사실에 근거해서 깐다는 인상을 줍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는 기능보다는 보도된 내용 중에서 병맛 사례들을 위주로 하여, 이런 주장을 하는 자들이 얼마나 멍청이인가를 강조하는 기능에 치중합니다. (capcold님 주: 지역 신문에 살짝 나온 사안을 전국망으로 뿌리는 확산 기능을 톡톡히 함) ‘사실’보다는 ‘의견’, ‘기사’보다는 ‘사설’의 성격이 강하죠. 사실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제공해 준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해서 논리가 합당한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진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상대적 부분도 있고요.

리 : 네거티브를 위해 사실관계를 무시한다거나 하는 현상은 있나요?
들 : 방송 내용이 피아에 모두 노출되어 있고, 더구나 실시간 전화를 받으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모든 주장은 일단 사실에 근거합니다. 이 사실을 놓고 씹죠.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하면 개박살납니다. 이 부분은 당파성이 있는 정치 토크쇼를 포함한 미국 언론의 마지노선 같은 것이라서 대충 다 그 선은 지키고 있죠. 토크쇼는 주로 있는 사실을 선택적이고 편향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따라서 토크쇼에 대한 비판은 사실 관계의 부정확성보다는 왜곡 해석 쪽에 더 치중되는 편입니다.

리 : 한국에도 나름 다양한 미디어 정치 논객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들과 비교한다면?
들 : 많이 다릅니다. 하나하나 비교하자면…
……..손석희와 다르다! : 중립적이지 않죠.
……..나꼼수와 다르다! : 역공당하지 않게 사실관계에 주의하죠.
……..진중권과 다르다! : 대중성을 중시하고, 청취자와 자파 지지자를 넓히는 데 주력합니다.

리 :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들 : 욕 같은 건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막말하면 바로 난리가 납니다. 또 지나치게 경망한 태도로 정서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도, 청취자/지지자를 넓히는 대중 방송의 속성상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므로 별로 볼 수 없습니다. 편파성 속에서 나름의 무게와 신뢰를 쌓아가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리 : 의외로 품격 있는 방송인가 보군요?
들 : 품격 있다고는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용어로서의 막말만 피하는 수준이죠. 진행자들 출신도 학위 주렁주렁 달고 품격 따위로 살아온 사람들이라기보다, 야전에서 빡빡 기며 커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러시 림보는 대학을 다니다 1년 만에 때려치웠고, 글렌 벡은 오랫동안 마약과 알콜에 빠져 살며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에드 슐츠는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스포츠 방송 해설을 하다가 논객이 되었습니다. 이런 잡초 같은 생명력을 바탕으로, 아주 얄밉게 상대에게 책 잡히지 않는 점만 골라내서 집중적으로 씹으며 흠집을 내는 스타일이랄까요?

3. 정치 토크쇼 甲 러시 림보의 몰락과 김용민의 몰락

그런데 이런 정치 토크쇼 진행자 중 압도적으로 잘 나가는 러시 림보가 무너졌다. 그 개요는 러시 림보의 바보짓에 잘 요약되어 있다. 대화로 정리하자면…

여대생 “로스쿨 과정 중 피임약 구매 비용으로 약 3천 달러가 든다. 이에 대한 보험 혜택이 필요하다.”
러시 림보 “섹스하는데 돈을 받겠다고? 창녀냐? 그럼 대가를 내놔. 섹스 비디오를 온라인에 올리라고!”

나름 개그와 비판이라고 친 것 같은데, 완전히 망했다. 그 결과 6개사 광고주가 당장 광고를 철회했고, 결국 러시 림보는 사과한다. 물론 주간미시간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 아직도 그의 컨텐츠는 사용량이 급감하지 않고 있으며 광고주도 만만치 않다. 다만 철옹성과 같은 그의 지위에 많은 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어느 정도 호응이 있다는 점에서, 그가 입은 타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토록 잘나가던 보수 논객이 말 한 마디로 무너진 것이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나꼼수를 통해 겪었다. 나꼼수의 김용민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됐다. “라이스를 강간해서 죽이자”를 비롯해서 온갖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 밖에 노인 비하 발언 등의 내용 문제는 물론, 각종 욕설도 문제가 됐다.


