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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저널리즘을 논하면 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네이버뉴스다.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 확실히 ‘진일보’

매체 활용의 큰 몫이 인터넷으로 옮겨왔고, 인터넷 활용의 큰 몫을 포털이 차지하고, 포털 점유율의 압도적 영역을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으니 사실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다보니 선정성, 낚시 범람, 오보와 명예훼손의 빠른 확산, 정권 편향성 등 전반적 국내 저널리즘 품질 문제와 관련해 중심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 속에서 네이버는 나름의 개선책으로 여러 대처 방법을 모색해왔지만 늘 역부족이었다.

네이버는 평정됐다는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 발언에 관한 네이버의 해명
2007년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네이버 평정” 발언에 관한 네이버의 입장 (2008년 6월 14일). 진성호 의원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해당 발언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으며, 2009년 7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네이버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진성호 의원 측에 사과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공식적인 임무는 “기사편집, 배열, 검색결과 노출방식 등에 대한 검토와 모니터링, 의견제시 등의 자문과 검증 활동”이다. 기본적으로는 미디어다음의 열린이용자위원회와 비슷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공개하는 일종의 옴부즈맨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 뚜렷한 주문사항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시정을 명령할 강제력은 없다는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

하지만 그간 네이버가 해온 여러 직간접적 피드백 경로보다 한층 공식적인 외부 기구가 결합하는 진일보한 장치인 것은 확실하다.

네이버가 취할 수 있는 네 가지 전략

그런데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네이버뉴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문제에서 시작한다. 네이버뉴스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전략을 소극적인 것에서 적극적인 것까지, 네 가지 수준으로 단순화해보자.

  1. 정치 편향 시비만 피하자.
  2. 어뷰징과 오보만 걸러내자.
  3. 흥미로운 보도를 잘 모아주자.
  4. 저널리즘의 사회적 정보 유통 기능을 우리가 제대로 수행하자.

이런 목표에 따라서 어떤 뉴스서비스 평가를 수행하는 위원회를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 사람을 배분할 것인가. 그 목표와 인적 배치(배분) 방식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정치 편향 시비 회피

먼저 정파 간 균형을 맞추고 그 위에 정치편향 경계를 논하는 학자가 중심을 잡으면 된다.

2. 어뷰징과 오보 필터링

하지만 좀 더 야심 차게 ‘어뷰징과 오보’까지 걸러주자는 목표를 지향하면, 그런 수준 위에 기술전문가 등을 더해야 한다.

3. 흥미로운 보도 분류 제공

자의든 타의든 좀 더 적극적 기능 수행을 받아들여서 흥미로운 보도를 모아주고, 독자에게 부가 가치를 제공하려면, 앞선 목표에 더해 개별적 뉴스 가치에 대해 판별하는 저널리즘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4. 저널리즘의 사회적 정보 유통 역할 수행

네이버뉴스가 비전을 갖고 저널리즘의 역할을 표방한다면, 앞선 모든 것에 더하여 여러 사회 당사자층, 즉 상대적 소외층을 대변하는 것까지 필요하다. 사회운동, 노동운동, 인권 등에 대한 위원회 인원 배분은 물론이고, 성별 비율까지도 신경 쓸 사안이다. 이를 위해 아예 일부는 열린 투표로 뽑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다. 위원회 편성 작업 자체가 매우 어려워서 제대로 이뤄내기 힘들지만, 하나의 바람직한 지향점으로 두는 것은 좋다.

자문위원 7인… ‘정치 편향 시비만 피하자’