모아 놓고 보니까 정말 욕 찰지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겨레의 기사를 보자.

김용민 막말 논란이 선거에 미친 영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물어본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선거학회와 <와이티엔>이 역시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이었던 지난 7~8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김용민 막말이 선거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36.7%는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김용민 막말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고연령층(44%)과 보수층(43.5%) 유권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민 이슈가 새누리당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왔다는 뜻이다. (한겨레, 김어준 “나꼼수 탓은 진보-보수 국공합작”, 2012년 4월 27일)

미국과 차이가 있다면 그 후의 대처다. 김어준은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조중동이 막판 6일 엄청난 공격을 해대면, 박근혜도 버틸 수 없다’고 하며,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대응 능력’이라 이야기한다. 김용민을 안고 가는 게 옳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실제로도 야권연대는 김용민의 사과 발언 후, 특별한 제스처 없이 선거를 계속 진행했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의 대처는 김용민을 안고 가는 야권연대와 김어준식 해법과 사뭇 다르다. 오바마 역시 조중동처럼 러시 림보의 막말을 기회로 활용해, 피해 여대생에게 직접 전화를 하며 호재로 활용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한국의 민주당과 달리, 러시 림보를 과감하게 내쳤다. 美 보수논객 수난시대… 공화당, 각광받던 림보 거리두기에서 알 수 있듯, 공화당은 그 발언에 대해 비판, 비난을 서슴지 않으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4. 왜 러시 림보는 정치계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물론 러시 림보가 죽지 않았듯, 김용민도 죽지 않았다. 여전히 러시 림보도, 나꼼수도 인기가 좋다. 하지만 막말 이후 정당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미국 공화당은 꼬리를 잘라낸 반면, 민주당은 껴안고 가는 길을 택했다. 어떻게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천조국 거주자 deulpul님을 다시 소환해보겠다.

리 : 미국 공화당은 한국의 민주당과 달리 러시 림보를 버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들 : 말 그대로 꼬리를 끊는 겁니다. 토크쇼 사회자들이 국민 정서와 멀어졌을 때는 분명한 거리를 둠으로써, 사회자에 대한 비판이 정당으로 번지고 함께 욕먹으며 끌려가는 사태를 막은 것이죠.

리 : 그러고 보니 왜 러시 림보는 정치를 하지 않은 걸까요? 그 엄청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들 : 네 가지 이유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1)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본인과 공화당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2) 이미 드러난 지나친 당파성 때문입니다. 의원과 같은 공직자가 되어 국민(주민) 모두를 대표하는 일에 어울리지 않죠. 3) 세상 모든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뭐든지 하는 논객질보다, 정책을 만들고 국익을 도모하는 일이 훨씬 어렵죠. 4) 자신이 정치에 나서면 지금까지 해 왔던 토크쇼 방송의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림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리 : 자, 그러면…
갑자기 끼어든 또 다른 미국 거주자 capcold님 왈 : deulpul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실제로 림보는 리버럴 진영의 정치 토크쇼 코미디언 알 프랑켄이 미네소타 상원의원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프랑켄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방법을 몰라 선거를 계속하는 것이다”라고 했죠. 즉 나처럼 방송인으로 인기가 없어 일자리가 없으니 정치나 기웃거린다고 비아냥댄 거죠.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리 : 다시 deulpul님(…) 공직자와 비공직자 사이에 요구되는 윤리와 능력에는 확실한 선을 긋는 것인가요?
들 : 그렇습니다. 이러한 점은 림보가 ‘여대생 창녀’ 발언 이후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자,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허먼 케인이 “러시 림보는 어떤 공직에 출마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미국 대통령 후보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변호한 데에서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리 : 그렇다면 정치 토크쇼 진행자와 정당과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들 : 이데올로기적으로, 또 실제 정치적으로 현실 정치(정당)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재정-조직 등의 부분에서는 철저히 독립해 있습니다.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죠. 정치 토크쇼는 민주-공화, 혹은 보수-진보 각각의 진영에서 나온 안건, 제안, 아젠다, 정책 등을 홍보하는 채널입니다. 1. 정책결정자나 싱크탱크 등에서 입안 → 2. 언론 보도로 떡밥을 던져 낚시질, 간 보기 → 3. 토크쇼에서 강력하게 지지 여론 형성… 이런 프로세스입니다. 반대로 상대편이 내놓은 정책을 씹는 용도로도 비슷하게 활용하죠.

이처럼 미국은 정치 토크쇼와 정당 간의 구분이 분명하다. 심지어 구분이 분명함에도 문제가 터지면, 정당에서 강하게 비판하며 거리를 둔다. 이에 반해 한국의 야권연대는 그들과의 관계가 애매하다가, 19대 총선에서는 파트너가 됐다.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다. 민주당의 선택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5. 잡놈 정치의 네거티브 전략이 박근혜와 만났을 때

정권에 대해 신랄하게 씹을 채널이 없었던 상황에서, 나꼼수는 잡놈을 자임하며 많은 사람들의 속을 풀어줬다. 이처럼 잡놈 정치는 네거티브에는 분명 효과적이다. 특히 표현에 한계가 뚜렷한 한국 언론에 비해 나꼼수의 잡놈 정치는, 네거티브를 매우 효과적인 언어로 구사할 수 있는 채널이다. 나꼼수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치토크쇼도 상당 부분이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네거티브 선전을 통해, 자파의 지지층 결집을 독려한다.

하지만 이번 19대 총선에서 잡놈 정치는 그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대선에서도 이대로 간다면, 상대가 박근혜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명박에 대한 네거티브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1. 품위가 없다. 전과 14범이라는 경력에서나,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발언에서나 모두 품위와 거리가 멀다. 2. 사적 도덕성에 문제가 많다. 국민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거대 공적 도덕성보다 일상에 와 닿는 사적 도덕성을 더 중시한다. 이명박의 사적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여백이 부족해 (진심이다!) 적지 않겠다.

먼저 1. 품위 측면에서 살펴보자. 박근혜의 품위는 큰 힘이다. 민주당 내 전략가들이 집필한 캠페인 전쟁은 박근혜가 어떻게 선거에서 이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 듣보잡 노동자는 “김용민을 선거에 내보낸 것은 어떻게 보든 자살행위였다. 캠페인 전쟁의 용어로 풀자면, 김용민 막말 논쟁은 한나라당에게 강력한 ‘거울상 효과’를 주는 프레이밍이었다. 야당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품위가 없다는 이야기는 박근혜의 이미지와 점잖은 엘리트 보수의 이미지와 완전히 대비되는 것.”이라 말한다.

다음으로 2. 사적 도덕성 측면에서도 박근혜를 공격하기 쉽지 않다. 박근혜의 공적 도덕성 문제는 많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부터, 법원에서조차 환수가 옳다고 한 부산일보와 정수장학회를 여전히 사유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1억 피부’나 ‘병역 비리’ 등 사적 도덕성에 더 큰 반발을 느낀다. 이 부분에서 박근혜는 별로 씹힌 적이 없다. 박근혜는 ‘수첩공주’다. 나쁘게 말하면 무식하지만, 그만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조심해 왔다. 그래서 꼬투리를 잡기가 어렵다.


물론 전여옥이 지적 능력 운운할… 여러분, 이거 다!!!

더군다나 잡놈 정치식 네거티브 문제 제기는 박근혜에게 되려 악수가 될 수 있다. 박근혜는 이미 정치하면서 죽도록 씹혀서, 울트라리스크처럼 엄청난 내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품위 없는 잡놈식 네거티브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처럼 네거티브 공격을 반사하며 역풍까지 때릴 수 있다. 사적 도덕성 영역에서 잡놈 쪽이 훨씬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야권 쪽에 자폭만 가져다 줄 수 있다.