네이버뉴스 자문위원회에 대한 첫인상은, 정확하게 ‘정치편향 시비 회피’의 수준에 머문다. 그 이상을 성취하려는 야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정 위원 7명의 면면에서 그 성격은 그대로 드러나는 바다.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 위원들의 모습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 정파에 관한 기계적 균형과 더불어 모든 위원을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왼쪽부터: 유민영, 허영일, 문재완, 김민환 위원장, 이동호, 정관주, 김경모,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 네이버 제공)
  1. 김민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위원장): 저널리즘의 비정파성, ‘정파성을 초월한 지적 공중’ 을 주요 논지로 하는 원로 언론학자(참조).
  2.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방문진 새누리당 추천 이사로서 2012년 MBC의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 정국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을 부결시킨 바 있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부위원장.
  3.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뉴스의 확산 경로, 여론 형성 과정을 전문으로 하는 언론학자. 방송 공공성 지지 입장.
  4.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문재인 대선캠프 부대변인, 민주당 언론특보 출신. 민주당 추천 인사.
  5. 유민영 에이케이스 위기관리컨설팅 대표:안철수 대선캠프 대변인, 참여정부 춘추관 관장 출신. 민주당 추천 인사.
  6. 정관주 변호사:문민정부 당시 공보처 전문위원, 2010년 서울신문 감사 등의 경력을 지녔다. 새누리당 추천 인사.
  7.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소 소장: 뉴라이트계 새누리당 정당인. 새누리당 추천 인사.
피구 아이콘
네이버뉴스, 정치 편향 논란을 피하기만 하는 게 능사일까? (이미지: 피구 아이콘)

7인 자문위원 = 3인 학자 + 2인 여당 + 2인 야당

네이버는 뉴스편집 자문위원 7인 가운데 3인을 학자, 2인을 집권여당 추천, 2인을 야당 추천으로 편성했다.

우선 학자 3인은 중립성을 강조하는 위원장, 매체 공공성을 지지하는 1인과 새누리당의 통제적 매체정책에 가까운 1인으로 안배했다. 야당 추천 인사는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를 수호해줄 만한 사람으로 문재인 측과 안철수 측 활동인력을 다시금 안배했다.

새누리당 추천 인사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덜 명확하다. 특히, 이동호 소장이 대표한다는 캠페인전략연구소라는 단체의 경우는 기존 언론 보도나 온라인상의 홍보 정보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네이버 측, “과거는 모른다. 정당 추천 믿고 위촉했다”

슬로우뉴스는 좀 더 정확한 인적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네이버에 문의했다. 네이버 담당자에게 캠페인전략연구소에 관한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문의하고, 예전 뉴라이트계 정당인으로 활동한 이동호 씨와 뉴스편집 자문위원 이동호 소장이 동일인인가 문의하자, 네이버 측은 해당 위원의 과거 경력에 관해선 잘 모른다면서 정당 추천을 믿고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답했다. (뉴라이트계 정당인 이동호 씨와 편집자문위원인 이동호 위원은 같은 사람이 맞다.)

네이버 인물 검색 '이동호': 여전히 캠페인전략연구소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네이버 인물 검색 ‘이동호’: 인물검색 등재 시점은 확인할 수 없지만, 현재 이동호 씨는 네이버 인물 검색을 통해 프로필이 구성되어 올라온다. 다만, 여전히 캠페인전략연구소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전문성, 공익성에 대한 적극적 취지가 아니라 오로지 정파 간 균형 할당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기술자, 언론인이 없는 것에서 보듯 기능별 배치를 추구하지 않았고, 전원 남성이며, 계급 계층적 위상 또한 대동소이하다. 다양성에 대한 배려도 논외인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라

물론 네이버는 저널리즘 발전을 위한 공공단체가 아니다. 기업으로선 정치 편향 공세에 대한 면책 장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결정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매번 정치적 편들기 목적의 뉴스 노출 조작을 한다고 대중에게 의심받기보다는 자문위원회를 통해 그런 의심을 예방하고, 다른 한편으로 해명해줄 수 있다면 확실히 기업으로선 이익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오늘날 누리는 현실적인 뉴스 유통 권력과 아마도 그에 수반할 가능성이 높은 여론 형성 효과를 고려할 때,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해도 좋다. 정파 편향에 관한 논란을 피하는 것에서 머물지 말고, 어뷰징을 막아내며, 좋은 뉴스를 선별하고, 바람직한 사회 정보 유통망으로 역할하라! 네이버 이용자들은 네이버뉴스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고, 그럴 권리가 있다.

물론, 이런 민간 포털기업의 자문위원회 편성의 소극성에 대한 관찰을 교훈 삼아, 더 면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쪽은 물론 따로 있다. 바로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즉 KBS 이사회나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의 진영 위주 편성방식의 개선 방안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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