전략적 문제도 남는다. 김어준은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과 박근혜를 동일시한다. 하지만 박근혜의 이미지는 이명박과 그다지 겹치지 않는다. 그의 관심법과 달리 박근혜의 주변 세력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이’에게 밀려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고, ‘친박연대’를 만들어 구한나라당과 충돌했을 정도로 이명박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보다 더 이명박 정권에게 탄압받은 게 박근혜다. 그래서 이명박과 박근혜를 동일시하고 이명박을 공격하는 건 허수아비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

6. 잡놈 정치, 정당 정치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가?

러시 림보의 사례를 다시금 보자. ‘잡놈 방송’ 러시 림보의 영향력은 정당 내부가 아닌 정당 외부에 있었다. 팩트를 통해 네거티브를 극대화하는 홍보 채널의 성격을 맡았을 따름이다. 그들이 함께 내부에 있는 것이 정당에도, 토크쇼 진행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이는 러시 림보의 ‘창녀 발언’을 통해 그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김용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러시 림보가 의원이었다면 그 파장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꼼수가 정당 내부에 있다면 당장은 열정적이고 열광적인, 때로는 극단적인 팬의 큰 목소리에 고무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가 정치권 내부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대로 아리아리랑의 역작이 지적하듯 큰 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 김용민의 이번 막말 사건은 어쩌면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품위와 사적 도덕성은 중요한 이슈인데, 이 지점에서 나꼼수는 매우 불리하다.

아리아리랑 – 총선만화 / 출처: http://heloo.egloos.com/4211174

품위와 사적 도덕성의 결여는 온건층과 중간층을 다 잃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부동층, 중간층은 대단히 많다. 19대 총선은 이 전조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나꼼수 팬들은 이 부분에 조금 불만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꼼수 팬들이 적대시하는 진중권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송지선 자살 전에 보낸 조롱과 각종 성희롱을 비롯해 각종 막말들이 당장 문제시되지 않을까? 이때 효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진중권을 반대하는 이들이 막말을 실어 나른다. 그러면 부동층, 중간층은 진중권에 대한 이미지를 진중권과 함께하는 정당과 엮어 생각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다.

이처럼 정당 외부에서 비웃는 선을 넘어, 정당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순간 잡놈의 이미지와 정당의 이미지는 동일시될 수 있다. 신나고 유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없이 가볍고 천박하게 보일 수 있다.

나꼼수가 ‘잡놈 방송’을 넘어 ‘잡놈 정치’로 나아가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꼼수는 여전히 태도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비키니 발언에 대해서 사과하고서도, 인터뷰에서는 ‘맥락 모르고 분절 텍스트 비판’으로 물타기 한다. 또 김용민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스스로를 ‘국민욕쟁이’라고 칭하면서 품위와 거리가 먼 ‘잡놈’의 모습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팬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이 팬들과 전혀 다름을 위 진중권과 (심지어 공직자도 아닌) 러시 림보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어준은 “민주당 후보들과 당에 김용민 때문에 선거에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자극한 것이다. 이게 진짜 피해다.”라고 말한다. 나꼼수가 죽으면 야권에 피해가 간다는 뜻이다. 나꼼수가 죽으면 지지층이 결집해서 야권에 좋은 효과가 올지, 이에 실망해서 지지층이 줄어들지, 그 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기병대 정치의 종말에서 이야기하듯 ‘구체적인 대중 동원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역량과 인물 없이’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반전을 꾀하는 건, 소가 백스탭 밟다가 쥐를 잡는 요행이다. 잡놈은 잡놈으로 남아야 그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잡놈 방송’을 넘어 정당정치에 숟가락까지 얹는다면 자신들에게 표현의 한계와 책임감이 부가되는 반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줄어든다. 반대로 그들이 지닌 리스크는 고스란히 정치 세력에 전가된다. 야권과 이들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만, 미국 공화당을 타산지석 삼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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